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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 좀 할게요. <할로윈>이 여성 주연 호러영화 역대 최고, 55살 이상 여성 주연 영화 역대 최고, 10월 개봉작 역대 2위, 프랜차이즈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어. #womengetthingsdone(여자들이 해냈다).”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의 <할로윈> 주말 스코어가 약 7700만달러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10월 21일(현지시각 기준), 오랜만에 시리즈에 복귀한 로리 스트로드 역의 제이미 리 커티스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그가 <할로윈>의 성공을 여성의 쾌거로 연결시킨 맥락은 1970년대 이후 슬래셔 장르의 역사를 돌아볼 때 명료해진다.
호러 장르에서의 여성의 ‘전통적’ 역할
웨스 크레이븐의 <왼편 마지막 집>(1972), 토브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을 거쳐 1978년 탄생한 존 카펜터의 <할로윈>은 장르 공식을 정리한 걸작이었다. 술과 섹스를 즐기는 10대, 복면을 쓴
40년 만에 도착한 <할로윈>의 진정한 속편,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의 <할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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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설이 돌아왔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야심작 <할로윈>은 40여년간 나온 10편의 속편 중 처음으로 평단과 대중을 고루 만족시키며 존 카펜터의 <할로윈>(1978)의 진정한 적자가 됐다. 원작의 생존자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와 그의 딸 캐런(주디 그리어), 손녀 앨리슨(앤디 마티책)이 힘을 합쳐 마이클 마이어스(닉 캐슬)에 맞서는 2018년판 <할로윈>은 여성 주도의 서사가 주목받는 할리우드의 흐름에서 탄생한 영리한 기획이다. 특히 여성 혐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미국 슬래셔 무비의 굴곡 많은 역사에서 2018년판 <할로윈>과 그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를 짚어보았다. 여기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제이슨 블룸 대표와의 인터뷰도 덧붙인다.
전설의 레전드 2018년의 <할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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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으로서의 페미니즘은 비판적 실천 학문이라는 계보 속에 있다. 그런데 페미니스트의 비판은 종종 파시즘적 광기를 동반한 비합리적 감정의 분출로 간주되거나(‘페미 파쇼’), 성차별 반대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잔인해질 수 있는 나치(‘페미 나치’)로 묘사된다. 파시스트든 나치든 모두 지독한 국가주의자들인데, “여성에게는 조국이 없다”고 외쳐왔던 페미니스트들이 들으면 어리둥절할 일이다. 페미니즘은 지금까지 보편으로 간주되어온 지식의 권위를 묻고 또 물으며, 권력의 작동 과정을 심문하고 그 자신이 권력이 되는 것을 경계해 왔고, 그렇기 때문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한 실천’은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비판이란 무엇인가. 1978년 5월, 푸코는 ‘비판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비판이란 곧 ‘알고자 하는 용기’라고 정의했다. 앎이란 무엇인가. 여기에서 앎을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라고 한다면, 무엇이 지식이고 무엇이 권력인지를 단순히 서술하는
알고자 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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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은 우주탐사 영화로서는 드물게 폐소공포의 감각을 부른다. 1960년대의 달 탐사선 내부는 극히 협소하고,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가족이 거주하는 공동체는 외부 미국 사회로부터 단절된 캡슐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좁은 숏을 자주 쓴다. 이 영화의 많은 클로즈업에는 배우의 얼굴과 함께 다른 요소가 포함돼 있다. <퍼스트맨>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닐 암스트롱의 얼굴- 특히 눈- 과 거기에 비친 반영들이다. 바이저 위에 떨어진 태양빛과 지평선의 반영, 우주의 암흑과 마침내 착륙한 달의 광야까지. 이 영화의 풍경은 닐 암스트롱이라는 고독한 개인의 얼굴과 자주 포개진다. 셔젤 감독은 아폴로 11호가 찍은 영상을 LED 패널에 구현해 라이언 고슬링이 실제로 바라보며 연기하도록 했다.
