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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이 들어가는 기쁨
전설은 아직 진행 중이다. 어느덧 스무살이 된 한국 무협만화의 전설 <열혈강호>의 20주년 특별전이 열린다. 제1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기간 중 진행하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간 <열혈강호>가 걸어온 여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메인전시와 함께 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오전 11시에 코스프레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26일에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기획전시실에서 양재현&전극진 작가 사인회도 있으니 <열혈강호> 팬이라면 놓치지 마시라. 63권 전부 들고 와도 다 사인해준다. 아마도?
사운드 페스티벌 2014
장필순부터 한희정, 요조, 타루, 프롬, 민채까지. 개성 강한 일곱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사운드 페스티벌 2014-그녀의 삶을 살다>로 관객과 만난다. 7월18•19일 양일간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진행된다. 그녀들의 마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여름의 열기를 잠시라도 잊어보자.
고민 없
[culture highway] 함께 나이 들어가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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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2일 2872권.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창립 15주년을 맞아 ‘알라딘과 함께한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용한 기간과 구입한 책의 권수를 저렇게 알려준다. 책을 많이 샀다고 그걸 다 읽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읽으려고 마음만 먹다가 동네 폐지 수집하는 할머니의 유모차에 실어 보낸 책이 있는가 하면, 읽다가 잠들기를 반복해 포기한 책도 있다. <사회를 말하는 사회>는 그래서 반가웠는데, 읽었거나 읽다 만, 하지만 뉴스를 보다 보면 찾아 읽어야지 싶은데 도통 떠올려지지 않는 책들이 꽤 많이 눈에 띄어서다.
30개의 키워드를 통해 사회를 읽을 수 있는 지형도를 그려내겠다는 시도로, 소비/잉여/허기/위험/과로/탈감정 등 가장 문제가 되는 이슈를 다룬 책을 서른명의 필자들이 소개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출판계가 ‘XX사회’라는 제목 장사에 얼마나 목을 맸는가다. 이 자체가 하나의 징후 아닌가 싶을 정도. 1%의 잘 팔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우리, 괜찮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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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음식을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영화에 대한 감상평보다는 조리법 대목에 더 눈이 가는데, 가끔 억지스러울 때도 있지만 영화를 보며 출출함을 느껴본 적 있다면 여기저기서 흥미로운 레시피를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설국열차>에서 나오는 양갱은 차마 그대로 재현하지 못하고 유자양갱을 만드는 법을, <만추>에서는 피시 앤드 칩스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영화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 맛보는 소박한 요리의 재미를 모았다.
[도서] 영화 속 음식 조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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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 위에 선 투명인간 김만수. 그를 알아보는 또 다른 투명인간. <투명인간>은 김만수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일대기를 성석제 작가 특유의 말솜씨로 굽이굽이 풀어낸다. 그의 가족을 비롯해 친구, 동료 등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인물들이 차례로 화자로 등장해 그에 관한 에피소드를 회상하며 진술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들이 각자의 처지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본 만수의 일면이 모여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입체적인 상을 만들어낸다.
[도서] 투명인간의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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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에 관심은 있지만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입문서이자 이상향. 저자 주례민은 영국에서 정원사로 일했고 한국에서는 조경회사에서 근무하다 자신의 작업실을 열었다는데, 책 속 화보가 대체로 영국의 어마어마한 품격을 지닌 정원들이라 실용서보다는 관상용으로 더 값진 책이다. 다육식물을 중심으로, 작은 화분을 옹기종기 늘어놓아 가꾸는 작은 정원에 대한 아이디어는 공간 부족을 핑계 삼는 게으른 이를 위한 딱 알맞은 해결책.
