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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몸과 영혼>은 우리가 2017년 관람할 수 있는 월드 시네마를 통틀어 가장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작품 중 한편일 것이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두 남녀가 같은 꿈을 매개로 서서히 서로에게 다가서는 과정을 조명하는 이 영화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서사를 누구와도 같지 않은 독창적 스타일로 시각화한다. 이 작품으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일디코 엔예디 감독은 미디어 아티스트로 경력을 시작해 영화감독, 영화과 교수 등 다양한 활동을 경유한 예술가다. 그녀는 데뷔작 <나의 20세기>(1989)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헝가리안 시네마의 유망주로 떠올랐지만, 무려 18년 만에 이 작품으로 국제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한 가지만큼은 분명해진다.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이 매혹적인 시네아스트의 영화를 목도할 기회를 놓쳤다. 지금이야말로 일디코 엔예디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때다.
[스페셜] ③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몸과 영혼> 일디코 엔예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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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바닥을 기다가 상대 여배우의 발을 핥고, 천장에서 쏟아지는 페인트를 알몸으로 받아내거나 테이블에 놓인 케이크에 얼굴을 수차례 짓이기며 연기하는 배역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가 존재할까? 전 ‘AKB48’ 8기 연구생이었던 배우 도미테 아미에겐 즐거운 도전이다. “소노 시온 감독의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게” 배우로서의 목표였던 그녀는 로망 포르노 탄생 45주년 기념 리부트 프로젝트 중 소노 시온이 연출한 <안티 포르노>의 주연 제의가 왔을 때 출연 여부를 고민하지 않았다. 소노 시온은 ‘10분마다 한번씩 섹스 신 등장’이라는 조건만 만족시키면 그외엔 연출자 마음대로 찍을 수 있었던 로망 포르노의 시대정신을 재현하는 리부트 프로젝트에서 “여성성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그 행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로서 성적 억압에 시달리는 여성 아티스트의 복잡한 내면과 일상을 다루고자 했다. 영화 제목도 <안티 포르노>라고 지었
[스페셜] ② 여성의 자유라는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 <안티 포르노> 배우 도미테 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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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출신의 거장 보리스 레만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생애 50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던 ‘오토 픽션’(auto-fiction) 혹은 영화 일기의 작가다. 그는 자신의 삶을 시적으로 연출해왔다. 국내 첫 상영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허구적 죽음을 다룬 <장례식(죽어가는 예술에 대하여)>이다. 추도문 문구를 빌리자면 그는 ‘노마드적이고 자유로운 홈리스’의 작가이자 ‘벨기에영화계의 이단적인 편집증적’ 작가다. 하지만 일상에서 늘 영화를 찍는 아마추어 작가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장례는 치렀지만 작업은 지속될 계획이다. 감독의 차기작은 그동안 촬영은 했지만 잠들어 있던 영상을 유령처럼 깨우는 <과거의 유령>이 될 것이라 한다.
-이 영화는 <바벨>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바벨>은 어떤 기획으로 시작됐나.
=자서전 같은 작업인데, 1983년 촬영을 시작해서 지난해에 마쳤다. 30년이 넘는 세월이
[스페셜] ① “보행자의 리듬으로 영화를 만든다” - <장례식(죽어가는 예술에 대하여)> 보리스 레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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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표현의 해방구.’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내건 슬로건대로, 올해의 전주에는 오감을 자극하고 확장하는 영화들이 가득했다. 황금연휴와 걷고 싶은 날씨의 유혹을 물리치고 영화로부터 새로운 자극을 얻고자 하는, 수많은 관객이 전주 영화의 거리와 어두운 극장을 가득 채웠고 국내외 게스트가 직접 관객과 만나는 GV도 예년보다 20%가량 늘어났다. 5월 6일을 끝으로 전주에서의 영화 축제는 마무리되었지만, 이곳을 찾은 영화인들과 그들의 영화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는 보다 오래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실험영화의 거장 보리스 레만부터 로드무비의 제왕 마이클 윈터보텀까지, 전주에서 만난 열두명의 주요 게스트를 소개한다. 화제의 한국 감독들은 다음호 특집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스페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인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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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귀환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인디아나 존스5>는 최근 개봉일을 2020년 7월 10일로 확정했다. 애초 2019년 7월 개봉 계획을 밝혔지만 감독의 차기작 작업때문에 한해 미뤄졌다. 제작사 루카스필름은 덧붙여 2019년 5월 24일로 예정된 <스타워즈 에피소드9> 개봉 계획도 함께 전했다. 한편, 제임스 폰솔트 감독이 연출한 <더 서클>은 톰 행크스와 에마 왓슨이라는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에도 대중과 평단의 외면을 받았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더 서클>은 개봉 첫날 32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4위에 랭크되는 데 그쳤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지수 17%라는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UP&DOWN]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인디아나 존스 5> 개봉일 확정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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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을 예고했던 미국작가조합(WGA)이 파업을 철회했다. 10년 만의 대규모 총파업이 예상됐지만 협상 마지막날 작가조합과 미국영화방송제작가연합(AMPTP) 양쪽은 마라톤 협상 끝에 3년간의 재계약에 최종 합의했다. 