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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어 있던 사람들과 연락을 끊은 후, 외로울 줄 알았는데 해방감이 더 컸다. “대부분의 사람과 연락을 끊었고 (중략) 듣기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했고, 껄끄러워지고 싶지 않았고, 화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내가 없어지는 쪽을 택했다. 내가 선명해지는 동시에 내가 사라지는 기분은 아주 근사했다.”(김봉곤, <시절과 기분> 중) 아, 무슨 기분인지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고향을 떠나 이전의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하기 시작한 주인공은 과거의 사람들에게 내가 ‘사라짐’으로써 한층 자신이 선명해짐을 느낀다. 때로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진짜의 나를 흐릿하게 만든다. 9월의 <씨네21> 북엔즈 서가에는 이처럼 마음과 기분, 그날의 분위기를 문장으로 낚아올린 책들이 모였다. 앞서 소개한 김봉곤의 <시절과 기분>이 수록된 소설집은 문학과지성사의 <소설 보다: 봄-여름 2018>이다. 문고본의 얇은 분량으로 봄과 여름을 닮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9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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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국제영화제의 상징, 황금사자상은 <로마>를 연출한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에게 돌아갔다. 지난 9월 8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 황금사자상 수상자로 호명된 알폰소 쿠아론은 영화의 제작진과 자신의 영화를 투자·제작해준 넷플릭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 테드 서랜도스에게 감사를 전했다. 1970년대 초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하는 흑백영화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담겨 있는 작품으로, 베니스에서 첫 공개된 뒤 전세계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유럽의 3대 메이저 국제영화제 중 처음으로 미국 인터넷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에 최고상을 안겨준 극영화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이 밖에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가 신작 <시스터스 브러더스>로 은사자상을,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더 페이버릿>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으며, 볼비컵 남우주연상은 <엣 이터니티스 게이
넷플릭스에 최초로 국제영화제 최고상을 안겨준 영화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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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작품.” <안시성>이 필모그래피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묻자, 배성우는 이렇게 답했다. 영화 개봉은 잠시 동안이지만, 오랫동안 함께할 동료를 얻는 건 그처럼 많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라는 말과 함께. 당의 20만 대군에 맞서 안시성을 지켜내는 사람들의 투쟁을 다룬 영화 <안시성>은 팀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였다. 성주 양만춘(조인성)의 부관 추수지를 연기하는 배성우와 안시성을 지키는 기마대장 파소로 분한 엄태구는 ‘팀 안시성’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중요한 퍼즐이다. 그런 그들이 혹독하지만 끈끈했던 <안시성>의 추억을 말한다.
-<안시성>은 전투 장면이 주가 되는 사극 액션영화다.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설정인데.
=배성우_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다. 안시성 전투라고 하면 우리 민족의 역사 가운데서도 가장 호쾌했던 승리의 전투잖나. 드라마보다 전투에 몰입하는 사극이라는 점이 흥미롭
<안시성> 배성우·엄태구 - 쉼 없이 말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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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남주혁)은 ‘고구려의 반역자’로 지칭되는 양만춘(조인성)을 고구려 왕 연개소문(유오성)의 명령으로 처단하러 간다. 그런데 가까이서 본 양만춘에게 무사로, 또 인간으로 매혹된다. 양만춘은 사물의 의도를 알고도 그를 옆에 둔다. 둘의 이 규정할 수 없는 관계는 큰 전투의 흐름 속, <안시성>의 드라마를 만들어주는 절대적인 열쇠다. 김광식 감독은 “사물에게서 어린 양만춘의 모습이 비치도록, 서로가 서로를 투영하도록, 그래서 조인성을 연상하게 하는 남주혁을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쌍화점>(2008)에서 고려 말 호위무사 홍림으로 나왔으니, 사극은 10년만의 출연이다.