[도서] 원예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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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의 전봉관이 ‘고민’과 ‘사랑’이라는 두 키워드를 풀기 위해 1930년대 신문 독자상담 코너에 주목했다. 당시 신문 게재 원칙에 “풍기를 문란할 사실은 일체로 접수치 않음”이라고 되어 있다고는 하나, 읽다보면 <사랑과 전쟁>이 따로 없다. 심지어 전근대와 근대가 뒤섞여 있다보니 변호사가 간통과 강간을 분간하지 못하고 성폭행을 당한 아내를 간통녀로 몰아 내쫓으려는 남편도 있다. 남자를 만나 정조를 잃는 것보다는 ‘차라리 동성연애를’ 하는 편이 낫다고 권하기도 했다. 흥미진진한 풍속사로 읽을 수도 있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약간’ 달라지긴 했으나 큰 틀에서는 아직도 전근대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1930년대의 연애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조혼한 모던 보이와 모던 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워낙 이런 ‘불법’ 연애가 횡행하다 보니 사귀기 시작할 때 민적등본(지금의 호적등본)을 떼어 교환하는 풍속이 있을 정도였다. 호적에
[도서] 고민이 있소 들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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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함수소녀들
눈화장을 한쪽만 해도, 해적 선장처럼 안대를 해도 에프엑스는 변함없이 아름답다. 매번 걸그룹 최강의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는 에프엑스가 7월7일 정규 3집 앨범을 발매한다. 타이틀곡은 일렉트로 하우스 장르의 <레드 라이트>. 음원은 7일에 공개되지만 에프엑스의 노래는 뮤직비디오로 감상해야 제맛이다. 7월3일 공개된 <레드 라이트>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파워풀한 군무와 붉은 조명과 아름다운 함수소녀들을 미리 예습하시라.
인문학으로 영화 읽기
<열차의 도착>부터 <밀리언 달러 베이비>까지 25편의 걸작을 영화사로 살피고 인문학으로 독해한다. 7월21일부터 6개월간(총 25강) CGV압구정 무비꼴라쥬관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 ‘강신주/이상용의 씨네샹떼’가 열린다. 7월7일부터 CGV 홈페이지에서 강의를 구입할 수 있다.
사회풍자극으로 만나는 놀란의 영화들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을 무대
[culture highway] 돌아온 함수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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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월간 말>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며 방북 취재와 이라크전쟁 취재 등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들을 여러 차례 경험한 임종진은 2008년 NGO 활동가로 다시 캄보디아를 찾아 ‘달팽이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사진관 활동을 진행했다. 2004년부터 연을 맺은 캄보디아와의 10년 시간이 녹아 있는 이 사진집에는 캄보디아 사람들과 그곳의 자연풍경을 포함해 프놈펜 보엥카크호수 4구역 마을, 사엔소크 마을, 운동 마을, 타이분롱 마을 등지의 생생한 표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도서] 캄보디아와의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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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영화이미지만의 고유한 ‘비결정적 성질’ 때문인지 모른다. “영화이미지학이란 말은 없다”로 시작되는 김호영 교수의 저서 <영화이미지학>은 모두가 알지만 어쩌면 생소한 개념인 ‘영화의 이미지’에 대해 심도 깊게 다가가는 순수 이론서다. 베르그송이 주창한 유물론적인 이미지론의 흔적으로부터 들뢰즈에 이르는 순수한 시지각적 기호로서의 이미지까지, 저자는 통시적 단계를 차분히 밟으며 이미지에 대한 사유에 본격적으로 접근한다. 베냐민과 베르토프, 엡슈테인과 발라즈, 파솔리니와 바르트 등 다양한 석학들의 이미지 논의를 이 과정에서 만날 수 있다.
현대영화에서 논의되는 절대적이고 순수한 상태로서의 ‘시간-이미지’를 제대로 해석할 초석이 될 것이기에 이 책의 등장은 반갑다. 저자의 친절하고 명확한 설명에 따라 독자들은 가시적인 상태에서 비가시적 영역으로, 서서히 이미지의 역사를 꿰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이미지는 ‘기계적 지각’에서 ‘정신적 형상’으로 의미가
[도서] ‘영화’를 향한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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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로코커플이 온다
장혁과 장나라가 12년 만에 재회한다. 2002년 SBS <명랑소녀 성공기>에 이어 7월2일 첫 방송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두 사람이 또 한번 호흡을 맞춘다. 후세를 잇지 못해 후계자 자리를 위협받는 이건(장혁)과 착한 게 유일한 개성인 김미영(장나라)이 원치 않게 결혼한 뒤 사랑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로맨틱 코미디다. 과연 12년 전 두 사람의 발랄했던 케미가 2014년에는 어떻게 발휘될까.
