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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1980년대’라는 원제를 가진 이 책은 1982년 봄부터 86년 2월까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산문을 엮은 것이다. 미국 잡지며 신문을 뒤적거리며 스크랩한 뒤 그걸 일본어로 정리해 원고를 쓴 것이다. 그 묶음을 2014년에 읽자니 그야말로 “아! 그리운 80년대여!” 하는 심정이 된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콜라(광고)전쟁, <스타워즈>의 츄바카가 차례로 등장한다. 심심한듯하지만 무릎을 치게 하는 에세이를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또 한번 만난다.
[도서] “아! 그리운 80년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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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의 동물을 추적하는 두 남자의 좌충우돌 여행기라고 할 수 있지만, 다 떠나서 그저 웃기고 마음 찡한 읽을 거리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번에 개정신판이 나온 <마지막 기회라니?>에는 두 필자의 사진과 더불어 책 속에 등장하는 코모도왕 도마뱀, 흰코뿔소 등의 사진이 실려 있으며, 리처드 도킨스의 인상적인 서문도 추가됐다. 이 책에 실린 동물들 중에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아 멸종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있으니, 웃다 보면 마음이 아플 수밖에.
[도서] 웃기고 마음 찡한 읽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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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적 관점은 영화분석의 화두 중 하나다. 영화를 바라볼 때 순수하게 텍스트 내부의 요소만을 고려할 것인가, 아니면 감독의 영화세계와 전작까지 고려할 것인가.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작업이라고 봤을 때 작가론은 그 세계의 문을 여는 유효한 방식이다. 때로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감독의 가치관은 물론 어린 시절의 추억. 심지어 사소한 습관까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난해해 보이는 거장의 영화세계가 사소한 실마리를 계기로 단번에 이해되는 통쾌한 경험. 이런 측면에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은 실로 재밌고 충실한 안내서다. 이 책은 자서전이지만 자서전 이상이다. 구로사와 감독이 자신의 출생부터 학창 시절, 영화계 입문부터 <라쇼몽>으로 세계적인 거장이 될 때까지의 삶과 기억을 꼼꼼하게 기록했으니 형식적으로는 완벽히 자서전이다. 하지만 소학교 시절부터 함께한 소설가 우에쿠사와의 우정이나 자신을 영화로 이끈 형의 존재 등 빼곡
[도서] 책 제목이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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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격정멜로
이 사랑, 참 독하다. 마흔의 여자와 스무살의 남자가 만났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던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김희애)과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가 처절한 사랑에 돌입했다. 아슬아슬하고 격정적인 드라마 <밀회>의 사랑을 연주하는 건 다름 아닌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다. 전작 <아줌마>와 <아내의 자격>이 <밀회>에 대한 기대감을 끝간 데 없이 높여준다. JTBC 월/화 오후 9시50분, 3월17일 첫 방송.
밀로쉬의 정원
부드러운 기타 선율에 귀를 기울이면 이국의 정원에 와 있는 기분이 절로 든다. 클래식 기타의 스타 밀로쉬가 스페인의 선율을 담아낸 앨범 ≪Aranjuez≫를 발표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미모와 음악성 양면으로 고루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밀로쉬는 이번 앨범에서 클래식 기타 음악으로 손꼽히는 스페인의 호아킨 로드리고, 마누엘 데 파야의 곡 등을 연주한다.
일본 현대 연극의 현주
[culture highway] 흔치 않은 격정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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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태어나서 문화혁명을 겪고 프랑스로 건너가 작가 생활을 하는 다이 시지에의 이 자전적 소설은 우리를 실제로 있었으면서도 너무나 비현실적인 세계로 데려간다. 모두가 알 듯이 1968년 말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이자 혁명의 기수인 마오쩌둥 주석은 나라를 일대 변혁하는 운동을 벌인다. 모든 대학이 휴교하고, 중/고등학교를 마친 ‘젊은 지식인들’은 농민들로부터 재교육을 받기 위해서 농촌으로 추방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두 10대 소년이 바로 이런 상황에 놓였다. 의사 아버지를 가졌다는 이유로 ‘인민의 적’으로 분류된 이들이 재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은 ‘3퍼밀’(1000분의 3). 말하자면 끝내주게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남폿불을 밝히는 산골에서 인생을 마칠 것이 거의 확실한 운명에 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끝까지 부르주아적인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몰래 숨겨온 바이올린을 처음 본 촌장이 도시의 장난감이라며 불태워버리려고 하자, 모차르트의 소나타가 ‘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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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역사를 다룬 문헌사학의 고전. 중국에서 발명된 종이가 아랍을 통해 유럽으로 전해지고 15세기 중반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등장한 인쇄된 책은 당시 서구 사회에서 완전히 새로운 발명품이었다. 수많은 필경사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필사본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던 그 이전 시기에 책은 권력자들과 귀족들, 일부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귀족 중심이던 유럽 사회에 책이 사상의 전파 역할을 해온 과정을 살핀다.
