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정말 영화인이 된 것 같아요!” 배우 이봄이 <씨네21>과의 인터뷰를 오랫동안 꿈꿔왔다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과연 그녀가 <죄 많은 소녀>의 다솜을 연기한 배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솜은 주인공 영희(전여빈)를 심적으로 가장 압박하면서도 어떨 땐 먼저 나서서 친구를 위로하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얄미운 면모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이제 막 자기 몸에 맞는 연기색을 찾아나가기 시작한 그녀에게 <죄 많은 소녀>는 부담감을 안겨줌과 동시에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준 영화였음이 틀림없다.
-<죄 많은 소녀> 오디션 현장이 어땠는지 기억하나.
=회사에서 오디션을 잡아줘서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다. 4번 정도 읽어 보고 갔는데 오디션장에서 감독님이 궁금한 점이 없냐고 물으시기에 ‘립스틱 바르는 장면이 강조되는 느낌이 들던데 거짓말 같은 의미를 두셨냐?’고 묻기도 했다. 당시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있었는데
<죄 많은 소녀> 이봄 - 전환점의 연기
-
“페미니즘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간에 이제는 페미니즘을 알아야 하는 시기다.” 손희정 문화평론가가 현 시점에서 페미니즘의 중요성, 우리가 페미니즘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지난 8월 31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손희정 문화평론가의 ‘영화로 보는 페미니즘’ 특강이 열렸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에서 손희정 평론가는 페미니즘의 맥을 짚어 볼 수 있는 영화 <서프러제트>(2015), <디 아워스>(2002),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를 통해 서프러제트 운동부터 이어진 페미니즘의 역사 그리고 ‘래디컬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을 비롯한 다양한 페미니즘의 갈래에 대해 설명했다. 강연 뒤 이어진 대담에서 손희정 문화평론가와 <씨네21> 이화정 기자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번 행사는 CJ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신진 작가 기획개발 프로그램 스토리업(STORY UP) 행사의 일환으로, 이후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영화로 보는 음악’
CJ문화재단 2018 스토리업 특강 ➊ ‘영화로 보는 페미니즘 ’ 토크 중계, 문화평론가 손희정 × <씨네21> 이화정 기자
-
<봄이가도>는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다. 세월호 참사로 고등학생 딸을 잃은 엄마(전미선), 세월호 인명 구조작업에 참여했다가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남자(유재명), 세상을 뜬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큰 남편(전석호)의 이야기가 차례로 이어진다. 전미선·유재명·전석호 세 배우는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픔을 위로하고 싶다는 젊은 감독들의 뜻에 동참해, 영화가 개봉까지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영화 <연애>(2005), <숨바꼭질>(2013), <내게 남은 사랑을>(2017),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2010), <해를 품은 달>(2012) 등에서 보여준 따스하고 부드러운 성정의 캐릭터부터 강하고 서늘한 느낌의 인물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빼곡하게 채워온 전미선과 드라마 <미생>(2014), <굿와이프>(201
<봄이가도> 배우 전미선·전석호 - ‘살아야겠구나’ 그 진심을 전한다는 것
-
<더 프레데터>의 셰인 블랙 감독과 샌디에이고 코믹콘이 한창인 지난 7월 21일에 만났다. 하루 전 샌디에이고에서 팬들에게 영화를 미리 소개하는 행사를 마치고 숨 고를 틈 없이 로스앤젤레스로 날아와 <더 프레데터>의 롱리드 정킷에 참여한 블랙 감독은 몹시 피곤해 보였지만 영화에 대해 말하는 동안만큼은 피곤한 기색 없이 자신감을 내보였다. 1987년 존 맥티어넌 감독이 연출한 <프레데터>에 릭 호킨스 역할로 출연한 인연을 가진 셰인 블랙 감독의 2018년 신작 <더 프레데터>에 대해 질문했고, 답을 들었다. 질문 하나에 서너 가지 대답을 막힘 없이 풀어놓았던 블랙 감독은, 그야말로 이 영화의 마스터 마인드였다.
-샌디에이고 코믹콘은 어땠나.
=<더 프레데터> 행사는 잘됐다. 행사가 끝난 뒤 바로 나와야만 했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솔직히 내게 좀 벅찬 행사였다.
-코믹콘에 간 게 이번이 처음인가.
<더 프레데터> 셰인 블랙 감독, "오리지널 <프레데터>와 동반자 관계의 영화다"
-
-
<프레데터>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더 프레데터>가 9월 12일 국내 개봉한다. <아이언맨3>(2013)의 셰인 블랙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이 작품은 1980년대 오리지널 <프레데터> 영화의 정신을 계승하며 새로운 설정과 볼거리로 21세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기까지 <더 프레데터>의 내용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영화의 밑그림을 짐작해볼 수는 있을 듯하다. 첫 공개가 머지 않은 <더 프레데터>에 관한 이야기와 LA에서 직접 만난 셰인 블랙 감독과의 일대일 인터뷰를 함께 전한다.
