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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작 리뷰부터 주요 게스트 인터뷰까지
왜 6월5일이 세계환경의날일까. 인류 최초의 환경 회의인 ‘유엔인간환경회의’가 1972년 6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53년 전 각국 정부 대표단이 합의한 환경보호의 원칙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환경적인 결과를 위해 더욱 분별 있는 관심을 갖고, 세계 속에서 행동을 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무지와 무관심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고 의존하고 있는 이 지구환경에 막대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입힐 수 있다. 반대로 더 많은 지식과 더 지혜로운 행동으로 우리는 인간의 필요, 소망과 더욱 조화를 이루는 환경에서의 더 나은 삶을 우리 자신과 후대에 전할 수 있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라는 단어만으로는 더이상 지구의 문제를 경각할 수 없어 이를 기후 위기, 생태계 파괴로 바꾸어 부르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도 오래다. 여름마다 지난 몇십년의 기록에 비추어 당해 폭염이 달성한 신기록이 보도되고, 기후 위기에
[특집]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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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북쪽으로부터 화염과 피난이 이어지는 2024년 크리스마스이브. 북한 내란을 확신한 한국 정부는 유사시 작전 계획에 따라 국군을 진격시킨다. 현장은 내란이 아닌 거대 산불에 뒤덮여 있었고, 남과 북은 산불 진화 작전에 돌입한다. 이 사건을 발판 삼아 한국은 통일이라는 과업을 성취한다. 그리고 2035년, 한국 통일 10주년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미국 NXN 취재팀은 불현듯 종적을 감춘다. 남겨진 기록에는 홀로 남은 기자 스티븐(오태경)이 ‘초록 불빛’과 관련한 비밀을 파헤치는 추적기가 담겨 있다. 페이크 다큐 형식의 영화는 통일이라는 상상 속에서 사회불평등과 혐오를 유머러스하게 포착한다. 양호해 보이는 표면과 달리 계급과 역사로 분절된 현실이 뼈아프게 다가오고, 정규직 문제를 끌어안은 스티븐의 사정 또한 서글프다. 다만 지나치게 캐리커처화된 연기와 표현 방식은 작품에 거리를 두게 되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리뷰] 주춤거리지 않는 이야기, 묵직한 블랙 코미디로 한 방, <2035: 더 그린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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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연길에 온 하오펑(류호연)은 관광 도중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고 만다. 연락할 방도가 없어 당혹감을 느끼던 그에게 여행 가이드 나나(주동우)는 친구 샤오(굴초소)와 함께 저녁 식사를 제안한다. 술자리는 밤까지 이어지고 세 사람은 나나의 집에서 취한 채 잠이 든다. 이로 인해 상하이로 돌아갈 비행기를 놓친 하오펑은 두 사람과 함께 연길에서 일주일을 보내기로 한다. <일로 일로> <드리프트> 등 서정적인 연대의 드라마를 제작한 싱가포르의 감독 앤서니 첸의 신작이다. 중국과 북한의 경계에 놓인 국경도시 연길에서 낯선 이방인들이 일시적인 우정을 쌓는 일주일을 담았다. 마치 빙판에 미끄러지듯 배회하고 헤매는 청춘의 여정을 납득시키는 것은 고독과 온기를 동시에 지닌 주동우의 얼굴이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가 뒤섞인 연길이란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7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이다.
[리뷰] 온기의 육체와 냉기의 대지를 잇는 주동우만의 온도, <브레이킹 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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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7년 IMF 외환위기. 70년의 긴 전통을 자랑하는 국민 소주 기업 국보소주는 회장 석진우(손현주)의 무리한 계열사 확장으로 파산 직전이다. 다행히 국보소주는 법무법인 무명의 변호사 구영모(최영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다. 한편 글로벌 투자사 솔퀸이 국보소주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 솔퀸의 최인범(이제훈)은 국보소주 합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앞으로는 국보소주의 협력 파트너로 지내며, 뒤로는 유령회사를 거쳐 국보소주의 채권을 구매하는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국보소주에 평생 몸담고 있는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은 회사를 구하려 고군분투하며 석진우의 횡령과 내기 골프 등 오너리스크를 혼자 감당하려 애쓴다. 표종록과 술친구가 된 최인범은 그의 착한 심성을 답답해하면서도 인간적으로 끌리는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소주전쟁>은 한 소주 회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소재로 이목을 끈다. 영화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장점으로는 금융 스릴
[리뷰] 소주 한 잔에 한국을 꽉 눌러 담은 패기만 빛난다, <소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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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빌리 배럿)와 파이퍼(소라 웡)는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사이다. 둘은 어린 시절 서로를 낯설어 하기도 했지만 청소년이 된 지금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든 사건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잇단 죽음. 앤디는 시각장애를 가진 파이퍼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어른의 빈자리를 채우고, 파이퍼는 그런 오빠의 마음을 아는 듯 씩씩하게 일어선다. 하지만 로라(샐리 호킨스)가 있는 위탁가정에 들어가면서부터 두 사람의 노력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로라는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무언가를 감추는 듯하다. 먼저 로라의 집에 살던 소년 올리버(조나 렌 필립스)까지 말없이 이상행동을 반복한다. 설상가상 로라는 이간질을 일삼으며 남매를 떨어뜨려놓는 데에 혈안이 된다.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앤디와 파이퍼는 로라가 놓은 덫에 점점 가까워진다.
