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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쓴 자신의 소설들을 읽는 일에는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것은 참 이상하고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다.” 오정희 작가의 문학 50년을 맞이해 출간된 전작 개정판 <오정희 컬렉션>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오정희는 위와 같이 썼다.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그의 글을 오랜만에 다시 읽는 국문과 출신 독자에게도 어느 만큼은 용기가 필요했다. 갓 대학에 입학한 10여년 전, 합평 시간이었다. 신입생다운 패기와 미문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잔뜩 묻어나는 문체, 소설인지 싸이월드 일기장인지 모호한 여학생의 첫 단편소설을 한 남자 선배가 이렇게 평했다. “네가 오정희를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이건 오정희도 뭣도 아니야. 여류 소설 그만 보고 서사 강한 걸 많이 봐라.” 여성 작가들은 서사가 약한 자기고백적인 사소설을 많이 쓴다는 편견이 그 속에 있었다. 신입생이 19살, 그 선배 나이도 고작 스물대여섯이었으니 어린 문청들 사이에 있을 법한 흔해빠진 에피소드다. 아마도 그
씨네21 추천도서 <오정희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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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 운동은 해외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 운동은 해외에서 시작된 전세계적인 어떤 흐름이며, 한국은 단지 그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고. 그간 한국 여성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말하는 글을 봤다. 남성이 쓴 글이었다. 모르는 말씀,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인터뷰를 하기 전에도 한국 여성들은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말하는 입이 있으되 들어주는 귀들이 없었을 뿐이다. 2월의 책을 모아놓고 보니 우연찮게도 하나의 해시태그로 묶이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성의 말들 #여성의 목소리 #미투. 어떤 여성은 체제 내에서의 고독을 말했고, 어떤 여성은 가부장제의 억압을 반대했으며, 또 어떤 여성은 왜 어머니는 야망을 가지면 안 되냐고 목소리를 냈다. 1968년부터 일관되게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오고 있는 오정희 작가의 작품 활동 50주년의 총체인 <오정희 컬렉션>과 지금은 죽고 없는, 하지만 살아 있는 내내 인정받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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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당하는 아이를 유괴해 그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임시교사 이야기. 일본 <NTV>의 2010년작 <마더>에서 7살 소녀 레나(아시다 마나)는 천사처럼 환한 미소로 웃는 아이였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감추는 레나의 미소가 애달픈 한편으론, 드라마가 고난 속에서도 웃음과 밝은 성품을 잃지 않는 아이를 그리는 점이 힘겹기도 했다. 레나는 미소 짓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일본 사회가 여자아이에게 주입하는 메시지를 빨리 깨친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tvN <마더>의 혜나(허율)는 원작의 레나보다 그늘이 짙다. 빤하게 보는 눈치가 어른들이 귀엽게 여기는 아이의 모습과 거리가 있고, 수첩에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놓은 목록도 차이가 있다. 레나가 적어놓은 음료 ‘크림소다’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이지만 혜나의 수첩 속에는 아이를 오래 방치했던 엄마가 아침에 마시다 남은 것을 건네주던 ‘카페라떼’가 적혀 있다.
이때 깨달았다.
[TVIEW] <마더> 다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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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출연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배리 케오간, 래피 캐시디, 서니 설직, 알리시아 실버스톤, 빌 캠프 수입 오드 / 개봉 3월 예정
어느 날 미스터리한 소년의 방문과 함께 인간과 짐승의 경계에서 이상한 퇴행을 겪게 되는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줄 소개만 들어도 단박에 <더 랍스터>(2015)를 연출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스타일이 짙게 밴 영화라는 것을 알겠다. 그의 신작 <킬링 디어>는 고대 그리스 비극으로 알려진 에우리피데스가 쓴 희곡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심리호러영화다. 영화의 원제에 해당하는 ‘신성한 사슴의 살해’는 아가멤논왕이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시키기로 하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딸 대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슴의 형상으로 변해버리는 희곡 속 장면에서
[Coming Soon] <킬링 디어>, 어느 날 미스터리한 소년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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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왕성한 젊은 배우 셋을 한꺼번에 만났는데, 셋 다 성격이 차분한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영화제작사에서 마련했다는 <궁합> 체육대회 이야기를 꺼내봤지만 그날 축구 경기에서 가장 활약한 배우는 이 자리에 없는 최우식이었다. “오늘 보니 성격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 굉장히 반갑다”며 강민혁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조복래가 인생을 몇년 더 산 선배로서 말했다. “아마 몇년 더 지나면 너도 농담을 잘하게 될 거다. 그런데 사람의 본질은 결국 변하지 않더라. (웃음)” 정말이지 뼛속까지 조용할 것 같은 이 배우들. 하지만 계속 지켜보니 조금씩 돌출되는 매력이 안에 있었다.
