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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렘의 남서쪽: 샌 안토니오 4인방 이야기> Southwest of Salem: The Story of the San Antonio Four
데보라 에스퀘나지 / 미국 / 2016년 / 91분 / 퀴어 레인보우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샌 안토니오의 4인방’이라 불리는 여성들에게 가해진 마녀사냥식의 재판은 확증편향, 다시 말해 편견의 어두운 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샌 안토니오에 살던 엘리자베스 라미네스, 카산드라 리베라, 크리스티 메이휴, 애나 바스케스 네 사람은 오랜 친구 사이였다. 1994년 라미네스의 조카딸 두 사람이 이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술과 마약을 한 네 사람이 라미네스의 집에서 추행을 저질렀다는 피해자쪽의 주장은 별다른 검증이나 이의 제기 없이 받아들여졌다.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네 사람이 모두 동성애자였기 때문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⑦ <살렘의 남서쪽: 샌 안토니오 4인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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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마녀> The Love Witch
안나 빌러 / 미국 / 2016년 / 120분 / 새로운 물결
일라인(사만다 로빈슨)은 푸른 아이섀도를 짙게 바르고, 강렬한 빨간 원피스를 입으며, 휘황찬란한 무지개색의 안감을 덧댄 코트를 입는다. 범상치 않은 비주얼로 보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녀의 정체는 마녀다. 다만 동화책에서 본 이야기와 달리 현대의 마녀는 남자의 사랑을 꾀어내는 마법을 부리고, 사랑을 나눈 남자들이 죽으면 사용한 탐폰과 함께 묻는다. 하이힐을 신고 화장을 해서 여성성을 극대화해야 남자들의 사랑을 받고 비로소 남녀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마녀들의 궤변은 여성에 대한 세간의 편견을 연상케 하는 풍자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을 만큼 과감하게 원색을 배치하거나 다소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은 1960, 70년대 테크니컬러 스릴러 영화를 연상시키는데, 여성 대신 남성이 피해자가 되는 성반전의 의미를 담으면서 <사랑의 마녀>가 지닌 도발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⑥ <사랑의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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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레슬러> Win by Fall
안나 코흐 / 독일 / 2016년 / 82분 / 새로운 물결
<소녀 레슬러>는 기본적으로 레슬러로 키워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동독의 스포츠 영재 교육 시스템에 따라 엘리트 선수로 발탁되어 훈련을 받는 소녀들이 있다. 12살부터 집을 떠나 기숙학교 생활을 하는 이들은 원하는 기록을 내기 위해 혹독한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또래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소녀들이기도 하다.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위해 달려가지만 어떤 소녀는 친구 문제가 고민이고 누군가는 고향이 그립다. <소녀 레슬러>는 소녀와 레슬러 양쪽의 얼굴을 모두 포착하는 다큐멘터리다. 두 가지 정체성을 때론 결합하고 때론 충돌하면서 소녀 레슬러들만의 시간을 만들어나간다. 재니, 리사, 데비, 미셀 네명의 어린 소녀 레슬러들의 10대 시절을 충실히 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 오늘의 자신에 매진하는 모습, 순수한 만큼 크게 흔들리고 번민하는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⑤ <소녀 레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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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위의 소녀> The Fits
안나 로즈 호머 / 미국 / 2015년 / 72분 / 새로운 물결
많은 창작자에게 청소년기는 무궁한 소재가 되곤 했다. 그리고 좋은 작품들의 힘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에 새롭게 접근하는 데에서 온다. <링 위의 소녀>는 체육관에서 복싱을 연습하던 11살 소녀 토니가 같은 공간에 있는 댄스팀에 마음을 빼앗기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들처럼 파워풀한 춤을 추고 귀도 뚫고 싶은 토니의 내면은 소녀들의 미스터리한 실신사건과 맞물리며 청소년기의 호기심이 가진 속성을 보다 다면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대체로 고요하게 흘러가는 정적과 토니 역의 로열티 하이타워의 불퉁한 표정에 집중한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그녀를 제외한 인물은 종종 얼굴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다. 이 정적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기이한 음악이나 일상적인 소음이다. 소녀의 요동치는 마음을 대변하는 이들 사운드는 미묘한 심리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④ <링 위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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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티> The Party
샐리 포터 / 영국 / 2017년 / 71분 / 새로운 물결
