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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월간 말>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며 방북 취재와 이라크전쟁 취재 등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들을 여러 차례 경험한 임종진은 2008년 NGO 활동가로 다시 캄보디아를 찾아 ‘달팽이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사진관 활동을 진행했다. 2004년부터 연을 맺은 캄보디아와의 10년 시간이 녹아 있는 이 사진집에는 캄보디아 사람들과 그곳의 자연풍경을 포함해 프놈펜 보엥카크호수 4구역 마을, 사엔소크 마을, 운동 마을, 타이분롱 마을 등지의 생생한 표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도서] 캄보디아와의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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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영화이미지만의 고유한 ‘비결정적 성질’ 때문인지 모른다. “영화이미지학이란 말은 없다”로 시작되는 김호영 교수의 저서 <영화이미지학>은 모두가 알지만 어쩌면 생소한 개념인 ‘영화의 이미지’에 대해 심도 깊게 다가가는 순수 이론서다. 베르그송이 주창한 유물론적인 이미지론의 흔적으로부터 들뢰즈에 이르는 순수한 시지각적 기호로서의 이미지까지, 저자는 통시적 단계를 차분히 밟으며 이미지에 대한 사유에 본격적으로 접근한다. 베냐민과 베르토프, 엡슈테인과 발라즈, 파솔리니와 바르트 등 다양한 석학들의 이미지 논의를 이 과정에서 만날 수 있다.
현대영화에서 논의되는 절대적이고 순수한 상태로서의 ‘시간-이미지’를 제대로 해석할 초석이 될 것이기에 이 책의 등장은 반갑다. 저자의 친절하고 명확한 설명에 따라 독자들은 가시적인 상태에서 비가시적 영역으로, 서서히 이미지의 역사를 꿰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이미지는 ‘기계적 지각’에서 ‘정신적 형상’으로 의미가
[도서] ‘영화’를 향한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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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로코커플이 온다
장혁과 장나라가 12년 만에 재회한다. 2002년 SBS <명랑소녀 성공기>에 이어 7월2일 첫 방송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두 사람이 또 한번 호흡을 맞춘다. 후세를 잇지 못해 후계자 자리를 위협받는 이건(장혁)과 착한 게 유일한 개성인 김미영(장나라)이 원치 않게 결혼한 뒤 사랑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로맨틱 코미디다. 과연 12년 전 두 사람의 발랄했던 케미가 2014년에는 어떻게 발휘될까.
몽환적인 아름다움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는 라나 델 레이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는 데 톡톡한 공헌을 했다. 속삭이는 듯 읊조리기에 걸맞은 몽환적 느낌의 목소리로 <Young and Beautiful>을 부르던 느낌을 어찌 잊겠는가. 그 느낌이 그립다면 그녀의 신보 ≪Ultraviolence≫에 주목하시길. 선공개된 <Brooklyn Baby>를 먼저 들어보면, 다른 곡을 들어보
[culture highway] 특급 로코커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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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에게 반해 미안하다아아아아!!!
연하남을 보내고 이제는 ‘고딩’이다. 지난 6월1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마녀의 연애>의 후속작으로 <고교처세왕>이 매주 월/화요일 밤 11시 방영을 시작했다. 고교 하키부의 에이스가 위기에 처한 형을 구하기 위해 형의 회사에 가서 본부장 행세를 한다는 내용이다. <응답하라 1997>로 스타덤에 오른 서인국이 다시 한번 tvN 드라마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LP 만나는 주말
진정한 음악 애호가들이여, 서울레코드페어로 가자. 국내외 LP 레코드를 한자리에서 구매하기에 이곳만한 곳도 없다. 심지어 무료 입장이다. 올해 발매하는 한정판 리스트만 봐도 흡족하다. 노브레인 1집 ≪청년폭도맹진가≫,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는 컬러 레코드로,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의 데뷔작 ≪180g Beats≫는 앨범 제목 그대로 180그램 LP로 만들어진다. 6월28일, 29일 양일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
[culture highway] 고딩에게 반해 미안하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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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 후 조선일보사에 근무할 무렵의 백석은 ‘녹두빛 더블부레스트’를 젖히고 한대의 바다의 물결을 연상시키는 검은 머리의 ‘웨이브’를 휘날리면서 광화문통 네거리를 건너가는 한 청년이었다. 그는 남들이 자주 잡는 문의 손잡이를 잡지 않던, 결벽증이 심한 모던보이였다. 그런 백석이 삼수군 관평에서는 누구보다 인사성이 밝고 겸손했으니 삼수군 사람들 중에는 백석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시인 안도현이 <백석 평전>을 썼다. 백석이 쓴 글과 삶의 궤적을 엮어, 글 읽는 이의 손을 잡고 국경을 넘는다. 그래도 잘 알려진 편인 그의 삶의 초반 40년 정도와 ‘이쪽’에서는 알기 참 힘들었던 그 이후의 시간을 전한다. 죽기 전까지의 40여년간의 세월을 좇으며 수시로 울컥하는 까닭은 그가 쓸 수 있었던 글이 그가 써왔던 글과 너무도 달라야만 했기 때문이고, 그것이 그의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60년 <문학신문> 좌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설명을 보자. “좌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시인이 ‘시인들의 시인’에 대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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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가 23살 때 발표한 첫 장편소설. 태평양전쟁 말기, 감화원 소년들은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하고 산골짜기 벽촌에 맡겨진다. 그러나 전염병의 징후가 감돌자 마을 사람들은 소년들을 버려두고 피난을 간다. 버려두고 떠났을 뿐만 아니라 소년들을 통해 전염병이 번질까봐 마을을 폐쇄해버린다. 남겨진 소년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꾸려가지만 작은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오에의 사회적 문제의식을 재확인할 수 있는 초기작.
