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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산업이 불황에 휩싸이면서 ‘톱100’의 힘은 더 막강해졌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경향신문> 문학수 기자의 <더 클래식 하나>는 바흐에서 베토벤까지를 다루며, 클래식 걸작 34곡을 소개하고 추천음반 100여장을 꼽는다. 클래식을 오래 가까이해온 사람에게는 리스트나 글 내용이나 새로울 건 없을지 모르지만, 입문자들에게는 더없이 사려 깊은 선물이 될 만하다. 음악에 대해 쓴 편지, 혹은 음악에 바치는 러브레터.
[도서] 음악에 바치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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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사위 폴 라파르그의 책으로, <게으를 수 있는 권리>와 궤를 같이한다. 자본주의가 사실은 종교라는 통찰을, 성경의 형식을 빌려 풍자했다. 시대에 앞선 통찰에 감탄하게 될 뿐 아니라, 자본의 종교적 속성이 강화되고 폭력적으로 드러나는 현대사회의 필독서가 아닐까. 옮긴이 서문에서부터 번뜩이는 풍자에 주목하시라.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아나키즘의 강렬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도서] 아나키즘의 강렬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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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필수교양이 된 시대.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영화 지식을 갖추는 게 필요한 법. 영화를 따라 국경을 넘고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다니듯 쓰인 책답게 재미있게 읽힌다. 영화의 과거사에 대해서 꼼꼼하게 알려줄 때는 섬세함이, 21세기 영화판 트렌드를 짚어줄 때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장르나 시대를 불문한, 영화에 대한 궁극적인 ‘아는 척 매뉴얼’. 주성철 기자가 쓴 홍콩영화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 책을 통해 더 넓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 영화에 대한 ‘아는 척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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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지향>을 쓴 우치다 다쓰루와 사회비평가 오카다 도시오의 대담집. 두 사람이 대안이 될 만한 ‘공동체’를 구상하고 실현에 옮긴 사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책이지만(직원들이 돈을 ‘내고’ 다니는 회사를 설립한다는 발상이 등장한다), 20대는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가를 분석하는 초반부가 특히 읽을 만하다. 오카다는 현대 일본인을 정어리에 비유한다. “정어리는 작은 물고기라서 보통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 헤엄치죠. 어디에도 중심이 없지만 잘 살아가요. 지금 일본인이 이렇지 않은가요? 정어리처럼 시스템 전체가 어떻게든 잘 굴러가는 덕분에 질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발적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금방 흩어져버립니다. 그런 시대에 주류 미디어가 조금씩 존재감을 잃어갑니다. 정어리 무리를 컨트롤할 수 없지요.” 그렇다고 구심점을 만들어 컨트롤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다. 그 누구도 막다른 골목에 놓이지 않도록, 교육은 학생을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하고, 가족이나 성공에 대한 신
[도서] 약자들의 생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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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당신!
추리드라마와 예능의 결합. 그렇다, jtbc의 <추리게임 크라임신>은 <무한도전>의 탐정 특집을 생각하면 된다. MC 전현무를 비롯해 박지윤, 홍진호, 헨리 등 출연진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극중 사건의 용의자를 한명씩 맡아 설정을 숙지하고 연기와 추리를 겸하게 된다. 추리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프로그램.
지브리 신작 <가구야 공주 이야기> 공식 O.S.T 발매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빠지면 섭섭하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지브리 대표작품들을 통해 주옥같은 명곡을 선사했던 히사이시 조가 <가구야 공주 이야기>의 음악 작업에 참여해 다시 한번 그 서정적인 숨결을 담아냈다. 영화의 대표 주제곡이자 엔딩곡인 <생명의 기억>을 비롯한 37개의 수록곡이 담긴 이번 O.S.T는 영화 개봉보다 앞선
[culture highway] 범인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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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는 천당이래. 거기와 비교하면 인간 세상은 지옥이고. 하지만 난 당신과 함께 이 지옥에서 살 거야.” <후예>는 멜로드라마다. 중국 신화에서 신궁으로 알려진 예의 이야기를 중국 소설가 예자오옌이 다시 상상해 풀어냈다. 12살 때 나이 많은 이국남자의 일곱 번째 아내로 살게 된 항아는 배의 통증이 조롱박을 안고 있으면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어느 날 조롱박이 갈라지며 사내아이가 태어나는데, 발육이 빠른 그 아이를 항아는 예라고 이름 붙이고 돌본다. 예는 활을 기막히게 쏘는 재능을 발견한다. 나라에 오랜 가뭄이 들어 근심이 깊어지자 사람들은 그 원인이 하늘에 동시에 등장한 열개의 태양임을 알게 되고 예는 그중 아홉을 쏘아 떨어뜨린다. 그사이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벌어진다. 아이의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것 같던 예가 항아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남자로 다시 태어난다(이 표현이 몹시 구리게 들리긴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 그리고 먹기만 하면 불멸의 신이 될 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신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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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생애 마지막 작품. <이것이 인간인가>를 집필한 지 38년 만에 쓴 책으로, 아우슈비츠 경험을 바탕으로 나치의 폭력성과 수용소 현상을 분석한 에세이다. 특히 레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한해 전에 쓰고, 생환자로서 그의 삶의 핵심 주제였던 아우슈비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유서와도 같다. 레비는 이 책에서 강제수용소 안에서 벌어졌던 현상들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 가라앉은 자(죽은 자)와 구조된 자(살아남은 자)를 가로지르는 기억과 고통을 이야기한다.
