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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휘트니 휴스턴이 48살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휘트니의 사망은 전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한 시대의 감상적 종말을 고하는 뉴스였다. 휘트니 휴스턴은 ‘팝의 디바’가 음반 차트를 석권하던 1980~90년대 전설의 시대의 정점에 선 스타이자 ‘팝디바’ 장르를 창조한 기념비적 가수였다. 1985년 싱글 앨범 《Saving All My Love For You》를 통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한 이래 가수로, 배우로, 또 흑인으로 매번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휘트니는 바비 브라운과의 결혼 후 남편의 폭행과 외도, 코카인, 마리화나 등 각종 약물중독으로 이어진 건강상의 문제, 그리고 이른 죽음으로 타블로이드지를 장식했다.
다큐멘터리 <휘트니>는 휘트니를 잊지 말자고 손 꼭 잡고 당부하는 듯한 작품이다. 영화는 ‘만인의 연인’으로 정점의 자리에 올랐던 디바 휘트니, 그리고 가십으로 소비되던 스타 휘트니. 생전 그 두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휘트니의 또 다른 모
<휘트니> 다시, 지금, 휘트니 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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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하이스트>
요나스 본니에르 지음 / 생각의날개 펴냄
2009년 9월 23일 새벽 5시,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건물 옥상에 헬리콥터 한대가 나타났다. 보안업체 G4S의 현금보관소 건물의 옥상 유리를 깨고 네명의 도둑이 침입, 폭발물을 이용해 출입문을 열었다. 범인들은 현금을 챙겨 몇분 만에 다시 헬기를 타고 사라졌다. 경찰은 바로 출동했지만 눈앞에서 범인들을 놓쳤고, 헬리콥터는 곧 발견되었지만 범인들은 도주에 성공했다. 결국 범인들은 검거되었지만, 관련된 숱한 인터뷰 요청은 전부 거절했다. 이 실화가 소설로 탄생했다.
스웨덴의 저널리스트 출신 소설가가 쓴 첫 번째 스릴러 소설. <헬리콥터 하이스트>는 이런 말로 시작한다.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토대로 했다. 진실과 문서, 증언들을 이 책의 출발점으로 삼았으며, 상상력을 발휘하여 여백을 채우고 더욱 확장해나갔다. (중략) 실제와 유사한 점이 있다면 이는 우연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그외의 유사
[감각의 바캉스⑨] 유럽과 대만 미스터리 - <헬리콥터 하이스트> <사흘 그리고 한 인생> <사장을 죽이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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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펴냄
<마당이 있는 집>은 <나를 찾아줘> <걸 온 트레인> 같은, 여성 작가가 여성주인공을 내세운 심리 스릴러의 한국판이다. 한평생의 목표가 어떤 집에(을) 사느냐와 관련된 한국 사회에서, 흥미진진한 공포를 안기는 이야기. 주란은 얼마 전 마당 있는 주택으로 이사했다. 의사인 남편도, 잘 커가는 아들도, 그녀에겐 자랑거리다. 그런데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마당에서 뭔가가 썩는 듯 악취가 난다고 지적한다. 그녀에게도 맡아지는 냄새다. 남편에게도 말했는데, 남편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넘긴다. 그날 이후, 냄새는 말끔히 사라진다. 대체 냄새의 정체는 뭐고, 남편의 묘한 행동은 무슨 의미인가? <마당이 있는 집>의 또 다른 주인공은 상은이다. 주란과 상은의 시점을 오가면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상은은 남편과 갈등을 겪고 있다. 상은은 숙고 끝에 어떤 결심을 행동에 옮기는데, 이후 전개가
[감각의 바캉스⑧] 한국과 일본 미스터리 - <마당이 있는 집> <레이디 조커> <시한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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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와인을 땄다. 살사소스 뚜껑을 열었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런 다음 지금 여러분의 손에 들려 있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쯤에서 경고하고 싶은 게 있으니 그게 뭔가 하면, 이 책으로 인해 내 인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화자는 편집자로 일하는 수전이다. 수전은 인기 추리소설가 앨런 콘웨이의 신작 초고를 읽는데, 50년대 영국 어느 마을의 대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한창 재밌는 대목에서 원고가 끊겨, 수전은 원고 뒷부분을 수배하는데 작가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베테랑 편집자는 이제 궁금증 해소를 위해 원고 뒷부분을 찾아나선다. 그녀가 풀어낼 미스터리는 결말의 행방만은 아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소설 속 소설에 크게 매료될 듯. 클래식 미스터리의 전성기가 소설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 시대 소설 특유의 도입부, 인물 설명, 사건 전개가 절묘하게 재현되는 것이
[감각의 바캉스⑦] 영국과 미국 미스터리 - <맥파이 살인 사건> <밤의 동물원> <디미티 아줌마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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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내치드>
감독 조너선 레빈 / 출연 에이미 슈머, 골디 혼, 이크 바린홀츠 / 제작연도 2017년
여름 휴가지에서 생길 법한 가장 끔찍한 사건을 상상한다면 뭐가 있을까. 호러영화라면 호스텔의 납치 따위를 상상하겠지만 코미디영화에서 납치극이 등장한다면? <죽어야 사는 여자>(1992), <조강지처 클럽>(1996)의 골디 혼과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2015), <아이 필 프리티>(2018) 등의 개봉작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도 이미 익숙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배우 에이미 슈머가 엄마와 딸 역을 맡은 영화 <스내치드>는 두 배우의 놀라운 코미디 감각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미친 듯이 웃기는 화장실 코미디다. 얼마나 더럽게 웃기는가 하면 왜 극장 개봉을 못했는지 납득이 갈 정도다. 남자친구와 놀러 가기로 예약했던 에콰도르 여름 휴가 계획에 차질이 생긴 철없는 딸 에밀리가 엄마에게 동행을 강요하고, 결국 두 사람은
