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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부산행>(2016)을 인터뷰하던 당시, 인터뷰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고했다며 언급한 영화가 <더 로드>(2009)였다. 호주 출신으로 LA에서 활동하는 존 힐코트 감독은 <더 로드> 외에도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2012), <트리플9>(2016) 등으로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익숙한 감독이다. 존 힐코트 감독이 마침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 중 한편인 <악어>로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 단편TV무비 부문 우수상인 ‘실버 버드 프라이즈’를 수상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상호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다. <부산행>의 시퀄인 <반도>의 시나리오 작업으로 한창 바쁘다는 말에 요즘은 연락을 자제하던 중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우리 시나리오 작가랑 지금 <블랙미러> 보고 있었는데…”라는 연 감독의 답변이 돌아왔다. 한국영화를 관심 있게 찾아본다는 존 힐코
<더 로드> <블랙미러> 존 힐코트 감독, <부산행> 연상호 감독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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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커>(가제)의 연출을 맡은 토드 필립스 감독은 9월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호아킨 피닉스의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사진과 함께 ‘아서’(Arthur)라는 단어를 올렸다. 조커 영화에 관련된 언급은 없었지만, 많은 팬들은 사진 속 호아킨 피닉스의 모습이 <조커> 속 조커의 모습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아서라는 단어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조커의 본명이라는 추측도 돌고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사진 게재와 같은 날, 미국 연예매체 <저스트 자레드>(Just Jared)는 <조커>의 촬영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들 속 호아킨 피닉스는 토드 필립스 감독이 게재한 사진과 거의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번 사진에서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초록색 머리, 특유의 광대 분장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조커>가 조커의 기원을 그리기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하는 ‘조커’ 첫 이미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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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특출나게 무더웠기 때문일까요. 9월 달력에 붉게 자리한 추석 휴일 일정이 더욱 반갑기만 합니다. 더 힘들게 여름을 이겨낸 만큼 더 많은 과실을 거두며 마음 편히 쉬는 연휴가 되길 바랍니다. <씨네21>이 추석 명절에도 독자 여러분에게 재미있는 읽을 거리와 함께 반가운 선물들을 준비했습니다. 참여방법은 지금 보고 있는 1173호 엽서 뒷면에 퀴즈 정답과 설문을 적어 10월 12일(금)까지 보내주시면 됩니다(도착일 기준). 영화퀴즈 정답과 당첨자는 1177호에 발표합니다(문의 aim@cine21.com).
* 자세한 선물의 종류와 이미지는 1173호 지면에서 확인하 실 수 있습니다.
[정훈이 만화] 2018 추석맞이 괴이한 영화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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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하울은 문학을 스크린으로 소환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배우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그는 열등감에 절어 있는 지질한 남자 토니의 젊은 시절로 분했는데, 왜곡된 기억과 실제 사건 사이의 간극을 정확한 연기로 보여준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단편을 각색한 <BBC> 드라마 <검찰측 증인>에서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 레너드 볼, 안톤 체호프의 동명 희곡을 기반으로 한 <갈매기>에서 대배우인 어머니와 갈등을 빚는 작가 지망생 콘스탄틴을 연기했다. 이언 매큐언의 동명의 소설 원작인 <체실 비치에서>의 빌리 하울은 시얼샤 로넌의 상대 배우로서, 무시무시한 연기를 펼친다.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리고 체실 비치로 신혼여행을 온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갈등을 겪는다. 연애에 서툰 두 사람은 첫날밤,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한다. 소설에서 텍스트로 설명되어 있던 에드워드의 히스테릭한 심리는 빌리 하울의 밀도 높은 연
<체실 비치에서> 빌리 하울 -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는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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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목마인 뽀잉(전태열)은 놀이터 구조대가 되는 게 꿈이다. 놀이터 마을에 전학 온 것도 그래서다. 놀이터 구조대를 지휘하고 마을의 안전을 지키는 대장 엘루는 뽀잉에게 “진정한 구조대가 되려면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뽀잉은 천재 과학자인 하이에나 박사를 찾아가 슈퍼 변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뽀잉의 실수로 공룡 장난감이 티라노 로봇으로 변하고, 마을은 위기에 빠진다. 회전놀이기구인 빙빙이(정영웅)와 구름사다리 몽바(홍소영), 두 놀이터 구조대는 티라노 로봇과 맞서기 위해 출동한다.
<극장판 뽀잉: 슈퍼 변신의 비밀>은 2013년 EBS에서 방영된 <놀이터 구조대 뽀잉> 시리즈의 극장판으로 방영 당시 <뽀롱뽀롱 뽀로로>와 <꼬마버스 타요>를 제치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영화는 몽바와 빙빙이가 가진 변신 능력을 부러워하는 뽀잉을 통해 다른 사람이 가진 외모나 능력
<극장판 뽀잉: 슈퍼 변신의 비밀> “나는 놀이터 구조대가 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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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도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태진(김영광)은 사소한 사건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동네를 둘러보고 다니는 정의로운 순경이다. 그리고 장수체육관 관장 장수(마동석)는 아픈 딸 도경(최유리)만을 돌보느라 세상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이기적인 남자다. 동네 사람들이 깡패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의 뒤를 어느 날부터인가 태진이 졸졸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톰과 제리처럼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것처럼 으르렁대던 두 사람은 태진이 갑자기 유령이 되어버린 이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즉 장수에겐 도경, 태진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애인 현지(이유영)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목숨을 걸게 된다.
