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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DCEU의 신작 <아쿠아맨>이 개봉한다. 곧이어 내년 봄과 가을에 <샤잠!>과 <원더우먼 1984>가 개봉할 예정이다. 플래시의 솔로 영화인 <플래시 포인트>, 할리 퀸과 DC의 여성 캐릭터들을 앞세운 <버즈 오브 프레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블랙 호크> 등 제작을 확정 지은 작품들까지, DCEU의 새로운 작품들이 DC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DCEU는 슈퍼 히어로가 지닌 책임감에 대한 고찰과 고뇌에 포커스를 맞춰 어둡고 묵직한 세계관을 형성해왔다. 해외매체 <슬래시필름>은 이런 DC의 개성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슬래시필름>에선 DC를 새로운 방향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캐릭터들을 소개했다. 일명 ‘DC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10. 부스터 골드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는 히어로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
DC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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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모그라비의 영화를 보고 싶은가. 그러면 당장 유튜브 사이트에 접속해 ‘아비 모그라비’를 검색하면 된다. 아비 모그라비의 거의 모든 작품을 영어자막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영상을 올린 이는 아비 모그라비 자신이다. 영화에 등장한 셀프카메라 속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오늘날 만연한 인터넷 1인 방송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그는 자신의 집을 스튜디오 삼아 카메라에 대고 (상상의 관객에게) 끝도 없이 말한다. 스크립트를 외워서 하는 건지 어느 정도는 즉흥적인지 헷갈린다. 자연히 이것이 다큐멘터리인지, 픽션인지도 모호해진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화자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때론 노래를 부른다. <Z32>(2008)에서는 소규모 오케스트라단을 뒤에 둔 채로 진지하게 노래한다.
이번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소개된 <어찌하여 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아리엘 샤론을 사랑하게 되었는가>(1997, 이하 <어찌하여>)와 <Z32>는 그로테스크
[다큐멘터리의 정신③] 아비 모그라비 특별전에 부쳐 - 일인칭을 투과해 일인칭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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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맥그리거가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이하 <곰돌이 푸>)로 돌아왔다. <곰돌이 푸>는 이완 맥그리거의 72번째 출연작이다. 많은 영화들에서 틈틈이 모습을 비췄던 그지만, 70건이 넘어가는 그의 작품 수가 새삼 놀랍다. 1992년 <고모론>으로 영화 데뷔 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부지런한 배우 이완 맥그리거. <곰돌이 푸>의 개봉과 함께 다양한 장르를 오간 그의 캐릭터들을 모아봤다.
<트레인스포팅>
랜턴 역
이완 맥그리거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은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이다. 그가 연기한 랜턴은 늘 마약에 찌들어 사는 청년이다. 그와 친구들에게 마약, 도둑질, 사기 등은 이미 일상이다. 심지어 마약이 적발돼 재판을 받게 되고, 친구의 아이가 죽는 등의 사건도 발생하지만 랜턴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무거운 소재를 코믹하게 풀어낸 영화의 분
열일하는 배우! 이완 맥그리거의 다양한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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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E. 솔라나스 감독과의 그룹 인터뷰 중이었다. 기자들로부터 몇개의 질문을 받은 솔라나스 감독은 갑자기 질문을 넘어선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말은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길 때까지 이어졌다. 질문 기회를 노리던 나는 내가 질문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짧게 줄이는 것이 불가능한 그의 삶이 하나의 질문을 통해 변화무쌍한 궤적을 그리며 꿰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그가 말하는 에너지만을 이해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 적힌 질문 중 몇개는 실제로 발화된 것이 아니다. 독자의 편의를 위한 챕터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제3영화의 가치는 유효한가.
-그렇다. 3영화에 관해 헷갈려하는데,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 같은 다큐멘터리만이 3영화는 아니다. 해방 과정에서 일어난 일과 탈식민화 주제를 다룬다면 장르와 상관없
[다큐멘터리의 정신②] 페르난도 E. 솔라나스 - 민중의 해방은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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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액션 연기를 펼치는 탕웨이를 만나볼 수 있을까.
9월 27일(현지 시각), 해외매체 <버라이어티>는 “탕웨이가 주연을 맡은 호주-중국 합작 영화 <더 휘슬블로어>(The Whistleblower)가 제작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기준 제작비 약 5500만 달러(한화로 약 400억 원)를 들인 작품으로, 호주-중국 합작 영화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블록버스터다.
