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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를 휩쓸었던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그 뒤를 이을 <반도>에 이정현이 강동원과 함께 주연으로 물망에 올랐다. 11월21일, <스타뉴스>는 “이정현이 강동원과 <부산행> 세계관의 <반도>로 호흡을 맞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정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뜻을 전했다. 강동원 역시 지난 10월 <반도>의 출연을 제안받았지만,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는 상황이다.
<반도>는 <부산행> 이후, 좀비 바이러스가 전역에 퍼진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정석이 생존자들을 이끌고 있는 민정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이 그대로 메가폰을 잡으며 강동원이 정석 역에, 이정현이 민정 역에 출연 논의 중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부산행>의 프리
이정현X강동원, 연상호 감독 연출 <부산행> 시퀄 <반도> 주연 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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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디지털화되고 음악계 속도가 빨라지면서 아티스트들의 체력과 창의력도 전보다 빨리 소모되고 있다. 특히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 신에서 요즘 이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DJ 중 한명인 하드웰은 지난 9월 돌연 무기한 투어 중단을 선언하고 휴식기에 들어갔다. 언론과 팬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보면 그가 얼마나 지친 상태인지 짐작된다. “24시간 하드웰로 살다보니, 에너지, 사랑, 창의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생활이 거의 남지 않게 됐다.”
DJ 카니지도 11월 초 기약 없는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EDM 최전선에서 물러났다. 그의 경우는 좀더 심각하다. “정신 및 육체적 건강”을 언급하며 “위험신호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얼마간 그들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이제 아티스트들이 무조건 견디지 않고 솔직히 한계를 인정할 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재충전 뒤에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면 그만이다. 팬들은
[마감인간의 music] 카이고 <Happy Now>,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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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박해일이 시를 읊는다. 중국에서 어린이라면 누구나 읊을 줄 안다는 낙빈왕의 <영아>(咏鹅)라는 시를 말이다. 선뜻 상상이 되지 않는 풍경이다. 장률 감독이 평소 박해일의 아이 같은 면모를 떠올린 이미지인데 그것이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이 영화는 박해일이 맡은 윤영이, 송현(문소리)이 선배(윤제문)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송현과 함께 군산으로 여행 가면서 시작된다. <경주>(2014), <필름시대사랑>(2015)에 이어 장률 감독과 세 번째 작업한 이 영화는 박해일에게 어떤 여행이었을까. 현재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를 촬영하고 있는 그는 비니로 민머리를 감춘 채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18개월 된 둘째아이는 잘 크고 있나.
=영화 <나랏말싸미> 촬영 때문에 집을 나와 있어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다.
-둘째라 육아가 첫째에 비해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배우 박해일, "장률 감독은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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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시리즈의 차사 덕춘 역을 맡으며 원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꼽혔던 배우 김향기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영주>의 영주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철부지 동생을 챙기며 살아야 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처음 공개된 차성덕 감독의 데뷔작 <영주>는 배우 김향기의 얼굴로 시작해 얼굴로 끝나는 영화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주라는 인물이 지닌 내면의 복잡함을 얼마나 다양하게, 또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배우에게는 큰 숙제임과 동시에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도 갖게 하는 영화다. “올 한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좋은 기억들로만 채워져서 기쁘다”라고 말하는 김향기에게 <영주>는 어떤 영화일까.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수시 합격을 축하한다.
=합격 기사를 보고 나서야 내가 대학생이 되는구나, 라고 실감했다. <우아
<영주> 배우 김향기 -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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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오멸 감독은 두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영화 <눈꺼풀>(2016)과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에 도전하는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인어전설>(2016)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통제와 검열이 은밀하지만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시절 완성된 이 두편의 영화는 시대의 상처와 아픔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월 개봉한 <눈꺼풀>이 상징과 비유를 통해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가늠하려 하는 진중한 분위기의 영화였다면, 11월15일 개봉한 <인어전설>은 제주도 어촌 마을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연을 닮은 생명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환희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그녀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어이그, 저 귓것>(2009), <뽕똘>(2010), <하늘의 황금마차>(2013) 등의 전작을 통해 자신
