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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은 하나의 고유한 과제를 수행하는 글이다. 짧은 글임에도 칼럼은 세상사와 사람살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그 의견은 “진리값” 혹은 최소한 진리에 가까운 근사값의 산출을 목표로 한다. 칼럼은 참됨을 찾아가는 짧은 여정이다.
한달에 한번, 매번 다른 사안과 주제에 대해 참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문득 한없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칼럼을 시작할 때는 가볍게 생각하곤 했다. 재밌게 써보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마음으로 써보자. 독자들과 수다 떠는 마음으로 써보자. 문제는 쓸거리가 없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쓸거리는 늘 차고 넘쳤다. 수많은 칼럼들이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갑론을박한다. 상이한 세계관과 문체로 작성되지만 칼럼은 대체로 동일한 규칙을 따른다.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한 참된 의견의 제시. 나 또한 그러한 규칙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모두들 같은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나마저 거기 동참해야 하나 싶어 침묵하다가도, 때로는 떠밀리는 마음으
당분간 의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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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기억의 진실에 관한 영화였다면,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그저 평범한 영화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매력은, 실제와 허구가 뒤엉키며 존재하는 기억의 논리가 영화의 존재 방식이자 우리가 사는 세상의 리얼리티와 맞물린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연기자가 ‘가짜 눈물’의 힘을 빌려 슬픔을 연기한다면 그 슬픔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그리고 그 가짜 눈물에 속아 눈물을 흘리는 관객의 감정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진실과 허구 사이를 끊임없이 진자운동해야 하는 영화의 운명.
파비안느가 리허설 장면에서 얼어붙은 이유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인 ‘카트린 드뇌브’가 자신과 유사한 입장의 파비안느를 연기할 때, 우리는 어디까지가 카트린 드뇌브이고 어디까지가 파비안느인지 확신할 수 없다. 실제의 배우와 가상의 인물이 혼재되며 구현된 형상을 만나는 것, 그럼으로써 영화 그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것, 그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카트린 드뇌브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영화의 진실을 보여주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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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플랫은 3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는다. 언젠가부터 걸을 때 오른발이 끌리는 느낌이 들었다는 닐은 아들 오스카의 첫 크리스마스에는 지팡이 없이 거동하기가 어려워지고, 아들의 돌잔치에서는 호흡이 쉽지 않은 상태에 다다른다. 음성인식시스템을 활용해 투병 중인 하루하루를 써내려가던 블로그에 아들을 향한 편지를 작성하고, 추억 박스를 기획해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물건들을 남긴다. 그는 절망의 상황에서도 낙천적이며, 생의 곳곳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아이 엠 브리딩>은 닐 플랫의 루게릭병 진단 이후의 삶을 기록하는 동시에 발병 이전의 삶을 기억한다. 닐의 목소리, 아내 루이즈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이야기, 과거 영상 등을 통해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삶의 순간순간을 복기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퍼져나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 루게릭병의 치료법 연구 등을 위한 기금이 늘어날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던 닐과 가족들은 먼저 연락을 취해온 두 감독을 집으로 초대
<아이 엠 브리딩>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삶의 순간순간을 복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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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의 시에서 제목을 따온 <기억할 만한 지나침>은 한 생명의 눈동자를 비춘 영상과 시를 읊는 음성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여닫는다. 영화 자체가 한편의 흑백 영상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화면은 대상을 바꿔가며 오래도록 하나의 풍경 혹은 생명이 가만히 있거나, 흔들리거나, 흘러가버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러던 카메라가 따라가는 한 사람은 시인 김(이헌주). 동전을 세고 있는 남편을 향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돼?”라고 소리치는 그는 영상시가 쓰이는 중간중간 계속해서 타인과의 만남에 던져진다. 그가 함께 일했던 교사, 탈락한 공모전을 주최했던 출판사 직원, 밀린 월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과 말을 섞는 장면은 번번이 그가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늘 통보와 독촉을 받는 쪽이 되어버리고 만다. 유일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상대는 말없이 사라져버린 남편을 찾다 우연히 만난 강아지 흰돌(몽돌). 저수지에 버려졌던 흰돌을 씻겨주고 먹여줬지만
<기억할 만한 지나침> 지금껏 무엇으로 버텨왔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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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 산타 마을의 요정들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으로 쓰러진다.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줘야 할 선물이 산더미인데 일꾼 요정들이 쓰러지자 산타 마을은 초비상이 걸린다. 이에 산타클로스(알랭 샤바)는 유일한 치료제인 비타민C를 구하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내려간다.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산타는 인간 세상에서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거칠고 어색한 행동으로 소동을 일으키다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착하고 친절한 토마스(피오 마르마이), 아멜리(골쉬프테 파라하니) 부부의 도움을 받게 된다. 크리스마스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산타는 9만2천개의 비타민C를 구해 무사 귀환할 수 있을까?
