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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백미터달리기 성적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은 토가시(다네자키 아쓰미)는 새로 전학 온 코미야(유우키 아오이) 또한 마음이 힘들 때마다 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토가시가 코미야에게 제대로 달리는 법을 알려주던 어느 날 코미야는 불현듯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버린다. 고등학생이 된 토가시(마쓰자카 도리)는 이제 달리기가 그리 기쁘지 않다. 승리에 대한 압박, 관성처럼 달리는 피로감. 많은 것이 그를 억누를 즈음 그는 육상 동아리를 만나 그간 잠들어 있던 달리는 본능을 다시 일깨운다. <100 미터.>는 10대 청소년의 꿈과 역경을 순진무구하게 미화하기보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심지어 음울한 빛으로 날렵하게 담아낸다. 그럼에도 ‘우리가 왜 달려야 하는지’ 근원적이고 본능적인 질문을 계속 던진다. 육체를 벗어난, 자유로운 정서적 해방을 안겨주는 작품.
[리뷰] 신이시여, 그렇다면 이 달리기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나요?, <1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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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이 국내 최초 정식 개봉한다. 1990년대 중반, 본격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화려한 밤 풍경을 자랑하는 타이베이. 네 친구 홍콩(장첸), 홍어(당종성), 룬룬(가우륜), 소부처(왕계찬)는 청년 갱단을 이루어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며 지낸다. 의식주는 물론 돈과 시간, 심지어 여자까지도. 한편 영국인 남자 친구와 재회하기 위해 무작정 타이베이를 찾은 프랑스 여자 마르트(비르지니 르두아앵)는 네 청년과 빠르게 가까워진다. 블랙코미디를 주축 삼은 영화는 인물들의 고민과 완벽하게 어긋나는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다만 현대적 가치와 부합하지 않은 29년 전의 유머가 순탄한 감상에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캐릭터들의 변주와 조화, 타이베이를 묘사하는 방식 등은 에드워드 양 감독만의 고유한 분위기로 다가 온다.
[리뷰] 새벽을 갖지 못해 네온싸인을 쌓은 도시는 즐거울까 외로울까, <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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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우주가 수학으로 설명된다고 믿는 형주(정다민). 그러나 정작 수학은 그의 삶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률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어머니의 죽음에, 형주는 아버지 민규(곽민규)를 오류로 설정한다. 충격적인 유전자 검사 결과 그의 믿음은 더욱 굳건해지고, 외로움에 사로잡힌 형주는 어머니가 남긴 단서를 따라 친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수학영재 형주>는 유전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고등학생의 성장 서사를 그린다. 어린 나이에도 비관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형주는 차가운 ‘천재’ 캐릭터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사춘기 소년 특유의 풋풋함을 간직하고 있다. 수학 개념을 활용한 메타포가 반복해서 등장하지만, 정교한 공식처럼 짜임새 있게 설계되지는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오히려 경상도의 청명한 풍경과 레트로 감성이 빚어내는 소소한 분위기가 영화가 지향하는 정서와 맞닿아 있다.
[리뷰] 배우들의 존재감이 허술한 문·이과 통합의 빈틈을 메운다, <수학영재 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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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봄, 주술고등전문학교 2학년 에이스 고죠 사토루와 게토 스구루에게 의뢰가 도착한다. 의뢰 내용은 리코라는 소녀가 무사히 ‘불사의 텐겐’과 동화될 수 있도록 그녀를 호위하는 것. 주저사 집단 Q의 암살자들을 제압해나가며 임무를 수행하던 이들 앞에 악명 높은 ‘주술사 킬러’ 호시구로 토우지가 등장한다. 천여주박의 힘을 지닌 그와 맞서는 과정에서 스구루는 감춰왔던 내면의 악과 맞닥뜨린다.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두 인기 캐릭터의 학창 시절을 그린 프리퀄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만화 특유의 유머 코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세계관을 설명하는 대사들이 친절하면서도 극의 리듬을 해치지 않아 <주술회전>을 처음 접하는 관객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다만 악인으로 변모한 인물의 사연에 무게가 실려 있어 원작을 아는 팬일수록 더 깊은 재미와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리뷰] 악인의 서사에 무게를 둔, 팬들을 위한 이야기,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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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게임 기업 엔컴의 CEO 이브(그레타 리)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영속성 코드’를 찾아 세계를 누비는 중이다. 수십년 전 실종된 엔컴의 전 CEO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이 발견했다고 알려진 ‘영속성 코드’는 인간의 DNA를 디지털화하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할 열쇠다. 엔컴의 경쟁사인 딜린저 시스템의 리더 줄리안(에반 피터스)은 가상의 게임 세계 그리드와 현실을 연결하는 기술을 도입해 프로그램 ‘아레스’(재러드 레토)를 AI 비밀 병기로 개발 중이다. 줄리안은 아레스를 이용해 경쟁사 엔컴을 해킹하는데, 그 과정에서 디지털 세계에서만 존재하던 프로그램 아레스가 인간의 형상을 한 채로 세상 밖으로 나온다. 아레스는 디지털이 아닌 진짜 현실 세계를 경험하면서 오작동을 일으켜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줄리안의 음모로 그리드에 갇히게 된 이브와 결탁해 뜻밖의 동맹을 맺게 된다. 줄리안은 자신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아레스에 불만을 품고 아레스의 하위 프로그램인 아테나(조디