<인어전설> 오멸 감독 - 해녀들의 삶 자체가 곧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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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송새벽에게 있어 배우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연 해다. 연극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넘어온 후 쉴 새 없이 연기 생활을 이어가던 그가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고, <7년의 밤>(2018)으로 돌아온 이후 활동 반경을 넓히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나의 아저씨>로 첫 TV드라마에 도전했고, 지난 11월 15일 개봉한 <해피 투게더>는 그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휴먼 드라마다. 송새벽이 연기하는 영걸은 관광 나이트클럽에서 하늘(최로운)의 아빠 석진(박성웅)의 일자리를 뺏는 ‘생계형’ 색소포니스트인데, 석진 부자의 끈끈한 모습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하늘이 아티스트로서 가진 능력을 발견한 이후에는 친아빠만큼 애정을 쏟는다. “예전부터 따뜻한 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들어오더라. <해피 투게더> 시나리오를 받고 되게 하고 싶었던 장르라고 생각했다.” 현실의 송새벽과 가장 가까운 장르는 오히려 <해피 투게더
<해피 투게더> 배우 송새벽 - 느리게 나의 방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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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래미 맬렉이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로 캐스팅됐다는 뉴스가 떴다. <미스터 로봇>의 해커 엘리엇 역으로 제68회 에미상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었지만,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전기영화에서 밴드의 프론트맨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할 만큼의 중량감을 래미 맬렉에게서 발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래미 맬렉이 프레디 머큐리 역의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다. 프레디 머큐리와 외형적 이미지가 비슷한 사샤 바론 코언과 또 다른 벤 위쇼가 <보헤미안 랩소디>에 언급되었지만 계약이 성사되진 않았다. <미스터 로봇>을 인상 깊게 본 제작진은 커다란 눈과 견고한 턱 때문에 고집스럽고 예민한 예술가의 인상을 풍기는, 이집트인 부모를 둔 미국 태생 래미 맬렉에게 손을 내밀었다. 퀸의 팬이었던 래미 맬렉은 부담감을 떨치고 차츰 프레디 머큐리가 되어갔다. 지그재그로 리듬을 타며 스타카토로 걷는 걸음걸이나 짧은 스탠딩 마
<보헤미안 랩소디> 래미 맬렉 - ‘레전드’를 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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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마르 베리만의 영화 속 의상에 관해 오랜 시간 연구해왔다. 베리만 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기에 특히 흥미롭다.
=9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 영국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나는 2007년부터 스톡홀름대학에서 영화 미장센, 특히 의상에 집중하는 수업과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영화산업과 패션산업의 오랜 연결고리를 들여다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트랜스 학문은 전세계적 유행이 되었고, 특히 영화와 패션 스터디의 접목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의상분야를 다루자면, 시대적인 상황상 자연스럽게 여성 인력들을 발굴하는 작업이 될 것 같다.
=대다수의 여성 스탭들은 익명으로 남겨지기 마련이었다. 베리만과 함께 작업한 스탭 중에서 의상 디자이너인 마릭 보스를 소개하고 싶다. 베리만과 4편의 영화를 함께했고, <처녀의 샘>(1960)에서 보여준 뛰어난 중세시대 의상으로 제3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흑백영화
[제7회 스웨덴영화제③] 스톡홀름대학교 영화학과 루이스 발렌베리 교수 - 의상을 통해 읽는 베리만 영화 속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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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스웨덴 공영방송 <SVT>에 입사해 아직까지 일하고 있다. 기자, 프로듀서, 다큐멘터리 감독 등 다방면을 섭렵 중인데.
=뉴스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1986년부터 문화예술부로 자리를 옮겼다. 지극히 사적인 관심에서 지원한 일이었다. 지금도 문화예술계 소식을 종종 뉴스로 전하고 있지만, 다큐멘터리 작업에 좀더 집중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용 다큐멘터리의 책임 프로듀서로도 활동 중이다.
-잉마르 베리만이 노년을 보낸 포뢰섬을 방문해 그를 인터뷰한 유일한 언론인이다.
=1983년에 인터뷰차 베리만을 처음 만났고, 1997년에 <SVT>의 문화지에 들어갈 긴 인터뷰를 나눈 것이 중요한 계기를 됐다. 이후 그가 나에게 편견 없이 대해주어서 고마웠다고 전화를 해왔다. 당시 업계에서 잉마르 베리만은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나는 그와의 대화가 꽤 편안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더 심도 있는 만남을 가져야
