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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신작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으로 뭉쳤다. 무려 여섯 번째 만남이다.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은 <잃어버린 도시 Z> 등을 써낸 작가 데이빗 그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주를 배경으로, 땅 아래에서 석유가 발견된 후 전 세계적인 부자가 된 인디언 오세이지 족(Osage Nation)이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았다. 사망자 수가 점점 증가하자 새롭게 창설된 수사국 FBI가 이 사건에 투입되고, 이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와 연루된 음모를 추적해나간다. <포레스트 검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을 써낸 에릭 로스가 현재 각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 매체 <버라이어티>는 마틴 스콜세지가 “데이빗 그랜의 책을 읽자마자 바로 캐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틴 스콜세지와 여섯 번째 작품으로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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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영화 산업을 꽉 잡고 있는 히어로 무비. 특히나 대형 배우들이 합류한 히어로 무비라면 관객과 평단의 온갖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톱배우들이 히어로 무비에서도 제 역량을 다해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작에서 펄펄 날던 배우들이 히어로 무비 속에서 제 개성을 미처 다 내비치지 못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기대에 비례하는 실망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온갖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배우들의 존재감을 공기처럼 만든 히어로 무비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베놈(2018) | 미셸 윌리엄스
안티 히어로라는 소재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베놈>은 개봉 전 배우들의 캐스팅이 화제를 모은 영화였다. 에드 브룩/베놈 역을 맡은 톰 하디의 이름은 물론, 그의 파트너 앤 웨잉으로 등장한다는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주연 부문 통틀어 네 번이나 이름을 올린 미셸 윌리엄스라니. 그간 메이저 히어로 영화에 한 번도 출연한 적이 없던 미셸 윌리엄스의 이름만으로도 탄탄한
이러라고 출연한 게 아닐 텐데! 톱배우 캐스팅이 아까운 히어로 무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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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절창하는 R&B가 별로 인기가 없다. 올해 상반기 큰 사랑을 받은 딘의 <Instagram>만 해도 고음이나 파워풀한 호소력이 아니라 끈적한 디테일과 분위기로 승부한다. 아이유의 10주년 싱글 《삐삐》도 편안하면서도 멋을 주는 디테일이 핵심이지 고음을 길게 끌면서 감탄을 부르지 않는다. 이런 트렌드는 R&B의 리더가 나얼에서 자이언티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이젠 휘성의 <안 되나요> 같은 절창의 발라드를 들으면 좀 ‘옛날 음악’ 느낌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게 또 아닌 것 같다. 유튜브에 구독자 168만명을 자랑하는 <창현 거리노래방>이란 채널이 있는데, 여기서 가장 큰 호응을 얻는 일반인들은 대개 파워풀한 성량과 고음의 쾌감을 선사하는 사람들이다. 얼리샤 키스, 임창정, 시아의 고음 후렴구를 정확한 음정과 떨어지지 않는 힘으로 소화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걸 보면 또 일반적인 가창력의 기준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마감인간의 music] 임창정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다시, 임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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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2016)의 김성훈 감독이 내놓은 신작 <창궐>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좀비와 흡사한 외모와 특징을 지닌 괴물 야귀에 맞서는 민초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권력가들의 몰락을 다룬 이야기다. 한때는 마니악한 장르영화의 소재였던 좀비가 이렇게 한국 상업영화에서 자주 ‘창궐’할지 누가 알았을까. 장르영화의 속성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창궐>은 액션 연기에 있어서 별다른 이견이 필요 없는 현빈, 장동건 두 배우를 앞세워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근사한 볼거리를 끊임없이 쏟아낸다. 즉 할리우드의 수많은 재난영화에 익숙해 있던 관객에게는 이전의 한국영화가 다루지 않은 좀비라는 소재를 마음껏 드러낸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줄 것이고, 배우의 멋을 즐기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는 아주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좀비영화라는 장르적인 테두리 안에서도 <창궐>의 독창적인 액션이 보여준 성과는 추켜세울 만하다. 도전적인 소재를 보다 대중적인 화법으로 풀어내고자
<창궐> 김성훈 감독, "화려한 액션보다는 정서적인 액션의 힘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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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여기에 없었다>(2017)와 관련된 흥미로운 반응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목이 다소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 의미에 관하여 각자의 해석을 즉각 내어놓는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의아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상 경력에 거는 우리의 통상적인 기대와 달리 이 영화의 서사는 아주 간결하고 한편으론 헐겁다. 소량의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어 나머지는 관객의 상상력에 의존한다. 그런데도 불평하는 의견은 의외로 드물다. 비슷한 반응과 자연스러운 수긍은 아마 몇몇 이유에서 연유할 것이다.