=조인성_ 사극이 부담스럽다기보다는 규모가 부담스러웠다. 양만춘과 조인성의 매칭에 대한 물음표와 편견 속에서 시작했고, 나 역시 ‘내가 맞을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컸다. 그걸 보고 한재림 감독(전작 <더 킹>(2016) 연출)이 “해야 할 때가 됐다” 하시더라. (웃음
<안시성> 조인성·남주혁 - 전쟁 같던 촬영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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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전투는 지금으로부터 1400여년 전, 동아시아 역사에서 가장 기록할 만한 승리의 역사다. 성의 입지를 활용한 지략과 전술로 6배에 달하는 당의 군대에 맞서 승리로 이끌었으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방불케 하는 전투였다. 당시 당 태종이 이끄는 대군에 맞서 싸운 안시성 성주가 양만춘(조인성)이었다. 88일간 펼쳐진 치열한 전투를 2018년의 스크린에 재현하기까지 지난겨울 7개월간의 촬영과 총 제작비 2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다. 스크린에서 조명되지 않았던 고구려 전투를 경험하게 만드는 스펙터클한 촬영과 미술의 완성도가 135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잊게 만든다. 특히 안시성의 재현과 네 차례에 걸친 전투 신 구현으로 드러난, 사람의 목숨이 나뒹구는 전쟁터 한가운데서도 ‘싸움’이 아닌 ‘평화’를 지키려 했던 성주의 철학은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시성>의 ‘전쟁 같은’ 촬영에 뛰어든 조인성, 남주혁, 배성우, 엄태구 배우를 만났다. 전장의 한가운데서,
<안시성> 조인성·남주혁·배성우·엄태구 - 고구려 액션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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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린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로마>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돌아갔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는 톱스타와 유명 감독들의 신작이 대거 공개된 프로그램 구성으로 평론가들과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또 하나의 대형 영화제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영화광들의 시선을 독차지했으니, 바로 9월 6일부터 9월 16일까지 개최된 토론토국제영화제다.
토론토국제영화제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만큼이나 주요한 행사로 손꼽힌다. <노예 12년>, <룸>, <라라랜드>, <쓰리 빌보드> 등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눈여겨보면 이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의 연관성이 얼마나 짙은지 알 수 있다.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뿐만 아니라, 베니스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퍼스트맨>, 브래들리 쿠퍼의 연출 데뷔작 <
지금 가장 핫한 영화들, 놓쳐선 안 될 2018 토론토국제영화제 화제작 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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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과 괴수의 조합이라니, 독특하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흉악한 괴물을 소탕하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물괴>가 9월12일 개봉했다. 괴수는 완성도 높은 CG에 대한 부담감, 높은 제작비 등으로 그간 국내에서 꺼려왔던 소재다. 이런 악조건에, 사극 요소까지 더해 도전을 감행한 <물괴>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는 빈번히 등장한 괴수영화. 그러나 분명 국내에도 괴수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있어왔다. <물괴> 개봉과 함께, 몇 안 되는 한국 괴수영화의 계보에 대해 정리해봤다.
고전 괴수영화
1962년 개봉한 김명제 감독의 <불가사리>는 한국 괴수영화의 효시격 영화다. 전통 설화에 등장하는 쇠를 먹는 요괴, 불가사리를 소재로 했다. <오발탄>, <하녀> 등의 작품들로 한국 고전 영화 황금기라 불리던 60년대, <불가사리>는 인형극을 촬영한 듯한 엉성한 기
<물괴> 이전에는 뭐가 있었을까? 한국 괴수영화의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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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을 추진했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인기상 신설이 연기됐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측은 지난 8월, 대중성의 성취를 수상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지만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비판이 쇄도하자 계획을 잠정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배우 버트 레이놀즈가 9월 6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2살로 우리 곁을 떠난 버트 레이놀즈는 <서바이벌 게임>(1972), <스모키 밴디트>(1977) 등을 통해 1970년대 섹시 아이콘으로 등극했으며 2019년 개봉예정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데빌 올 더 타임>에 크리스 에반스, 로버트 패틴슨, 톰 홀랜드, 미아 바시코프스카가 캐스팅됐다.
도널드 레이 폴록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데빌 올 더 타임>은 안토니오 캠포스 감독이 연출을 맡아 내년 중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배우 버트 레이놀즈, 9월 6일 심장마비로 별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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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9년부터 정화예술대학교는 기존에 통합되어 있던 방송영상·연기학부를 방송·영상학부, 공연예술학부, 실용음악학부로 분리해 운영한다.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교육을 위해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각 학부의 세부 전공을 들여다보면 정화예술대학교의 목표가 더 분명히 드러난다. 방송·영상학부의 경우, 이미 존재했던 방송영상전공에 더해 미디어·콘텐츠디자인전공이 신설되고 공연예술학부에서는 기존의 연기전공과 함께 뮤지컬전공, 공연기획제작전공이 준비된다. 특히 미디어·콘텐츠디자인전공은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최근의 경향에 따라 설립된 전공으로 VFX나 3D, 모션그래픽 등의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이러한 변화는 정화예술대학교가 현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문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각 학부의 커리큘럼도 정화예술대학교의 방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연예술학부는 ‘Triple-
[정화예술대학교 방송·영상학부, 공연예술학부] 전문 지식 갖춘 현장형 인재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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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는 물에 빠진 동급생을 구하려다 죽은 아이의 부모 미숙(김여진), 성철(최무성)과 그들의 아들 덕분에 살아난 소년 기현(성유빈)의 만남을 그린다. 삶을 압도하는 상실과 애도, 이를 저예산으로 단시간에 찍어내는 과정이 적잖이 고되었으리라는 예상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지훈 촬영감독은 할리우드 시스템의 장점을 차용하고자 “하루의 첫 번째 일정으로 가장 먼저 리허설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영화계는 아직까지 “배우가 분장을 완료하고 촬영 직전에 리허설을 하는 방식이 보편적” 이지만, “미리 동선을 파악하면 배우들이 준비할 동안 촬영팀도 셋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반복 촬영할 확률이 줄어든다”. 덕분에 “미숙이 기현의 고백을 듣는 장면, 성철이 다른 학부모에게 빗속에서 읍소하다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등은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원신 원테이크로 감정을 담아냈다”. 이지훈 촬영감독은 <살아남은 아이>의 시나리오를 처음 보았을 때 “덤덤하고 냉정하게 찍자”고
<살아남은 아이> 이지훈 촬영감독 -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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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응 감독의 <버디 VR>이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VR경험상을 수상했다.