<브링 허 백>은 데뷔작 <톡 투 미>로 일약 흥행 감독에 등극한 호주의 쌍둥이 형제 대니 필리포, 마이클
[리뷰] 메스껍고 끔찍하게 뿌리 내린 슬픔, <브링 허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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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란 전역을 휩쓴 히잡 반대 시위가 독재 권력의 한복판에서 만들어진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 담겼다. 이란 사형제도를 다룬 <사탄은 없다>(2020)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던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신작은 이란 사회에 대한 기록을 넘어서 삶과 자유를 향한 투쟁의 가장 용감한 형태이다. 영화는 테헤란의 한 중산층 가정에 싹트기 시작한 균열을 바라본다. 막 수사판사로 승진한 가장 이만(미사그 자레)은 마흐사 아미니-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의해 폭행당한 뒤 뇌출혈로 사망한 실존 인물- 의 죽음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 시민들에게 사형 판결을 내릴 것을 강요받는다. 정식 판사 임명을 기다리며 하루에도 수백건에 이르는 사건들을 처리하게 된 이만은 가족의 안위와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나즈메(소헤일라 골레스타니) 역시 남편의 출세가 가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기꺼이 가족을 체제의 통제 속에 놓아두려 한다. 모하마드 라
[리뷰] 예술로 망명해 필름에 새긴 혁명, 촬영부터 상영까지가 모두 영화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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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포스터 아카이브
[Archive] 서울국제환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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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은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의 ‘패거리2’ 역으로 시작해 20년 넘게 수많은 영화와 시리즈에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끝까지 간다>의 냉혈한 창민, <독전>의 형사 원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부산 조폭 판호 등 주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배우이지만, 그는 언제나 ‘프렌들리’한 매력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친밀함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환경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고민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간 <씨네21>과 많은 인터뷰를 나눠 오기도 했지만, 이번 인터뷰는 특히 인간 조진웅의 생각을 더 깊이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자리였다.
- 올해 에코프렌즈를 맡게 된 배경은.
평소에도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은 우리 삶에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언제든 관련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가 환경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재앙은 이
기분 좋은 변화, 성장으로, 에코프렌즈 배우 조진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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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이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홍보대사 ‘에코프렌즈’로 나섰다. 2009년부터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환경문제에 대해 친밀한 태도로 대중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스타들을 에코프렌즈로 초대하고 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선한 영향력을 파급력 있게 퍼뜨리는 영화제의 얼굴이자 목소리다. 5월 말 한창 풀잎이 우거진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배우 조진웅은 역시나 ‘프렌들리’한 에코프렌즈였다. 그가 지금까지 통과해온 연기의 궤적뿐 아니라 연기와 삶에 대한 태도, 그리고 환경문제에 대한 생각을 편히 나눠준 인터뷰를 함께 경청하길 바란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조진웅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전환점에 서서,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에코프렌즈 배우 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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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발견’ 배우 마일스 케이턴
유재선 이제 영화 내적인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주인공 새미 역의 마일스 케이턴 배우가 정말 큰 활약을 했잖아요. 목소리랑 기세도 대단했던 기억이 나는데 막상 찾아보니 연기는 거의 처음이더라고요. 감독으로서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결정하는 것이 큰 리스크일 수 있는데 어떤 점에 강하게 끌렸는지 궁금합니다.
