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CN <터널>은 딱히 새로울 게 없는 드라마다. 캐릭터, 프로덕션 디자인, 트릭 대부분이 앞선 드라마나 영화, 몇몇 미국 드라마를 노골적으로 차용한다. 제작진이 게으르기 때문일까? 영화 전문 채널에서 방송하는 장르 드라마를 굳이 찾아보는 사람들. 그들을 상대로 일정한 공식에 대입한 익숙한 오락물을 양산해야 하는 과제 앞에서 <터널>은 그들이 알 만한 퀴즈를 내고 답을 맞히는 쾌감을 유도한다.
1986년에서 30년을 건너뛰어 2016년에 도착한 형사 박광호(최진혁). 그의 옷차림을 “<수사반장>에서 튀어나온 줄 알았어”라고 놀리는 장면을 보자. 사실 광호의 옷은 <형사 콜롬보>의 패션에서 영향을 받은 MBC <수사반장>의 형사들보다, <수사반장>을 보며 짜장면을 먹던 <살인의 추억>의 형사쪽에 가깝다. <터널>이 여러 번 <수사반장>을 언급하는 이유는, 첫 대면에서 형사가 파트너에게
[유선주의 TVIEW] <터널> 추억의 ‘영퀴방’
-
<악녀>
제작 앞에 있다 / 감독 정병길 / 출연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 조은지 / 제공·배급 NEW / 개봉 6월 초 예정
살려면, 죽여야 한다. <우린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의 신작 <악녀>는 여성 캐릭터 원톱의 본격 액션영화라는 점에서 기대를 불러모으는 작품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 영화는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킬러 숙희(김옥빈)의 뒤를 쫓는다. 어린 시절부터 살인병기로 길러진 그녀는 국가 비밀 조직에 스카우트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의문의 두 남자가 등장하고 자신을 둘러싼 존재의 비밀과 마주하며 숙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다. 가장 기대되는 건 역시 액션이다. 전작에서 독보적인 액션 시퀀스를 선보여온 정병길 감독의 연출력과 이 영화를 위해 장검과 단도, 각종 총기류와 도끼 등 수많은 무기 다루는 법을 섭렵했다는 김옥빈
[Coming Soon] 살려면, 죽여야 한다. <악녀>
-
임시완이 달라졌다. 샛노란 염색 머리를 하고 양미간을 찌푸리고는 거친 육두문자를 내뱉는 그의 모습을 본 적 있던가. 얼굴에는 핏자국도 묻어있고 능글맞게 눈을 치켜뜨고는 자신의 덩치보다 족히 두배는 커 보이는 사내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그의 모습을 말이다. 전작 <원라인>에서도 임시완은 이미 대출 사기를 저지르는 범죄자 민 대리 역을 맡기는 했지만, 실은 민 대리는 영화 내내 욕설 한마디도 없이 심지어 주먹도 쓰지 않는 얌전한 범죄 철학을 지닌 인물이었다. 때문에 임시완 특유의 유약한 눈빛을 무기 삼아 상대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뒤통수치는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마치 드라마 <미생>의 신입사원 장그래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보여준 최선의 변신 같았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현수는 임시완에 관한 모든 선입견을 깨부수기에 충분하다. “처음에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 이제껏 맡았던 작품
[커버스타] 혁신적으로 나쁜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임시완
-
“선배님을 빳빳하게 펴고 싶어요.” 설경구가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에 합류하게 된 건, 변성현 감독의 이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변성현 감독의 예전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그런 대답을 봤다. <나의 PS 파트너>에 지성을 캐스팅한 이유가 굉장히 반듯한 그의 이미지를 구겨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거다. 너무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에 나도 물어봤다. ‘그럼 나도 구겨버릴 거니?’ 그랬더니 변 감독이 이렇게 답하더라. ‘선배님은 워낙 구겨진 이미지라, 빳빳하게 펴고 싶어요.’ 얼마나 재미있고 솔직한 답변인가?”