축하로 시작해 누군가의 피로 끝맺는 영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었던 <더 파티>는 영국의 지적인 여성감독, 샐리 포터의 블랙코미디다. <올란도>(1993)의 실험적인 연출 스타일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보다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 수월한 이 작품의 서사적 전개 방식에 놀라움을 표할 수도 있겠지만, 인물과 상황에 대한 샐리 포터의 날카로운 통찰력만큼은 여전하다. 런던에 위치한 어느 중산층 부르주아 가정이 영화의 주요 무대다. 유능한 야당 정치인 재닛(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은 보건복지부 예비 장관으로 지금 막 지명됐다. 그녀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가 재닛의 집에서 열린다. 시니컬한 미국인 에이프릴(퍼트리샤 클락슨)과 그녀의 동행인 고트프리드(브루노 간츠), 레즈비언 커플 마사(체리 존스)와 지니(에밀리 모티머) 등이 이 파티에 참석한다. 파티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③ <더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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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인들> Certain Women
켈리 레이차트 / 미국 / 2016년 / 107분 / 새로운 물결
켈리 레이차트는 여성 시점에서 미국적인 상황, 풍광, 장르를 새롭게 써내려가는 감독이다. 전작 <믹의 지름길>(2010)이 여성주의 웨스턴이었다면 신작 <어떤 여인들>은 여성 버전의 <흐르는 강물처럼>(1992)이라 할 만하다. 마일리 말로의 소설을 감독이 직접 각색한 이 영화는 보수적인 몬태나주의 시골 마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의 험난함을 그려나간다. 변호사 로라(로라 던)는 변호사가 남성이었으면 승소했을 거라며 생떼를 부리다 급기야 인질극까지 벌인 의뢰인을 달래야 한다. 지나(미셸 윌리엄스)는 남편과 딸과의 관계가 이미 파탄 직전이지만 그럴수록 사람들과 단절된 채 한적한 시골에서 살고 싶어 한다. 목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제이미(릴리 글래드스턴)는 야간학교 수업에서 만난 선생 베스(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반한다. 베스는 학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② <어떤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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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어> Spoor
아그네츠카 홀란드 / 폴란드, 독일, 체코, 스웨덴, 슬로바키아 / 2017년 / 128분 / 개막작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폴란드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신작 <스푸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이 작품에는 ‘에코 페미니즘 스릴러’라는 독특한 수식어가 적합할 듯하다. 체코와 폴란드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산골 마을에 사는 한 노년 여인이 주인공이다. 그녀의 이름은 두셰이코. 마을에서 기간제 영어교사로 일하는 두셰이코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점성술의 힘을 믿는 여자다. 그녀가 사는 마을에서는 야생동물 사냥을 위한 총성이 늘 울려퍼지는데, 어느 날부터 사냥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숲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 사냥꾼들의 곁에는 자연과 동물의 흔적뿐이다(영화의 제목 ‘스푸어’(spoor)는 동물이 지나간 자취를 뜻한다). 두셰이코는 인간들에게 당하고만 살았던 자연과 동물들이 반격에 나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① <스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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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6월 1일부터 7일까지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린다. 37개국 107편의 초청작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여성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다. 이러한 주제에 걸맞게 올해의 상영작은 당대의 첨예한 정치, 사회적 이슈를 여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하는 작품부터 페미니즘 영화사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고전영화까지 다채로운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여성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15편의 추천작과 더불어 올해 영화제를 찾아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할 예정인 폴란드의 거장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작품세계, 여성영화제가 주목하는 테크노 페미니즘이라는 쟁점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페미니즘 이슈가 전세계적으로 화제인 지금,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가장 뜨거운 영화들이 여기에 있다.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6월 1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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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를 기록한 화제작, <겟 아웃>의 조던 필레 감독이 소신 있는 행보를 보여 화제다. 그는 최근 애니메이션 대작 <아키라>의 실사판 감독직을 제안받았으나 오리지널을 넘어설 수 없다는 이유로 제의를 거절했다. 오토모 가쓰히로 감독의 1988년작 <아키라>는 초인적 텔레파시 능력을 가진 아키라와 이를 찾아나선 반정부 테러리스트들의 이야기로 SF 묵시록의 절정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편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킹 아서: 제왕의 검>은 북미 관객과 평단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박스오피스 3위로 개봉 첫주를 맞았으며 1500만달러 수익을 얻는 데 그쳤다. 로튼토마토 지수도 27%에 불과하다. 1억7500만달러라는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해외 시장에서 성적을 만회하지 못하면 6개 시리즈로 예정된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한다.