[감각의 바캉스⑥] 블루레이 추천- <스내치드> <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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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원하는 영화를 보며 여름을 이겨낼 수 있다. 심지어 TV나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를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하자.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같은 주요 서비스는 플랫폼마다 제공되는 작품이 다르다. 이를테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보고 나서 그의 전작을 찾아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환상의 빛>(1995)부터 <태풍이 지나가고>(2016)까지 전작 6편을 서비스하는 왓챠플레이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넷플릭스에서는 <아무도 모른다>(2004) 한편만 시청 가능하다. 왓챠플레이에는 최근 <BBC> 드라마 <닥터 후>가 시즌10까지 모두 업데이트되었고, 넷플릭스에서는 볼 수 없는 최신 한국영화도 꽤 많이 볼 수 있어 케이블 채널 편성표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왓챠플레이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강점은 애니메이션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볼 수 없는 추억의 애니메
[감각의 바캉스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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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편의점만 나갔다 와도 무더위로 힘겨운 요즘, 극장까지 가기도 힘들다면 가입 통신사별 IPTV 및 디지털케이블TV의 여름 혜택을 꼼꼼히 살펴보자. SK BTV는 기간 한정 2천원 할인이나 경품 증정 등의 여름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 주목할 것은 한달 동안 중화권과 일본 드라마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중드일드 슈퍼패스’ 이벤트다. 채널 내 제공되는 40여개의 드라마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또한 SK BTV는 다큐멘터리 상영작을 많이 확보해놓고 있는데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주요 상영작이나 <BBC> <디스커버리> <NHK>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제작 다큐멘터리가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선택이 용이하다. 문화 다큐멘터리 중에는 마블 코믹스의 역사를 다룬 <마블 75년: 프럼 펄프 투 팝>을 추천한다. 마블의 첫 코믹스 시절부터 최근 영화까지 지난 마블 역사를 한눈에 훑을 수 있다. 데이브 버시오어 감독의
[감각의 바캉스④] IPTV & 디지털케이블TV의 여름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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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넘: 위대한 쇼맨>
8월 7일~10월 28일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 유준상, 박건형, 김준현, 윤형렬, 서은광, 남우현, 이창희, 김소향, 신델라, 리사, 임춘길, 신동수, 김유남 / 7세 이상 관람가 / 1577-3363
이 지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영화의 원작, 캐릭터, 소재 등을 공유하고 있는 뮤지컬을 소개한다. 그 첫 작품은 지난 8월 7일 개막한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이다. 제목과 포스터만 보면 휴 잭맨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영화 <위대한 쇼맨>(2017)이 떠오르지만,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198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바넘>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공연이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배경음악의 면면이 영화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영화 <위대한 쇼맨>이 화려한 볼거리와 드라마틱한 O.S.T로 관객의 마음을 공략했다면,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은 흥행의 귀재이자 영리한 사기
[감각의 바캉스③] 영화와 관련된 뮤지컬 - <바넘: 위대한 쇼맨>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블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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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HITCHCOCK SEASON2_ 히치콕 특별전2
8월 16일~9월 12일 / CGV용산 아이파크몰·오리·대구·청주(서문)·신촌아트레온·압구정·광주터미널·대전·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서면·평촌·춘천 / www.cgv.co.kr
이 무더운 여름, 심리적 체감온도를 낮추고 싶다면 히치콕의 영화를 보라. 공포와 서스펜스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의 대표작 여섯편을 조명한 ‘히치콕 특별전2’가 전국 CGV아트하우스 12개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레베카>(1940)와 <오명>(1946), <열차 안의 낯선 자들>(1951)과 <현기증>(1958),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1959)와 <싸이코>(1960)로,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에 당도한 앨프리드 히치콕의 새로운 시작부터 그가 할리우드에서 어떤 정점에 이르기까지의 궤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획전이라