<원더풀 고스트>는 <죽이고 싶은>(2009)을 공동 연출한 조원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이야기, 캐릭터 모두 배우 마동석의 매력과 장기를 뽐낼 최적의 여건을 펼쳐놓은 듯한 영화다. 평범하지만 몸매에서부터 비범함을 숨길
<원더풀 고스트> 인간과 고스트의 신들린 합동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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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외계 세력인 키르기스의 점령으로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2050년의 도쿄를 프롤로그로 보여준 뒤, 2018년의 켄(와타나베 슈)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복서 켄은 수시로 격투장을 드나들며 사내들과 힘겨루기를 즐긴다. 어느 날 부실한 사내인 줄 알고 로봇 인간을 공격했다가 간신히 죽을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때 도움을 주었던 낯선 자들이 켄을 어딘가로 데려가는데, 그곳에는 사라졌던 형(요시자와 히사시)이 기다리고 있다. 원망할 틈도 없이 형은 켄에게 키르기스에 점령당할 미래를 알려주며,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브레이브 스톰>의 서사는 정리할수록 황당무계 하다.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인간의 외형을 한 로봇을 다루는 방식이다. 목이 부러져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 채 머리가 대롱대롱 매달린 형상은 이미지의 조악함 이전에, 인공지능(AI)의 죽음이나 파괴를 묘사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고민도 부재하다는 확신을 준다. 물론 이
<브레이브 스톰>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2050년의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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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의 소년 찰리(찰리 플러머)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아버지가 데이트로 외박을 할 때면 찰리는 홀로 밤을 보내곤 한다. 소년의 취미는 동네 근처를 조깅하는 것이다. 마을을 돌던 찰리는 경주마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델(스티브 부세미)을 알게 된다. 그가 시키는 일을 하고 돈을 받으면서 찰리는 점점 경마 일과 가까워진다. 특히 경주마 ‘린 온 피트’를 훈련시키고, 그가 경기에 참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경마 일에 깊숙이 개입한다. 그런 찰리에게 경마 주자 보니(클로에 세비니)는 말은 애완동물이 아니라고 주의를 준다. 찰리는 점차 우승을 위한 공공연한 편법과 소모당한 경주마가 처할 운명을 알게 된다.
영화는 경주마와 소년, 성장이라는 키워드의 조합에서 상상할 수 있는 그 모든 기대를 배반한다. 소년이 주자가 된다거나 관리자로서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말과 나누는 우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극적으로 강조되는 것도 아니다. 관객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머묾과 떠남을 반복하는 찰리의 여정이다.
<린 온 피트> 머묾과 떠남을 반복하는 찰리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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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단천마을. 지리산 삼신봉 자락 해발 600m에 파란 슬레이트 지붕의 집 한채가 놓여 있다. 이곳에 올해로 함께한 지 78년째인 91살의 이종수 할아버지와 92살의 김순규 할머니가 산다. 아침마다 수돗가에서 요강을 비우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작은 일에도 “영감, 고맙소, 고생했소”를 연발한다. 이곳에서 요리, 설거지, 빨래까지 집안일은 모두 할아버지의 몫이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한 배려다. 겨울날 할아버지는 마당에 내린 눈을 모아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할머니에게 보여주며 “이거는 할머니고, 이건 나고”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나이 먹으면 애가 된다더니 맞는 거 같다”면서 환하게 웃는다. 이들 노부부의 소원은 건강하게 오래 살다 함께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무심한 하늘은 이 노부부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부야 나부야>는 우리에게 익숙한 다큐멘터리 세 가지 형식(인터뷰, 내레이션, 감독의 개입)이 없다. 반면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나부야 나부야> 노부부의 일상과 아름다운 지리산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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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년 루이스의 일상은 엉망이다. 오직 UFO 연구에만 빠져 있는 괴짜 아빠 때문에 학교에서는 놀림을 당하고 집안 살림도 돌봐줄 사람이 없다. 루이스는 자신의 열두 번째 생일조차 몰라주는 아빠가 서운하지만 그래도 아빠를 사랑한다. 하지만 아빠가 아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서 루이스는 강제로 보육시설에 보내질 상황에 놓인다. 한편 장난꾸러기 외계인 삼총사 모그, 내그, 외보는 우연히 지구의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마사지 매트 ‘누비두비’에 꽂힌다. 누비두비를 구하기 위해 지구에 도착한 삼총사는 우여곡절 끝에 루이스와 접촉하고 친구가 된다. 언제나 외로웠던 루이스는 외계인과 함께 지구를 떠날 결심을 하지만 사고뭉치 외계인들로 인해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외계인과 친구가 된 소년은 영화 속 단골 소재다. <루이스> 역시 외계인이 등장하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이나 성장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에 빠진 아빠로 인해 아이다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루이스는 외계인과
<루이스> 외계인과 친구가 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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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권세를 손에 쥔 장동 김씨 세도가 김좌근(백윤식)은 효명세자를 독살하고, 흉지에 효명세자의 묘터를 정한다. 이를 반대한 지관 박재상(조승우)은 미움을 사 김좌근의 아들 김병기(김성균)의 손에 가족을 잃는다. 그로부터 13년 후, 재상은 친구 용식(유재명)과 함께 장안에서 명당을 사고 팔며 돈을 모아 김좌근의 부친 김조순의 묘터를 알아내려 한다. 명당에 위치한 김조순의 묘터를 바꾼다면 장동 김씨의 세도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좌근의 눈을 피하기 위해 상갓집 개를 자처하며 살아가던 흥선군(지성)은 재상의 사정을 듣고 재상과 의기투합한다. 재상은 김조순의 묘터를 알아내려고 김좌근과 대면하고, 그곳에서 김좌근이 2대에 왕을 낼 천하명당을 찾고 있음을 알게 된다.