몇 가지 정황만으로도 우리는 인물들의 전사를 직조해낼 수 있다. 조(호아킨 피닉스)에게 일어났던 외상적 사건들은 파편적으로 노출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찰나에 삽입되는 유년 시절의 학대 현장과 전장에서의 죽음은 전체를 조망해볼 필요도 없이 관객의 시선을 파고든다. 생동하는 인물들을 응시하는 중에도 조의 머릿속에는 굳어버린 주
<너는 여기에 없었다> 호아킨 피닉스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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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한국에 꼭 오고 싶었다.” <서치>의 주연배우 존 조가 한국을 찾았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이후 9년 만의 내한이다. ’역주행 흥행’으로 화제를 불러모으며 전국 294만 관객(10월 14일 기준)을 동원한 <서치>는, 올여름 할리우드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더불어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그 중심에 배우 존 조가 있다. <서치>에서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를 연기한 존 조는 아시아계 배우들의 불모지처럼 여겨지던 스릴러 장르의 주연을 맡았다는 점, 오로지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만을 배경으로 연기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서치>의 국내 흥행 및 IPTV & OTT VOD 서비스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존 조에게 이 작품이 남긴 것, 그리고 그의 현재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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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로 한국 찾은 배우 존 조 - 아시아계 배우 ‘최초’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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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강렬한 원색을 연상시킨다. 올해 초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법자’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성철이 영화 <배반의 장미>로 스크린 데뷔를 알렸다. 김인권, 정상훈 등 내로라하는 코미디의 달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번 영화에서 김성철은 자살을 결심한 20대 청년을 연기했다.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드라마에서 차근차근 캐릭터를 넓혀온 그에게 <배반의 장미>는 “남을 시원하게 웃기는 게 가장 어렵다”라는 깨달음을 준 작품. 낯선 장르를 무사히 소화한 김성철은 “도전이 좋다. 그게 내 나이에 가장 잘 맞는 일인 것 같다”고 새로운 열의를 다진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타고난 감옥 체질로, 갖가지 죄수 상식을 자랑하는 법자를 연기했다가 <배반의 장미>에선 자살클럽에 합류한 우울한 청년 두석이 됐다. 출소 이후의 행보가 꽤 비관적인 셈이다.
<배반의 장미> 김성철 - 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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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 <로마>를 뉴욕영화제에서 만났다. 쿠아론 감독이 <칠드런 오브 맨>(2006)의 후속작으로 기획했으나, 12년 뒤에야 결실을 보게 된 <로마>는 그의 어릴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인 영화다. 자신을 키워준 유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쿠아론 자신이나 그의 가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배급을 맡아 오는 12월 14일 미국 내 일부 극장에서 한정 개봉하며, 동시에 전세계에 스트리밍될 예정이다. 영화제 기간 중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전한다. 이 자리에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유모 클레오 역의 얄리차 아파리시오, 어머니 소피아 역의 마리나 데 타비라가 참석했다.
-언제부터 <로마>에 대해 생각했나.
