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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입문자에게 처음 권하는 소설은 단연코 사조삼부곡으로 불리는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순서다. 저작권 계약을 하지 않고 무단발간된 고려원판이 사조삼부곡을 <영웅문> 3부작으로 국내 소개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영웅문> 3부작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원래 책 제목보다 더 잘 알려졌다. 또한 사조삼부곡이 그렇듯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여러 번 영상화되었거나 김용의 팬들 사이에서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인 <소오강호> <녹정기>를 함께 소개한다. 방대한 세계를 짧은 글로 축약하느라 무리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강호 대협들의 양해를 바라는 바다.
<사조영웅전> 전 8권
사조삼부곡 첫 번째 작품. 대만에서 1천만부, 중국에서 1억부 이상 판매됐다. 몽골이 세워지고 송나라가 멸망하는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임안(현 항저우) 인근을 무대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권선징악의 구도가
김용 소설 베스트 5종 -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소오강호> <녹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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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신필(神筆) 김용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에서 <영웅문>이란 명칭으로 출간되어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등의 작품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김용은 15편의 무협 소설로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글을 통해 협을 추구했던 영웅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기고 간 작품들은 이미 전설이 되어 중국 대중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용의 무협은 <소오강호>(1990), <동방불패>(1992), <동사서독>(1994) 등 90년대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무협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게임으로도 확장되어 지금도 꾸준히 재탄생 중이다. 사해형제(四海兄弟) 무림강호(武林江湖)인을 자처하는 송경원 기자가 대협객에 대한 기억과 존경이 뒤섞인 추모의 글을 썼다. 이다혜 기자가 국내 정식 출간된 김용의 대표적인 소설들을 함께 소개하니, 아직 책으로 접하지
10월 30일 94살로 타계한 작가 김용과 그의 무협 소설과 ‘김용 유니버스’를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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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개관 11주년을 기념해 지난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기획전 ‘ Ⅰ- 독립영화 여성감독전’을 열었다. 이 기획전에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관을 구축해온 여성감독 14인의 작품이 상영됐다. <씨네21>은 이들 중 장편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연출한 5명의 감독에게 만남을 청했다. <이태원>의 강유가람 감독, <방문>의 명소희 감독, <구르는 돌처럼>의 박소현 감독, <기억할 만한 지나침>의 박영임 감독, <공사의 희로애락>의 장윤미 감독이 그들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여성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을 통해 주목받아온 이들의 작품은 한국영화에서 종종 배제되곤 하는 여성의 시선과 목소리를 예리한 감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번 대담은 여성 독립영화 감독들의 작업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목적과 더불어 독립영화 제작의 열악한 환경 가운데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11주년 기획전 ‘I - 독립영화 여성감독전’의 감독 5인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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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작 <할로윈>의 주연배우들이 40년 만에 그대로 복귀한 <할로윈>. 1986년작 <여곡성>을 32년 만에 리메이크한 <여곡성>. 제목마저 동일하게 지으며 ‘고전의 맥을 잇는다’는 정체성을 띤 동서양의 두 공포영화가 함께 극장에 걸렸다. <할로윈>은 북미에서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여곡성> 역시 진부한 스토리로 혹평을 피하지 못했으니, 원작의 아성을 따라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각 나라의 고전 공포영화를 토대로 한 만큼, 두 영화는 동서양의 공포 코드를 관찰하기에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동양과 서양의 공포영화는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장르의 혼합, 공식을 깨는 신선한 공포영화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지만 ‘상대적인 기준’으로 동서양의 공포영화를 비교해봤다.
종교적 배경 차이
‘종교’는 공포영화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소재다.
귀신이라고 봐주는 거 없다? 동서양의 공포영화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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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대부 스탠 리 명예회장이 11월12일(현지 시간), 향년 95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자택에서 건강이 악화된 그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스탠 리 회장은 몇 년 전부터 폐렴으로 병원을 오가며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 리 회장의 별세 소식에, 마블 스튜디오를 비롯해 그와 함께했던 배우들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마블 스튜디오는 공식 SNS를 통해 “스탠 리의 별세에 큰 슬픔을 갖고 추모한다”고 게재했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나는 당신에게 많은 것을 빚졌다. 편안히 쉬시길”이라고 전했으며, ‘울버린’ 휴 잭맨은 “그는 슈퍼히어로 우주에서 선구적인 존재였다. 그의 유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작은 도움이 돼 영광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외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한 크리스 에반스, 헐크를 연기한 마크 러팔로 등 여러 배우, 영화인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스탠 리 회장의 공식 트위터에는 ‘1922~2018 Ex
마블의 대부 ‘스탠 리’ 명예회장, 향년 95세로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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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스타’라는 이름이 그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1960년대 한국영화는 신성일의 이름을 거치지 않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다. 신성일은 스타의 아우라로 이들 영화화의 어떤 기운을 만들어낸다. 신성일의 길고 긴 필모그래피 중 감독의 페르소나로서 시대성을 보여줬던 영화를 꼽아봤다. 김기덕, 신상옥, 이만희, 이성구, 이장호, 임권택, 정진우 감독은 신성일의 얼굴을 빌려 시대의 비정함과 낭만, 세련됨과 아픔을 표현했다. <씨네21> 기자들이 좋아하는 영화 속 신성일의 얼굴들을 통해 그 모습을 찾아보았다.
