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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아리 ‘리그 오브 쉐도우’ 멤버들은 군복을 입은 예비군이 주인공인 슈퍼히어로영화를 만들기로 충동적으로 결심한다. 제목은 ‘어둔 밤’(Dark Night). 목표는 할리우드 진출. 소재부터 제작비 규모 300만원까지 모든 결정을 너무 쉽게 내리는 그들은 영화 <명량>과 <7번방의 선물>을 재미있게 본 신입생들의 안목을 지적하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위대함을 설파하고, 평소 존경하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본받아 CG를 쓰지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캐릭터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메소드 연기를 추구한다.
처음 보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종종 실제와 허구를 헷갈리게 하지만 <어둔 밤>은 가상의 동아리를 배경으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처음에는 투박한 학생 영화처럼 보이지만 독창적인 유머에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솜씨가 발군이다. 관객 각자가 영화 애호가로서 가진 경험이 많을수록 코미
<어둔 밤> 당사자의 목소리로 담아낸 진짜 청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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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코(나카야마 미호)는 유전으로 인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소설가다. 원래 유치한 통속소설을 주로 쓰던 그는 병을 계기로 오히려 달라지려고 한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 원치 않았던 그가 낭독회를 열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친다. 한편 료코는 술집에서 잃어버린 만년필을 찾아준 것을 계기로 한국인 유학생 찬해(김재욱)와 가까워진다. 찬해는 료코가 연도별·작가별로 딱딱하게 정리했던 서재를 색상에 따라 재정리하고 글이 아닌 말로 소설을 쓰는 작업을 돕는다. 그러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안타깝게도 료코의 알츠하이머 증상은 점점 심각해진다.
알츠하이머 선고를 받은 후 오히려 삶에 변화를 줬던 료코처럼, <나비잠>은 잃어가는 기억의 안타까움보다는 남은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기억을 재정돈하고 싶다는 료코의 욕망은 예술의 형태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료코가 읽어나가는 문장, 그리고 이를 액자식 구성으로 구현한 영상이 조화롭다. 특
<나비잠> 남은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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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2010), <머니볼>(2011)의 각본을 쓴 할리우드의 유명 시나리오작가, 에런 소킨의 첫 장편 연출작. <몰리스 게임>은 베벌리힐스 포커 세계의 여왕이었던 몰리 블룸(제시카 채스테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 여성은 26살에 세계에서 가장 호화롭고 위험한 포커 게임을 운영했다. 하루에 무려 400만달러(44억원)의 판돈이 오가는 ‘몰리의 게임’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벤 애플렉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영화에서 스타들의 실제 이름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과 로열 패밀리들, 스포츠 스타, 거대 기업인까지 다양한 상류층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영화는 포커 게임에 참여한 마피아와 모종의 커넥션을 맺고 있다는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준비하는 몰리의 현재와, 올림픽 메달리스트, 로스쿨을 졸업한 여성 기업가를 꿈꿨던 그녀의 과거를 교차하며 몰리가
<몰리스 게임> 베벌리힐스 포커 세계의 여왕, 몰리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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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서 주최하고 <씨네21>이 주관하는 ‘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공모전’에서 선발된 영화 상영회가 9월 6일 CGV 용산에서 열린다. 송현석 감독의 <식물인간>, 김지영 감독의 <벌레>, 이옥섭 감독의 <세 마리> 등 환경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 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식물과 이야기하는 소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묵직한 연출로 그려 낸 <식물인간>, 대기 오염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황폐한 근미래를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그린 <벌레>,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배우 특유의 유머와 리얼한 전개가 재미를 선사하는 <세 마리> 등 흥미로운 소재와 연출이 기대를 모은다.
환경부는 지난 1월 29일 부터 3월 22일까지 <숨ː> 이라는 주제로, 생명과 호흡에 관련된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을 진행하여 세 작품을 선정, 제작지원을 해왔다.
