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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누가 더 웃기나. 지난해 12월15일 런던 클라리지 호텔에서 열린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 기자회견은 재치 있는 만담과 기자들의 폭소가 흘러넘치는 유쾌한 자리였다. 특히 시리즈의 주연을 맡은 벤 스틸러와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합류한 호주 출신의 코미디언 레벨 윌슨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아리송한 농담으로 회견장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는데, 타이밍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는 그들의 날카로운 유머는 이 시리즈의 성공 요인이 영리한 배우들과 재치 있는 유머에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모두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집에서 한밤중에 무언가 살아 움직인다면, 그게 무엇이었으면 좋겠나.
=벤 킹슬리_한 20분 정도만, 우리 집에 나폴레옹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그와 대화를 해보고 싶다. 불어로. (웃음)
벤 스틸러_질문이 뭐였더라…. 내 아내라고 대답하면 안 되겠지? (좌중 폭소)
-댄 스티븐스에게 묻는다. 이번 영화의 새로운 캐릭터인 란셀롯을 연
대영박물관 촬영이 ‘진짜’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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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시간, 굳어 있던 존재들이 비밀스럽게 살아나 움직인다는 이야기. 아마 전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침대 머리맡에서 한번쯤 들어보았거나 꿈꾸었을 에피소드일 거다. 하지만 이 마법의 시간은 대개 아이들의 좁은 방구석이나 이집트의 고대 유적지 같은 현실 너머의 공간에 내려앉았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가 등장하기 전에는. 지난 2006년 크리스마스 시즌 북미에서 개봉해 쟁쟁한 연말 개봉작들 사이에서 3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낸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세상에서 가장 고색창연한 장소였던 박물관을 과거의 존재들이 살아 움직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생명력이라곤 없어 보이는 딱딱한 밀랍인형들과 지루하기 그지없는 해설이 존재하는, 역사에 관심 많은 이들을 제외하면 그저 아이들의 방학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곳으로 치부되던 박물관이 이집트 석판의 영향으로 밤마다 마법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설정이 가족 단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1편의
매혹적 모험물 마음을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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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2015 MBC <여왕의 꽃>
2014 SBS <괜찮아, 사랑이야>
뮤직비디오
2013 강승윤 <Wild And Young> 외
별명은 까불대서 ‘깝경’. 학창 시절, 오락부장과 체육부장을 도맡다시피했다. 노래에 댄스에 사회 보는 실력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에너자이저’로 통하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왈가닥. 그녀가 이성경이다. 말할 때마다 표정도 시시각각 변한다.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가,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렸다가, 어깨를 힘껏 들어올려도 본다. 귀여운 애니메이션 속에서 지금 막 뛰어나온 영락없는 장난꾸러기다.
이성경은 지난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극중 인물들을 ‘뜨악’하게 만든 날라리 고등학생 오소녀 역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당돌한 소녀 역으로 새로운 얼굴을 물색하던 김규태 감독의 눈에 자유분방하고 당찬 이성경이 딱 들어왔다. 노희경 작가도 그녀에게 “연기하려 하지 말고 너처럼
예쁘게 나오는 건 관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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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쎄시봉>
2014 <하이힐> <몬스터> <원 나잇 온리> <명량> <우리는 형제입니다>
2013 <소원>
“소매치기로 나온 <우리는 형제입니다>! 아니 <하이힐>!! 아니 <명량>!!!” 특별한 기억으로 새겨진 작품이 뭐냐고 묻자 조복래는 자신의 대답을 두번 수정한 끝에 <명량>을 외쳤다. “하늘엔 우주선처럼 큰 조명기”가 떠 있었고, “눈앞엔 연기 끝판왕 최민식 선배님”이 서 있었던 <명량>의 현장은 “독립단편영화 출연 경험조차 전무”했던 조복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가르쳐주었다. 풀숏이든 클로즈업이든 매 테이크 온 힘을 다해 오열하는 감정 신 연기를 선보이며 신인배우의 ‘도리’를 다한 그는 <명량>에서 이순신에게 목이 베이는 탈영병 오상구를 연기했다. 서울예대 연극과 선배이자 현 소속사 필름있수다의 대표인 장진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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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소녀>(감독 이해영) <사도> <베테랑>
2014 <상의원> <마담 뺑덕> <일대일>
2013 <잉투기> <소녀>(감독 최진성)
“조선의 눈이다.”(이준익 감독) “작은 눈인데 어떤 여배우보다 깊은 감정을 가졌다.”(류승완 감독) “동양화 같은 얼굴에 다양한 레이어들이 있어 찍다가 반했다.”(이해영 감독) 감독들의 칭찬은 박소담의 얼굴을 단순히 쌍꺼풀이 없는 눈, 가는 얼굴선 등 몇 가지 특징만으로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다양한 면모를 오밀조밀하게 담고 있는 그의 자그마한 얼굴이 이목구비가 또렷한 서구형 미인의 그것과 ‘쪼’가 다른 건 분명하다.