작가조합과 영화방송제작가연합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패트릭 베론 작가조합 대표는 “괜찮은 협상”이라고 평했다. 데이비드 영 작가조합 서부지역 상임이사 또한 “우리는 최선을 다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료 확충과 관련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중요하게 대두된 문제는 작가들의 최저임금 보장과 건강보험료 확충 문제였다. 작가조합은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난해 5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했지만 정작 작가들의 수익은 2010년부터 꾸준히 감소해왔다며 제작비 규모에 상관없이 최저임금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넷플릭스와 아마존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해외뉴스] 미국작가조합 파업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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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영화동반성장협약(이하 동반협) 이행 모니터링 보고서라는 문건을 보면 “HHI지수가 1,800이 넘으면 과점, 4,000이 넘으면 독점”이라면서 그 기준으로 국내 배급 시장과 국내 “한국영화” 배급시장의 독과점 현황을 평가하며 독과점 상황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엉터리가 없다. HHI는 특정 시장의 독과점 정도를 평가하는 지수인데 4,000이라는 숫자를 넘어야 독점이라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족보도 없다. 이런 기준으로 한국 시장을 평가하니 독과점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니 동반협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HHI지수란 시장의 집중도, 즉 과점의 정도를 산술적으로 평가하려는 지수이다. 1982년에 미국연방검찰이 집중도가 높은 시장에서의 기업결합을 제한하려는 취지로 개발하였다. 계산하기는 매우 쉽다. 상위 업체들의 점유율을 제곱하여 더하는 것이다. 한국의 이동통신시장처럼 어림잡아 SK 50: KT 30: LG 20이 삼분하는 시장의 H
[포커스] 영비법 개정안 ‘안도법안’에 반대하는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의 이해하기 힘든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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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이다.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공동대표 박양우·이춘연, 이하 전략센터) 소장은 전영문 프로듀서가 <씨네21> 1101호 ‘포커스’에 기고한 글(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인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가”)에 대한 반론이라면서 ‘남 탓하지 마시라!’라는 제목의 글(<씨네21> 1103호 ‘포커스’)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최현용 소장은 전영문 프로듀서의 글에 대한 반론의 연장선에서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이은, 이하 제협)를 언급하고 있다. 그가 왜 남 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의미 없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간략히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최현용 소장이 주장한 “민간에서 단체간 협의 모임을 추진하는데 누구 허락받고 만들어야 하나? 영화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업은 제협이 인정하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만 하나?”에 대한 사실관계를 따져보자. 제협은 지난 3월 17일 전략센터에서 “영
[포커스]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의 글에 대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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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씨네21>에 두번에 걸쳐 기고한 글(1101호 포커스 “‘한국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인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가”), 1102호 포커스 “영진위의 ‘조직개편안’ 졸속 추진과 ‘영화진흥사업 지원체계 개선안’의 ‘의혹’을 말한다”)에 대한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의회(이하 한독협) 사무국장과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이하 전략센터) 소장의 지난 1103호 반론에 대한 재반론이다.
먼저 필자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문화다양성소위원회위원 활동에 대해 밝힌다. 소위 위원 활동 중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여론조작 대필사건’과 밀실행정의 산물인 ‘영화진흥사업 개선안’(이하 개선안)이 드러난 지난 3월24일, 문제제기와 함께 사퇴서를 제출했다. ‘한국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이하 라운드 테이블)에 대한 비판적 글은 전략센터의 제안 공문을 보고 부당성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포커스] 한국독립영화협의회와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가 제기한 비판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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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재단에서 우수다큐멘터리 작품을 찾는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감독, 독립PD, 개인제작자, VJ 등 개인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대상으로 하며, 공모마감은 5월 20일. 시사/인물/역사 다큐멘터리의 제작 기획서, 제작자 인적사항(주요 제작 경력 포함), 기존 작품 사본(있을 경우)을 제출하면 된다. 당선작 지원금 1천만원. 제출할 곳은 우편(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 6, 한겨레신문사 4층 리영희재단 사무국) 혹은 이메일(rheeyeunghui@gmail.com)이다. 문의 02-710-0285.