어떤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유명해진다. 다른 영화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거나, 결함보다 확실한 매력으로 특정 관객의 마음을 영원히 사로잡아버린 영화들. 존 맥티어넌 감독이 연출하고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은 1987
<더 프레데터> 미리 보기, 외계인과 싸우는 인간의 사투 그린 <프레데터> 시리즈 리부트
-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과연 호크아이는 타노스의 가슴에 화살을 꽂을 수 있을까. 어벤져스의 명사수, 호크아이(제레미 레너)가 <어벤져스 4>(가제)에 복귀한다. 제레미 레너는 9월8일 자신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돌아와서 기쁘다!!!”고 적힌 사진을 게재했다. 또한 “동료들과 함께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라고 말하며 어벤져스, 호크아이 등의 키워드를 태그했다.
호크아이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에서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많은 팬들은 “이미 그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가정을 위해 은퇴를 선언했던 캐릭터라 등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루소 형제 감독은 <인피니티 워> 관련 인터뷰에서 호크아이에 대해 “조금만 기다려라. 우리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짧은 이야기가 아니라 긴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호크아이가 &l
스포주의! <어벤져스 4> 복귀하는 제레미 레너의 호크아이, 주요 역할 할까
-
사람들과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그날의 수다는 즐거웠고 여운이 오래갔다. 우리의 수다는 수다 자체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다들 목적 없이 자유롭게 온갖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갈망하고 있었다.
나는 덧붙였다. 즐거운 대화는 “삼천포로 빠지는 대화”이다. 미리 주어진 지침이나 지도를 따라 이루어지는 대화는 재미가 없다. 자꾸만 샛길로 빠지는 대화, 함께 길을 잃고 찾는 여정에서 신기하게 생긴 돌과 나무를 발견하는 대화가 재미있다.
사실 나의 “수다 예찬론”은 사회학자들의 대화론에 빚진 것이다. 리처드 세넷은 <투게더> 책에서 “대화적 대화” 개념을 제시한다. 대화적 대화의 참여자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 속에서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은 긴밀해지고 그들의 이야기는 두터워진다. 세넷은 대화적 대화를 “연주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도 연주자들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받는 재즈에 비교한다.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은 <사교의 사회학>이라
수다스러운 눌변가들의 세상을 꿈꾸다
-
*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37분만 견디면’ 극한의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이하 <카메라>)의 관객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리저리 튀는 가짜 피에 어색한 연기, 억지스러운 극진행은 초반 37분(이하 1부)을 차마 볼 수 없는 마구잡이 B급 좀비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1부가 끝나는 순간, 마치 영화가 끝나듯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한달 전’이라는 자막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이하 2부)가 시작된다. 시답잖은 재연 프로그램이나 노래방 영상이나 제작하는 감독 타카유키(하마쓰 다카유키)는 어느 날 좀비 방송국 개국 작품으로 ‘원컷, 생방송’ 좀비물을 연출해줄 것을 요청받는다. 수없이 변주된 ‘영화 속 영화’ 구조가 더이상 낯설 리 없으니 2부가 1부 영상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무렵, 영화는 ‘클라이맥스’(결국 3부)에서 ‘재미 폭탄’을 터뜨리기 위해 여기저기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영화의 경계가 어디까지냐고 묻는다
-
타샤 튜더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그의 그림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들 것이다. 혹은 그가 가꾼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른다. 타샤 튜더는 <비밀의 화원> <소공녀>의 삽화를 그리고 <호박 달빛> <1은 하나> <코기빌 마을축제> 등의 동화책을 쓴 작가다. 그의 생전 인터뷰가 담긴 다큐멘터리 <타샤 튜더>가 사후 10년이 되는 해에 한국에서 개봉한다. 영화는 타샤 튜더가 동화작가로서 쌓은 경력보다는 그의 정원부터 인형의 집에 이르기까지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공간에 집중한다. <타샤 튜더>에 담긴 그의 인생을 미리 정리해보았다.
