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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이 끝나면 죽음이 온다. 곡이 다시 시작되면 다시 살아나는가. 그저 곡이 끝날 때마다 한번의 죽음이 온다. 곡이 연주되는 동안에는 살아 있다. 복잡하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침묵을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이 시간을 분절해 감각하는 방법으로 음악을 택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천희란의 소설 <자동 피아노>는 20여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챕터는 숫자로만 명명되어 있지만, 챕터마다 피아노곡이 한곡식 매칭되었다. 여기에는 줄거리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으며, 다만 곡이 하나 시작되면 생각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생각이 어디로 굴러가는지를, 이야기를 적어내려가는 쪽은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듯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곡이 끝나면 (아마도) 한번 죽는 것이다. “여기에서 내가 죽일 수 있는 대상이라고는 나밖에 없으니까.” “휴식이란 겨우, 불안한 나의 뒷모습에 액자를 씌우고 잠시 바라보는 일.”
챕터별로 매칭된 피아노곡을 듣는 것은 <자동 피아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씨네21 추천도서 <자동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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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겨울, 아직은 기나긴 밤. 설 연휴 기간 중 당신에게 기나긴 겨울밤을 채워줄 이야기를 선물한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묵직하면서도 의미 있는 선택이 될 테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되살려주리라. 제목부터 인상적인 김민정 시인의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그리고 천희란의 소설 <자동 피아노>는 당신에게 불안이 될까 위안이 될까 궁금하다. 중 환자실 간호사 이라윤의 <무너지지 말고 무뎌지지도 말고>는 어쩌면 당신의 고민에 함께하리라.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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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환대 속에 가수 양준일이 돌아오면서, 그가 출연했던 90년대 초 예능도 유튜브에서 인기다. 그런데 양준일을 보려면 한국 문화와 언어에 서툰 그를 비웃거나 홀대하던 진행자들의 무례함을 견뎌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며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최근 JTBC <아는 형님>에는 ‘(여자)아이들’의 대만인 멤버 슈화가 출연했다.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저는 그냥 말해요. 표현력이 부족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있어요. 숨기지 않아요”(<GQ>)라고 말한 적 있는 슈화는 토크 예능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말이 아직 좀 어렵지 않냐?”라는 방송인 장성규의 질문에도 당당히 “어렵지 않다”고 맞받았는데, “슈화는 어렵지 않아! 듣는 우리가 어려워!”라는 가수 신동의 농담이 슈화의 자신감을 우스운 것으로 만들었다.
예능에서는 ‘한국인 다 된’ 외국인 남성이 누구보다 환영받지만, 한국어가 서툴고 나이 어린 외국인 여
<아는 형님>, 누가 웃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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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감독 윤성현 / 출연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 배급 리틀빅픽처스 / 개봉 2월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더 크고, 더 묵직하고, 더 살벌한 영화로 10년 만에 돌아왔다. 경제 붕괴로 망가진 한국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사냥의 시간>은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을 중심으로 친구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가 인생 역전을 위한 범죄 작전을 준비하면서 시작된다. 호기로운 계획도 잠시,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 이들을 쫓기 시작하면서 매캐한 풍경 속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윤성현 감독은 일본 만화 <아키라>와 <베르세르크>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한국형 판타지를 완성했다. 감독이 직접 <매드맥스>와 <터미네이터>를 오마주한 장면이 있다고 밝혔을 만큼 시각적인 스펙터클에 야심차게 공을 들인 작품이다. 설계자, 행동대장, 반항아, 정보원 등 제각기
[Coming Soon] <사냥의 시간>, 경제 붕괴로 망가진 한국의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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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때 기억난다, 다 기억나.”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권상우는 벽에 붙은 자신의 앳된 시절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18년 전, 공효진, 박해일, 조승우, 신민아, 류승범과 함께 ‘한국영화 밝힌 새벽의 7인’에 포함돼 찍은 사진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장혁, 소지섭, 송승헌을 선의의 경쟁으로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던 그의 자신감과 당당함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다. 풋풋한 청춘배우였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아저씨 배우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1월 22일 개봉하는 <히트맨>에서 그가 연기한 주인공 준은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국정원을 탈출하는 국정원 암살 요원이다.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설정의 이 이야기는 최근 권상우가 보여준 이미지에 적극 기대는 작품이다. 아내에게 구박받으면서 육아를 하는 애잔한 가장(<탐정> 시리즈>)이거나 대역도 마다하고 직접 선보이는 정통 액션 스타(<신의 한수: 귀수편>)이거나. 개봉을 앞두고 그를 만나 &l