<관상>(2013), <궁합>(2015)에 이은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3부작 중에서는 가장 짜임새가 좋다. <관상>은 수양과 김종서의 대결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
<명당>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땅의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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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사중주단 리더 플로렌스(시얼샤 로넌)와 역사학과 대학원생 에드워드(빌리 하울)는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리고 ‘체실 비치’로 신혼여행을 왔다. 이성과의 만남에 서툰 두 사람은 그동안 그들만의 방식으로 연애를 했다. 너무 고지식한 취향이나 나무나 꽃 이름을 잘 아는 상대의 모습에 끌렸다고 고백하며, 다소 촌스러운 스타일링도 사랑스러움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섹스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연인과 성에 대해 세상이 요구하는 틀에 자신을 비집어넣는 과정에서 어떤 가치관의 충돌을 야기한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핵실험 금지 조약을 논의하던 1962년이다. 이때의 영국은 본격적인 성적 해방이 시작되기 이전이었고, 섹스에 대한 건강한 인식이 자리잡지도 않은 시대였다. 플로렌스는 섹스를 책으로만 배웠고, 에드워드는 뇌손상 사고를 당한 어머니와 함께 자랐다. 두 사람의 성장 배경은 첫 섹스의 어설픔이 왜 그런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하는 퍼즐 조각이다.
<체실 비치에서> 사랑과 성관계의 의미를 색다르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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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의 이름난 협상가인 하채윤(손예진)에게 힘겨운 적수가 찾아온다. 채윤은 일전의 인질극에서 직속 상관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눈앞에서 피해자의 죽음을 목격한 상태다. 그가 트라우마로 힘겨워하는 와중에 국제범죄와 연루된 타이의 무기밀매상 민태구(현빈)가 채윤을 협상가로 지목해 12시간의 인질극을 벌인다.
모니터 앞에 마주 앉은 두 주인공이 각자의 좁은 공간에 틀어박혀 온라인으로 맞붙는 설정. 제한된 시공간에서 대화의 밀도와 추리 게임에 긴장감을 바라는 영화가 추석 시즌의 경쟁작으로 올라온 것은 꽤 도전적으로 보인다. 정부, 경찰, 언론간의 유착과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과정에서 부패의 당사자들은 너무도 익숙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데 반해 이들을 제압하는 합리적이고도 인간적인 주체가 여성이라는 점은 반갑다. 그러나 내면의 아픔 탓에 위악의 탈을 쓴 인질범과 걸핏하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협상가의 대치는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무딘 인상을 준다. JK필름
<협상>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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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황제 이세민(박성웅)이 고구려를 침략한다. 평양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진격하던 당 대군 앞에 놓인 것은 안시성. 이세민은 ‘한줌도 안 되는’ 이 작은 성을 금세 빼앗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조인성)의 지략에 번번이 패하고 만다. 분노한 이세민은 안시성보다 높은 토산을 쌓아 성을 함락시키려 한다. 한편 양만춘과 갈등 관계에 있던 고구려 장군 연개소문(유오성)은 안시성 출신의 청년 사물(남주혁)에게 안시성으로 가 양만춘을 제거하라는 명을 내린다.
영화 <안시성>의 핵심은 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안시성 시민들과 20만 당군의 전투다. 영화의 러닝타임 중 절반 이상을 액션 장면에 할애하는 이 작품은 동서양의 공성전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프로덕션 디자인과 등장인물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내는 격렬한 액션을 시각적인 스펙터클로 그려낸다. 이러한 아수라의 풍경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호방하게 전장을 휘젓고 다니는 고구려인들이다. 안시성 성주 역의 조인
<안시성> 동아시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를 이끈 안시성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