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종차별을 공포영화의 소재로 영리하게 활용한 영화 <겟 아웃>은 450만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북미에서만 1억7천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벌어들였다. 소재도 독특하고 제작진 이름도 낯선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간단한 정보를 모았다.
모티브가 된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겟 아웃>은 흑인 사진작가 크리스(대니얼 칼루야)가 애인이자 백인인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의 부모 집으로 인사를 하러 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러브 스토리를 다룬 많은 영화 중에서 <겟 아웃>은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에서 설정을 직접 빌려왔다. 유능한 흑인 의사가 젊고 어린 백인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져 양가 부모에게 결혼을 허락받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의 주된 갈등 요소는 <겟 아웃>의 초반부 장면과 거의 동일하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애시튼 커처
[알고 봅시다] <겟 아웃>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들
-
[정훈이 만화] <겟 아웃> 우리집...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보수적이야.
[정훈이 만화] <겟 아웃> 우리집...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보수적이야.
-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고 싶다면 높이 올라가보면 된다. 전망이 바뀌면서 마치 자신이 신이 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동정, 자비, 사랑은 상대적이고 우연한 상태이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게임 중에 희생된 체스 말에 대해 사랑이나 동정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폰의 체스>의 한 대목이다. 하지만 체스 말로 진짜 인간을 움직이거나, 혹은 죽일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일본 옴니버스영화 <기묘한 이야기> 중 한국 개봉판에서는 빠진 <체스>라는 작품이 있다. 이 드라마는 체스를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말을 희생해서라도 적의 킹을 뺏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 바로 체스라고. 실제 이야기가 시작되면, A.I.와의 대국에서 인간 최초로 패배한 주인공이 폐인처럼 살다가 기묘한 체스 게임에 초대받게 된다. 인간이 체스의 말이 되는 인간체스를 두는 것이다. 만일 C4 위치에 있는 백의 폰이 공격받으면 그 자리의 인간이 칼에 찔려 죽는다. 체스 공포증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운명을 건 게임
-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댄 오배넌과 로널드 슈세트가 “사람을 숙주로 삼아 알을 낳는 외계인이 있는데 이게 자라서 가슴을 뚫고 나온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만 하더라도 이 아이디어가 무려 38년 동안 계속될 굉장한 이야기의 시작이었다는 걸 말이다. 데이비드의 대사처럼, “네 시작은 미약하되 나중은 창대하리라(욥기 8장7절)”.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가장 나중에 나온 에일리언 영화인 동시에 에일리언 연대기에서 가장 앞부분에 위치한 영화다. 물론 시간순으로 <프로메테우스>가 앞서 있지만 여기에는 제노모프가 등장하지 않는다. 제노모프는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에 등장했던 첫 번째 에일리언이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바로 그 제노모프의 탄생을 다룬다. 이건 에일리언 연대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최초의 인간이 아담인 것처럼 이 영화는 최초의 제노모프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다루는 창세기인 것이다.
잠시 제노모프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보고 괴물을 연기한 배우들을 기억하며
-
-
영화가 막 탄생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여성 영화인들은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그들은 제작과 출연뿐만 아니라 기술적 혁신에서도 과감한 성취를 이끌어냈다. 예를 들어, 1896년 <양배추 요정>이라는 세계 최초의 서사영화를 만들었던 프랑스 감독 알리스 기 블라셰는 무성영화에 사운드를 삽입하는 크로노폰 시스템을 개발·사용했으며, 흑백필름에 부분적으로 컬러를 입히는 컬러 틴팅과 이중인화 등의 특수효과를 거의 최초로 구현했다. 그러나 장편 길이가 일반화되고 무성에서 유성으로 전환되면서 영화산업은 전격적으로 여성들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더 큰 자본과 최신 기술이 투입되는 순간 여성들이 그 기술을 통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영화산업에서도 이런 현실은 거의 나아진 바 없다. 촬영을 비롯한 기술팀의 현저히 낮은 여성 비율을 보라.