*영화사 집과 CJ E&M이 영화 <전우치> 공모대전을 주최한다. 영화 <전우치>의 ‘전우치’ 캐릭터를 소재로 하는 창작물로 주제나 장르 제한은 없다. A4 30~40장 분량의 트리트먼트를 제출해야 하며, 접수는 7월 17∼31일. 대상 1편(상금 5천만원), 우수상 1편(상금 3천만원), 가작 1편(상금 1천만원) 총 3편을 뽑는다. 자세한 내용은 wo
[소식] 리영희재단 우수다큐멘터리 작품 모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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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라이플> <폭력의 씨앗> 경쟁부문 대상
=전주국제영화제의 7개 부문 14개 작품 수상작이 발표됐다. 국제경쟁부문 대상은 다비 프레투의 <라이플>, 작품상은 다미앙 매니블의 <공원의 연인>이 수상했다. 임태규 감독의 <폭력의 씨앗>은 한국경쟁부문 대상과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 등 2관왕을 차지해 주목받았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85개국에 선판매됐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홍콩필름마트 판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85개국에 선판매됐으며 프랑스와 대만에서 6월 개봉을 확정지었다.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5월 2일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백미영 감독이 작업한 트레일러 공개와 함께 ‘2대 페미니스타’로 배우 한예리가 위촉됐다. 제19회 서울국
[댓글뉴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85개국 선판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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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위에 더한 사기꾼,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다. ‘대출 사기’를 벌이는 <원라인>의 사기단 속 캐릭터들 이야기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을 속여먹으려는 이보다 한발 앞서 뒤통수를 치고, 필요하다면 자기를 속이려는 자와 손을 잡을 의향이 있으며, 한패가 돼 한건 제대로 올리고서도 다음 스텝을 위해선 뒤도 안 돌아보고 ‘안녕’을 고하는 ‘독고다이’가 있다. 할 줄아는 것이라고는 공부밖에 없어 보이던 모범 대학생 해선이다. 하지만 그런 해선은 극이 진행될수록 돈이라는 확고한 자기 목표를 향해 변신 또 변신한다. 사내들 사이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해선을 왕지원이 연기했다. <원라인>은 그녀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사기단의 사기가 진행될수록 대학생이던 해선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을 것 같다.
=해선은 사람 사이의 정보다는 자기 이익을 따르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영화 속 많은 남
[who are you] 관객 전체를 속일 수 있기를 원했다 - <원라인> 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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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1991), <필라델피아>(1993) 등을 연출했던 조너선 드미 감독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각), 73살로 세상을 떠났다. 솔직히 말해, 부고를 보고서 그의 이름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조너선 드미는 꽤 오랜시간 동안 나의 관심 밖에 있는 감독이었다. <양들의 침묵> 같은 탁월한 작품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건 거의 30년 전 영화이고, <찰리의 진실>(2002)이나 <맨츄리안 켄디데이트>(2004) 같은 작품에 그리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홈비디오 스타일이 독특했던 <레이첼, 결혼하다>(2008)나 메릴 스트립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어바웃 리키>(2015) 같은 작품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조너선 드미는 희미한 색깔의 감독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성실하게 영화를 계속 찍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영화 세계를 완전히 구축하지 못한 ‘애매한’ 감독 중
[추모] 부적응자, 주변인, 악당... 바깥의 인물에 머물렀던 그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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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도 풍성했다. <씨네21>은 공식 데일리 외에 영상 작업도 더했다. 늘 그렇듯 지속적인 ‘좋아요’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이번호 특집에서 언급되지 않은 두 작품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천안함 프로젝트>(2013)에 이은 백승우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국정교과서>는 ‘우리는 왜 21세기에 국정교과서를 강요받고 있는가’라는 질문 아래, 수구세력의 역사 쿠데타라 할 수 있는 국정교과서를 중심에 두고 최근의 탄핵까지 세월호 이후 3년의 시간을 면밀하게 담고 있다. 2010년에 천안함 사건이 있었고 그로부터 시작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2013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에 이어 개봉까지 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시점상 그로부터 시작한다 할 수 있는 <국정교과서>도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말하자면 천안함 이전 극영화를 준비하던 백승우 감독은 무려 지난 8년 동안 숨 가쁘게 정치다큐멘터리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국정교과서>와 <버블 패밀리>, 이한빛 PD의 죽음과 박찬욱 감독의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