사교계보다는 농사짓기에 관심 있던 어린 시절
“그림은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혼자 있는 게 좋다.” 1915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타샤 튜더의 집안은 헨리 소로, 마크 트웨인, 에머슨 등 유명인사와 친분이 있는 명문가였다. 하지만 사교계보다
<타샤 튜더>에 담긴 자연주의자 타샤 튜더의 삶
-
슈퍼카의 고장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무모하고 감동적인 여성 레이서에 관한 영화다. F1 경주에 참가한 카레이서 줄리아(마틸다 데 안젤리스)는 경기 도중 심장병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빈자리를 안고 경기를 이어나가야만 한다. 엄마 없이 어린 동생을 보살피며 살아온 그녀는 가난한 형편에 모든 재산을 담보로 잡힌 채 출전했기 때문에 1등 상금이 절실한 상황. 이 틈을 타서 스폰서 제의를 하고 나선 경쟁사 오너는 그녀에게 부자들끼리 거액을 걸고 펼치는 불법 경기 ‘이탈리안 레이스’에 참가하기를 제안한다. 아버지를 이어받아 멋진 레이서가 될지, 가족을 위해 돈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하는 그녀 앞에 10년째 연락이 끊겼던 오빠 로리스(스테파노 아코르시)가 나타난다. <이탈리안 레이스>는 오직 액션 쾌감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스포츠영화의 전형적인 플롯 위에 각종 슈퍼카의 매력이 돋보이는 자동차 경주 액션을 곳곳에 등장시킨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오빠와 여동생 사이의
<이탈리안 레이스> 무모하고 감동적인 여성 레이서에 관한 영화
-
18대 대선을 8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 607호. 당시 야당이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이곳을 급습했다. 전직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국정원이 정치 관련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이다. 증거 인멸을 우려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경찰을 대동해 오피스텔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피스텔 문은 굳게 잠긴 채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실제로 그곳에는 국정원 블랙요원 김하영씨가 있었고, 팽팽한 대치를 시작한 지 나흘이 지난 12월 12일 김씨는 오피스텔 문을 열고 나왔다.
<더 블랙>은 18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국정원 여론조작사건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이마리오 감독의 내레이션은 당시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안내하며 짚어나간다. 경찰이 김씨의 노트북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주고받는 말들은 당시 경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고
<더 블랙> 18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국정원 여론조작사건
-
호주 시드니에서 대규모 탄층 가스 채굴로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자 다큐멘터리 감독 안나는 가스 채굴에 반대하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강력한 선동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안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1987년에 직접 영화 교본까지 쓴 영화 애호가 김정일이었다. 안나는 김정일의 프로파간다 기술을 배우러 직접 평양으로 가서 북한영화계의 거장들을 만나 그들의 테크닉을 배우기 시작한다.
비교적 코믹한 다큐멘터리다. 원제는 ‘Aim High in creation!’. 김정일의 영화 교본에 나오는 두 번째 원칙, “창작에서는 크게 노리는 것이 있어야 한다!”를 번역한 제목이다. 감독이자 주인공인 안나는 기본적으로 북한영화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 영화인들은 유머와 여유를 가진 인물로,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사명감을 안고 있다. 북한에서 촬영된 영상의 많은 부분은 김정일을 찬양하거나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지만, 영화는 이것에 대해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창작에서는 크게 노리는 것이 있어야 한다!”
-
벌목꾼 조(제이슨 모모아)는 기억력이 감퇴하는 아버지 린든(스티븐 랭)과 함께 자신의 산장을 찾는다. 그런데 산장에서 발견한 가방에는 마약이 한가득 들어 있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직감한 조는 산장에서 도망치려 하지만 이미 마약을 찾기 위해 조직원들이 산장을 에워싼 뒤였다. 잔인한 조직원들에게는 협상이 통하지 않고, 조직원들은 조의 가족을 몰살하려 한다. 조는 어린 딸 샬롯과 아버지 린든을 지키기 위해 무장한 조직원들과 맞선다.
<왕좌의 게임>의 칼 드르고, DC 히어로 <아쿠아맨>을 연기한 제이슨 모모아가 주인공 조를 연기했다. 조는 눈 덮인 산을 뛰어다니며 무장한 조직원들을 각개 격파한다. 벌목꾼인 조는 도끼나 활과 같은 원시적인 무기로 적에 대항하는데, 이 점은 산속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는 람보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산장에서는 마치 <나 홀로 집에>의 케빈처럼 일상적 도구들을 이용해서 침입하는 적을 막기도 한다. 하지만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왜
<브레이븐> 조직원들로부터 어린 딸과 아버지를 지켜라
-
두려움은 낯선 존재로부터 출발한다. <더 게스트>는 혼자 사는 당신을 누군가가 노린다는 컨셉에 충실한 공포영화다. 만삭의 몸으로 빗길 운전을 하던 세라(레이첼 니콜스)는 교통사고를 낸다. 다행히 아기는 무사하지만 세라는 청각을 거의 잃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남편이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시간이 흘러 출산을 앞두고 홀로 있는 세라의 집에 초인종이 울린다. 낯선 여인(로라 해링)은 차가 고장났다며 도움을 청하고 문득 두려움을 느낀 세라는 거짓말로 이를 거절한다. 하지만 여인은 방심을 틈타 침입하고 세라와 아기를 위협한다.
한 매체가 2000년대 프랑스 4대 고어영화로 꼽기도 한 영화 <인사이드>(2007)를 리메이크한 <더 게스트>는 낯선 이가 가장 안전한 공간을 침입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극한의 공포를 재현한다. <노크 노크>(2015), <맨 인 더 다크>(2016) 등과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쫓고 쫓기는 설정의 힘을 끝까지
<더 게스트> 혼자 사는 당신을 누군가가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