10/09
<스타 이즈 본>은 운이 상승하는 한 사람과 하강하는 한 사람의 궤적이 교차하는 러브 스토리다. 두개의 선은 한점에서 마주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나는 달을, 달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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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의 흥행 실패가 <스타워즈> 유니버스에 큰 타격을 입힌 걸까. 10월 26일(현지시각), <버라이어티>는 “루카스 필름이 더 이상 <보바 펫> 프로젝트를 개발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디즈니와 루카스 필름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보바 펫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5-제국의 역습>(1980)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6-제다이의 귀환>(1983)에 등장한 현상금 사냥꾼이다. 눈에 띄는 코스튬과 특색 있는 전사(前事)를 지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로건>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가 감독으로 내정되어있던 보바 펫의 솔로 영화는 ‘스타워즈 앤솔로지 시리즈’ 작품으로 2020년 개봉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스타워즈 앤솔로지 시리즈로 개봉한 영화는 두 편. 2016년 개봉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10억 달러 이상의 월드 와이드 흥행 수익을 기록하
<스타워즈> ‘보바 펫’ 스핀오프 영화 제작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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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조금씩 잊혀지고 있는 톱스타 잭슨(브래들리 쿠퍼)이 가수의 재능을 가진 앨리(레이디 가가)를 발견한다. 작은 라이브바에서 그들은 서로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에서 이 순간은 짤막하고 강렬하게 그려진다. 잭슨과 앨리의 시선이 교차되는 리버스숏을 보면서, 관객은 영화가 평범한 클래식 멜로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직감할 수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화려한 공간과 익숙한 샹송 <La Vie en Rose>의 등장만으로 이러한 교감은 선명해진다. <스타 이즈 본>은 1937년 만들어진 원작의 주인공 관계도를 그대로 사용하는 영화다. 시작부터 전개와 결말에 이르기까지, 첫 영화의 오리지널 스크립트는 구성 그대로 활용된다. 다만 인물을 배우 아닌 가수로 설정했기에, 1976년 만들어진 프랭크 피어슨 감독의 영화와 분위기는 더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음악영화의 포맷을 잘 살려서 완성됐고, 남자주인공 잭슨의 시점을 이전보다 깊이 파고든다는 점에
진부할 수 있었던 할리우드의 러브 스토리 <스타 이즈 본>이 관객을 매혹하는 몇 가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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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가족의 형태는 복구될 수 있을까. <친애하는 우리 아이>는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 영화다. 이혼한 타나카(아사노 다다노부)는 전처 유카(데라지마 시노부)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사오리(가마타 라이주)를 종종 만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아내 나나에(다나카 레나)가 낳은 딸 카오루(미나미 사라)는 그 사실을 굉장히 불쾌해하며 “당신은 나의 진짜 아빠가 아니니까, 나도 내 아빠를 만나게 해달라”고 화를 낸다. 타나카와 나나에는 모두 한번 결혼에 실패한 사이이며 각자 낳은 아이들도 있지만 아이들의 행복이 곧 자신들의 새로운 결혼생활 유지의 전제임을 잘 알고 있다. 어른들은 사오리와 카오루처럼 자신들의 선택 때문에 상처입은 아이들을 어떻게 보듬고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유지시킬 수 있을지 가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다. <해피 해피 브레드>(2012),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2015) 등을 연출한 미시마 유키코 감독은 재혼한 남편 타나카의 시선을 통해서
<친애하는 우리 아이> 상처입은 가족의 형태는 복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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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치기>는 더이상 대화의 도리가 없으면 새로운 장소로 옮겨 만남을 지속하는 한국적인 음주 문화가 적나라한 매력을 발하는 영화다. 영화감독 가영(정가영)은 시나리오 취재를 이유로 아는 오빠 진혁(박종환)을 불러낸다. 은근슬쩍 진혁의 목소리를 칭찬하며 호감을 드러낸 가영은 그의 사생활은 물론 성생활까지 서슴없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체면치레를 할 든든한 핑계도 있는 데다가 적당한 취기까지 있으니 오랜만에 호사를 누릴 법도 하다. 하지만 솔로인 줄 알았던 진혁에게 연인이 있다는 사실, 그의 선배 영찬(형슬우)이 나타나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가영을 혼란스럽게 한다.
한자리에서 뭉근히 이어지는 음주 실내극 <밤치기>는 그 기획보다 세부가 더 매력적인 작품이다. 실내 포차와 룸 카페, 노래방 등의 닫힌 공간에서 나른하게 체류 중인 20, 30대의 대화는 재능 있는 배우들에 힘입어 소탈한 제스처와 생활적인 언어들로 활력이 넘친다. 실은 여기가 어딘지, 무얼하고
<밤치기> 한자리에서 뭉근히 이어지는 음주 실내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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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부모를 잃은 어린 루이스(오언 바카로)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삼촌 조나단(잭 블랙)을 찾아간다. 루이스는 괴짜 같은 조나단과 수상한 그의 집이 낯설지만, 조나단과 티격태격하며 지내는 오랜 친구이자 이웃사촌 플로렌스(케이트 블란쳇)의 따뜻함으로 인해 조금은 마음을 놓는다. 그런데 조나단은 밤마다 도끼로 집을 부수고, 이 광경을 본 루이스는 조나단을 도끼 살인마로 오해한다. 결국 조나단은 자신과 플로렌스가 마법사이며, 그의 집에 마법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과 이 집 어딘가에 숨겨진,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마법시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루이스는 조나단에게 마법을 배우며 함께 마법시계를 찾지만, 조나단이 절대 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캐비닛을 연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보다 스케일은 작지만, 공포영화 <호스텔>(2005)을 연출한 일라이 로스 감독은 마치 <그렘린>(1984)처럼 귀엽고 소름끼치는 소품들을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미스터리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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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교회의 역사를 서술한 <사도행전>의 집필기를 담았다. <신약성서> 중 로마서의 주역인 바울의 생을 돌아보는 동시에, 이를 꼼꼼히 기록한 누가의 활약에 중점을 둔다. 서기 67년의 로마 제국, 네로 황제는 대화재의 원인으로 조금씩 세를 넓혀가던 기독교인들을 꼽는다. 예수 부활 이후 로마에서 설교 활동을 널리 펼쳤던 바울은 이 과정에서 주범자로 몰려 감옥에 갇힌다. 의사이자 신실한 교도였던 누가는 거리에서 붙잡혀 산 채로 화형당하는 교도들을 지켜보면서 감옥에 몰래 잠입해 바울의 이야기를 옮겨 적기로 결심한다.
