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테크노 아티스트 덥파이어가 내한했을 때 일이다. 공연 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은 아직 테크노가 대중화되지 않았다. 테크노가 더 많이 알려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했다. 덥파이어는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잘하는 이벤트를 찾아가서 배워오라”면서 독일 만하임에서 열리는 타임 워프라는 페스티벌을 추천했다. 친구들은 그곳에 가서야 ‘테크노의 매력이 뭔지 알겠다’고 수긍한다고 했다. 지난 4월 1일, 독일 만하임에 다녀왔다.
직접 보고 느낀 것은 한국에선 아직 안 되겠다는 헛헛함이었다. 일단 올해 타임 워프는 1만7천명가량 몰렸고 매진을 기록했다. 그런데 라인업에 대중적인 EDM 아티스트는 한명도 없었다. 전부 언더그라운드 지향 아티스트였다. 독일에선 이들만 데리고도 1만7천명 매진이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새벽 내내 놀고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지쳤다며 아침에 발길을 돌리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공연의 절반은 관객이 만든다는 걸
[마감인간의 music] 관객이 만들 수 있는 공연 - 타임 워프 페스티벌
-
<디트로이트 프로젝트> DETROIT
감독 캐스린 비글로 / 출연 존 크래신스키, 케이틀린 디버, 윌 포터
캐스린 비글로가 1960년대 흑인 폭동을 소재로 한 영화로 돌아왔다. 인종간 대립이 심화되던 1967년 디트로이트, 백인 경찰이 무허가 술집을 단속하면서 손님을 모조리 체포하는 일이 일어난다. 항의시위는 대규모 폭동으로 이어진다. 1992년 LA 폭동 전까진 사상 최대의 흑인 폭동으로 기록된 사건이다. <허트 로커>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캐스린 비글로는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를 함께 작업한 각본가 마크 볼과 또 한번 손을 잡았다. 영화 배급업에 뛰어든 제작사 안나프루나 픽처스가 처음으로 배급하는 작품이다.
[WHAT'S UP] 1960년대 흑인 폭동 <디트로이트 프로젝트> DETROIT
-
새로운 작업실로 이사하면서 필요한 것이 끝없이 생겨났다. 커다란 창문 앞에 책상을 들여놓았고 책상 앞을 떠나지 않으려고 허리가 편하다는 의자를 배치했다. 집중력을 높일 조명도 잊지 않았다. 그래, 이제 작업만 시작하면 되는데. 커피머신 하나만 있으면 완벽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에 들어갔다. 창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공기가 맑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작업실 근처엔 4차선 도로가 있다. 그 때문인지 집 안엔 먼지가 자주 쌓이는데 덕분에 커다란 창문을 여는 데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 창‘문’이 아닌 일광용 창으로 전락한 유리를 통해 밖을 보다보면 이 먼지들의 주범이 과연 저 쌩쌩 달리는 차들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곤 하는데 눈앞에 보이는 그 실체적 회색빛 공기는 너무 묵직하게 다가와 혹시 바다 건너 대륙에서 생겨난 아이들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까지 든다. 때문에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연다는 것이 용기를 넘어 무모함과는 다른 무식에 가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믿음을 믿음
-
5월은 레고의 달, 통장 잔고 확인하세요
4월 14일, 롯데월드몰 잠실점에 레고 스토어를 오픈한 레고코리아에서 ‘레고 꽃이 되다!라는 아름다운 표어를 내세워 축제를 개최한다. 행사는 4월 21일부터 5월 7일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일대에서 열리며 시민들의 참여로 만드는 가로 세로 12×8m 크기의 초대형 레고 플라워를 전시한다. 참여하는 방문객에게 선착순으로 한정판 기념품을 증정하며 최고의 창작품도 선정할 계획이라고 하니 뛰어갈 준비를 하자.
위대한 뮤즈
“레일라, 당신은 나를 무릎 꿇게 만들었어요.”(Layla, you’ve got me on my knees) 에릭 클랩턴의 <Layla>, 비틀스의 <Something> 등 팝 역사상 명곡으로 손꼽히는 노래들의 주인공이 한국을 찾는다. 팝스타들의 뮤즈이자 1960년대부터 모델과 사진작가로서 활약한 패티 보이드의 사진전 <Rockin’ Love>가 4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성수S
[culture highway] 5월은 레고의 달, 통장 잔고 확인하세요
-
-
공상은 가득하나 과학은 없다. 제목의 의미처럼 거대 피조물인 괴수와 자이언트 로봇이 출현하지만, <콜로설>은 SF 하위 장르라기보다 저예산 괴짜 코미디물에 가깝다. 남자친구에게 차인 글로리아는 고향 마을로 돌아와 새 삶을 모색해보지만 아침마다 숙취에 찌들어 일어나기 십상이다. 어느 날 서울 한복판에서 거대한 괴수의 출몰이 반복된다. 재난 뉴스를 보던 글로리아는 그 괴수가 어쩐지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콜로설>은 얼핏 포크송이 BGM으로 깔린 소도시 배경의 전형적 미국 인디영화처럼도 보인다. 그런 한편 지구 반대편 도시 한복판에서는 거대 피조물들이 야기한 파괴로 비상사태가 벌어진다. 권태로움과 대소동 사이, 이 기이한 간극을 오가는 와중에 영화는 어딘가 어설픈 역할극을 통해 성적 올바름에 대한 주제에까지 능청스레 손을 뻗친다. 재난의 무대가 되는 서울은 외국인들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봤음직한 공간이자 혹은 봉준호의 <
공상은 가득하나 과학은 없다 <콜로설>
-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와 레티(미셸 로드리게스)와 쿠바에서 신혼을 만끽 중인 도미닉(빈 디젤)에게 불청객이 찾아온다. 전설적인 해커이자 테러 조직의 리더 사이퍼(샤를리즈 테론)는 도미닉을 협박해 자신의 명령을 따르게 한다. 리더의 배신으로 혼란에 빠진 팀원들은 최강의 적이 되어버린 도미닉의 테러를 막기 위해 감옥에 있는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와 힘을 합친다.
