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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끝났고, 시대가 바뀌었지만 이야기는 계속된다. 지난주 예고한 대로 이번 지면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한국영화와 감독들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놓으려 한다. 녹록지 않은 제작환경에도 불구하고 감독들이 기어코 완성해낸 독립영화는 엄혹했던(이제는 얼마간 과거형이 되어버린), 또는 무기력했던 한국 사회의 풍경을 충실히 조명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곧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록이며,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을 고심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다. 고부갈등이 만연하는 한 가정을 조명한 사적인 영화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화가 구축되는 과정을 들여다본 논쟁의 작품까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9인9색의 한국영화와 그 감독들을 소개한다.
[스페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한국영화와 그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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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시도된 성 중립적(gender-neutral) 시상식, <MTV> 무비 앤드 TV 어워즈에서 <미녀와 야수>의 에마 왓슨이 영화부문 최고연기상을 수상했다. 에마 왓슨은 “연기 능력은 두개의 성별로 나눌 수 없다”는 수상 소감과 함께 시상식 취지에 깊이 공감했다. 에이미 도일 <MTV> 국장은 “좋은 연기는 성별 관계없이 좋은 연기일 뿐”이라며 성 중립적 시상식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시상은 자신을 ‘논 바이너리’(남녀 이분법에 해당하지 않는 성 정체성)로 규정하는 배우 에이셔 케이트 딜런이 맡아 그 의미를 더했다. 한편 <헬보이>의 리부트 버전 제작이 확정됐지만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배우 론 펄먼의 조합을 만날 수는 없게 됐다. 이들의 자리는 <디센트>의 닐 마셜 감독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덱스터 톨리버 역으로 출연한 데이비드 하버가 대신할 예정이다.
[UP&DOWN] <MTV> 무비 앤드 TV 어워즈 <미녀와 야수>의 에마 왓슨 최고연기상 수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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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드는 와이드 릴리즈를 포기하고 돈 안 드는 와이드 스트리밍으로 가야 하는 걸까. 이는 최근 미국의 독립영화계가 빠진 고민 중 하나다. 지난 4월, <미녀와 야수>가 북미 극장가에서만 4억8천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PG등급 영화로는 미국에서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북미에서는 스파이크 리 감독이 배우 로저 구엔버 스미스와 함께 만든 1인 실험극 <로드니 킹>, 헨리 카빌과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이라크전쟁 드라마 <샌드 캐슬>, 프랭크 카프라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의 21세기 버전이란 찬사를 얻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애덤 레온 감독의 데뷔작 <트램프스> 등의 독립영화들이 극장가에 설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들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독립영화계의 스트리밍 플랫폼 진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세계 1억명 가입자를 눈앞에 둔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해외뉴스] 배급망 고민하는 독립영화와 스트리밍 플랫폼의 연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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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재단에서 우수 다큐멘터리 작품을 찾는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 감독, 독립 PD, 개인 제작자, VJ 등 개인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대상으로 하며 공모마감은 5월 20일. 시사/인물/역사 다큐멘터리의 제작 기획서, 제작자 인적사항(주요 제작 경력 포함), 기존 작품 사본(있을 경우)을 제출하면 된다. 당선작 지원금 1천만원. 제출할 곳은 우편(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 6, 한겨레신문사 4층 리영희재단 사무국) 혹은 이메일(rheeyeunghui@gmail.com)이다. 문의 02-710-0285.
*영화사 집과 CJ E&M이 영화 <전우치> 공모대전을 주최한다. 영화 <전우치>의 ‘전우치’ 캐릭터를 소재로 하는 창작물로 주제나 장르 제한은 없다. A4 30~40장 분량의 트리트먼트를 제출해야 하며, 접수는 7월 17∼31일. 대상 1편(상금 5천만원), 우수상 1편(상금 3천만원), 가작 1편(상금 1천만원) 총 3편을 뽑는다. 자세한 내용은
[소식] 리영희재단 우수 다큐멘터리 작품 모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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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5월 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 등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며 영화인들의 검찰 고발을 받은 상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위원장의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라 사표 수리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유실된 걸로 알려졌던 <무정>(감독 이강천, 1962)의 16mm 원본 필름을 대만영상자료원으로부터 기증받아 최초 공개한다
=4K 화질로 디지털 변환 작업을 거쳐 5월 16일부터 시작하는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전을 통해 두 차례 상영한다.