관객에게는 생소한 얼굴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박소담은 ‘독립 영화계의 전도연’이라 불릴 정도로 이미 유명 인사다. 박소담의 장편 데뷔작 <소녀>(2013)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최진성 감
찍고 또 찍어도 촬영하는 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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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서부전선> <도리화가>
2013 <소수의견>
2010 <우리 이웃의 범죄>
드라마
2015 <징비록>
2014 <일편단심 민들레> <트라이앵글>
2013 <내 손을 잡아> <후아유> <불의 여신 정이> <상어>
2012 <7급 공무원> <대풍수> <대왕의 꿈>
2011 <짝패>
2010 <로드 넘버 원>
유승호, 이현우, 이민호(<순풍산부인과>의 정배), 노영학의 공통점은? 모두 아역으로 시작한 1993년생 배우들이라는 것. 9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노영학은 보조출연만 4년쯤 했다. 주인공의 같은 반 친구에서 주인공의 짝꿍으로 그리고 주인공으로, 아역배우의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갔다. 지금의 외모로는 쉽게 짐작이 가지 않지만 어릴 땐 “뚱뚱했었다”고 한다. “키도 작고 외모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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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다른 길이 있다>(가제, 촬영 예정) <사도>
드라마
2014 <가봉> <세 여자 가출소동> <야경꾼 일지>
2013 <감자별 2013QR3>
상남자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이다. 시트콤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 현장에서 서예지의 별명은 상남자였다. NG를 낼 때마다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를 크게 외치다보니 그렇게 됐단다. 설마 목소리 하나 때문에 이만한 미녀가 상남자가 될까. <감자별> 노씨 집안의 막내딸 수영 역으로 데뷔한 서예지는 노수영만큼 시원 털털하고 노수영처럼 변화무쌍하다. “수영은 누굴 대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져요. 어떨 땐 애교 넘치고 어떨 땐 도도하고. 다양한 얼굴을 가진 팔색조 같아요.” <감자별>로 연기 데뷔를 한 신인 여배우가 이렇게 복잡다단한 역할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감독님
배움의 끝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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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한 샛별들을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독립 영화계의 전도연이라 불리는 박소담, 장진 사단의 차세대 주자 조복래, 김병욱 감독과 이준익 감독의 선택을 받은 서예지, 모델 출신 배우 이성경, 아역배우의 허물을 벗은 노영학. 기대작들이 대거 포진한 2015년의 한국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5인의 신인배우를 소개한다. 눈썰미 좋은 당신의 눈에 든 샛별은 누구인가.
2015 RISING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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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재능 있는 감독 클라우즈는 작고한 감독 빌렘이 20여년 전에 썼던 <말로야 스네이크>를 다시 무대에 올리려고 한다. 그가 중년의 여주인공 헬레나 역으로 점찍어둔 배우는 과거에 헬레나의 상대역 소녀인 시그리드로 분해서 스타덤에 올랐던 마리아(줄리엣 비노쉬)다. 마리아의 비서인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은 마리아가 클라우즈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길 바라지만, 마리아는 망설인다. 심지어 캐스팅을 수락한 뒤에도 싱그러운 시그리드가 아닌 시그리드의 사랑을 갈구하다 자살을 감행하는 헬레나에게 동화되지 못해 내내 갈등한다. 마리아에게 헬레나는 초라하고 비굴하며 무엇보다 늙어버린 여인이다. 그러나 마리아를 헬레나의 적역이라고 믿는 클라우즈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시그리드와 헬레나는 같은 상처를 지닌 두 인물, 달리 말해 결국은 동일인물이며, “시그리드의 20년 후가 헬레나”이므로 마리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고 설득한다.