<바울>의 서사는 마메르티노 감옥과 교도들이 은신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의 집을 오가며 전개된다. 점차 드러나는 바울의 회고에 의하면, 그 역시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길러진 믿음과 아가페적 사랑으로 구원받은 존재다. 저예산의 투박한 미장센, 디테일이 부재하는 자리를 손쉽게 메우는 성경 구절 인용 등 만듦새의 아쉬움을 숨기긴 어렵다. 그러나 전
<바울> 초기 교회의 역사를 서술한 <사도행전>의 집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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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0만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이시야마 하지메 작가의 만화 <진격의 거인>의 두 번째 극장판이다. TV시리즈 시즌2를 총집합한 내용으로 여성형 거인 애니가 경화 능력을 이용해 스스로 봉인했던 시즌1의 엔딩에서 이어 시작한다. 100년 전부터 나타난 인류의 천적, 거인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고 평화를 이뤘던 인류는 갑자기 장벽 안쪽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거인들로 인해 다시 위기를 맞는다. 주인공 에렌(가지 유우키)이 속한 조사병단은 장벽에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직감하고, 104기 조사병단의 크리스타가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음을 알게 된다. 새로운 거인들이 속속 나타나는 가운데 위기에 빠진 에렌은 거인을 조종하는 힘 ‘좌표’에 눈을 뜬다.
TV시리즈의 내용을 압축한 총집편(지금까지 전개되었던 이야기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에피소드)이지만 한편의 완결된 내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단순히 스토리를 압축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진격의 거인> 시리즈의
<극장판 진격의 거인 2기: 각성의 포효> 인류의 빼앗긴 자유를 되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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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 투입됐던 미군과 함께 전장을 누볐던 ‘스터비 병장’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분명 포스터만 보면 귀여운 동물 애니메이션 영화일 것 같지만 영화는 참혹했던 전장을 누비던 스태퍼드셔 불테리어종 ‘스터비’의 활약상을 감동적으로 다룬다. 1917년, 길거리에서 음식을 주워 먹고 살던 개 한 마리가 미군 훈련소로 흘러 들어간다. 병사들은 귀엽고 똑똑한 개를 내쫓지 않고 훈련장의 마스코트처럼 키운다. 특히 훈련병 로버트 콘로이(로건 레먼)는 그에게 스터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돌본다. 17번의 전투와 4번의 군사작전을 거치며 18개월간 복역했다고 전해지는 스터비는 실제로 미국 역사상 훈장을 가장 많은 개로 지금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다. 스터비가 어떻게 훈련소에서 프랑스로 향하는 병사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는지, 그리고 전장에 배치되어 쏟아지는 총탄을 피해가며 무슨 임무를 하게 됐는지 영화는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한다. 연합군에 가세해 프랑스 땅을 밟
<캡틴 스터비> 역사상 가장 용감한 댕댕이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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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 26일. 명지대생 강경대가 시위 도중 국가의 과잉 폭력 진압으로 사망한다. 청년들은 분신과 투신으로 노태우 정권에 항의한다. 전남대 박승희, 안동대 김영균, 경원대 천세용,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 등이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태우 정권은 죽음을 선동하는 세력이 있다며, 당시 27살의 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기훈을 김기설 죽음의 배후로 지목한다. 혐의는 유서 대필과 자살 방조. 결백을 주장하며 검찰에 자진 출두한 강기훈은 결국 국가적 ‘조작’ 사건의 피해자가 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권고로 재심이 개시돼 2015년 5월 최종 무죄가 선고되기까지 무려 24년이 걸렸다.
다큐멘터리 <1991, 봄>은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국가의 불의에 저항하며 수많은 청년들이 목숨을 바쳤던 1991년의 봄을 현재로 소환한다. 그리고 너무도 일찍 세상을 뜬 열사들과 그들의 살아남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강
<1991, 봄> 수많은 청년들이 목숨을 바쳤던 1991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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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전쟁고아 1500명이 폴란드로 보내졌다. 북한의 김일성이 전쟁을 계속 하기 위해 동유럽의 사회주의 동맹국가들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한 아이들 중 일부다. 아이들은 폴란드 남서부에 위치한 시골 마을인 프와코비체에 도착했고, 폴란드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외모가 비슷해 보이”는 아이들을 교육하고, 치료하며,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마마”나 “파파”로 부르며 전쟁의 상처를 극복한다. 8년이 지난 뒤 천리마운동을 시작한 북한은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동유럽 곳곳의 전쟁고아들을 북송시킨다. 우연히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들에게 관심이 생긴 배우 겸 감독 추상미는 탈북 소녀인 이송과 함께 이들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폴란드로 간다.
영화의 한축은 70년 전 폴란드 선생님들과 전쟁고아들 사이에 맺어진 끈끈한 유대감을 그려내는 것이고 또 다른 축은 추상미와 이송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폴란드 선생님과
<폴란드로 간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