-제5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인천의 공단을 배경으로 캄보디아인과 한국인의 우정을 그린 김정은 감독의 <야간근무>이고, 폐막작은 한국에 거주하는 파키스탄 난민 가족 이야기인 김정근 감
[댓글뉴스] 한국영상자료원 <무정> 최초 공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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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반전이다. <보안관>에서 배정남이 연기한 춘모는 에어컨 장사를 하는 기장 ‘아재’다. 기장 보안관 대호(이성민) 옆을 지키다가 서울에서 내려온 사업가 종진(조진웅)이 에어컨을 무려 100대나 팔아주겠다고 하니 대호를 향한 일편단심이 흔들리는 순진한 청년이다. 옷 잘 입고, 런웨이를 활보하던 모델 시절이나 <베를린>, <마스터>에서 말 없이 각 잡던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안관> 개봉 전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슈어, 와이 낫?” 한마디로 좌중을 휘어잡은 배정남은 “배우로서 앞으로 계속 망가지고 싶다”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강)동원씨 소개로 손상범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처스와 함께 <보안관> 공동제작) 대표를 만났다던데.
=한강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는데 손상범 대표와 <검사외전>(2016) 이일형 감독이 합류했다. 손 대표가 ‘춘모에 딱인데’라며 김형주
[who are you] 오래가고 싶다 - <보안관> 배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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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특집은 지난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의 한국 감독들과의 만남이다. 물론 올해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많았다. 먼저 한국경쟁부문 대상과 CGV 아트하우스상을 수상한 <폭력의 씨앗>의 임태규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2005)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른바 ‘군대’ 소재 영화로, 외박으로 하루의 시간을 얻은 두 군인이 군대 폭력과 가정 폭력을 오가며 겪는 절망적인 경험을 담았다. 김진황 감독의 <양치기들>(2015)에 출연한 이가섭과 함께 군인을 연기한 정재윤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됐던 박기용 감독의 <지옥도>(2016)의 주인공이기도 했는데,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와 내재된 폭력성에 대한 성찰이라는 측면에서 얼핏 두 영화가 주는 느낌이 비슷했다. 임태규 감독은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연출 전공 5기이고, 박기용 감독은 현재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교수이기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전주의 한국영화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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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미디어코프
<마약왕>(감독 우민호·배급 쇼박스)이 5월 5일 촬영을 시작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마약 유통사건의 배후이자 마약계의 최고 권력자였던 이두삼(송강호)을 그린 이야기다.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에 이어 이성민, 김대명, 김소진, 이희준, 조우진이 합류했다.
데이드림엔터테인먼트
<슈퍼스타>의 임진순 감독의 신작 <곰탱이>(가제)에 마동석이 캐스팅됐다. <곰탱이>는 열혈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간의 사랑과 갈등을 다룬 휴먼 드라마로 마동석은 교사역을 맡을 예정이다.
안나푸르나 픽처스
강형철 감독의 신작 <스윙키즈>(배급 CJ엔터테인먼트)에 도경수가 주인공 로기수로 캐스팅됐다.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포로를 집단 수용하던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탭댄스에 빠진 북한군 로기수의 이야기로 본격적인 ‘춤영화’를 표방한다. 9월 크랭크인 예정이다.
[인사이드] 도경수, 강형철 감독 <스윙키즈> 캐스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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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첫 번째 업무로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대선 기간에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날 하달한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용방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일자리위원장을, 총리가 부위원장을 맡는다. 부위원장 아래 민간과 정부쪽 위원을 각각 10명씩 두기로 했다. 차관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국가일자리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산하에 정책기획단, 일자리창출단, 고용혁신단, 대외협력단 4개 조직을 편성했다.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부 등 각 정부 부처에서 공무원이 파견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포함한 유관기관에서도 직원들이 업무에 참여할 예정인데, 이중 눈에 띄는 것이 한국벤처투자(대표 조강래)다.
중소기업청 산하의 한국벤처투자는 박근혜 정권 기간 돈줄(모태펀드)을 쥐고 정권이 불편해하는 영화 제작에 불이익을 주는 일을 맡았다는 의혹이 제
[국내뉴스] 새 정부, 모태펀드 현안 어떻게 풀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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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굿 무비!’라고 하더라. 반응이 좋아서 즐겁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장편 제작 지원 프로젝트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이하 JCP)를 담당하는 송현영 프로듀서의 말이다. 올해의 JCP는 이례적으로 한국영화만 세편을 선정했다.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와 김양희 감독의 <시인의 사랑>, 김대환 감독의 <초행>이 그 작품들이다. “한국 독립영화가 요즘 침체기라고들 하잖나. 한국 독립영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내부적으로 컸고” 그 결과의 산물이 바로 올해 JCP에서 선보인 한국영화 세편이라고 송현영 프로듀서는 말했다. 영화제가 끝난 이후에도 JCP의 세 작품들이 한국 극장가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길 바라는 건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향하는 더 큰 목표다.