=알폰소 쿠아론_ 어릴 적부터 늘 생각했던 것 같다. 12년 전 <칠드런 오브 맨>의 후속작으로
뉴욕영화제에서 만난 알폰소 쿠아론 감독 - <로마>는 천국과 지상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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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없으며, 메인 섹션에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 없고, 대신 상영시간 13시간이 넘는 영화를 메인 섹션에서 과감하게 상영하는 영화제. 뉴욕영화제는 여타의 영화제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룰을 모두 부수는 영화제다. 뉴욕영화제 프로그램 디렉터 켄트 존스에 따르면 “뉴요커들이 봐야 할 가장 좋은 영화들을 선정하는 것”이 프로그래밍의 유일한 기준이라고. 제56회 뉴욕영화제가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14일까지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렸다. 영화를 사랑하는 뉴요커들에게 50년 넘게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을 제공해온 뉴욕영화제는 올해 22개국 84편의 장편과 64편의 단편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개막작)과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인터뷰 기사 참조), 코언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배리 젠킨스 감독의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등이 화제작으로, 메인 섹션 상영작 30여편 중 월드프리미어는
제56회 뉴욕영화제, 오직 작품성이 선택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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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바뀐 거야?” 일본 소도시 이토모리 마을의 소녀 미츠하(가미시라이시 모네)와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가미키 류노스케). 영문도 모르고 몸이 바뀐 두 소년소녀는, 한 마을을 소실하게 만든 대재앙 속 참사를 되돌려놓는 기적을 불러온다. <너의 이름은.>(2016)은 판타지물이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집요한 작화가 뒷받침되어 마치 실재하는 듯한 감흥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1500만명의 관객이 영화를 보고 치유받았다. 웹툰 작가 기안84가 신카이 감독이 <너의 이름은.>을 그리면서 실제 배경지로 삼은 기후현 히다 후루카와와 나가노현의 스와 호수를 여행했다. 영화를 그대로 옮겨온 듯 똑같은 배경을 찾는 재미에, 고즈넉한 일본 소도시 여행지의 즐거움까지 함께했던 시간. 기안84가 “내 그림으로는 이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가 없었다”며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너의 이름은.> 속 곳곳의 스케치도 함께 수록한
기안84와 함께 떠난 <너의 이름은.>의 배경지, 기후현과 나가노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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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최초의 인간은 이렇게 말했다. 그 이후로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졌다. 영화 <퍼스트맨>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신화와 전설의 대상이었던 달을 이성과 합리의 영역으로 끌어온 이 사건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위플래쉬>(2014)와 <라라랜드>(2016)의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달 착륙의 역사를 소회하며 팡파르부터 터뜨릴 생각이 없다. 그의 신작 <퍼스트맨>은 인류의 위대한 도약에 앞선 수많은 악전고투에 대한 기록이자 우주탐사의 새로운 챕터를 연 최초의 인간이 경험했던 고독한 탐험에 대한 이야기다.
하강 20초 전. 영화 <퍼스트맨>은 초음속 항공기 X-15의 시험비행을 진행하는 조종사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퍼스트맨>이 닐 암스트롱의 인류 최초 달 착륙을 다루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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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로 아련한 눈빛 보여주며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라이언 고슬링. 그가 <퍼스트맨>으로 돌아왔다. <위플래쉬>, <라라랜드>로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의 두 번째 만남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은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그린 <퍼스트맨>. 라이언 고슬링은 그의 무거운 발걸음을 어떤 표정과 눈빛으로 그려냈을까. 이를 확인해보기 전,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여러 영화 속 캐릭터들을 모아봤다. 달콤한 로맨스부터 피 튀기는 액션까지, 다양한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을 만나보자.
* 해당 영화들의 줄거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밖에 난 몰라~
<노트북> 노아 역 / <라라랜드> 세바스찬 역
라이언 고슬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르는 멜로다. <라라랜드>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 시작점이 된 영화는 2004년 개봉한
<퍼스트맨> 이전에는 어떤 영화가? 라이언 고슬링의 영화 속 대표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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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한 허윤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과를 졸업한 언니들과 나>의 첫 장면은 감독이 제작한 단편영화의 엔딩 크레딧으로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속 화자인 나는 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를 만들어 원하던 감독이 되었다. 이 사실로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현실은 지금부터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다큐에는 화자를 포함해 모두 영화 만드는 일을 꿈꿨으나 영화와 무관해 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영화 찍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영화를 공부하는 동안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기 위한 것도 있다. 월세는 각자가 벌어 함께 부담하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또 다른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언뜻 해묵은 ‘청춘의 현실과 이상’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로또 당첨 1년 후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지점을 생각하게 한다. 1년 전 로또 1등 당
결국 로또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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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2017)에 이어 올해 부산국제영화에서 공개된 신작 한국 독립영화들의 주요 관심사는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성인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미성년자다. 주로 10대 소녀인 이 인물들은 우연히도, 법적 보호자 대신 연고 없는 여자 어른들의 어깨에 기댄다. 성수대교가 끊긴 1984년 <벌새>(2018)의 중학생 은희(박지후)는 자신을 둘러싼 관계도 붕괴되고 있다고 느낀다. 사고로 부모를 여읜 <영주>(2017)의 영주(김향기)는 동생에게 좋은 보호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던 끝에 아직 자기도 안아줄 팔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선희와 슬기>(2018)의 고교생 선희(정다은)는 위기가 닥치자 냉담한 부모와 상의하느니, 차라리 멀리 떠나 죽거나 완전히 다른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다.
10/04
1999년 <쥐잡이>로 데뷔해 <너는 여기에 없었다>(2017)까지 린 램지 감독이 내놓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생존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