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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의 승리로 끝난 추석 영화 대전. 현대극인 <협상>, 제임스 완 사단의 호러영화 <더 넌> 등 다양한 장르가 경합했지만 올해는 "추석에는 사극, 혹은 가족 오락영화가 흥행한다"는 공식이 맞아 떨어졌다. 그렇다면 과연 추석에는 어떤 영화들이 흥행했을까.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10년간 추석 극장가의 영화 스코어에 대해 알아봤다.
2008년
추석: 9월14일
2008년 추석 시즌 극장가는 9월 첫째 주 개봉한 <맘마미아!>, <신기전>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다퉜다. 밝은 분위기로 '가족애'를 그린 <맘마미아!>도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 좋은 영화겠지만, 추석 연휴 관객들은 한복 입은 국내 배우들을 더 많이 찾았다. 조선의 신무기, '신기전'으로 명나라 군대를 격퇴하는 액션 장면과 애국심 고취시키는 메시지도 한몫했다.
그러나 연휴가 끝나는 동시에, 상황은 역전됐다. 2위에 머물던 <맘마
어떤 영화들이 흥행했을까? 지난 10년간의 추석 영화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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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이 인질극을 소재의 영화 <협상>으로 돌아왔다. 팽팽한 설전을 그린 <협상>에서 그녀는 범죄조직의 민태구(현빈)로부터 인질들을 구하려는 협상가 하채윤을 맡았다.
이제 손예진에게 ‘멜로 퀸’이라는 수식어는 너무 좁은 의미인 듯하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외출> 등의 영화로 사랑에 대한 웬만한 감정은 다 겪어봤을 그녀지만, 최근 손예진은 멜로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해적, 엄마, 조선의 옹주 등 멜로영화 이외 인상 깊었던 그녀의 영화 속 얼굴들을 모아봤다.
<무방비 도시>
감독: 이상기 / 출연 김명민, 손예진, 김혜숙 / 개봉: 2007년
<무방비 도시>는 멜로장르에서 벗어나려는 손예진의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영화다. 그녀가 연기한 백장미는 외모, 거짓말, 아픈 과거까지, 팜므파탈이 갖춰할 조건을 다 갖춘 인물이다.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그녀의 눈웃음이 무섭다!? 멜로의 달달함이 빠진 손예진의 영화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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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꾼>으로 관객을 찾았던 현빈이 <협상>으로 1년 만에 극장가에 복귀했다. 그간 볼 수 없었던 그의 악한 얼굴을 담은 영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아직도 현빈의 필모그래피에서 드라마 <시크릿 가든>, <내이름은 김삼순> 속 로맨티시스트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라면 주목해보시길. 늘 로맨스와 함께라면 환상의 시너지를 빚었던 현빈이지만, 최근의 그는 로맨스를 벗어나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도전해왔다. 백마 탄 왕자님은 졸업한 지 오래, 로맨스를 벗어난 현빈의 얼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민규
돌려차기, 2004
<돌려차기>는 현빈의 스크린 데뷔작(2002년 <샤워>라는 작품이 있었으나 개봉하지 않았다)이다. 바른 생활 대학생을 연기했던 <논스톱 4>, 안타까운 이가 있으면 도와주고야 마는 성격의 경호원을 연기한 <아일랜드> 등 데뷔 초 현빈은 주로 반듯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돌려차
언제 적 백마 탄 왕자님? 로맨스를 벗어난 현빈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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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팬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듯하다. 어쩌면 톰 히들스턴의 로키를 다시 볼 수도 있겠다. 9월18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디즈니가 준비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레이’의 콘텐츠로 MCU 히어로들의 드라마가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TV 시리즈는 “아직 단독 영화가 없었던 MCU 히어로들과 함께 로키, 스칼렛 위치가 중심이 될 것이다. 톰 히들스턴, 엘리자베스 올슨이 그대로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버라이어티>에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 플레이의 MCU 드라마는 영화만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지점은 마블 스튜디오 수장 케빈 파이기가 직접 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블 스튜디오, 디즈니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현재 마블 코믹스 원작 TV 시리즈로는 넷플릭스의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 ABC사의 <에이전트 오브 쉴드> 등이 있다. 그러나
로키·스칼렛 위치 영입하는 ‘디즈니 플레이’, 넷플릭스 앞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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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는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로스앤젤레스가 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의 탄생지라는 배경도 있지만, 로스앤젤레스는 할리우드 외에도 독립영화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극장 등 영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다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도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미국독립영화협회(Film Independent)가 주관하는 ‘LA 영화제(LA Film Festival)’가 매년 개최된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하는 ‘LA 영화제’는 다양한 독립 영화, 방송 프로그램 및 단편 작품을 조명하는 자리로, 이 행사를 위해 매년 로스앤젤레스 및 전 세계의 제작사, 업계 전문가 및 유수의 제작자들이 한데 모인다. 특히, 올해의 ‘LA 영화제’에는 한국 영화 <소공녀(감독 전고운)>가 초청돼 많은 국내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올해의 행사는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된다.