[감각의 바캉스②] 영화 특별전 - 히치콕 특별전2 · 여고괴담 20주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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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8월 23~26일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 1관, 메가박스 동대문 / 02-3455-8422 / www.sicaf.org
화제의 애니메이션과 만화 전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축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올해로 22회를 맞았다. 27개국 72편의 작품을 경쟁부문에서 상영하는 올해 SICAF의 테마는 ‘라이프’.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담은 세계 각국 애니메이션이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리는 SICAF영화제에서는 특히 두편의 작품이 주목할 만하다. 아시안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국내에서 최초 공개되는 중국 애니메이션 <쿵푸드>가 그 두편이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작가 스미노 요루가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투 러브투> <뉴 게임!> 등의 인기 TV만화 캐릭터
[감각의 바캉스①] 영화제 -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 EBS국제다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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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유난히 길고도 고된 한철로 기억될 것 같다. 불볕더위에 열대야가 계속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몸과 마음의 힐링이다. 그리하여 서머 바캉스 특집을 준비했다. 이 지면에서 <씨네21>이 추천하고 싶은 건 산과 바다, 혹은 해외로 떠나는 액티브한 바캉스(여기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기보다 눈과 두뇌와 정서를 자극할 감각의 바캉스다. 당신의 정서적 체감온도와 불쾌지수를 낮춰줄 영상 콘텐츠와 페스티벌, 미스터리 소설의 세계에 빠져보시라.
감각의 바캉스를 떠나요 ① ~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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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권하의 미국은 인종차별주의의 ‘어글리’한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으며, 이 모습은 미디어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인종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영화가 지난 8월 10일 미 전역에 개봉한 스파이크 리 감독의 신작 <블랙클랜스맨>이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블랙클랜스맨>은 1970년대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첫 흑인 경찰 론 스툴워스가 백인우월주의집단 KKK에 성공적으로 잠입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우연히 지역 신문을 읽던 스툴워스 형사는 버젓이 신문에 광고를 낸 KKK 지역 책임자에게 홧김에 전화를 한다. 본인을 흑인과 유대인을 싫어하는 ‘순수한 백인 남성’이라고 소개한 그는 뜻밖에 KKK에 합류할 것을 제안받는다. 상관으로부터 잠입 수사를 허가받은 그는 전화로는 본인이 직접 KKK 관계자들과 대화를 지속하고, 실제 미팅에는 유대인 파트너 짐머만 형사(애덤 드라이버)를 보내 수사를 감행한다. 스툴
[뉴욕] 스파이크 리 감독의 신작 <블랙클랜스맨> 미국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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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하라 가즈오 / 출연 오쿠자키 겐조 / 제작연도 1987년
“만약 그 장면을 못 찍었다면, 너는 주인공에게 다시 부탁할 거냐?”라는 질문에 나는 “예”라고 대답했고, 그는 더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면접시험에 합격해 하라 가즈오 교수님과 박사과정의 다큐멘터리 연구를 하게 되었다. 16mm 아리플렉스의 강철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하라 가즈오 감독의 <천황군대는 진군한다>는 몇번을 다시 보아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영화, 에너지가 뼛속까지 진군하는 영화다. 원제인 <유키유키테 신군>을 직역하면 ‘가자 가자 신군(神軍)’쯤 된다. 신군은 천황의 군대가 아니다. 주인공 오쿠자키의 1인 군대다. 그의 자동차에는 신군이란 글자가 크게 쓰여 있다. 그러므로 ‘유키유키테 신군’이라 쓰고 ‘신의 군대가 천황의 군대를 심판한다’라고 읽을 수 있겠다.
2차 세계대전 말, 파푸아뉴기니에 주둔 중인 일본군. 연합군은 반경 4km 내로 일본군을 포위했고, 모든 보
이일하 감독 <천황군대는 진군한다> 다큐멘터리는 인간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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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누계 150만부 판매!’ 새 표지로 갈아입은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의 띠지에 쓰인 홍보 문구다. 그 150만부를 가능케 한 박력 넘치는 첫 작품이 바로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이 소설은, 시리즈 후속작인 <내가 죽인 소녀>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와 102회 나오키상을 하라 료에게 안겨주었다. 한국에서는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가 최근 출간되었다.
사와자키는 중년 남성이다. 도쿄 도심인데도 허름한 탐정사무소가 그의 자리다. 어느 날 사와자키를 찾은 남성은 어느 르포라이터에 대해 물은 뒤 20만엔의 현금을 남긴 채 사라진다. 이후 르포라이터의 행방이 도쿄 도지사 저격 사건과 이 모든 일이 맞물려 있음을 알게 된 사와자키는 점점 덩치를 불려가는 사건의 핵심으로 향한다. 하라 료 스타일의 하드보일드 소설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씨네21 추천도서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