로망으로 시작해서 물량으로 끝난다. 전작에서 브라이언(폴 워커)을 떠나보내며 감성과 액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다시 물량 공세 액션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 쿠바, 뉴욕, 러시아까지 무대를 옮겨가며 다양한 스펙터클을 선보이는데, 차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액션을 선보인다. 하지만 오리지널 카체이싱의 매력은 쿠바 분량에서 마감되고, 이후엔 자동차의 껍질을 쓴 판타지 액션이 시작된다. 여기까지 오면 차라리 소년만화에 가깝다. 물론 해킹을 이용한 좀비 카체이싱처럼 신선하고 기발한 장면
최강의 리더 최악의 적이 되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더라도 개표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더 플랜>은 지난 2012년 대선 개표 과정에서 나온 ‘어떤’ 숫자의 비밀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당시 전자개표기를 통해 개표한 표 중에서 무효표를 포함한 미분류표(전자개표기가 인식하지 못한 표로 무효표와 유효표 모두 포함되어 있다)가 1.5:1 비율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보다 많이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1.5:1(박근혜:문재인)은 전국 개표소 251개에서 나온 일정한 패턴의 숫자다. 영화는 이 전자개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해외 통계 전문가와 컴퓨터 해킹 전문가를 만나 1.5:1이 어떤 원리에서 나온 숫자인지,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입증하려고 한다.
<더 플랜>은 지난 대선 부정 개표 의혹을 제기하는 음모론이 아니다. ‘숫자’ 전문가를 통해 도출된 숫자 1.5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지난 대선에서
개표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더 플랜>
-
아빠의 잔소리가 지겨운 사춘기 고등학생 도연(정소민). 재고처리팀의 만년 과장 상태(윤제문)는 자신과 말도 섞기 싫어하는 딸이 서운하기만 하다. 불만이 쌓여가던 부녀는 시골에 내려갔다가 크게 말다툼을 벌인다. “네가 내 인생을 살아보면 그런 말 못해.” “아빠야말로 내 인생을 살아봐야 해요.” 그들이 언성을 높이던 곳은 소원을 이뤄준다는 천년 묵은 은행나무 앞. 나무에 걸린 저주로 둘은 하루아침에 몸이 뒤바뀐다. 전설에 의하면 효력은 일주일간 지속된다. 도연은 마침 좋아하던 선배와 잘돼가고 있던 참이고 상태는 승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부녀는 서로에게 중요한 일주일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분투한다.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소설이자 드라마로도 제작된 <아빠와 나의 7일간>이 원작이다. 영화에서 부녀가 겪는 갈등은 특별할 것이 없다. 살갑던 딸아이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사춘기 고등학생이 됐고, 섬세하던 아빠 역시 자기 생각만 강요하는 중년의 아저씨가 됐다. 부녀는 서로의 입
두 사람의 몸이 바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 <아빠는 딸>
-
고등학교 졸업반 제이슨(데이커 몽고메리)은 전도유망한 풋볼 선수다. 하지만 스카우트 며칠 전 사고를 일으키며 정학 신세에 처한다. 학교의 문제아들만 모인 교실로 보내진 제이슨. 그는 그곳에서 실험에 취미가 있는 빌리(RJ 사일러)를 만난다. 제이슨은 요상한 실험을 하려는 빌리를 따라 광산에 갔다가 폭발 사고를 경험한다. 우연히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던 킴벌리(나오미 스콧), 트리니(베키 G), 잭(루디 린)까지, 총 5명의 10대 청소년들은 광산에 묻혀 있던 코인을 함께 발견한다. 코인을 가지게 되면서 이들은 절대 악 리타에 맞서 싸우는 파워레인져스의 운명에 처한다.