사실 영화뿐만 아니라 여타의 하이테크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비디오게임처럼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분야
[스페셜] 쟁점 : 테크노 페미니즘-여성, 과학 그리고 SF
-
폴란드 시인 비슬라바 심보르스카는 <유토피아>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이 명백하게 설명되어 있는 섬. 이곳에서는 탄탄한 증거의 토대를 딛고 서 있을 수 있다. 모든 길은 목적지를 향해 뻗어 있다. 덤불은 정답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오른쪽에는 의미가 보관된 동굴. 왼쪽에는 깊은 신념의 호수… 하지만 이 모든 매력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이어서 시는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한 삶 속으로’ 사람들이 떠나 유토피아라는 이름의 섬은 이제 텅 빈 섬이 되었다는 걸로 끝맺는다. 심보르스카의 유토피아는 또 다른 폴란드 출신의 영화감독인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영화세계와 유사하다. 의미, 진실, 증거, 이성, 이념을 토대로 존재와 삶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신념이 결국 광기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을 이들 지혜 가득한 현자들은 일찍이 알고 있었던 듯하다.
정치적 영화, 홀란드의 영화
폴란드계
[스페셜] 마스터클래스 여는 폴란드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영화세계
-
6월 3일(토)과 6일(화) 양일간 열리는 <감독 대 감독: 나의 영화, 당신의 영화>에서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감독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카트>의 부지영 감독,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 <화차>의 변영주 감독 등이 참석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영화산업의 성불평등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7일(수) 예정된 정책대담에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참석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 상영 후 마련된 포럼 및 토크 라인업도 흥미롭다. 4일(일) VR영화 <동두천>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지는 포럼에서는 김진아 감독이 최첨단 기술과 페미니즘을 접목하며 느낀 점을 나눈다. 또 3일 <방해말고 꺼져!: 게임과 여성> 상영 후에는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김지영 전국디바협회 대표, 이지은 옵치하는 여자들 운영자가 참석한 스페셜 토크가 이어진다. 6일 <
[스페셜] SIWFF의 토크 프로그램과 부대행사
-
<XX> XX
애니 클라크, 록산 벤자민, 요반카 부코비치, 카린 쿠사마 / 미국 / 2016년 / 81분 / 새로운 물결
<XX>는 다양한 출신의 여성감독들이 만든 4편의 영화가 각기 다른 장르로 구성돼 있다. 잡지 <루 모르그>의 편집장이었던 요반카 부코비치 감독의 <더 박스>는 아들이 지하철에서 본 의문의 상자 하나가 가족 전체에 미치는 여파를 보여주는 심리 공포극이고, 뮤지션 출신의 애니 클라크 감독의 <생일파티>는 심장마비로 죽은 아버지의 죽음을 숨기려는 소동극으로 시작해 짓궂고 허무한 농담 같은 결말로 끝난다. 록산 벤자민 감독의 <떨어지지마>는 캠핑을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이상한 벽화가 불러일으킨 참사를 보여준다. 스산한 분위기를 무시했다가 괴물로 변한 친구에게 봉변을 당하는 좀비물의 장르 법칙을 따라간다. 가장 페미니즘적 시각이 두드러지는 작품은 <걸파이트>(2000)의 카린 쿠사마 감독이 연출을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⑮ <XX>
-
<아홉 번의 삶을 사는 고양이> The Cat Has Nine Lives
울라 슈퇴클 / 독일 / 1968년 / 92분 /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독일의 페미니즘영화사는 바로 이 작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독일의 첫번째 페미니즘영화로 언급되곤 하는 울라 슈퇴클의 장편 데뷔작 <아홉 번의 삶을 사는 고양이>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가 존재하지 않던 시대, 여성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혹은 그들 자신의 방식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슈퇴클의 말이 이 영화의 기획 의도를 대변하는 듯하다. 1967년 여름이 배경으로, 프랑스인 안느가 독일 뮌헨에 사는 기자 친구 카타리나를 방문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은 근교로 여행을 떠나고 파티에 참석하는 등 장소를 옮겨 대화를 나누는데, 그 가운데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과 욕망,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그녀들이 느끼는 한계와 여성들의 은밀한 성적 판타지가 드러난다. 이 작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⑭ <아홉 번의 삶을 사는 고양이>
-
<골드 디거> The Gold Diggers
샐리 포터 / 영국 / 1983년 / 90분 /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스릴러> Thriller