<히트맨> 권상우 - 작품 고민은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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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설에도 찾아왔습니다. <씨네21>이 준비한 설 합본 특대호 독자선물! 정훈이 퀴즈를 푸시고, 선물 받아가세요! <씨네21>에 있는 독자엽서에 영화퀴즈 정답을 적어, 2월 10일까지 보내주시면 됩니다(2월 10일 소인까지 유효). 당첨자 발표는 2월 14일에 발행되는 <씨네21> 1243호에 실리고, 발표 후 2주 이내에 선물이 발송됩니다. 새해 큰 복 받아가세요! 문의 aim@cine21.com
* 자세한 선물의 종류와 이미지는 1240호 지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훈이 만화] 2020 설날 영화 퀴즈 - 닥터 두리틀을 해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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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호아킨 피닉스와 마틴 신이 환경 관련 시위 도중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났다. 지난 1월 10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 환경보호 증진을 위한 시위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가 열렸다.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는 배우 제인 폰다가 주최한 모임으로, 할리우드 배우들과 환경단체, 일반 시민이 매주 금요일 오전에 국회의사당 건물 계단에서 모여 집회를 가져왔다. 집회가 14주차를 맞은 이날, 호아킨 피닉스는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하며 “내가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한 가지는 식습관 개선”이라고 채식에 대한 목소리를 보탰다. 앞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으로 호주 화재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동참할 것을 격려하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파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제인 폰다를 비롯해 매기 질렌홀, 수잔 서랜던 등이 이 시위에 참여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제인 폰다가 미국 국회의사당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장면이 포
호아킨 피닉스와 마틴 신, 환경 관련 시위 도중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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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ILM 싱가포르 지사 소속 시니어 모델러 마이크 홍(한글 이름 홍성준)이 참여한 첫 번째 <스타워즈> 작품이다. ILM은 1975년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특수시각효과(VFX) 회사다. “회사를 옮긴 가장 큰 이유는 <스타워즈>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2019년 ILM으로 이직하기 전 마이크 홍은 소니 이미지웍스에서 일했다. <스타워즈>의 광팬까지는 아니지만 시리즈가 개봉하면 빠짐없이 챙겨 보는 “보통의 팬”으로서, 더불어 VFX 업계에서 일하는 한명의 영화인으로서 “<스타워즈>의 작업은 중량감이 달랐다”. “다른 작업 땐 엔딩크레딧에서 이름을 확인해도 별 느낌이 없었는데 이번엔 감회가 새롭더라.” 아쉽게도 ILM의 경우 슈퍼바이저급을 제외한 일반 아티스트는 분야와 직급 상관없이 ‘디지털 아티스트’ 분야에 200여명의 이름이 한꺼번에 들어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시니어 모델러 마이크 홍 - 상상을 구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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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셋쨋주 <씨네21> 편집부의 공기와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자면 스터길 심슨의 <The Dead Don’t Die>를 택할 것이다. 예년보다 설 연휴가 빠르게 찾아온 까닭에 한달 반 남짓한 기간 동안 두권의 특별호와 한권의 특대호 마감이라는 큰 산을 넘게 됐다. 키보드 치는 소리와 교정지 넘기는 소리, 이따금 정적을 깨는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사무실에 앉아 점점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모두가 마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마감의 고통과 잡지의 재미는 정비례한다고 자신할 수 있을 만큼, 이번 설 합본 특대호에는 볼거리, 읽을거리가 많다. 예능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여성 엔터테이너 송은이를 심층 인터뷰한 김혜리 기자의 글부터 올해 스크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다섯명의 신인배우를 조명한 특집까지 우리의 번아웃이 독자의 즐거움이 되길 바라며 준비한 기사들을 부디 훈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이번호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장영엽 편집장] 2020년, 다채로운 논쟁의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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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20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초’의 의미 못지않게 중요한 건 <기생충>이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지난 1월 13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 