<더 휘슬블로어>는 한 개인이 기업의 음모를 알아채고 그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액션 영화다. 호주에서 일하는 중국인 마크는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후, 회사에서 개발 중인 새로운 기술이 건강상의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국민들과 자신의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회사의 암막을 조사하는 데 뛰어든다. 중국 배우 뇌가음이 ‘마크’를 연기하고, 탕웨이가 ‘웬’을 연기한다. 탕웨이가 연기한 역할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는 아직 밝혀지지
탕웨이, 중국-호주 공동 제작 블록버스터 <더 휘슬블로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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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E. 솔라나스 감독이 지난 9월 13일 개막한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찾았다. 여든이 넘은 감독의 한국행을 성사시킨 데는 김동원 감독의 공이 컸다. 김 감독이 남미 여행 도중 만난 솔라나스 감독에게 참석을 제안했고, 솔라나스 감독이 고민 후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제3세계 영화 운동의 기수와 그와 영향관계에 있음이 분명한 한국 영화 운동사를 대표하는 감독의 역사적인 만남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스터클래스 자리에서 재회한 두 사람이 밝힌 인연은 사적인 부분에 관한 거였다. 두 감독은 영화를 시작하기 전 음악과 연극을 한 적이 있다. 솔라나스 감독은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한 적이 있고, 김동원 감독은 밴드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 연출을 꿈꿨다는 것도 통한다. 30대 초반에 첫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다. 김동원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채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상계
[다큐멘터리의 정신①] 페르난도 E. 솔라나스 특별전에 부쳐 - 제3영화의 가치, 혹은 정치영화를 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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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9월 13~20일) 마스터클래스의 두 주인공을 만났다. 남미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1968)를 만든 페르난도 E. 솔라나스 감독과 에세이와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오가며 다큐멘터리 연출법의 확장을 보여준 아비 모그라비 감독의 작품 세계와 인터뷰를 전한다. 올해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두 다큐멘터리 거장의 정신을 엿보았다.
말한다, 듣는다, 움진인다... 다큐멘터리의 정신 ① ~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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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범인은 잡혀 있다. 연쇄살인도 자백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 맞나? <암수살인>은 실제 사건으로부터 범인을 추리하는 보통의 범죄 스릴러와는 역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살인죄로 수감된 강태오(주지훈)는 6개의 추가 살인, 총 7개의 살인 리스트를 거침 없이 써내려가고, 형사 김형민(김윤석)은 그와 심리전을 펼치며 사건을 추적해간다. “결이 다른 장르영화에서 충분한 상업적인 성취를 보여주고자 플롯과 미장센, 캐릭터를 다르게 접근했다”는 김태균 감독을 만나 각각의 요소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감옥에서 온 퍼즐-살인 리스트의 진실은?’ 에피소드를 보고 바로 부산에 내려가 취재를 시작했다고.
=잡혀 있는 살인범이 또 다른 살인사건을 저질렀다며 형사를 도발하고, 형사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살인범의 진술에 의존해 밝혀야 하는 어려운 수사가 나름 흥미롭고 재밌더라. 두 사람에게 흥미와 호기
<암수살인> 김태균 감독, "실제 인물과 영화 캐릭터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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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물사전>의 후속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전편으로부터 이어지는 내용을 담는다. 뉴트(에디 레드메인)의 활약으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조니 뎁)가 붙잡히지만, 이내 그는 탈출에 성공하고 자신의 추종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를 젊은 덤블도어(주드 로)와 뉴트가 함께 막는다.
덤블도어와 호그와트의 등장, 이번 작품부터 본격적으로 해리 포터 월드와 맞닿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편보다 확장된 세계관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번 예고편은 말 그대로 떡밥 대잔치다. 해외매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예고편에 담긴 20가지 힌트를 정리했다. 해리포터 덕후라면 절대 놓쳐선 안될 떡밥들을 소개한다.