지난해 연우진은 <내성적인 보스> <7일의 왕비> <이판사판> 등 무려 세편의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조용조용한 것처럼 보여도, 안에는 파이팅 넘치는 기질이 있는 편이다. 일부러 속에 비축해두다가, 작품을 할 때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게 아닐까.” 그런 그에게
<궁합> 연우진·강민혁·조복래 - 진지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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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와 캐릭터의 ‘궁합’이 첫눈에 딱 맞는 영화가 얼마나 될까. <궁합>은 흉년으로 나라가 기울기 시작하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계속되는 가뭄의 해결책이라 여기는 부마 책봉에 사활을 건 왕(김상경) 때문에 졸지에 혼인을 앞두게 된 옹주와 어명을 받고 부마와 옹주의 궁합을 봐야 하는 역술가의 부마 찾기 소동을 그린 코미디영화다. 시나리오를 읽은 이승기는 이끌리듯 조선 최고의 젊은 역술가 서도윤 역에, 심은경은 어려서부터 박색이라 구박받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만의 사랑을 갈구하는 송화 옹주 역에 빠져들었다. “공들여 찍으면 책이 가진 최소한의 재미만큼은 전달할 수 있겠다”는 이승기의 확신과 “내가 직접 말하고 싶었던 대사들이 있었고 사랑에 대한 담담한 표현, 사극에 대한 갈증, 당시 연기에 대한 열망 등을 원 없이 풀어내보고 싶었다”는 심은경의 염원을 두고 궁합을 본다면 누구든 헤어지라는 소리는 절대 하지 못할 것 같다.
두 사람의 준비 자세에 이어 그들이 연기하게 될
<궁합> 이승기·심은경 - 힘을 빼니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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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의 배우들이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 모인 날, 취재하는 틈틈이 명리학을 공부해온 임수연 기자가 배우들의 사주를 적어왔다. 역시 배우는 배우인지라 대부분 미래가 밝고 또 예능의 끼를 타고난 사주를 지니고 있었지만, 사주를 근거로 사람의 길흉화복을 들여다보는 명리학의 기본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미래를 개척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데 있음을 배우들도 잘 알고 있었다. 심은경, 이승기, 연우진, 조복래, 강민혁이 참여한 영화 <궁합> 역시 주어진 사주대로 살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랑을 찾아 나서라고 말하는 영화다. 왕의 어명과 사주에 맞춰 부마를 간택해야 하는 송화 옹주와 역술가 도윤, 그리고 두 사람이 찾아 나서는 수많은 부마들을 통해서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사랑, 즉 최고의 궁합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 다섯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갈 코미디와 로맨스와 감동의 ‘궁합’, 벌써부터 기대된다.
<궁합> 심은경·이승기·연우진·조복래·강민혁 - 환상의 연기 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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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 맨> Early Man
감독 닉 파크 목소리 / 출연 에디 레드메인, 톰 히들스턴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명가인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가 선사시대를 택했다. 감독 역시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의 닉 파크다. 청동기가 보급되고 부족간 싸움 속에서 이웃 마을의 폭군(톰 히들스턴)에 대항해 마을을 지키려는 소년 더그(에디 레드메인)의 분투기를 다룬다. 점토 캐릭터들의 정감을 이어받은 더벅머리 소년과 매머드, 공룡 등 거대한 동물들의 익살스런 귀여움이 주무기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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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닌텐도사의 인기 게임 <슈퍼 마리오>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미니언즈> <슈퍼배드>를 만든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와 닌텐도가 공동 제작한다. 마리오 캐릭터를 디자인한 미야모토 시게루와 일루미네이션 대표 크리스 멜라단드리도 공동 프로듀서로 손잡는다.
-셀레나 고메즈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주연작 <닥터 두리틀의 여행>에 합류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의사로 나오며, 셀레나 고메즈를 비롯해 톰 홀랜드, 에마 톰슨, 레이프 파인스 등이 동물들의 목소리 연기를 맡는다.
-옥타비아 스펜서가 신흥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의 공포영화 <마>(Ma)에 출연한다.