몽환적인 아름다움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는 라나 델 레이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는 데 톡톡한 공헌을 했다. 속삭이는 듯 읊조리기에 걸맞은 몽환적 느낌의 목소리로 <Young and Beautiful>을 부르던 느낌을 어찌 잊겠는가. 그 느낌이 그립다면 그녀의 신보 ≪Ultraviolence≫에 주목하시길. 선공개된 <Brooklyn Baby>를 먼저 들어보면, 다른 곡을 들어보
[culture highway] 특급 로코커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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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에게 반해 미안하다아아아아!!!
연하남을 보내고 이제는 ‘고딩’이다. 지난 6월1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마녀의 연애>의 후속작으로 <고교처세왕>이 매주 월/화요일 밤 11시 방영을 시작했다. 고교 하키부의 에이스가 위기에 처한 형을 구하기 위해 형의 회사에 가서 본부장 행세를 한다는 내용이다. <응답하라 1997>로 스타덤에 오른 서인국이 다시 한번 tvN 드라마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LP 만나는 주말
진정한 음악 애호가들이여, 서울레코드페어로 가자. 국내외 LP 레코드를 한자리에서 구매하기에 이곳만한 곳도 없다. 심지어 무료 입장이다. 올해 발매하는 한정판 리스트만 봐도 흡족하다. 노브레인 1집 ≪청년폭도맹진가≫,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는 컬러 레코드로,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의 데뷔작 ≪180g Beats≫는 앨범 제목 그대로 180그램 LP로 만들어진다. 6월28일, 29일 양일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
[culture highway] 고딩에게 반해 미안하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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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 후 조선일보사에 근무할 무렵의 백석은 ‘녹두빛 더블부레스트’를 젖히고 한대의 바다의 물결을 연상시키는 검은 머리의 ‘웨이브’를 휘날리면서 광화문통 네거리를 건너가는 한 청년이었다. 그는 남들이 자주 잡는 문의 손잡이를 잡지 않던, 결벽증이 심한 모던보이였다. 그런 백석이 삼수군 관평에서는 누구보다 인사성이 밝고 겸손했으니 삼수군 사람들 중에는 백석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시인 안도현이 <백석 평전>을 썼다. 백석이 쓴 글과 삶의 궤적을 엮어, 글 읽는 이의 손을 잡고 국경을 넘는다. 그래도 잘 알려진 편인 그의 삶의 초반 40년 정도와 ‘이쪽’에서는 알기 참 힘들었던 그 이후의 시간을 전한다. 죽기 전까지의 40여년간의 세월을 좇으며 수시로 울컥하는 까닭은 그가 쓸 수 있었던 글이 그가 써왔던 글과 너무도 달라야만 했기 때문이고, 그것이 그의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60년 <문학신문> 좌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설명을 보자. “좌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시인이 ‘시인들의 시인’에 대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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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가 23살 때 발표한 첫 장편소설. 태평양전쟁 말기, 감화원 소년들은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하고 산골짜기 벽촌에 맡겨진다. 그러나 전염병의 징후가 감돌자 마을 사람들은 소년들을 버려두고 피난을 간다. 버려두고 떠났을 뿐만 아니라 소년들을 통해 전염병이 번질까봐 마을을 폐쇄해버린다. 남겨진 소년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꾸려가지만 작은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오에의 사회적 문제의식을 재확인할 수 있는 초기작.
[도서] 남겨진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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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에서 최근 출간된 8권과 9권은 오 헨리와 기 드 모파상 작품집이다. 모파상은 10여년에 걸쳐 300여편의 단편과 6편의 장편소설, 3편의 기행문과 1편의 시집을 남겼다. <목걸이> <비곗덩어리> 같은 잘 알려진 작품 외에도 투르게네프와 톨스토이, 오 헨리, 서머싯 몸과 같은 작가들이 사랑한 그의 작품을 만날 기회다. 철학자 니체는 “당대 파리의 심층을 꼼꼼하고 섬세하게 파악한 심리학자”라고 모파상을 평하기도 했다.
[도서] 톨스토이가 사랑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