[리뷰] 디지털 피노키오 스토리, <트론: 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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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17분, 같은 반을 다니는 17명의 아이가 한날한시에 가출한다. 단 한명, 알렉스(캐리 크리스토퍼)만 제외하고. 그로부터 한달 뒤 알렉스는 여전히 입을 꾹 닫고 있으며 수사는 별 진전이 없다. 학부모는 답답함에 담임 저스틴(줄리아 가너)을 향한 마녀사냥을 시작한다. 저스틴은 알렉스를 미행하다가 그의 집에서 수상쩍은 기운을 감지하고 실종의 실마리를 추적한다. 이윽고 아들을 잃은 학부모 아처(조시 브롤린), 경찰 폴(올든 에렌레이치), 교감 마커스(베네딕트 웡), 마약중독자 제임스(오스틴 에이브럼스) 등이 사건에 연루된다. <웨폰>은 <바바리안>의 감독 재커리 크레거가 연출과 각본을 담당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정교한 논리로 짜인 능수능란한 스토리텔링이다. 시작할 때 영화는 소녀의 내레이션으로 몰입감을 준다. 그다음 <라쇼몽>처럼 한 사건을 6명의 시점(저스틴, 아처, 폴, 제임스, 마커스, 알렉스 순)으로 나누어 전개하는 비선형적인 서사를 선택
[리뷰] 홀려도 후회 없을 마술적인 입담. 스티븐 킹의 후계자가 여기에, <웨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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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 태저(송지효)는 항상 무감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산다. 근무일엔 일터인 교도소와 집만을 오가고, 휴일엔 동네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정도다. 영화는 태저에 관한 특별한 사연이나 사건을 애써 부여하기보단 그가 보내는 하루하루의 습관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로써 차분하고 정제된 인물의 성정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내 태저는 한 교도소 수용자의 가족 이야기에 얽히며 애틋한 관찰자, 그리고 조력자로 변화하게 된다. 변화는 태저가 일하는 교도소의 ‘432’번 수용자 미영(옥지영)이 모친상을 당하면서 시작한다. 장례식에 가지 못한 미영의 사정에 딱함을 느낀 동료 교도관 혜림(윤혜리)이 태저에게 함께 조문을 가자고 청한 것이다. 그렇게 방문한 빈소에서 태저는 미영의 어린 딸 준영(도영서)을 만난다. 준영은 보호자 없이, 미영의 친구가 운영하는 모텔에 사는 중이다. 태저는 준영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고, 두 사람은 종종 사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준영
[리뷰] 과장된 설득 없이도 충분히 이어지는 감정의 선들, <만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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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다 모여 있다.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지난 20여년간 걸어온 현장 기록사진에는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를 만들어내고 부흥시켰던 영화인들의 젊은 날이 담겨 있다. 이현승 명예집행위원장이 직접 기억을 더듬어가며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장르 중심 영화제의 힘
“코미디영화가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는 경우를 우리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류승완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만들 때만 해도 액션영화가 마이너한 장르였는데 그 이후에 액션 단편을 만들어 출품했던 젊은 감독들이 류승완에게 고맙다며 울먹거리고 그랬다. 그런 단편 만들 돈으로 차라리 딴 거 하라는 소리를 듣던 감독들이 여기 와서 인정을 받은 거다. 집행부 막내로 합류했던 저 시절의 류승완, 봉준호 감독처럼 새로운 젊은 감독들이 영화제에 함께하면 좋겠다.”
감독이 직접 심사한다
“현역 감독들로 심사위원단을 꾸린 이유가 있다. 내가 이전에 여러 영화제의 심사를 해보니 평론가, 프로듀서, 감독 등으로
[Archive] 영화의 미래를감독이 감독에게, 사진으로 보는 미쟝센단편영화제의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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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긴장감과 속도감으로 몰아치는 액션 및 스릴러 단편영화들이 격돌하는 섹션이다. 추격, 범죄, 복수, 생존 등 장르적 동력을 기반으로 하드보일드 액션부터 정밀하게 설계된 심리 스릴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들을 아우른다. 단편영화라는 형식 안에서 장르의 에너지와 감각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장르적 쾌감, 이야기의 밀도, 그 안에서 선명하게 드러난 감정선 등 액션과 스릴러가 어떻게 새롭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Q1.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Q2. 좋아하는 영화 혹은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어떤 결입니까.