할리우드 버전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서막이 올랐다. 7부로 구성되는 시리즈의 시작인 만큼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은 5인조의 개인사, 만남, 훈련과정 등을 찬찬히 풀어낸다. 러닝타임 절반 이상이 지나도록 주인공들은 파워레인저 아머 하나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할 정도다. 순식간에 변신을 마치
다섯 슈퍼히어로가 깨어난다!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
영화 <오두막>은 종교적 체험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맥(샘 워딩턴)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고 교회에 이 사실을 고백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더욱 심한 매질을 당한다. 이후 그의 기도는 소극적으로 변한다. 시간이 흘러 맥은 낸(라다 미첼)과 결혼하여 세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맥과 세 아이는 여행을 떠난다. 맥은 어린 막내딸에게 부족을 위하여 희생한 인디언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 도중 막내딸은 오두막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후 맥은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불행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파파ʼ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보낸, 오두막으로 자신을 만나러 오라는 편지가 도착한다.
<오두막>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오두막은 맥에게 상처를 주는 물리적 장소이자 치유가 이루어지는 상징적 공간이다. 영화는 이곳에서의 치유 과정에 집중한다. 지나치게 긴 시간이 인물간의 대화에 소비되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다음 주말에 오두막에 있을 테니 만나고 싶으면 와요 <오두막>
-
아야(우에노 주리)는 아버지(후지 다쓰야)를 6개월만 맡아달라는 오빠의 간곡한 부탁을 받지만, 남자친구 이토(릴리 프랭키)와 함께 산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한 아야는 이미 집에 와 있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당분간 이곳에 머무르겠다는 그의 선언과 함께 아버지, 이토, 아야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아야의 아버지는 젓가락질까지 지적할 정도로 잔소리가 심하다. 아야는 그런 아버지와 영영 함께 살게 될까 걱정된다. 54살의 남자친구 이토는 급식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며 산다. 그는 일견 한심해 보이지만 아야 가족에게 필요한 순간마다 등장하여 능숙하게 문제를 조율한다. 아야는 우연히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고, 별안간 아버지는 집을 나간다.
<아버지와 이토씨>는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가족 드라마다. 영화는 청년실업, 아이들의 교육, 노인들의 거취 등 현재 일본 사회가 접한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이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올케는 시아버지를 보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가족 드라마 <아버지와 이토씨>
-
최첨단 기술을 갖춘 자율 주행차는 과연 운전자에게 편리함만 안겨줄까? 2살 난 아들을 키우는 샌드라(카트리나 보든)는 남편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 바로 운전자의 안전을 100% 보장해주는 자율 주행차 ‘모놀리스’다. 이 자동차는 튼튼한 차체를 갖춘 건 물론이고 외부의 위험 요소를 자동으로 인지해 해결하는 인공지능까지 겸비했다. 그러나 샌드라의 몇 가지 실수와 악운이 겹치면서 모놀리스는 그녀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준다. 아무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어린 아들이 모놀리스에 갇히고 만 것이다.
TV드라마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이탈리아의 이반 실베스트리니 감독이 연출한 <모놀리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감독은 (최첨단) 자동차 한대와 엄마, 아이, 그리고 사막이라는 네 가지 요소만으로 의외로 긴장 넘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엄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동차에 갇힌 아이를 꺼내려 하고, 강력한 성능의 자동차는 절대 외부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에 내 아이가 갇혔다! <모놀리스>
-
한센병 환자들의 섬으로 알려진 소록도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상처가 있는 장소다. 외부인들은 한센병 환자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고, 정부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은 섬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정성으로 환자들을 치료해왔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오스트리아에서 온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있었다. 20대 후반에 한국에 도착해 무려 43년간 소록도에서 간호사로 지낸 두 사람은 주민들에게 ‘할매’라 불리며 많은 존경을 받았다. 그런데 2005년의 어느 날,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아무 말 없이 편지만 한장 남긴 채 고국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두 사람에게 애틋한 기억을 갖고 있는 소록도 주민들과 오스트리아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청해 듣는다.
소록도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다큐멘터리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소록도라는 특별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이자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진 두 사람에 대한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진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 <마리안느와 마가렛>
-
심각한 경제 위기와 난민 문제, 극우파들의 테러로 몸살을 앓는 2015년 그리스. 세명의 그리스인과 저마다의 이유로 그리스에 온 이방인들의 사랑을 담았다.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대학생 다프네(니키 바칼리)와 시리아 출신 난민 파리스(타우픽 바롬)의 사연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치한에게 납치된 다프네는 파리스의 헌신적인 구조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후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다프네는 초라한 행색의 파리스를 외면하지만, 그의 따뜻한 관심에 마음을 연다. 다음으로 우울증 약을 달고 사는 남자 지오르고(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와 출장차 그리스에 온 스웨덴 여자 엘리제(안드레아 오스바트)의 사연이 이어진다. 바에서 만나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낸 둘은 직장에서 재회한다. 마지막은 중년 주부 마리아(마리아 카보이아니)와 독일 출신 교수 세바스찬(J. K. 시먼스)의 이야기다. 마트에서 알게 된 둘은 매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만나 서로의 일상을 나눈다.
신화가 탄생한 곳, 남유럽의 휴양지로
결국 사랑만이 기댈 곳 <나의 사랑, 그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