정진우 감독의 <초우>(1966)
감독 정진우 / 출연 신성일, 문희, 트위스트 김, 전계현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하는 분이 사람을 그렇게 패세요?” 음악감상실에서 영희(문희)에게 집적대는 남자들을 제압하는 철(신성일). 이어서 그는 외제차 안에서 고상한 음악가를 들먹이며 영희를 유혹한다. 배우 신성일의 도시적인 매력으로 문을 연 <초우
시대의 얼굴, 감독의 페르소나 신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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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큰 별 신성일이 향년 81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의 영화 인생을 기념하는 회고전과 특별 전시가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올해 10월 역시 예의 세련되고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영화제를 방문했던 그의 모습을 보았기에 지난 11월 4일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은 영화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사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폐암 말기의 투병 생활을 견뎌오고 있었다. 한국 미남의 대명사였고,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스타였지만 결국 한 인간으로서 병마를 이기지는 못했던 것이다.
한국영화, 아니 한국의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넓혀 보아도, 신성일(申星一) 만큼 ‘별’(星)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완벽한 이력과 최고 수준의 행보를 보인 이가 있을까. 그는 1960년대 초반 청춘영화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뒤 1970년대까지 20년 동안 최고 스타의 자리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다. 이는 객관적 수치로도 증명되는데, 1960년대 그의 한해 출연작은 무려 50편에
한국영화 최고의 스타 고 신성일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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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손등에 올라온 발진이 쉬이 가라앉지 않아 조금 겁을 먹고 병원을 찾았다. 나이 지긋한 의사 선생님은 대상포진을 걱정하며 호들갑을 떨던 나를 진정시키면서 그저 접촉성 피부염일 뿐이라고 약을 바르면 금방 괜찮아질 거라며 웃어 보였다. 지난 몇주간 만진 거라곤 노트북과 외장하드 밖에 없는데 대체 어디에서 무엇에 감염된 건지 알 수 없던 나는 다시 한번 오랜 피로 누적을 들먹이며 대상포진 의심을 시도했다. 하지만 인내심까지 많은 상냥한 선생님은 손을 너무 자주 씻거나 심한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등 다양한 요소가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혹시 출퇴근길에 공사 중인 곳이 있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편집실 근처에 두개의 큰 빌딩이 한참 올라가는 중이었고, 며칠 전부터는 하수도 공사까지 시작해 가까운 길을 두고 한참을 돌아가고 있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버스 정류장에 내려 걸어가는 도중에도 신축 빌라와 상점들이 생겨나고 있었네. 정류장 앞도 무슨 일인지 잔뜩 파헤쳐지고 있었고. 가만있자
서울은 공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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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재개봉하는 <페르세폴리스>는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의 자전적 그래픽노블에 움직임을 부여한 핸드드로잉 애니메이션이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기에 유년을 보내고 우여곡절 끝에 유럽으로 이주한 마르잔(키아라 마스트로이안니)의 성장기는 독특한 ‘액자’에 담겨 있다. 영화는 안정에 도달한 현재의 주인공이 타인에게 들려주는 향수 어린 추억담이 아니라, 여전히 불안과 결핍을 안고 사는 마르잔이 담배를 피우며 빠지는 회상이다. 그의 부모와 할머니는, 젠더 불평등이 만연한 폐쇄 사회에서 딸이 행복할 수 없음을 확인하자, 딸을 변화시키는 대신 떠나보냈다.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라며. 그리움에 공항까지 온 마르잔은 차마 테헤란행 티켓을 사지 못하고 대합실에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동시에 화면에서는 색채가 사라진다. 결말 즈음 영화가 다시 현재로 복귀하면 우리는 마르잔이 파리 공항에서 덧없이 보내는 하루가 이번이 처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짐작에 이르게 된다.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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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평생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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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을 같이 본 동행은 “싱가포르 사람들도 과연 영화 속 사람들처럼 ‘교포화장’을 할까?”라고 물었다. 나 역시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실제 싱가포르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가까울까? 영화가 그리는 1% 중 1% 사람들의 패션과 메이크업은 일반적인 싱가포르 사람들과 얼마나 다를까? 분명 이 영화의 싱가포르는 할리우드화된 버전 같긴 한데, 인터넷 검색 몇분 만으로 답을 알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아마 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렇듯 한국인의 틀에서 싱가포르를, 아시아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봐도 무언가의 보편적인 표준이 될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 다들 자주 까먹지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국내 흥행 성적과 관심도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이는 예상되었던 일이다. 백인들이 주인공인 할리우드영화는 어딜 가도 대부분 비슷하게 감상된다. 주인공이 흑인이라도 크게 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아시아인만이 감지할 수 있는 어떤 재미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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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나이즈드 국가대표였던 영주(전혜빈)는 제주 해녀들의 싱크로나이즈드 코치를 제안받고 제주도로 간다. 해녀들을 무시하는 듯한 영주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군 해녀 옥자(문희경)는 행사에 비협조적이다. 영주는 옥자에게 싱크로나이즈드 연습을 두고 잠수 대결을 신청한다. 영주는 잠수 대결 도중 쓰러지고, 옥자는 영주를 구해준다. 그 후 영주와 화해한 옥자는 싱크로나이즈드 연습에 적극 협조하지만, 영주는 과거의 상처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술에 의존한다.