1. 파리의 은신처
예고편의 시작, 덤블도어는 “일이 잘못될 경우 갈 장소가 있으면 좋잖아"라 말하며 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메인 예고편에 담긴 20가지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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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물건이 있는데 사람 같더라.” 한 형사가 끔찍한 고백이 적힌 편지 한통을 받는다. 편지엔 자신과 관련 있는 사건이 총 11개나 되니 더 알고 싶으면 만나러 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유흥주점 여종업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이두홍(가명)씨다. 그에게서 편지를 받은 사람은 22년 경력의 베테랑, 김정수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형사다. 김 형사는 이씨가 수감하는 교도소를 찾았고, 그곳에서 A4 용지 두장에 달하는 이씨의 자술서를 확보했다. 자술서에는 이씨의 범죄 행각이 낱낱이 적혀 있었다. 그날부터 김 형사는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면서,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조차 어려운 이씨의 진술을 단서 삼아 휴일도 반납한 채 수사에 매달린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는 2012년 한 시사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봄, 눈>(2012)으로 데뷔했던 김태균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암수살인&g
김태균 감독의 <암수살인>,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취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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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탄전도, 총격 신도 없다. 10월 3일 개봉하는 영화 <암수살인>은 한 형사(김윤석)가 범인(주지훈)으로부터 자신의 범죄 행각을 ‘셀프’ 제보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다. 범인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형사는 범인이 던지는 진술들을 일일이 검증하며 그가 범인임을 입증해야 한다. 요행을 부리지 않고 던져진 단서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끝까지 수사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근래 보기 드문 성실하고 독특한 형사영화다. 긴 리뷰를 통해 어떤 영화인지 소개하고, <암수살인>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암수살인> 무엇이 우리를 두렵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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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튜디오는 신작 개봉 전 모든 정보를 철저한 비밀에 부쳐왔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그 규칙에서 예외인 영화로 보인다. 올해 여름 런던과 베니스 등 유럽 각지에서 촬영 현장이 목격됐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체코 촬영장 현장이 9월 30일(현지 시각) 한 트위터 사용자에 의해 공개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 제이크 질렌할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다.
제이크 질렌할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메인 빌런 미스테리오를 연기한다. 스탠 리와 스티브 딧코에 의해 창조된 미스테리오는 1964년 스파이더맨 코믹스를 통해 첫 등장한 캐릭터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속 네 번째 영화에 등장하며 스크린 데뷔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빛을 보지 못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빌런 미스테리오의 본명은 퀜틴 벡이다. 할리우드에서 특수효과 제작자로 근무하던 퀜틴 백은 영화계에서 자
트위터 사용자가 공개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촬영현장의 빌런 제이크 질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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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밀회>(2014)에서는 조선족 여성(서정연)이 재벌 회장의 구애를 단칼에 거절하며 다음과 같이 일갈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 이래봬도 모택동 주석이 대문호 루쉰을 기리기 위해 세운 학교 다녔고, 만 인민이 다 평등하다, 내가 내 주인이다, 그렇게 배운 사람이요.” 내가 알기로 식당 일을 하는 ‘조선족’ 중년 여성을 사회주의 교육을 받은 배운 여성으로 재현한 건 이 드라마가 처음이었다. 계급-국적-젠더-나이로 켜켜이 쌓아올려진 스테레오타입이 한번에 부서지는 호쾌한 장면이었다.
그렇다면 북한 여성들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지난 평창동계올림픽부터 남북정상회담에서 단연 화제는 북한 지도층 여성들의 거침없는 태도였다. 최고권력과 혈연과 가족의 연으로 이어져 있다고는 하나 그 당당한 태도로 미루어 짐작건대 북한 여성들은 남한의 정치인 부인이나 누이의 위치에서 허용되는 권력 이상을 누리고 있음에 분명했다.
하지만 한국영화에서 북한 여성들이 재현되는 방식은 구태, 그
남한영화의 북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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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트라우마를 입은 다음 여생을 폭력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는 과거에 복수하는 중일까 아니면 생을 증오한 나머지 죽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일까? <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조(호아킨 피닉스)는 가정폭력 희생자이자 퇴역군인으로 개인적 의뢰를 받아 성매매 조직에 납치된 미성년자들을 구조하는 일로 살아간다. 딸을 납치당한 어느 뉴욕 정치인의 의뢰가 조를 근본적 질문과 맞서도록 떠밀 때까지. 해결사로서 조가 일하는 방식은 피도 눈물도 없다. 그러나 본인은 거기에서 한점의 카타르시스도 얻지 못하고 관객 역시 마찬가지다. 린 램지 감독은 극도로 경제적인 연출로 영화가 설명을 배제할 때 다다를 수 있는 풍성함을 보여준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설정과 상징 등 여러 면에서 <택시 드라이버>(1976)와 어엿한 동시상영 프로그램으로 묶일 만하지만 변주라는 표현은 과소평가가 될 것이다.
09/02
<어른도감>(2017)에는 홀로 생활하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길 밖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