[도서] 나치의 폭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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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나이든다는 일의 구구절절함을 마스다 미리처럼 소박하고 귀엽게 그려낼 줄 아는 작가는 많지 않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은 그녀의 에세이집이지만 곳곳에 만화가 등장해 ‘여전히 두근거리는’ 일상을 중계한다. 무슨 일만 생기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라며 눈을 고쳐뜨는 대목을 읽고 있자면, 불과 며칠 전 친구들과 나눈 신세한탄과 어쩜 이렇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나 놀랄 따름이다.
[도서]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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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린 시대와 작품 공정에 대해 풀어낸 논픽션.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돔이 어떻게 지어졌는지에 대한 <브루넬레스키의 돔>이 그랬듯 타임머신을 탄 듯 당대의 문화와 인물들을 되살려낸다. 이 책 후반부에는 <다빈치 코드>에 나온 주장들(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아내였고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에 대한 반박도 꽤 긴 분량으로 실려 있다.
[도서] <최후의 만찬> 탄생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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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folk라는 영어 단어는 본디 친척을 일컫는 데 주로 쓰였으나 이 단어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 정의되어야 할 운명인 모양이다. ‘작은 모임을 위한 가이드’(a guide for small gathering)라는 부제에 걸맞게, 매거진 <킨포크>는 가까운 사람들과 소박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한 글과 사진을 담았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가까운 사람들, 나아가 ‘때때로 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에 대한 제안서인 셈. 이번에 7권의 번역판 <킨포크>가 한꺼번에 선을 보였는데 이전에 <킨포크 테이블>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두권의 책을 기억하는 이라면 그 세계의 확장판이라고 여기면 되겠다.
그래서 대체 뭐에 대한 매거진이냐. 목차는 ‘홀로’, ‘둘이서’, ‘그리고 여럿이’로 나뉘며, 그 항목들 아래에는 제각기 다른 작가들이 쓴 글과 찍은 사진이 소개된다. 고독에서 위안을 찾는 사람에 대한 글, 직접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수확하는 사
[도서] 소박한 삶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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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2일 <무도>, ‘선택 2014’ 투표
믿을 건 <무한도전>뿐이다. 아닌 밤중에 <물회> 영상을 보고 자지러졌던 사람이라면 5월22일로 다가온 <무한도전>의 ‘선택 2014’ 투표일을 벼르고 있을 듯. 깨알 같은 패러디와 현실 풍자, 그리고 박장대소케 하는 코미디까지. 이제 유권자의 힘을 보여줄 때다. 투표소 위치는 <무한도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것. 무엇보다 중요한 전국동시지방선거는 6월4일이라는 것. 뭘 해도 좋은 법정공휴일, 투표만은 꼭 하고 하루를 시작하자.
진정한 마드리드의 주인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리스본에서 마드리드의 두팀이 격돌한다.‘BBC’(카림 벤제마, 개러스 베일,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를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와 ‘뜨거운 남자’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2승1무1패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앞서고 있다. 결승전은 5월25일 일요
[culture highway] 5월22일 <무도>, ‘선택 2014’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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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다보면 페이지를 넘기는 게 아깝다. 모든 비밀이 밝혀질 끝부분이 다가올수록 일부러 속도를 늦춰가며 읽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니콜로 암마니티의 <난 두렵지 않아>는 특이한 경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읽는 재미도 있고 분명히 독자들을 안심시킬 만한 ‘정의로운’ 결말이 있을 것 같은 소설인데, 남은 페이지가 거의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던 반전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마 하면서도 독자들은 점차 끔찍한 결론을 예상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그 불길한 생각은 현실이 된다.
첫 부분은 흔히 보는 다른 성장소설과 다르지 않다. 아홉살의 주인공 미켈레는 다섯 가구로 이루어진 이탈리아의 조그만 시골 마을에 산다. 폭염으로 어른들은 집 안에 틀어박혀 있지만, 여섯명의 마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며 논다.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열두살의 ‘해골’은 내기를 시켜서 꼴찌에게 벌칙을 준다. 서열 3위인 미켈레는 내기에서 뒷발을 잡는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아이들의 세계가 무너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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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님은 사랑이 많고 나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는 분들이다.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30대 초반까지의 결정적인 시기에는 내가 하는 거의 모든 중요한 결정에 반대하셨다. 내가 부모가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부모도 자식이 실수하거나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는 책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또 그런 책을 한권 더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지독하게 리얼하게 10.5>는 읽기 꽤 재미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저널리스트인 찰스 윌런은 특히나 여행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여러분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게 된다면 뼈를 깎는 듯한 자기 의심과 실패로 가득 찬 긴 시간을 맞을 것이다.”
[도서] 청춘을 향한 독설과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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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초밥을 잘하는지 보려면 그 집의 달걀말이를 먹어보면 된다고 배웠고, 호텔 조식의 하이라이트는 달걀을 어떤 방식으로 조리할 것이냐이며, 아빠가 싸준 도시락의 특징을 계란 프라이로 기억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은 달걀 포르노 그 자체다. 요리를 사진이 아니라 큼직한 그림으로 실었는데, 에그 인 더 미들이나 워터크레스를 넣은 달걀 샐러드처럼 이름이 낯선 요리들을 차근차근 레시피와 보고 있으면 달걀 애호가의 가슴은 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에그 베네딕트 같은 인기 있는 브런치 메뉴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당연히 실려 있다.
[도서] 달걀 포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