VR애니메이션 <버디 VR>은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VR 경쟁 섹션에 진출한 유일한 아시아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미학적이고 윤리적인 시선의 성숙도가 세계시민의 보편적 지성과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영화 촬영 도중 상대 여배우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조덕제의 유죄가 확정됐다.
조덕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2심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채수응 감독 <버디 VR>,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VR경험상 수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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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흐르던 그 클래식 선율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체실 비치에서>는 주인공 플로렌스(시얼샤 로넌)의 직업이 바이올리니스트인 만큼 클래식 선율이 영화의 주요 대목마다 배치된다.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해준 음악이 담긴 O.S.T 앨범이 8월 23일 발매됐다. 먼저 <뱀파이어의 그림자>(2000), <레이디 맥베스>(2016) 등 다양한 영화, TV프로그램, 연극 무대의 음악을 만들어온 댄 존스 음악감독이 영화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곡했다. 그외에 라흐마니노프, 슈베르트, 엘가, 모차르트의 곡도 수록된다. 로열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상주예술가가 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앨범 수록곡 전체의 솔로 파트를 담당하며, <체실 비치에서> O.S.T는 그의 첫 장편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광주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의 장
1년 중 손꼽히는 날씨를 자랑하는 요즘. 청명한 하늘이 여행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culture highway] ‘추석특선: 스크린을 다시 찾은 영화들’,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 그때 그 영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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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의 아폴론>은 전학 온 소심한 모범생 카오루(지넨 유리)가 학교 최고의 문제아 센타로(나카가와 다이시)를 만나고 ‘재즈’를 통해 서로 우정을 나누게 되는 이야기다. 카오루는 사세보로 전학 온 첫날, 학급위원 리츠코(고마쓰 나나)가 학교를 안내해주겠다는 것을 뿌리치고 옥상으로 간다. 카오루는 옥상에서 낮잠을 자는 센타로와 만난다. 방과 후 레코드 상점에 간 카오루는 그곳이 리츠코 아버지의 상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상점 지하 연습실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센타로를 다시 만나고 리츠코와 센타로가 소꿉친구라는 것도 알게 된다. 카오루는 이날 처음 센타로의 재즈 연주를 듣고 그에게 경쟁심을 느낀 나머지 클래식 음반 대신 재즈 음반을 사서 집에 간다. 여름날 세명은 바닷가로 놀러 가고 센타로는 그날 처음 본 유리카에게 사랑에 느낀다. 하지만 리츠코는 오래전부터 센타로를 사랑하고 있었고 카오루도 그런 리츠코를 사랑하는, 엇갈린 첫사랑이 이들의 관계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한다
[케이블 TV VOD] <언덕길의 아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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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추석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주 앞서 9월 12일 개봉한 <물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9월 19일 맞붙는 <안시성> <협상> <명당>, 그리고 한주 뒤 9월 26일 개봉하는 <원더풀 고스트>에 이르기까지 올해 추석은 사상 유례없는 한국영화들의 격전장이 될 것 같다. <명당>을 제외한 네 영화의 감독들과 인터뷰를 가졌으니 54쪽부터 시작하는 특집을 참조해주시길. 게다가 추석 연휴가 지난 10월 3일 개봉하지만, 서둘러 언론시사회를 가진 <암수살인>에 대한 호평도 들려온다. 10월 11일에는 올해 초 <씨네21>이 주목하는 프로젝트로 미리 인터뷰했던 여성감독 이지원의 <미쓰백>도 개봉한다. 한주 차이로 화제작들이 개봉하는 가운데, 과연 어떤 영화가 관객과 더 오래 만날지 궁금하다. 일단 <물괴> <안시성> <명당> 등 변함없이 사극영화의 경쟁이 눈에
[주성철 편집장] 즐거운 추석 맞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