그의 논리를 확장하면 <말로야 스네이
[신 전영객잔] 소멸 중인 흘러넘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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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부 프로젝트(이하 어어부)는 무엇이다, 라고 규정하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좀처럼 들어본 적 없는 음색의 보컬, 기이한 사운드, 그보다 더 파격적인 앨범 구성은 어어부를 규정 불가한, 아니 규정을 허하지 않는 밴드로 만들어버린다. 어어부의 보컬이자 작사를 담당하는 백현진과 작곡과 편곡을 책임지는 장영규 두 기인이 오랜만에 정규앨범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을 발매(2014년 12월18일)했다. 앨범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더니, 앨범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묘해 도통 빠져나올 수가 없다.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남한에 거주하는 40대 이혼남. 그의 직업은 탐정이며 탐정명은 나그네다. 그가 쓴 1년간의 일기 혹은 일지 뭉치를 누군가가 주워든다. 그리고 일기는 뒤죽박죽 뒤섞인다. 그러니까,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그 남자의 어떤 하루들이 무작위로 섞인 모음이다. 어어부는 어째서 나그네를 앞세우고 나타난 걸까. 음악뿐 아니라 영화와도 범상치 않은
[trans × cross] 탐정명 나그네의 분노와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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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강타한 한류스타의 호방함이란. 이민호는 141개국을 도는 4개월여의 글로벌 투어 <2014 리부트 이민호(RE:MINHO)>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며칠 전 귀국했다. 여독을 다 풀기도 전에 <강남 1970>의 홍보에 뛰어들었지만 이민호에게 이 정도 바쁜 일정쯤은 익숙해 보였다. 인터뷰 중에도 이민호는 천진함과 당당함을 넘나드는 차세대 셀러브리티로서의 애티튜드를 한순간도 잃지 않았다. “피곤하지 않냐고요? 벌써 4, 5년째 계속하고 있는 투어라 이젠 무대 위에서 즐겁게 놀고 있어요. 노래를 너무 많이 불러서 목도 다 쉬었네요. 하하하.” 무엇보다 이민호는 정말 즐거워 보였다. 쉴 틈 없는 일정과 자신을 향한 대중의 환호 모두가 못 견디게 좋다는 듯.
드라마 <시티헌터>의 이윤성, <신의>의 최영 장군, <상속자들>의 김탄은 모두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이었다. 밝고 명랑한 이민호의 실제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민호] 더 깊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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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에 자주 불려나가는 배우들이 있다. 김래원도 그중 하나다. 유하 감독은 이미 김래원에게 한번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반대예요. 제가 오히려 유하 감독님을 꼭 뵙고 싶었죠. 하필 다른 작품과 겹쳐 고사했는데 이번에 불러주셔서 적극 참여했어요.” <강남 1970>에서 김래원이 연기한 백용기는 “그냥 나쁜 놈”이다. “태생부터 야망이 넘치고 욕심 많은 친구예요. 영화 안에서 용기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에 대한 배려는 사실 없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직접 찾아뵀죠. 감독님은 ‘그냥 깡패’라고 가볍게 일축하시더라고요. 그 말의 행간을 파악하고 나니 바로 수긍이 됐죠.” 김래원에 따르면 <강남 1970>에서 백용기의 몫은 크지 않다. 하지만 김래원에게 <강남 1970>은 “배우가 작품 안에서 해내야 할 몫의 의미”를 깨우쳐준 중요한 작품이다. 김래원은 인터뷰 도중 “이 작품은 종대의 이야기”라고 몇번이나 힘주어 말했다. “용기는 종대만큼 내면이 깊
[김래원] 여유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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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등본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두 소년, 종대와 용기는 서로에게 기대며 자랐다. 친형제 이상의 우정을 나누며. 김래원과 이민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드라마 <펀치> 촬영이 끝나는 대로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요.”(김래원) “데뷔 전부터 알던 사이라 종대와 용기의 관계를 연기하기도 어렵지 않았어요.”(이민호)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이민호는 김래원의 곁에 딱 붙어 쉴새없이 말을 걸어댔다. 김래원은 그런 이민호를 귀엽게 바라보며 내내 입가에서 미소를 내려놓지 않았다. 너그럽고 다정한 형, 솔직하고 쾌활한 동생이었다. 시작은 같았으나 다른 길을 걷게 된 김종대와 백용기처럼, <강남 1970>이란 영화는 김래원과 이민호에게 각각 다른 형태의 배움을 안겼다. 얻은 것 한 가지는 같다. 진짜 ‘남자’ 되기.
[이민호, 김래원] 두 남자가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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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통화를 시작함
속뜻 통화를 완성함
주석 반복에 관해서 생각해보자. 반복은 같은 행동을 거듭하는 것이지만, 이때 반복되는 행동은 처음 행동과 같은 의미를 띠지 않는다. 많은 이야기들은 구원이 반복에서 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똑같이 따라하는 제스처를 통해서 죽음은 생명으로 전환된다. 눈이 멀어 물에 빠진 심 봉사를 대신해서 물에 뛰어든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뜨게 했고, 거북이 등을 타고 죽으러 간 토끼가 거북이 등을 타고 사지에서 빠져나왔다. 감옥에 갇힌 춘향을 구원한 것은 변학도의 감옥행이고, 놀부는 흥부의 박 타기를 흉내내다가 영혼의 구원을 받았다.
왜 그런가? 반복에서, 두 번째 행동은 첫 번째 행동에 상징적 의미만을 덧붙이는 일이다.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이때 덧붙는 것은 무(無)이지만, 이것은 아무것도 덧붙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정신분석가들은 거식증자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아니라, 무(無)를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자가 먹는 일의 결여라면 후자는 먹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여보세요 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