<마>의 연출을 맡은 테이트 테일러 감독과 옥타비아 스펜서는 <헬프>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테일러 감독은 옥타비아 스펜서의 역할에 대해 그녀가 이제껏 연기한 적 없는 아주 복잡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줄리엣 루이스와
셀레나 고메즈, <닥터 두리틀의 여행> 합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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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펙 감독의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2016)는 미국의 흑인 작가 제임스 볼드윈이 쓴 미완의 에세이 <리멤버 디스 하우스>를 각본의 토대로 삼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가득 채우는 것은 흑인 민권운동과 미국의 (차별의) 역사에 대한 볼드윈의 깊은 통찰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제임스 볼드윈에 대해 한없이 궁금해진다.
제임스 볼드윈과 흑인 민권운동가들
1963년, 미국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소속 시민운동가 메드가 에버스가 살해당했다. 말콤 X는 1965년에, 마틴 루터 킹은 1968년에 살해당했다. 5년 사이 벌어진 세명의 흑인 민권운동가의 죽음(정확히는 암살)은 미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볼드윈 역시 미완의 에세이 <리멤버 디스 하우스>에서 세 사람의 삶과 죽음을 연결지으려 했다. 볼드윈은 NAACP 회원도 아니었고 블랙 모슬렘도 아니었고 따라서 스스로 “나는 블랙팬서가 될 수 없었다”고 고백하지만, 이들을 누구보다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의 제임스 볼드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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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좀비'라 하옵니다.
[정훈이 만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좀비'라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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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영화감독이 되려고 했나.
=20, 21살 때쯤 원래는 시를 전공하고 있었는데 대학에 개설된 영화 수업을 받는 순간, ‘아, 이것이 내가 평생 해야 할 것이구나’ 직감했다. 레바논 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어 1987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선보였다.
-어린 소녀 제니와 육상 코치와의 육체적 관계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나.
=미국은 주마다 청소년의 육체적 관계를 촬영하는 데 세밀한 법이 있다. 예를 들어 루이지애나 같은 경우는 침대에 청소년이 앉기만 해도 포르노로 간주하기 때문에 제니와 촬영하는 동안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해야 했다. 어린 제니 대신에 22살의 작은 체구의 스턴트 더블(몸 대역배우)이 남자배우와의 육체 접촉 장면을 찍었고, 촬영장에는 심리상담을 위한 전문가가 같이 있었다. 누워 있는 장면도 실제로는 세로로 세워진 침대에 머리카락 등을 이용해 마치 누워 있는 듯하게 세팅한 것이다.
-로라 던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오랜 친구 브라이언 드 팔
[영화제 기행③] <더 테일> 제니퍼 폭스 감독 - 무조건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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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가 흩날리던 저녁 나는 솔트레이크공항에 도착했다. 올해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파크시티까지는 40분가량 더 가야 하는데 내리자마자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해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폭설이 내리던 밤. 폐차 직전의 낡은 차에 할아버지 택시기사. 지난해 처음으로 유타에 발을 내디뎠다.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을 뚫고 사막의 고개를 과연 넘을 수 있을지 내내 마음을 졸였다. 눈길에 바퀴는 계속 헛돌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동차는 산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었다. 산 중턱에서 밤을 새우게 되는 건 아닌지, 눈은 언제쯤 그치려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다행히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파크시티로 진입할 수 있었다. 엄청난 폭설로 인해 내가 가야 하는 도로는 진입이 통제됐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큰 트렁크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택시기사 할아버지는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내가 갈 집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면 자기가 20달러를 준다고 했다. 택시비 40
[영화제 기행②] 이현정 감독의 제18회 선댄스영화제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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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IFFR), 이하 로테르담영화제)는 영화제를 다양한 목소리와 감수성이 소용돌이치는 행성에 비유했다.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열린 올해 로테르담영화제는 그곳의 거주자들을 탐구하자고 제안했다. 도시 곳곳에 나부낀 슬로건은 “IFFR 행성의 주민을 만나보세요”(Meet the humans of IFFR)다. 더불어 인간을 정의하는 다양한 명제가 시내 곳곳을 장식했다. “그들은 어떤 종보다 높은 수준으로 도구를 쓴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전쟁을 일으킨다”, “그들은 영화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등등. 말하자면 제47회 로테르담영화제는, 영화인과 관객에게 휴먼의 정의는 무엇이며, 인간들이 맺는 관계는 어떤 의미를 가지며, 영화예술은 거기서 무엇을 하는지 다시 생각하자고 권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원론적 질문 아니냐는 회의가 들 법하다. 그러나 베로 베이어 집행위원장은 개막식 환영사에서 201
[영화제 기행①] 김혜리 기자의 제47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