이 밖에도, 영화팬이라면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양한 예술영
제24회 LA 영화제,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를 더욱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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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K시 가족여성과 내 출산장려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우리 시 출산율이 너무 낮아서 지난해에 팀명도 출산다문화팀에서 출산장려팀으로 바뀌었어요. 최근엔 관련 행사도 했어요. 관내 13살 이하 막내를 둔 가정 중 가장 자녀가 많은 ‘다둥이’부모를 선발해 지원하는 행사요. 첫 번째 후보는 30대 싱글맘이었는데 조금 문제가 있었어요. 이혼했냐고요? 아뇨. 결혼한 적이 없대요. 미혼모예요. 요즘은 비혼모라고 한대요. 비혼부, 비혼모부요. 팀장님에게 말하니까 둘이 한 아이를 키우기도 힘든데, 한 사람이 여럿을 키우다니 어딘가 수상하대요. 전 그렇게 생각하는 팀장님이 더 수상한 거 같은데. 우리나라는 낙태가 불법이잖아요. 여성이 스스로 임신을 중단할 권리나 자유는 없는데. 법적으로 임신 중단이 금지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고요.
하지만 팀장님이 그러네요. 삶엔 순서가 있다고. 태어나 교육, 취업, 혼인을 거쳐 가족을 이루는 거요. 이를 돕는 게 나라가 하는 일이다, 그런
출산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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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으로 여름 극장가를 찾았던 키키 키린이 9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일본의 국민 배우로 칭송받는 그녀는 지난 2004년 유방암을 진단받은 후 14년간 암과 싸우며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눈여겨본 관객들이라면 그녀의 얼굴을 잊을 수 없을 터. 18세에 1961년 극단 분가쿠좌에 입단하며 연기를 시작한 키키 키린은 1962년 드라마 <일곱 명의 손자>를 통해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고, 1974년 TBS 드라마 <데리우치 간타로 일가>에서 간타로(고바야시 아세)의 어머니를 연기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당시 노모 역할을 맡은 그녀의 나이는 33세. 아들 역을 맡았던 고바야시 아세보다 10살 어린 나이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태풍이 지나가고>를 발표했던 지난 2016년 “영화의 몇몇 장면에서 키키 키린은 정말 내 어머니
최근 생을 마감한 키키 키린, 놓쳐선 안 될 그녀의 연기를 담은 영화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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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힙스터스러운 선글라스를 낀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얼굴이 프린트된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사이먼 래틀 경이 이끄는 베를린 필과 함께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교향곡 2번 《The Age of Anxiety》 음반이다. 도이치 그라모폰 (흔히 말하는 노란 딱지)에서 출시된 음반을 구매하려다가,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인터뷰를 들었다. 초연에 함께했던 순간, 언젠가 반드시 꼭 녹음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번스타인과의 약속을 지켜 기쁘다고 말하는 지메르만의 목소리에는 특별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우리 집에 불이 난다거나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가장 먼저 챙길 음반 중 하나는 번스타인/지메르만이 함께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말러나 쇼스타코비치, 브루크너 같은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실황을 주기적으로 듣지 않으면 금단증상에 시달리는데, 가을이 다가오고 바람이 서늘해지면 브람스가 절실하게 그리워진다. 이 음반은 거의 영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레너드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그의 영화적 자취를 더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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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샘 닐, 로라 던, 제프 골드블럼, 리처드 애튼버러, 새뮤얼 L. 잭슨 / 제작연도 1993년
초등학생 시절부터 만화를 그려오다가 이제는 어엿한 만화가가 된 나는 영화를 볼 때 관찰자적인 자세가 된다. 영화 속에 빠져들어 주인공과 함께 웃고 울며 감상에 젖는 일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어려서부터 영화 뒷얘기에 관심이 많아 각종 잡지와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보며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창작되어진 것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아주 감정적으로 격한 장면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 나와도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든지 화면 구도가 참 아름답다든지 조명이 근사하다든지 따위를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특수효과다. 지금이야 거의 모두 컴퓨터로 만들어지니 큰 감흥이 없다만 컴퓨터 이전 시절의 영화에는 특수효과맨들의 인장이 영화 곳곳에 아주 깊이 박혀 있었다. 톰 새비니가 고안해낸 좀비 분장, 크리스 월러스의