라이언 쿠글러 마일스 케이턴은 캐스팅 디렉터 프랜신 마이슬러가 발견했어요. 프랜신과 2015년 <크리드> 때부터 함께 일했는데, 정말 뛰어난 캐스팅 디렉터입니다. 많은 걸작의 캐스팅을 담당했고, 최근에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캐스팅도 맡았습니다. 우리는 새미란 소년 캐릭터를 위해 전세계를 뒤졌습니다. 이 소년 캐릭터가 순수하고 영향을 받기 쉬운 존재라는 게 드러나지 않으면 영화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았어요. 새미는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있고, 또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가로 표현돼야 했죠. 아버
라이언 쿠글러 감독 X 유재선 감독 마스터스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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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영화 연출자들의 마스터스 토크
시네마엔 국경이 없다는데, 게다가 같은 장르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이 만나면 대화가 더 잘 통할까. 이번 마스터스 토크는 이같은 호기심에서 출발해 그 가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사회문화적 맥락이 녹아든 블랙 호러 영화 <씨너스: 죄인들>(이하 <씨너스>)을 연출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지난 5월16일 러브 스토리와 호러를 절묘하게 엮은 <잠>의 유재선 감독과 온라인으로 만나 여러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누었다. 전통적인 고딕호러의 소재인 뱀파이어를 1932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로 이식시키는 이야기로 운을 뗀 이날의 대화는 오랫동안 쿠글러 감독을 사로잡았던 공포소설과 초자연적인 존재들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이번 마스터스 토크는 미국의 86년생 젊은 감독과 한국의 89년생 신인감독간 만남으로도 요약할 수 있다. 기존 창작자들과 달리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원작 없이 오리지
[마스터스토크] 정통 뱀파이어와 오리지널 시나리오 사이의 묘, <씨너스: 죄인들>의 라이언 쿠글러 감독 X <잠>의 유재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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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잠들던 곳 Where We Used to Sleep
마티아스 뵈를레 / 루마니아 / 2024년 / 81분 / #화석연료
마티아스 뵈를레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잠들던 곳>은 루마니아의 시골 마을 제아머 나와 그곳에 사는 발레리아 프라차의 이야기를 담는다. 제아머나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마을로 천명 가까이 되는 주민이 살던 곳이다. 비극은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산업화를 진행한 후 시작된다. 로시아 포이에니 광산에서 구리를 무리하게 채굴한 여파로 마을이 오염수에 수몰되는 환경 재난이 생긴 것이다. 수많은 주민이 마을을 떠난 후에도 발레리아는 어떻게든 이곳을 살리기 위해 애쓴다. 익스트림 롱숏으로 제아머나 마을의 아름다움과 함께 오염수의 공포를 체험케 하는 압도적 영상미만으로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거기에 차우셰스쿠 집권기의 푸티지와 풍경, 발레리아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환경 재난이 개개인의 생활에 어떻게 스며드는가를 다룬 구성도 흥미롭다.
블랙 스노우
스물하나의 에코 시네마, <씨네21>이 꼽은 21편의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추천작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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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판타스틱 Plastic Fantastic
이사 빌링거 / 독일 / 2023년 / 102분 / #자원순환 #지속가능성
<플라스틱 판타스틱>은 플라스틱 문제를 전 지구적 위기로 조명하며 그 해법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다. 독일의 여성감독 이사 빌링거는 플라스틱이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든 과정을 추적하며, 그 생산과 폐기 과정이 어떻게 자원순환 고리를 끊는지를 면밀하게 분석 한다. 해변에서 맨손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는 활동가들, 자원순환을 실현하기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 교차로 담긴다. 영화는 단순한 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 산업의 확장과 그로 인한 환경 불평등, 기후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 심을 일깨운다. 동시에 해결책으로서의 순환 경제 모델과 글로벌 연대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영화는 플라스틱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소비와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플라스틱 인간: 미세 플라스틱의
스물하나의 에코 시네마, <씨네21>이 꼽은 21편의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추천작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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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초청된 작품들 중에 어떤 작품을 관람하면 좋을까. 긴급한 환경 위기를 거시적으로 경각하는 작품도 있고, 생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을 집중해 조명하는 작품도 있다. <씨네21> 독자들이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엄선한 21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 The Wolves Always Come at Night
개브리엘 브레이디 / 몽골, 호주, 독일 / 2024년 / 96분 / #기후변화 적응 #기후변화 대응
몽골 바얀홍고르주 사막에서 가축과 함께 살고 있는 유목민 부부 다바와 자야. 출산을 앞둔 가축의 무거운 몸을 어루만지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함께 맞이하는 이들은, 드넓은 대지와 광활한 하늘, 자연의 변주를 공유하는 오롯한 공동체이다. 그러나 급격한 기후변 화는 몽골의 사막화를 가속화시키며, 유목민들의 삶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어느 날 다바의 농장에 불어닥친 모래폭풍은 가축의 절반을 앗아간다. 영
스물하나의 에코 시네마, <씨네21>이 꼽은 21편의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추천작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