JCP 프로젝트는 작품 선정부터 후반작업까지 10여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결코 길지만은 않은 이
[영화人] 송현영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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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뭔가 있다. <링> 시리즈의 작가 스즈키 고지의 단편소설 <부유하는 물>(1996)에서, 주인공 요시미는 새로 이사 온 아파트의 수돗물 맛이 분명 다르다고 느낀다. 컵을 들어 형광등에 비춰보니 물속에 알 수 없는 미세한 먼지들이 떠다니며 기포와 엉긴다. 싱크대에 물을 버리는 요시미는 수원지로부터 아파트의 수도에 이르는 물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그러곤 이 아파트가 만(灣)을 메운 매립지 위에 세워진 건물임을 새삼 떠올린다. “시대와 시대의 잔재로 초석을 메운, 이 흐리터분한 발밑”을 생각하자 요시미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낀다.
불꽃놀이를 하러 올라간 아파트 옥상에서 요시미의 어린 딸 이쿠코는 키티가 그려진 빨간 가방을 줍는다. 요시미는 그 가방을 관리실에 맡기지만 유실물을 찾아가는 주인은 없고, 며칠 후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가방은 누가 일부러 갖다놓은 것처럼 옥상으로 되돌아온다. 그날 저녁 딸은 목욕 중에 욕조 안에서 ‘밋짱’을 부르며 마치 대화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나카타 히데오의 <검은 물 밑에서>와 월터 살레스의 <다크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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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2016)의 박인제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통제 불가능한 정치적 세계의 메커니즘 속에서 인물이 보여주는 ‘리액션의 연쇄’를 꼼꼼히 기록하는 일이다. <특별시민>이 나선형의 매끈한 극적 구조보다는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구성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도심 한복판에 싱크홀이 발견되었을 때, 그리고 아내의 고가 미술품 구입이나 자동차 사고 등이 폭로되었을 때, 그리고 심혁수(곽도원)로부터 비롯된 일련의 정치적 음모와 압박이 가해져올 때마다 변종구(최민식)가 보여주는 리액션 하나하나가 모여 변종구의 종합적 형상이 완성된다.
흥미로운 것은 변종구의 선택/리액션이 인간으로서는 최악의 것에 가깝지만 ‘선거의 결과로 평가받는 정치인’으로서는 최상의 선택/리액션이라는 점이다. 이 단순 도식을 극단화하면 최상의 정치인은 최악의 인간이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겠다. 변종구의 리액션 하나하나가 모자이크되어 완성된 형상은 ‘괴물’의 모습이다. 변종구(와 한국 정치의 메커니즘
[안시환의 영화비평] <특별시민>에서 박인제 감독이 고수한 영화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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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탁 쳤다. “기가 막히는구먼.” 과연 ‘음악 덕후’인 감독이 선택한 덕분이었을까. 1편 못지않은 탁월한 선곡에 2시간 내내 귀가 즐거웠다. 그렇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음악 때문에라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의 <Mr. Blue Sky>에서부터 캣 스티븐스의 <Father and Son>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품고 있는 주제와 절묘하게 맞물리는 선곡들이 줄줄이 흘러나온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작품의 러브 테마라 할 <Brandy(You’re a Fine Girl)>에 위치한다. 먼저, 이 곡은 의미를 알고 감상하는 편이 이해에 더 도움이 될 것이기에 스포일러 걱정은 접어두길 바란다. 록밴드 루킹 클라스가 1972년 발표한 이 곡은 시골 소녀가 자신의 마을에 온 선원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낯선 이방인이 연인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곡이 흘러나오는 장면에서
[마감인간의 music] 또 한번의 기막힌 선곡 센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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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팬이라는 어떤 분이 내 홈페이지에 무지개행동 활동가들을 ‘광견들’이라고 빗댄 글을 남겼다. 하긴 어디 그 사람뿐이었나. 무대에 ‘난입’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지지자들이 쏟아낸 비난의 쓰나미는 무참했다. 연설 끝날 때까지 기다렸던 활동가들의 배려는 안중에도 없었다. 문재인 후보의 멱살이 잡혔다는 ‘가짜 뉴스’를 지적한 나 역시, 된통 당했다. 배후세력이 있다는 온갖 음모론들이 난무했다.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자유게시판은 쑥대밭이 되었고 줄줄이 후원도 끊겨나갔다. 졸지에 성소수자들은 적폐세력으로 매도되었다.
왜 홍준표에게 가지 않고 문재인에게 따지냐고 묻는다. 말귀 없는 혐오 군상 홍준표보다 문재인이 천배는 더 나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동급으로 취급되길 바라는가. 또 문재인이 그리 만만하냐고 묻는다. 미안하지만, 대통령 후보는 원래 만만한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왜 난입하면 안되는가. ‘광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다. 특히나 성소수자들이 아니라 기독교계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난입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