[제7회 스웨덴영화제②] <베리만 아일랜드> 마리 뉘레로드 감독 - 그는 외로웠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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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마르 베리만은 스웨덴의 영화감독이자 연극연출가, TV드라마의 대가로서 신의 구원과 인간의 불가해한 내면 세계를 집요히 탐구하고 응시한 작가다. 미국, 스웨덴 언론을 중심으로 잉마르 베리만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사들이 속속 등장할 때, 그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전설적인’이라는 말로 형용됐다. 얼마쯤 식상하기까지 한 이 수사가 무색할 정도로, 베리만의 족적은 실로 전설적인 유니버스로 남았다. 당대로서는 베리만의 영화가 <가디언>의 표현대로 “충격적일 정도로 현대적”이었을 것이고, 그가 긴 일생을 통해 남긴 62편의 영화와 170여편 이상의 연극은 마틴 스코시즈, 우디 앨런, 리처드 링클레이터, 웨스 앤더슨 등 후배 영화인들의 전범이 되어주었다. 사실 우리는 아직 실존의 고통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베리만의 양식적인 드라마와 비견될 새로운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사에서 베리만의 거대한 존재감은, 때로는 과대평가의 논쟁을 낳기도 했다. 베리만 사후, 미국
[제7회 스웨덴영화제①] 잉마르 베리만 감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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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스웨덴 웁살라에서 태어나 2007년 영원한 침묵에 잠기기까지, 잉마르 베리만은 1950~60년대 불어닥친 모더니즘의 광풍 속에서 영화 역사의 새 장을 쓴 감독 중 하나다. 신과 죽음, 인간의 허약한 믿음과 사랑, 그리고 여성의 억압과 욕망을 살폈던 영화의 시인. 그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11월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를 비롯해 인천, 광주, 부산에서 열리는 제7회 스웨덴영화제는 <모니카와의 여름>(1953)을 시작으로, <산딸기>(1957), <페르소나>(1966)를 거쳐 그의 실질적인 유작인 <사라방드>(2003)까지 7편의 작품을 엄선하고, 베리만이 노년에 직접 인터뷰에 응한 다큐멘터리 <베리만 아일랜드>(2004)를 더했다. 특히 올해는 두명의 귀한 손님, <베리만 아일랜드>를 만든 마리 뉘레로드 감독과 루이스 발렌베리 스톡홀름대학교 영화학과 교수가 직접 한국을 찾았다. 베리만
제7회 스웨덴영화제에서 만난 베리만의 사람들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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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월 5일, 베를린국제영화제 회고전 초청을 앞두고, 화재 사고로 비극적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김기영 감독이 손에서 놓지 않았던 작품은 <악녀>였다. 미완의 작품이긴 했지만, 보지 못한 ‘녀’ 시리즈가 더 궁금해지는 2018년이다. <하녀>(1960)를 변주한 <화녀>(1971), <충녀>(1972), <화녀’82>(1982), <육식동물>(1984)을 비롯해 <수녀>(1979), <아침에 퇴근하는 여자>(1979) 등 제목에 내세운 것만 보더라도 김기영 감독의 작품에서 ‘여성’은 언제나 흥미로운 관찰의 대상이었다.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에서 기괴하고 집요한 표현력으로 ‘컬트감독’으로 읽히며 재조명된 뒤 이후 끊임없이 조명될 만큼, 32편의 유작을 통해서 읽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감독. CGV아트하우스의 김기영 기념관 선정을 계기로, 2018년
CGV아트하우스 김기영 헌정관 개관 기념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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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휴전선 아래 파주까지 도착하는 세 남매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실은 지난 11월 2일부터 지금 촬영 중인 영화 얘기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경험을 만드는 행위다. 직간접 경험이 녹아든 시나리오를 토대로 스탭과 배우는 또 다른 실제 세계를 함께 창조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관객은 영화라는 그 경험의 결과물을 극장에서 경험한다. 4년 전, 그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진주에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썼다. 지금도 그 계절에 한 일이 시나리오를 쓴 건지 어느 가족을 ‘만난’ 일인지 기억이 종종 헷갈린다. 경험은 또 다른 경험으로 이야기가 되었고, 이듬해에 그 가족이 지나갔던 길과 머물렀던 장소를 되짚어 사진에 담았다. 이어서 만화를 그리는 작가가 그 사진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꼬박 일년 동안 그들의 얼굴과 공간을 자신의 손으로 그려내는 경험을 했다. 이후 그 그림과 활자를 담은 책이 나왔고, 또 누군가는 감사하게도 만화로 먼저 세 남매와 가족을 만나
나에게서 너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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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 감독의 다큐멘터리 <집의 시간들>은 재개발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재개발’을 소재로 삼은 다큐멘터리가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재개발 다큐멘터리’로 분류되며 그러한 맥락 속에서 이야기된다. 문제는 ‘재개발 다큐멘터리’라는 분류가 아니라 그 분류가 영화에 관한 모종의 규정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재개발 다큐멘터리’라는 범주로 포괄되는 이상, 장소만 달라졌을 뿐 모든 영화가 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환각이 작동한다. 이 영화가 재개발 다큐멘터리에 관한 보통의 인식과 얼마나 먼가를 짚으며 이야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객은 <집의 시간들>을 보는 동안 재개발을 인식할 수밖에 없지만, 엄밀히 말해 영화 속에서 재개발은 재현되지 않는다. 굴착기 소리도, 건물 잔해의 흉측함과 가련함도, 사람들의 저항 혹은 들뜸과 회한도 여기에는 없다. 재개발은 하나의 전제이자 결과일 뿐이다. 이것은 내레이션과 자막을 통해 발화되거나 기록
<집의 시간들> 투쟁과 파괴가 아닌, 어떤 헤어짐에 관한 소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