<불한당>의 재호는, 변성현 감독이 새롭게 발견한 설경구의 ‘빳빳한’ 모습이다. 포마드를 바른 머리에 명품시계, 잘 재단된 슈트 차림의 불한당. 재호는 그동안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 <감시자들>의 황 반장 등을 통해 둔탁하고 선 굵은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설경구의 기존
[커버스타] 그 남자의 멜로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설경구
-
-
악랄한 놈, 잔인한 놈, 간사한 놈, 거짓말하는 놈. 누가누가 더 나쁠까?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나의 PS 파트너>의 변성현 감독이 창조해낸 잿빛 세계에는 온갖 유형의 ‘불한당’들이 존재한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재호와 임시완이 분한 현수는 이 비정하고 차가운 세계에 뜨거운 기운을 불어넣는 존재들이다. ‘철창 안의 지저스 크라이스트’처럼 절대적인 존재였던 재호와 있는 건 ‘깡다구’뿐인 신참 현수가 감옥 내부에서 만나 출소 이후까지 나누는 교감은 우정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감정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격렬하다. 한편 이번 영화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모색하던 설경구와 임시완에게 하나의 시도이자 모험이었다. 그 모험의 여정을 두 배우가 짜릿하고 즐거웠던 경험으로 기억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커버스타] 남자, 남자를 만나다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설경구·임시완
-
<데어 파이니스트> Their Finest
감독 론 셰르픽 / 출연 제마 아터턴, 샘 클라플린, 빌 나이, 잭 휴스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런던, 독일 공군의 무차별적인 폭격과 공습이 이어진다. ‘영국 대공습’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 후, 영국 정보부는 애국영화를 제작함으로써 떨어진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고자 한다. 각본가 카트린(제마 아터턴), 프로듀서 톰(샘 클라플린), 배우 앰브로스(빌 나이) 등으로 팀이 꾸려진다. 연출을 맡은 론 셰르픽 감독은 <초급자를 위한 이태리어>(2000)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7.5.5~7
-
-스티브 매퀸 감독이 투팍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연출을 맡는다
=전설적인 래퍼 투팍의 일대기를 담을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아마루 엔터테인먼트와 탐 월리가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한편 올해 말 투팍의 전기영화 <올 아이즈 온 미>도 공개될 예정이다.
-10대 시절 이소룡을 다룬 전기영화 <리틀 드래곤>이 제작된다
=미·중 합작으로 제작되는 <리틀 드래곤>은 세자르 카푸르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이소룡의 친딸이자 브루스 리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섀넌 리가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앞으로 장편영화를 연출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린치 감독은 한 인터뷰를 통해 “좋은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고 있고, 현재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들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
[댓글뉴스] 10대 이소룡 다룬 전기영화 <리틀 드래곤> 제작 外
-
아서왕의 전설은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이다. 서구 판타지 문학의 근간을 이룬다고 봐도 좋은 아서왕 이야기는 6세기 켈트족의 영웅담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여러 차례 각색을 거쳐 중세를 상징하는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성검 엑스칼리버와 마법사 멀린의 신비, 랜슬롯, 퍼시발, 트리스탄 등 원탁의 기사들의 무용담, 기네비어 왕비를 중심으로 한 로맨스 등 다채로운 면모를 품고 있는 전설인 만큼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됐다. 가이 리치 감독의 <킹 아서: 제왕의 검>에 앞서 아서왕의 전설을 다룬 영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몬티 파이튼의 성배>(1975) 감독 테리 길리엄, 테리 존스
아서왕의 전설을 변주한 영화 중 가장 멀리 나간 영화를 꼽는다면 <몬티 파이튼의 성배>를 빼놓을 수 없다. 텔레비전 쇼에서 인기를 얻은 코미디 집단 몬티 파이튼팀은 급기야 성배의 전설까지 건드렸다. 시작부터 끝까지 예측을 불허하는 코미디는 금기를 넘나들며 정치, 사회를 풍자
[알고 봅시다] <킹 아서: 제왕의 검>과는 또 다르게 변주된 아서왕 이야기
-
[정훈이 만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미지의 행성에 도착한 커버넌트 호
[정훈이 만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미지의 행성에 도착한 커버넌트 호
-