조경규 만화가의 <쥬라기 공원>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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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스.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 일명 재특회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던 일본의 반인종주의, 반소수자 혐오 시민운동의 이름이다. 카운터스는 저항 시위를 조직함으로써 혐오세력의 기세를 한풀 꺾고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을 이뤄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영화 <카운터스>(2017)는 그 투쟁 과정의 일부를 담은 작업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러나 조기 종영됐다. 개봉 직후 주인공 다카하시의 성폭력 가해 사실이 국내에 폭로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이에 배급사가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다.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와 소통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작품과 관련된 행사를 취소하고 조기 종영을 선택한 배급사의 대처는 모범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앞으로 공동체 상영이나 VOD 배급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 앞에서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작품을 둘러싸고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혹은 어떤 윤리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작품의 완전한 말소와 폐기가 우리가 선택할 수
‘<카운터스> 케이스’에 담긴 사회운동의 딜레마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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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한해 제작된 120편의 한국영화 중에서 관객수 5만명을 넘긴 영화가 15편이 채 되지 않았던 암흑기에, 그의 데뷔작은 46만여명이나 불러모았다. 서울의 명보극장 한 군데에서만 말이다. 통기타 음악, 청바지, 생맥주 등 청년 문화 바람을 일으켰고, “경아, 오랜만에 누워보는군”이라는 대사가 유신 시대에 억눌렸던 대중의 감수성을 건드린 이 영화는 <별들의 고향>(1974)이다. 20살에 당대 최고의 스튜디오인 신필름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신상옥 감독의 연출부로 일하며 어깨너머로 영화 연출을 배운 게 전부인 이장호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29살이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선정한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은 이장호 감독이다. 데뷔작 <별들의 고향>을 포함해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과부춤>(1983), <바보선언>(1983),
[부산국제영화제⑧]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 이장호 감독, <별들의 고향> <바람 불어 좋은 날>부터 최근작 <시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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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필리핀영화 10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특별전을 마련했다. 지난 2009년엔 한국과 필리핀 수교 60주년을 맞아 ‘필리핀 독립영화의 계보학’이란 특별전을 마련해 총 14편의 영화를 소개한 바 있다. 마누엘 콘데, 리노 브로카, 에디 로메로 등 필리핀을 대표하는 거장부터, 당시 필리핀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브리얀테 멘도사와 라브 디아즈, 그리고 독특한 영화세계를 지닌 신예 작가로 소개된 라야 마틴의 영화들로 상영작을 구성해 필리핀 독립영화의 정신을 담아내려는 의도를 명확히 했었다.
‘국가(적)영화’라는 개념
10년 전의 특별전을 참고해, 이번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고민했던 지점은 필리핀영화 100년을 어떻게 조망할 것인가의 문제였는데, 필리핀영화 100주년을 준비하고 있는 특별위원회 소위원회와의 논의를 거쳐 ‘국가(적)영화’(National Cinema)라는 개념으로 100년을 관통해보자는 데 의견을
[부산국제영화제⑦] 필리핀영화 100주년 특별전 – 영화, 국가와 역사에 응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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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일 한국영화 가운데 올해 유독 눈에 띄는 특징은 10대 소녀가 주인공인 영화가 많다는 점이다. <벌새> <선희와 슬기> <영주> <영하의 바람> <보희와 녹양> <나는보리> <계절과 계절 사이> 등이 이런 계열에 속하는데 소녀들의 이야기라고 다 비슷한 것은 아니다. <벌새>는 사랑을 갈구하는 중학생 소녀를 그린 작품인데 1994년 성수대교 붕괴라는 실제 사건과 미묘한 방식으로 연결된다. 부모는 바쁘고 오빠는 폭력적이며 언니는 바깥으로 나도는 어느 가족의 막내인 소녀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갈구하지만 세상은 소녀의 소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가 청소년기에 경험한 일들을 자연스레 상기시킨다. 반면 <선희와 슬기>의 소녀는 또래 집단에 끼고 싶은 여고생이다. 소녀는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거짓말을 하는데 그것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다. 친구의 자살
[부산국제영화제⑥] 부산의 한국영화 신작들, 10대 소녀의 삶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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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갈비뼈> The Rib
장웨이 / 중국 / 2018년 / 85분 / 아시아영화의 창
한위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살아가고 있다. 화장을 하고 빨간 드레스를 입은 채 트랜스 바에 가서 친구와 함께 춤추는 게 일상의 유일한 낙이다.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아 진짜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수술은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이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한위는 수술 허락을 받기 위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버지를 찾아간다.
성인이지만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은 갑갑하다. “좋은 여자 만나 자식을 낳아야 한다”고 믿는 아버지까지 설득해야 하니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 아들의 커밍아웃을 이해하는 대신 분노한 아버지로부터 기대할 만한 게 거의 없는 현실에서 한위의 마음만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아버지는 그의 집에 들이닥쳐 그가 입는 여성 옷가지를 버리고, 그걸 본 친구는 한위에게 함께 사는 집에서 나가달라고 한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⑤] <아담의 갈비뼈> <아무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마음의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