샐리 포터 / 영국 / 1979년 / 32분 /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올해의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영국 감독 샐리 포터의 과거와 현재가 조우한다. 새로운 물결 부문의 <더 파티>가 그녀의 현재라면, <골드 디거>와 <스릴러>는 지금의 샐리 포터를 있게 한 시작점이 되는 작품들이다. 그녀의 중편 데뷔작 <스릴러>와 장편 데뷔작 <골드 디거>는 대중문화와 예술작품 속 여성의 역할과 이미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20세기 페미니즘영화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먼저 <골드 디거>는 은행에서 컴퓨터 업무를 보는 흑인 여성 셀레스테와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백인 여성 루비의 삶을 교차한다. 금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던 셀레스테는 자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⑫ <골드 디거> ⑬ <스릴러>
-
<지랄발광, 17세> The Edge of Seventeen
켈리 프레몬 크레이그 / 미국 / 2016년 / 104분 / 새로운 물결
시대가 바뀌어도 사춘기에 마주하는 고민은 비슷하다. 누구나 주목받고, 사랑받고,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고, 그 앞에서 때론 좌절하고 간혹 타협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서 나아간다. 성장담은 대개 이런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랄발광, 17세>는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음직한 성장통을 소재로 한 코미디영화다. 17살 소녀 나딘(헤일리 스테인펠드)은 주목받지 못하는 스스로의 처지를 진즉에 받아들인 채 살아간다. 잘나가는 오빠(블레이크 제너)에 밀려 늘 의기소침한 그녀에겐 두명의 버팀목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 크리스타(헤일리 루 리처드슨)와 매번 반복되는 나딘의 자살 협박을 심드렁한 듯 세심하게 받아주는 역사 선생님(우디 해럴슨)이다. 어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⑪ <지랄발광, 17세>
-
<일상대화> Small Talk
후앙 후이첸 / 대만 / 2016년 / 88분 / 퀴어 레인보우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정작 서로에게 숨기는 것도 많은 존재다. 타인과의 대화가 점점 줄어드는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활동가 출신의 후앙 후이첸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예전엔 미처 몰랐던 서로의 속내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영화로 만들었다. 어머니는 레즈비언이고, 때문에 남편과 자녀보다는 여자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가 장례식장에서 영혼을 인도하는 무당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원치 않는 상황에 처하거나 학교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점 역시 갈등의 원인 중 하나였다. 딸이 어머니의 인생을 이해하는 과정을 조명하는 이 영화는 결혼까지 한 레즈비언 여성이 실제로 겪는 고민을 엿보는 것과 병행되며 사적인 이야기를 뛰어넘는 흥미로운 기록물이 된다. 자칫 감상적으로 빠질 수도 있는 소재를 타이완의 시골과 도시를 넘나드는 일상적인 풍경과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⑩ <일상대화>
-
<불꽃 속에서 태어나서> Born in Flames
리지 보든 / 미국 / 1983년 / 90분 /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SF는 허무맹랑한 상상력의 장이 아니다. 도리어 현실을 정확하게 담아 낼 수 있는 유용한 장르다. 80년대 여성운동의 쟁점이 흩어지면서 동력을 잃어간다고 판단한 리치 보든 감독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낼 방편으로 SF의 틀을 빌려 페미니즘 유토피아를 그려나간다. 평화로운 혁명이 끝나고 10년 뒤의 뉴욕, ‘여성의 군대’라 불리는 단체는 여성 인권을 위한 투쟁을 이어나간다. 이들은 흑인 중심의 <라디오 피닉스>와 백인 펑크 여성들을 위한 <라디오 레거시>, 두 라디오 방송국을 점거하고 진실을 보도하라고 요구한다. 이들의 투쟁은 그 과정에서 여러 질문들을 던진다. 여성운동 과정에서 폭력이 사용되는 것은 정당한가, 미디어를 통한 투쟁은 효과적인가. 여성운동이라는 카테고리하에 서로 다른 성정치학, 인종, 계급의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⑨ <불꽃 속에서 태어나서>
-
<아메리칸 허니> American Honey
안드레아 아놀드 / 영국, 미국 / 2016년 / 162분 / 새로운 물결
2016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영국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의 신작. 전작 <레드 로드>와 <피쉬 탱크>, 에밀리 브론테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폭풍의 언덕> 등을 통해 영국사회의 부유하는 인물들을 조명해온 그녀가 미국을 무대로 한 로드무비를 만들었다는 데 이 영화의 특별함이 있다. 미국 중서부를 유랑하며 낮에는 하이틴 잡지를 팔고 밤에는 파티를 즐기는 청춘들이 주인공이다. ‘스타’라는 이름을 가진 18살 소녀(사샤 레인)가 이들의 여정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일이라곤 없는 사람들처럼 뜨겁게 춤추고 노래하며 사랑하고 기행을 일삼는 청춘들이지만 이들의 세계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 미국 전역에서 오갈 데 없는 소년소녀들을 ‘캐스팅’해 승합차에 태우는 리크루터, 제이크(샤이아 러버프)가 그 규칙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⑧ <아메리칸 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