최다 후보에 오른 작품은 11개 부문에서 호명된 <조커>이고,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아이리시맨>이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상 후보작은 <기생충>을 포함해 총 9편으로,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기생충>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주요 부문 후보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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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씨네21> 편집부 앞으로 메일 한통이 왔다. <디어 평양>(2006), <굿바이, 평양>(2011), <가족의 나라>(2013)를 연출한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이, <경계도시2>를 연출한 홍형숙 감독이 제작 당시 스탭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았고(<씨네21> 1238호 국내뉴스 ‘웰메이드 다큐멘터리의 민낯’), 스탭 인건비를 유용했다(<씨네21> 1239호 국내뉴스 ‘독립영화의 제작 관행?’)는 <씨네21>의 연속 보도를 보고 20년 전 있었던 자신의 일을 고백하고 싶다며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1998년 당시 양영희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일본 <NHK>의 방송다큐멘터리 <흔들리는 마음>(1996)의 9분 40초의 장면을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본명선언>이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했고, 홍형숙 감독은 이를 부인하며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을
양영희 감독, <씨네21>의 <경계도시2> 보도 관련 기고문 보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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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은 새로운 세대의 귀로 들어도 여전히 쿨하고 섹시한 장르일까? 아이돌 그룹 원 디렉션 출신의 해리 스타일스는 최근 빌보드 1위를 기록한 화제작 <Fine Line>에서 1960, 70년대의 클래식 록으로 돌아갔다. 물론 지금 감성의 팝에 재료로 활용한 정도지만 1994년생인 그가 동료들이 알앤비로 향할 때 록과 밴드 사운드를 시도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타일스는 솔로 1집부터 이런 경향을 내비쳤다. 흔히 아이돌 이미지와 결별하는 성인식으로 제일 앞선 힙스터 장르를 들고 나오지만 스타일스는 역으로 1970년대 싱어송라이터, 포크, 록으로 앨범을 채웠다. 어떤 곡에선 컨트리 분위기도 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Sign of the Times》는 아이돌에 관심 없는 록/팝 취향의 윗세대까지 그를 진지하게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 기조는 그대로 이어진다. 더 흥미로운 것은 스타일스가 단순히 록의 사운드만 취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보위의
[마감인간의 music] 해리 스타일스 <Fine Line>, 록스타가 된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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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동 나우필름·파인하우스필름 대표가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의 새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영화계에서는 이상할 게 없다는 반응과 의아하다는 반응이 함께 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영화나눔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거쳤던 그가 영화제에서 공직을 맡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이나, 지금 시점에서 전주영화제의 수장이 되는 건 너무 많은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김영진 전 수석프로그래머, 이상용·장병원 전 프로그래머가 7년간 몸담았던 전주영화제를 떠나면서 영화제의 자율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바 있고, 새로 부임한 집행위원장은 이들의 빈자리를 메울 새 인력을 찾는 것은 물론 명확한 비전까지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준동 전주영화제 신임 집행위원장을 만나 왜 이 자리를 수락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영화 제작자로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여러 편인 그에게, 이창동 감독의 신작을 비롯한 차기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질문하는 영화’를 위한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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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슬픈 영화였다. 순옥이라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슬플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린 배우인 김시아가 순옥을 연기했다. 전에 그를 두번 보았음을 기억했다. 그는 부모의 존재가 아쉬운 역할을 내리 맡았다. <미쓰백>(2018)에서 친부로부터 폭력을 당하며, <우리집>(2019)에서는 부모의 존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예 버림받은 순옥의 얼굴을 보자마자 다른 영화들이 떠올랐다. 부모에게 입은 상처 때문에 영화가 슬프다고 생각했다.
국가간에 존재하는 상하관계
재난영화에 있어 한국은 아찔한 공간이다. <대지진>(1974)이나 <샌 안드레아스>(2015)의 지진이 한국의 일이라면? <백두산>은 그런 그림을 그린다. 백두산의 폭발이 4차까지 이어질 경우, 한반도의 아래 일부분만 존재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땅이 꺼지고 빌딩이 무너지는 액션영화를 하도 경험하다 보니 어지간한 재난의 광경에는 마음이 동하지 않던 차에
<백두산>의 재난 앞에서 무력한 소녀를 보며 슬픔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