<산타 앤 컴퍼니>는 가족 코미디와 프랑스식 조크의 양극단을 적절히 오가는 영화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타깃으로 만든 해피엔딩 영화지만, 군데군데 현실을 비튼 유머와 풍자가 깃들어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 산타클로스의 모습이다. 인간 세상을 떠도는
<산타 앤 컴퍼니> 산타는 9만2천개의 비타민C를 구해 무사 귀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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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은 하리(김영은)와 두리(김채하) 남매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아빠를 달래가며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강림(신용우)은 떨어져 지내온 엄마를 만나러 간다. 그러나 달콤한 휴식도 잠시, 하리와 두리가 탄 비행기가 위험에 빠진다. 심해에 봉인되어 있던 괴수 요르문간드가 석유 시추로 인해 깨어나고, 그의 부하인 스큐트들이 비행기에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하리와 두리가 신비(조현정), 금비(양정화)와 함께 비행기 날개에 불시착한 하늘도깨비 주비(김현지)를 구해준 사이, 스큐트들은 자유자재로 외형을 바꾸며 승객들을 교란하고 조종사들마저 골탕먹인다. 한편 하늘의 수호신 가루다에게 창공의 퇴마사로 선택받은 강림은 혼란의 현장에 등장해 요르문간드와 친구들의 양보할 수 없는 대결에 합류한다. 2014년 TV애니메이션으로 첫선을 보이고 2018년 첫 번째 극장판으로 관객을 만난 <신비아파트> 시리즈의 두 번째 극장판은 하늘도깨비와 요르문간드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들은 시리
<신비아파트 극장판 하늘도깨비 대 요르문간드> 기존 캐릭터들을 또 다른 모험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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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일(박정민)은 요즘 되는 일이 없다. 공부가 싫어 자퇴를 했더니 엄마(염정아)는 학원이라도 다니라고 닦달하고, 학원비를 빼돌려 중고나라에서 구입한 오토바이는 고물이라 어디에 되팔 수도 없다. 그런 상황에 배구선수 출신 엄마에게 또 맞아야 하는 현실에 울분이 터진 택일은 홧김에 집을 나간다. 만원으로 갈 수 있는 ‘아무 데’로 낙찰된 군산에서 만난 장풍반점은 배달부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고마운 곳이다. 마음씨 좋은 주인에, 가출 청소년도 그럭저럭 살 수 있게 해주는 중국집의 유일한 단점은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의 존재 그 자체다. 엄마보다 강력한 손맛을 자랑하는 그에게 시시때때로 맞으며 택일이 세상의 쓴맛을 알아가는 사이, 그의 단짝친구 상필(정해인)은 고리금융업체에 입사한다. 의외로 사채업자 세계가 폭력적이기만 한 것 같지 않고 풍족한 생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상필은 마치 어른이 된 것 같은 자신의 상태가 만족스럽다.
<시동>은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
<시동>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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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건설 현장에서 일해온 리키(크리스 히친)는 좀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원한다. 그가 이번에 택한 직업은 택배원이다. 임시 계약을 맺어 근무를 시작한 그는 명목상으로는 자기 회사의 사장님이다. 택배 기사가 되려면 우선 개인 차량이 필요한데, 회사가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하자니 대여비 지출이 너무 크고 중고 밴을 사자니 수리비 부담이 되레 비효율적일 것 같아 고민스럽다. 결국 리키는 직업 간병인인 아내 애비(데비 허니우드)의 차를 팔아 새 차 구입에 필요한 보증금을 마련하기로 한다. 그는 이제 매달 할부금을 갚기 위해 주 6일 매일 14시간씩 일해야하고, 자기 시간을 써서라도 환자를 성심껏 돌보려 하는 애비에겐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 집 저 집 이동해야 하는 수고가 추가된다.
기업간 경쟁 아래 엄청난 양의 노동과 위험부담을 홀로 떠안아야 하는 개인이 인간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점차 무력해지는 광경. 점점 보수화되고 있는 영국 사회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노동계급의 현실을 꼬집는
<미안해요, 리키> 개인이 인간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점차 무력해지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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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만지: 새로운 세계>(2017)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속편 <쥬만지: 넥스트 레벨>은 새로운 캐릭터와 배경을 추가하면서 자연스레 규모를 키우는 속편의 법칙을 충실히 이행한다. <쥬만지: 새로운 세계>에서 비디오 게임 <쥬만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정글을 탐험했던 고교 동창 스펜서(알렉스 울프), 마사(모건 터너), 베서니(매디슨 아이스먼), 프리지(서더라이스 블레인)는 이제 대학생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네 친구들은 고향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는데, 약속 장소에 나오기로 한 스펜서가 나타나지 않는다. 스펜서의 집을 방문한 친구들은 스펜서가 게임 속으로 들어간 것을 알게 되고, 그를 구하러 ‘쥬만지’ 세계에 다시 접속한다. 문제는 게임기가 고장난 상태라 게임 캐릭터가 랜덤으로 선택된다는 것. 게다가 스펜서의 할아버지 에디(대니 드비토)와 에디의 친구 마일로(대니 글로버)까지 게임 속으로 입장했다는 것이다.