언제부턴가 재미있는 영화를 마냥 즐길 수 없고, 위트 있는 농담을 들어도 마음껏 웃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병’이 아니라 여자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의 감정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VOL.2>의 드랙스가 멘티스에게 “너같이 비쩍 마른 몸매는 내 취향이 아니야”라고 말할 때, 여성 관객은 이게 그저 할리우드영화 속 지질한 마초 캐릭터의 섣부른 착각이라 생각하며 웃어넘겨야 하는 걸까?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신작 에세이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는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이 에세이집은 18년차 영화주간지 기자이자 예리한 감각의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온, 그러나 그 이전에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해온 글쟁이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다. 왜 수사물 장르의 미드 속 남자주인공을 각성시키는 건 여성 캐릭터의 죽음인 건지, 소설 &
[도서] 여자니까, 여자라서, 여자이기 때문에
-
‘릴리스 페어’라는 록페스티벌이 있었다. 1997년부터 99년까지, 여성 뮤지션들이 무대에 섰다. 제목의 ‘릴리스’는 누구일까. 홀로코스트 증언문학의 상징인 이탈리아 프리모 레비의 단편집 <릴리트>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최초의 여자. 아담의 첫 번째 부인. 단편 <릴리트>는 릴리트와 관련된 비공식적인 신화를 언급한다. <창세기> 1장27절.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 신이 아담을 만들고, 그에게서 갈빗대를 빼내 여자를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혹시 두 여자가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하와가 아닌 릴리트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유대인 수용소, 25번째 생일을 같은 날 맞은 두 남자가 비를 긋다 역시 비를 피하는 여자를 발견한다. 그녀로부터 릴리트의 신화가 다시 이야기된다. 릴리트는 구전과 비전으로 전해지는 인물인데, 그중 하나는 이런 사연이다. 신은 진흙을 빚어 하나의 형상, 골렘(유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최초의 여성이 상징하는 것
-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한국영화는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연출 전공 5기인 임태규 감독의 데뷔작 <폭력의 씨앗>이다. 고참들과 함께 휴가를 나온 일병 주용(이가섭)과 필립(정재윤)이 하루 동안 겪게 되는 온간 폭력적인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사실감 넘치는 묘사와 연기로 영화제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CGV 아트하우스상과 한국경쟁부문 대상 수상 소식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임태규 감독을 만나 데뷔작을 내놓은 소회를 물었다.
-올해 전주의 화제작은 단연 <폭력의 씨앗>이란 이야기가 많았다.
=배급사가 없는 상황이라 CGV 아트하우스상은 꼭 필요한 상이었다. 이거면 됐다, 성공했다고 만족하고 있었는데 덜컥 대상까지 받으니 정말 울컥했다.
-군대와 가정 폭력이 소재인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인이 겪은 가정 폭력에 대해 전해 들은 적이 있다.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상황에 노출된 개인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스페셜] ⑨ “인간이 태어나 처음으로 폭력을 휘두른 날을 그렸다” - <폭력의 씨앗> 임태규 감독
-
제대로 골 때린다. 피식 웃다가 빵 터졌다가 일순 멍해진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수상한 고봉수 감독의 <튼튼이의 모험> 얘기다. 존폐 위기에 놓인 지방의 고교 레슬링부 아이들이 뭔가를 해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이야기다. 살아 있는 캐릭터와 대사에 간결하고 정직한 화면이 웃기고 짠한 감정을 만든다. <튼튼이의 모험>은 감독의 데뷔작이자 지난해 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이현주 감독의 <연애담>과 공동수상)을 수상한 <델타 보이즈>와 뗄 수 없다. 같은 배우들과 비슷한 작업 방식으로, 성공보다 실패의 문턱에 보다 가까이 서 있는 이들과 함께 뛰어가는 영화들이다. 영화제 폐막 이후, 서울에서 고봉수 감독을 만났다. 카페 한쪽에서 그는 6월 8일 개봉하는 <델타 보이즈>의 제작기 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두 번째 장편을 만들었다. <델타 보이즈>도 9
[스페셜] ⑧ 코미디를 통해 영화적 카타르시스 얻는다 - <튼튼이의 모험> 고봉수 감독
-
이명박에 이은 박근혜다. 전작 <MB의 추억>(2012)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통해 거짓말이 근거하는 (미디어와 정치권력의) 이데올로기의 구조를 들추어냈던 김재환 감독은 신작 <미스 프레지던트>에서 아직도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신화에 젖어 사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이다. 박사모? 태극기 집회에서 “빨갱이는 모두 죽여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을 일삼던 사람들이 아니다. 조용히 무대 밑에서 박근혜를 걱정하고, 그의 부모인 박정희, 육영수를 그리워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이들이 아직도 박정희, 육영수를 종교처럼 숭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이 가진 정서의 뿌리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명박에 이은 박근혜다.
=MB 때부터 누가 대통령이 됐든 5년마다 현직 대통령을 다루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풍자를 하든 비판을 하든 타이밍이 중요한데 현직일 때가 가장 고생을 많이 하고, 가장
[스페셜] ⑦ 지나간 시절에 작별을 고한다는 것에 대하여 - <미스 프레지던트> 김재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