<워터 보이즈>(2001)처럼 싱크로나이즈드를 소재로 한 코미디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눈꺼풀>(2016)의 오멸 감독 작품이다. 영화는 제주도와 해녀, 전통과 자연에 대한 향수 혹은 낭만주의를 배경에 두고 있다. 그리고 오멸 감독의 전작들처럼 이 작품에서도 죽음과 삶, 현세와 사후세계를 잇는 매개체로서의 무녀가 등장한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매력이 부각되지 않고, 영주의 상
<인어전설> 제주 해녀들의 싱크로나이즈드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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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B는 37살이 되던 해 돈을 벌기 위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밀입국한다. 처음에는 1년만 돈을 벌어 남편과 두 아들이 있는 북한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브로커는 그녀를 미혼의 가난한 중국인 농부 진씨에게 팔아넘긴다. 1년만 돈을 벌고 도망칠 생각이었지만, 1년을 일한 뒤 번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에 중국에 더 머무르게 되었고, 그렇게 10년이 흐른다. 그사이 마담B는 북한 여성들의 브로커가 되었고, 북한 여성을 노래방 도우미로 공급하는 일 등을 하며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낸다. 진씨는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이해해준다. 마담B는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입국시키고, 자신도 한국으로 가서 한국인이 된 뒤 중국으로 돌아와 진씨와 정식으로 결혼하려 한다. 마담B는 중국에서 라오스를 거쳐 타이로 간 뒤 한국에 입국하는 데 성공한다.
윤재호 감독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뷰티풀 데이즈>(2017)의 시나리오 구상을 위한 리서치 도중 제작
<마담 B>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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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악사 로빈슨은 자신에게 빠진 공주와의 결혼을 강요당한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로빈슨은 병사들에게 쫓겨다니다 말하는 앵무새 스피리돈과 함께 바다로 도망친다. 하지만 바이킹을 만나 바닷속으로 침몰한 로빈슨은 신비로운 바닷속 왕국으로 들어간다. 한편 평화롭던 바닷속 왕국은 마녀의 저주로 국왕 포세이돈이 긴 잠에 빠져 위기에 놓인 상태다. 로빈슨은 마녀에게 금방 붙잡히지만 인어 메리다는 육지에서 온 전설의 기사가 포세이돈의 저주를 풀 수 있다는 전설을 믿고 로빈슨을 구출한 뒤 도움을 청한다.
<로빈슨의 언더워터 어드벤처>는 러시아의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사드코>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러시아판 <신밧드의 모험>이라 불리는 <사드코>는 러시아 노브고로드 지방에 내려오는 해양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바닷속 왕국에 초대된 한 선원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뿌리 깊고 탄탄한 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이야기는
<로빈슨의 언더워터 어드벤처> 바닷속 왕국에 초대된 한 선원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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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영화로도 제작된 스미노 요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영화와의 접점은 전혀 없고 원작 소설의 대사와 분위기 등을 거의 그대로 애니메이션화하는 데 주력했다. 소설책 표지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런드로의 그림을 오마주해 삽입했을 정도로 원작소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고 있는 작품이다. 교우관계가 좋지 못하고 매사에 자신감도 없는 하루키(다카스기 마히로)는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동급생 사쿠라(린)의 투병 사실을 알게 된다. 시한부 인생인 사쿠라의 투병 일기 ‘공병문고’를 알게 된 죄로 사쿠라의 버킷리스트에 동참하게 된 하루키는 억지로 끌려다니면서 사쿠라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사쿠라와 하루키는 함께 여행을 떠나고 맛집 탐방을 하면서 사쿠라의 죽음을 준비하는 한편 서로에 대한 배려심도 키우게 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이상한 제목은 첫사랑이란 서툰 감정을 지닌 소년, 소녀의 연애담을 우리만의 방식대로 풀어보겠다는 어떤 세대의 선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내가 몰랐던 너, 네가 몰랐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