영화 상영 전에 환경부장관이 수여하는 대상 등 시
환경부, 제1회 환평단편영화 <숨ː> 상영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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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오 Sandra Oh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흥행으로 대표되는 아시아계 배우의 활약은 올 초에 이미 캐나다 출신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에 의해 예고된 바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로 에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5번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을 한 적은 없던 그가, 아시아계 배우로는 역대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에미상의 역사를 새로 썼기 때문이다. <BBC 아메리카> 드라마 <킬링 이브>에서 샌드라 오는 조디 코머가 분한 사이코패스 암살자 빌라넬의 뒤를 쫓는 MI5 요원 이브 폴라스트리를 연기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주인공일 리는 없는데, 그렇다고 어리고 핫한 소녀 캐릭터일 리도 없고, 도대체 어느 부분이 내 거지?”라고 고민했다던 그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살려냈다. <버라이어티>는 “이브는 정확한 코미디 연기 타이밍까지 요구되는 매우 복잡한 역할이며, 샌드라 오는 모든 면을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여성 극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⑦] 샌드라 오·아콰피나·쿠마일 난지아니 -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아시아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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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조 John Cho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은 할리우드에서는 혁명적 사건이었다.” <해롤드와 쿠마>(2004) 개봉 당시 존 조가 한 말이다. 한국계 미국 배우와 인도계 미국 배우를 투톱으로 기용해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영화 <해롤드와 쿠마>는 아시아계 미국 배우들의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이후에도 존 조는 종종 ‘혁명적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오디션을 거쳐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에 1등 항해사 술루 역으로 승선한 일이나, 최근 2~3년 사이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될 때 아시아 배우도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전개된 SNS상의 캠페인 “존 조를 주연으로”(#StarringJohnCho)의 주인공이 된 일까지. 존 조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긍정적 초상으로서 독보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제34회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한국계 미국인 가정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⑥] 존 조·켄 정·랜들 박·올리비아 문 -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아시아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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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버틀러 Ross Butler
“네가 외로움을 느끼기는 해?” 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1에서, 주인공 한나는 학급 동료 잭 뎀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서글서글한 성격과 우월한 신체 조건을 가진, 교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운동선수. 이것이 극중 잭 뎀시의 이미지다. 하지만 원하는 건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던 잭의 단순하지 않은 내면을 풍성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성취다. 그건 바로 배우 로스 버틀러(위 사진 왼쪽)의 안정적인 연기력 덕분이다.
1990년생으로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미국 버지니아에서 자란 로스 버틀러는 영국·네덜란드인의 피를 이어받은 아버지, 중국·말레이시아계 어머니를 두었다. 아시안계 미국 배우로서 그의 장점은 독보적인 피지컬이다. 너드와 무술인, IT 전문가 등 여전히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협소한 할리우드에서, 우월한 신체적 조건을 가진 로스 버틀러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⑤] 로스 버틀러·민디 캘링·콘스탄스 우 -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아시아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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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오, 존 조가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아시아계 배우들의 좋은 본보기라면, 여기 꽃길을 기대해도 좋을 재능 많은 라이징 스타들도 대거 존재한다. 개봉했다 하면 전세계적으로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는 블록버스터영화에 출연하는 것만큼 신인배우들에게 좋은 기회는 없다. 베트남계 미국 배우 켈리 마리 트랜이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에 출연한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저항군 엔지니어 로즈 역을 맡아 핀(존 보예가)과 멋진 호흡을 보여준 켈리 마리 트랜은 사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주요 배역을 맡은 첫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제작 중인 <스타워즈 에피소드9>에서도 그녀를 만날 수 있다. 한국인 어머니와 프랑스계 러시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폼 클레멘티에프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2017)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로 일약 스타가 됐다. 더듬이를 달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④] 할리우드의 미래가 될 아시아계 라이징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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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 할리우드에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성공에 힘입어 추진력을 얻어 진행 중이거나 그 이전부터 기획에 들어간 아시아계 배우 주연의 프로젝트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2020년 3월 27일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인 <뮬란>이다. 