[도서] 완전히 새로운 발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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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노예 12년>이 여러 번역본으로 출간되고 있다. 납치, 인신매매를 통해 12년간 노예로 살며 미국 남부의 농장을 전전했던 솔로몬 노섭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었다. 1852년 출간된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더불어 노예제를 공론화하는 데 기여한 작품이다. 영화가 이미지로 말하는 많은 것들을, 경험한 이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는 진귀한 기회다. 문장이나 구성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담담하고 묵직한 경험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도서] 영화의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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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말이 공감보다는 비아냥에 사용되고 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거의 모두 정치색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는 그런 한국 사회에 대한 일종의 비평서라고 할 수 있는데 그중에도 2부 ‘숨은 정치’ 부분이 흥미롭다. 종교와 자본의 정치세력화에 집중하는 이 대목들은 이념논쟁 이후의 한국 사회를 생각하게 돕는다.
[도서] 한국 사회에 대한 비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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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개봉을 앞두고 열 가지도 넘는 소설 번역본이 시장에 쏟아져나왔다. 판본별 비교를 해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8종의 책과 원서를 놓고 크게 세 챕터를 비교했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문체 자체의 독특함은 둘째치고라도,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다양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영어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수없이 쓰지만 한국어로 그대로 옮기면 어쩐지 지겨워 보이는 “(s)he said”의 처리 문제, 관계대명사로 끝없이 이어지는 구문을 어느 지점에서 분리하는가의 문제,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에는 이제 쓰이지 않는 표현 “old sport”를 한국어로 어떻게 옮기느냐가 있었고, 영어로 쓰인 모든 소설들을 옮길 때 마주하는 존댓말과 반말의 딜레마도 있다. 번역에 있어 완벽은 없고 문제는 끊이지 않는 법이다.
프린스턴대학에서 프랑스어와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벨로스의 <내 귀에 바벨 피시>는
[도서] 번역과 반역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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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피날레여
마침내 피겨 여왕 김연아가 빙판을 달린다. 2월20일 목요일 자정(한국시각)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시작으로 4년 전 밴쿠버의 영광을 재현할 예정이다. 다음날인 21일 금요일 자정(한국시각)에는 피아솔라의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연기도 펼친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경기의 클라이맥스가 되지 않을까 숨죽여 기다려보자. 여왕의 피날레는 이미 시작되었다.
맨발의 라이브 여왕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800만명이 보았다는 건 그녀의 노래 <Let it go>를 800만명이 들었다는 뜻 아니던가? 자, 그럼 이제 그녀의 라이브를 한번 들어볼 차례인가? 그리하여 <겨울왕국>의 주제곡을 부른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인 이디나 멘젤의 국내 발매된 새 앨범 제목은 ≪라이브: 베어풋 앳 더 심포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의 투어 공연 중 토론토 공연실황을 골라 담았다고. 제목답게 무대에는 ‘맨발’
[culture highway] 여왕의 피날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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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0:14!
마감을 마친 뒤 인쇄소에서 윤전기가 바삐 돌아가고 있던 2월8일 새벽 1시14분(한국시각), 17일간의 여정으로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 개막 시간이 정각이 아니라 14분인 이유는 소치시간으로 20시14분이기 때문이라고, 개막식 중계방송에서 설명했을 것이다. “핫. 쿨. 유어스”(Hot. Cool. Yours)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세계인의 겨울축제에서 태극전사들의 메달 획득 쾌거가 이어지도록 응원해보자! 참고로 김연아 선수가 참가하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종목은 2월 20, 21일 양일간 펼쳐진다.
기쁘다 <대부> 완전 오셨네
“(돈 비토 카포네의 말투로) 절대 거절 못할 제안을 하지.” <대부> 시리즈가 블루레이 박스 세트로 출시됐다. <대부> <대부2> <대부3> 등 전편에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음성해설이 한글로 지원된다. 4번째 보너스 디스크에는 필름 복구 과정, 후반작업 등
[culture highway] 20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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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SF소설이더라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탄탄하면 흥미를 자아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극단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진실이 정확히 드러나기도 한다. 지구의 식민지가 된 달 사회를 배경으로 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고전으로 칭송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여성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생겨난 다부다처제를 설명해놓은 장면을 보면, 아직까지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마초이즘이나 성차별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상황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비현실적인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그런 상황에서 실제 존재했던 사람들이 벌이는 일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이나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제국>이 바로 그런 이야기를 쓴 소설이다.
주인공인 아우구스트 엥겔하르트는 1875년 뉘른베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극단적인 것들의 아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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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10번째 책. 2011년 7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기록한 112편의 독서일기를 날짜별로 배치하되, 왜 하필 그 시점에 그 책을 읽고 썼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함께 엮었다. 일기 앞에 발췌된 신문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사건과 장정일의 서평이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읽을 수 있다.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부터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 <김정은 체제>를 비롯한 정치/사회과학서들이 많다.
[도서] 112편의 독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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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원 40주년을 맞아 영화학자와 평론가, 영화계 종사자 등 62인이 뽑은 한국영화 100선을 발표하고, 이와 함께 개별 작품들에 대한 평론들을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각각의 작품들이 대중과 평단에 사랑받았던 이유와 영화 미학에 대하여 각 영화 장르와 감독에 대한 전문적 소견을 갖춘 평론가와 학자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장점. <청춘의 십자로>부터 <파업전야> <쉬리> <강원도의 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도서] 한국영상자료원 창립 40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