<건투> Toe to Toe
신유석 SHIN Yu Seok | 2025 | Fiction | Color | 22min(E) | 12
10/17(금) 14:3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10/19(일) 11:3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소년 정수는 복싱 체육관에서 줄넘기, 샌드백, 미트 치기와 스파링을 반복하며 훈련을
[커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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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 현상과 환상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공포, 판타지 단편영화들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전통적인 괴담의 정서부터 현대적 해석이 더해진 심리 공포, 미스터리, 다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적 결을 가진 작품들이 펼쳐진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감각, 설명되지 않는 불안, 말로 다할 수 없는 정서와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시각적 상상력과 스타일로, 때로는 서늘한 분위기와 서사적 장치로 우리 내면의 그림자를 건드리며 관객을 낯선 감정의 영역으로 이끈다.
Q1.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Q2. 좋아하는 영화 혹은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어떤 결입니까.
<체화> Chaehwa
홍승기 HONG Seung Gi | 2024 | Fiction | Color | 21min | 12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10/19(일) 18: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수수께끼의 전학생
[커버] 기담 –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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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섹션이다. 단순한 웃음을 넘어 블랙코미디, 사회풍자, 슬랩스틱 등 다양한 감정의 결을 아우르며 그 속에서 삶의 복잡함과 아이러니를 재치 있게 비틀고 조명한다. 유쾌함과 통찰, 가벼움과 진지함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웃음의 힘’을 전한다.
Q1.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Q2. 좋아하는 영화 혹은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어떤 결입니까.
<나쁜 피> Bad Blood
김형태 KIM Hyeong Tae | 2025 | Fiction | Color | 19min Korean Premiere | 12
10/17(금) 12:3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10/19(일) 15: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GV
악마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헤비메탈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고등학생 리엘(17, 여자). 그녀의 밴드는 학교 축제 무대에
[커버] 품행제로 –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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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을 비롯해 인간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감정의 균열과 진동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단순한 로맨스나 멜로드라마의 경계를 넘어 사랑을 둘러싼 욕망과 불안, 질투와 열망, 상처와 회복 등 다양한 감정선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탐색한 작품을 모색한다. 단편영화만의 작고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우리 안의 복잡한 감정들을 비춰보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창이 되고자 한다.
Q1.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Q2. 좋아하는 영화 혹은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어떤 결입니까.
<서울 사랑 정도> Capital Love
이종우, 신정우, 박지훈 LEE Jong Woo, SHIN Jeong Woo, PARK Ji Hoon | 2025 Fiction | Color+B&W | 22min(E) | 12
10/17(금) 14:3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8: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수도 서울을 기념하려 남산 아래 타임캡슐이 매설되던
[커버] 질투는 나의 힘 –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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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대의 삶과 현실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단편영화들을 조명하는 섹션이다. 젠더, 노동, 환경, 주거, 복지, 차별과 혐오, 연결과 단절 등 현재를 관통하는 사회적 이슈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동시대의 질문을 영화적 언어로 풀어낸다. 단편영화만의 자유로운 실험성과 표현을 통해 지금, 여기의 삶을 다층적으로 성찰하며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영화를 소개한다.
Q. 1.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Q. 2. 좋아하는 영화 혹은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어떤 결입니까.
<살처분> Forced Silence
서예인 SEO Ye In | 2025 | Fiction | Color | 23min | 15
10/17(금) 14:5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엄마에게서 어떻게든 독립하고자 돈이 필요한 주희는 서울에 혼자 살며 여러 일들을 전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일당을 받고 가게
[커버] 고양이를 부탁해 –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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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이하 미쟝센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미쟝센 사무국 앞으로 총 1891편의 단편영화가 도착했다. 영화제 역사상 최다 출품이다.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는 심사 끝에 오직 65편만 상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렇게 완성한 상영작 목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그 세계를 형상화한 감독들이 궁금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60여명의 감독들은 저마다 다양한 답을 들려주었다. 자신만의 확고한 지향점을 스스럼없이 밝히면서. 오랜 시간 가다듬어온 영화 취향을 나직하게 고백하면서. 그러므로 이어질 65편의 상영작 시놉시스와 감독 인터뷰를 귀하게 바라봐주셨으면 한다. 미래의 엄태화, 장재현, 윤가은, 이상근, 이옥섭, 조성희, 한준희 감독이 될 그 누군가의 출발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어지는 글에서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섹션별 상영작 시놉시스와 감독 인터뷰가 계속됩
[커버] 단편영화를 좋아하세요? - WHAT’S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