[UP&DOWN] 99% 조던 필레 감독과 27% 가이 리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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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카메라가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한다. 5월 16일 칸국제영화제에서 제작사 하비 앤드 밥 웨인스타인은 마이클 무어의 신작 다큐멘터리의 전세계 배급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클 무어가 “지난 몇달간 비밀리에 제작했다”고 밝힌 이번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화씨 11/9>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 된 11월 9일을 상징하는 동시에 2004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화씨 9/11>의 연장선에 있음을 밝힌 셈이다. 마이클 무어는 <화씨 9/11>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9·11 테러 사이 드러나지 않은 비밀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폭로한 바 있다.
특유의 날선 풍자와 유머, 집요한 추적과 강한 메시지로 가득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다큐멘터리에 대해 마이클 무어는 “트럼프가 향후 행보를 걱정해야 될 만큼 폭발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어떤 공격을 해도 트럼프에겐 아무 효과도 없었다. 어떤 사실이 폭로되어도 그는 태연했
[해외뉴스] 마이클 무어의 신작 다큐멘터리 <화씨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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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문 스푼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의 주장(<씨네21> 1101호 ‘포커스’,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 영화계 미래를 위한 고민인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가”)에 대한 필자의 반론(<씨네21> 1103호 ‘포커스’, “남 탓하지 마시라”)과 이에 대한 전영문 프로듀서, 서은정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재반론(<씨네21> 1104호 ‘포커스’, “섣부른 봉합 대신 민주적 토론이 필요하다”(전영문), “공론화 요청, 무엇이 문제인가?”(서은정), “영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의 이해하기 힘든 행보”(박경신))에 다시 답한다.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의 이익을 위한 ‘전략’을 한국영화계 전체를 위한 객관적 해결책인 양 포장”(서은정)한다는 주장이나 “입장과 의견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데, “한줌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전영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
[포커스] 의도된 오독과 자기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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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DMZ Docs Fund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작품 공모를 진행한다. 지원대상은 완성되지 않은 모든 단계의 다큐로 2018년 8월까지 완성이 가능한 작품이며, 접수기간은 6월 8일까지다. 자세한 내용은 DMZ국제다큐영화제 홈페이지(http://dmzdocs.com/production-projects/submission-guidelines) 참조. 문의 031-936-7382.
*제2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AIYouth)에서 국내경쟁 출품 공모를 진행한다. 홈페이지(www.aiyouth.or.kr) 참조.
*2017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순회상영전 ‘좋았다니, 다시 한번!’이 열린다. 지난 2016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 중 화제작과 인기작 17편을 선정해 서울·광주·고양·화천·천안·청주·군산·서천·익산·순천·함양·진주 등 12개 도시에서 6월 30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홈페이지(ww
[소식] CJ E&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기획제작팀 크리에이티브 서포터즈 1기 모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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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가 개봉관 확보를 위해 5월 23일(화) 오후 2시부터 24일(수) 오후 3시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다
=크라우드 펀딩 기업 와디즈(http://www.wadiz.kr)에서 진행되며, 현재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영화는 5월 25일(목) 개봉된다.
-'인디포럼2017' 영화제가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8일간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개막식에서는 김사월의 공연과 인디포럼이 선정한 ‘올해의 얼굴’ 발표 등 다양한 행사를 만날 수 있다. 영화제 상영 정보는 홈페이지(http://www.indieforum.co.kr)를 참고할 것.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의 항소심 재판이 5월 19일 오후 3시 부산지방법원 354법정에서 열린다
=6월 한 차례 심리 후 결심이 진행되고, 7월 선고할 예정이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
[댓글뉴스] 이창재 감독 <노무현입니다> 크라우드 펀딩 진행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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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올해 가장 비극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조던 필레 감독의 독창적인 저예산 공포영화 <겟 아웃>의 주연배우 대니얼 칼루야를 보자마자 엄지를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 배우가 보여주는 영화 속 특정 장면의 연기가 공식 스틸컷뿐만 아니라 포스터로도 활용된다는 것은, 그 표정이 사실상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뜻이라 해석해도 무방하리라.
백인 여자친구를 둔 흑인 사진작가 크리스가 그녀의 부모 집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을 다룬 <겟 아웃>의 공포효과의 성공 여부는 크리스를 영화 내내 얼마나 괴롭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배우는 괴로운 연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인종차별’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실제 흑인 배우들의 삶이 감정 연기에 끼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던 필레 감독은 인종차별과 관련해 크리스가 느끼는 혼란을 여실히 드러낼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일이 중요했다. 감독은 그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
[who are you] 저항의 연기로 대세가 되다 - <겟 아웃> 대니얼 칼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