<쥬만지: 넥스트 레벨> 속편의 법칙을 충실히 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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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는 한동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유명 배우들이 박스오피스의 성공 또는 비평가의 찬사를 받았다. 대표적인 예로 브래드 피트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애드 아스트라>로, 제니퍼 로페즈가 영화 <허슬러>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들 외에도 흥행과 비평에서의 호평은 물론 이미지 변신까지 성공한 배우가 있다. 돌아온 탕아 샤이아 러버프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샤이아 러버프는 계속되는 루머와 이상행동, 출연작들의 흥행 성적 저조로 기억에서 잊힌 존재가 되고 있었다. 이런 러버프가 올해 출연한 <더 피넛 버터 팔콘>(로튼토마토 신선도 95%)과 <허니 보이>(로튼토마토 신선도 93%)는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깔끔하게 지우는 역할을 해주었다.
지난 8월 9일 뉴욕과 LA에서 한정 개봉한 뒤 확대 개봉한 <더 피넛 버터 팔콘>은 600만달러가량의 제작
[뉴욕] 샤이아 러버프, <더 피넛 버터 팔콘> <허니 보이>로 이미지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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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 출연 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저, 에런 에크하트, 매기 질렌홀, 마이클 케인 / 제작연도 2008년
입대를 앞두고 갑자기 영화가 찍고 싶어졌다. 그냥 한번 해보고 싶었다. 무작정 동아리 선배의 DV 캠코더를 빌려 동네 친구들을 모았다. 막무가내로 촬영을 끝내고 나서야 카메라가 고장났다는 것을 알았고 영화는 결국 완성되지 못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되는 건 딱히 없었던 20대 초반, 허탈한 마음에 극장으로 향했다. 그때 본 영화가 <다크 나이트>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지막 터널 신의 두근거림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이런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스치듯 했던 것 같다. 복학 후,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단편을 찍으며 연출부 생활을 했다. 그들과 마침 개봉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함께 보며 어렴풋이 감독을 꿈꿨다. 졸업이 닥쳐올 때까지도 여전히 되는 건 없었다. 우물 속 어린 브루스 웨인처럼 두려운 마음으로 포기
[내 인생의 영화] 심찬양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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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점점 책을 읽지 않는 아동, 청소년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전세계를 뒤덮었다. 10대를 주 독자층으로 하는 판타지 시리즈가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해리 포터> 신간은 출간일이 정해지면 뉴스로 보도되었다.
그 <해리 포터> 시리즈가 끝났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다. 일러스트 에디션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 전권이 다시 출간되고 있는데, 일러스트를 맡은 짐 케이는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메달’의 수상자. 케이는 누구에게나 이름만으로 떠올릴 수 있는 영화 속 배역들의 이미지와 일러스트 에디션의 차별화를 위해 자신이 머릿속으로 떠올린 세 주인공 해리, 론, 헤르미온느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어린이들을 찾았다고 한다. 판타지의 무대가 되는 주요 건물들 역시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결과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크게 삽입된 일러스트를 함께
씨네21 추천도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일러스트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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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제훈이 첫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이후 9년 만에 단편소설 여덟편을 한데 묶었다. 그사이 장편소설 <나비잠> <천사의 사슬> 등을 발표해왔지만 최제훈의 <위험한 비유>는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주목받은 그의 새로운 단편집이라 눈길을 끌었다. <철수와 영희와 바다> <2054년, 교통사고> <마네킹> <미루의 초상화> <유령들> <마계 터널> <현장부재증명> 등 총 8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철수와 영희와 바다>. 이름 때문인지,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철수와 영희는 연인 사이다. 둘은 바다에 있다. 바닷속 해조류를 보며 매생이굴국밥을 떠올리는 보통의 상상력을 가진 두 사람은 함께 있으나 생각은 제각각이다. 영희는 아니나 다를까 제대로 다이어트를 하지 못한 데 대한 생각을 하고 있으며, ‘철수와 헤어지지 않는
씨네21 추천도서 <위험한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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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리사는 납치되어 감금당한다. “4일차 되는 날 나는 바닥에 누운 채 그를 죽일 계획을 짠다. 내가 가진 도구들을 머릿속에서 목록으로 정리하고 있으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복수해 기억해>의 첫 두 문장은 낯설다. 감금되어 며칠이 지났는데, 그게 누구든 두려워할 만한데, 주인공은 납치범을 죽일 계획을 짜고는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한다. 심지어 임신 중인 16살인데? 리사는 아동정신의학과에서 수많은 검사를 치른 뒤, 감정을 잘 느끼긴 하지만 딴생각이나 비생산적인 사고를 억제하는 데 특출나다는 말을 들었다. 소시오패스는 아니다. 감정을 이해할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는데, 느끼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사는 보통 때는 사랑을 꺼놓고 지낸다. 그리고 지금은 공포를 꺼놓고 탈출을 도모하려는 중이다.
법정 변호사인 어머니와 해군 특수부대 출신 물리학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리사는 부유한 미국인 가정의 딸이고, 전도유망한 과학적 재능을 가진 우등생이다.
씨네21 추천도서 <복수해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