디즈니가 <뮬란>의 실사영화 제작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캐스팅 과정에서 ‘화이트워싱’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올라와 서명자가 1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는데, 1년간 5개 대륙에서 1천여명의 오디션을 거친 결과 중국 배우 유역비가 캐스팅되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외에도 견자단, 이연걸, 공리 등 아시아의 대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소니픽처스가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위시 드래곤>도 아시아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천일야화 속 지니 이야기를 재해석한 이야기로, 콘스탄스 우, 성룡, 나타샤 리우 보디조, 지미 웡,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③] <뮬란> <베놈> <아쿠아맨>… 아시아계 배우의 활약이 기대되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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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와 <서치>에 대한 영미권 매체들의 반응이 다소 호들갑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감독들이 아시아계 배우들을 주·조연으로 캐스팅해 어떤 선입견도 포함되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게 되기까지의 역사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현재 아시아계 영화인들에 쏟아지고 있는 뜨거운 응원과 지지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할리우드의 지난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무비 스타가 된 아시아계 배우는 아마도 일본 출신의 하야카와 셋슈일 것이다. 무성영화 시대의 빅 스타였던 그는 아시아 남성 중에서 할리우드의 첫 섹스 심벌로 평가받는다. 20세기 초 하야카와가 백인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자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당시의 미국 사회에는 큰 파장이 일어났다고 한다. 1918년 하야카와 셋슈는 영화사 하워스 픽처스를 설립해 아시아계 영화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하던 당시의 미국영화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②] 할리우드 아시아계 배우들의 역사, 1920년 하야카와 셋슈 ~ 2018년 존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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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배역진이 아시아계 배우들로 캐스팅된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관객과 만난 일이 1993년 웨인 왕 감독이 연출한 <조이럭 클럽> 이후 무려 25년 만이라고 한다. 지난 8월 15일, 북미에서 개봉해 첫주 흥행 수입으로 35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당당하게 1위로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그저 ‘슬리퍼 히트작’이라고 부르기에는 사회·문화적으로 복잡한, 그래서 설명이 필요한 흥행작이다. 영화는 개봉 둘쨋주 주말 동안 2500만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이며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흥행과 그로부터 만들어진 다양한 대화와 캠페인을 바라보며 영화를 연출한 존 추 감독(<나우 유 씨 미> 시리즈, <스텝업2: 더 스트리트>)은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영화(movie)가 아니라 하나의 움직임(movement)이다.” 견고한 유리천장과 대나무천장(Bamboo Ceiling)으로 가로막혔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할리우드 흥행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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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어거스트.’(Asian August) 미국인들은 2018년 8월을 이렇게 부른다. 거의 모든 역할에 아시아계 배우들을 캐스팅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가 2주째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고, 존 조를 비롯한 한국계 미국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화제가 된 스릴러영화 <서치>가 8월 31일에 개봉하며(한국 개봉이 미국보다 더 빨랐다), 10대 아시아계 배우들이 출연하는 넷플릭스의 신작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영화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브먼트는 아시아계 가족을 조명한 영화 <조이럭 클럽>(1993)과 시트콤 <올 아메리칸 걸>이 대중을 만났던 1990년대 중반의 시기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영미권 미디어의 관심이 아시아계 영화인들에게 다시금 향하기까지 무려 25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는 걸 모두가
#AsianAugust,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이 시작됐다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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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 볼드윈이 호아킨 피닉스 주연 영화 <조커>(가제)에서 하차했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후 불과 이틀 만의 일이다.
8월 29일(현지 시각), <할리우드 리포터>를 비롯한 다수의 해외 매체는 “알렉 볼드윈이 영화 <조커>에서 하차했다”고 보도했다. 알렉 볼드윈은 <조커> 솔로 영화에서 배트맨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 역을 맡기로 되어있던 상태. 그는 <USA 투데이>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스케줄의 충돌을 이유로 들며 “나는 더 이상 그 영화에 함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25명의 배우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알렉 볼드윈의 갑작스러운 하차 소식과 함께 그가 29일 트위터에 올린 내용도 함께 화제가 됐다. 알렉 볼드윈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역할에 캐스팅된 적 없다”고 밝혔다.
배트맨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
알렉 볼드윈 <조커> 하차, “도널드 트럼프 같은 역할에 캐스팅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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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배우의 생애가 인도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산주>가 그 주인공인데, 영화의 제목인 ‘산주’는 실존하는 인도의 배우이자 제작자 산자이 더트의 별칭이다. 그는 생전에 자신의 생애가 영화화될 만큼 논란 가득한 삶을 살아왔다. 영화인 집안에서 태어난 산주는 1981년 배우로 데뷔해 지금까지 180여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영화 제작자, TV 프로그램의 사회자일 뿐 아니라 정계까지 입문했다. 언뜻 화려한 스타의 삶을 보는 듯하지만 그 이면엔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머니를 잃은 그는 심각한 마약중독에 빠졌고, 결혼 생활 또한 순탄치 않았다. 당시 인도영화계의 대표적 무희로 꼽히는 여배우 마두리 딕시트와의 외도는 유명하다. 영화에서 만난 둘은 3년간 불륜 관계를 맺다가 산자이 더트가 경찰에 체포된 뒤 관계를 청산했다. 더트의 체포 사유는 반테러리즘법에 의거한 불법 무기 소지 혐의였다. 뭄바이 연쇄폭발 테러가 발생한 시절(1993년) 테러리스트로 지목
[델리] <산주>, 천의 얼굴을 가진 어느 배우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