[도서] 남겨진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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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에서 최근 출간된 8권과 9권은 오 헨리와 기 드 모파상 작품집이다. 모파상은 10여년에 걸쳐 300여편의 단편과 6편의 장편소설, 3편의 기행문과 1편의 시집을 남겼다. <목걸이> <비곗덩어리> 같은 잘 알려진 작품 외에도 투르게네프와 톨스토이, 오 헨리, 서머싯 몸과 같은 작가들이 사랑한 그의 작품을 만날 기회다. 철학자 니체는 “당대 파리의 심층을 꼼꼼하고 섬세하게 파악한 심리학자”라고 모파상을 평하기도 했다.
[도서] 톨스토이가 사랑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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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겨울을 보낸 사람만이 진정한 오뎅 마니아라고 할 수 있지.” 무림고수 같은 말을 하는 주인장이 직접 생선살을 으깨 만든 오뎅을 파는 이곳은 마루겐스이산. <1000엔으로 가는 동경식당 100>은 술 마시는 데 삶을 헌신한 일본인 저자가 소개하는 저렴한 맛집을 모은 책이다. 상호와 약도만큼 고마운 것은 메뉴 안내. 우롱하이(소주에 우롱차를 섞은 것), 쇼츄오유와리(소주에 따뜻한 물을 넣어 희석한 것) 등 다양한 술 메뉴도 한글 발음으로 적혀 있다.
[도서] 저렴한 맛집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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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켄 로치라는 이름은 영국을 대표하는 진보주의적 감독 정도로 이해될 것이다. 그러나 유럽사회 내에서 켄 로치라는 이름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혹자는 그에 대해 “영국의 국보”라며 존경을 표했지만, 그의 영화들은 매번 영국 사회 내에서 좌우를 넘어선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존 힐의 <켄 로치…>는 그러한 켄 로치의 필모그래피를 좇는 밀도 높은 감독론이다. 영화는 집단노동의 산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켄 로치의 주장처럼, 존 힐 역시 켄 로치의 작품 목록을 영국 사회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궤적 안에 위치시킨다. 노동계급 가정에서 태어나 60년대 <BBC>의 프로듀서로 입사한 그가 어떻게 영국 계급 문화를 통찰하는 비판적 사회주의자 감독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었으며, 그 속에서 얼마나 지난한 투쟁을 해야만 했는가는 영국 방송-영화 진영을 압박했던 정치적 검열과 상업적 자본과의 동학 속에서 설명된다. 스타일에 대한 혁신과 자의식이 없다는 부르주아
[도서] 좌파 영화학자가 본 ‘영국의 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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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사진전
압도적인 현실의 이야기들을 이미지로 만난다. <순간의 역사, 끝나지 않은 이야기-퓰리처상 사진전>이 6월24일부터 9월14일까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동시대성이 빛나는 포토저널리즘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번 전시가 사진전으로는 한국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티켓은 옥션과 G마켓에서 사전판매 중이다. 학교들이 일제히 방학을 시작하면 특히 붐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방문하시길.
기이한 주방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음식을 만들지도, 음식을 먹지도 않는 주방. 도심 속 자연과 음식문화에 대한 실험을 계속해온 크리에이터스 그룹 베리띵즈(VERYTHINGS)가 6월14일부터 7월13일까지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에 마련한 주방이다. 관람자들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는 대신 음식을 맛보는 영상을 관람하고, 음식으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는 섹션들을 둘러볼 수 있다. 먹는다,
[culture highway] 퓰리처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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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뜬다
4년 전. 내가 바람 펴도 너는 절대 바람 피지 말라 했던 태양이 이젠 떠난 여자친구를 향해 ‘너의 눈, 코, 입, 날 만지던 네 손길, 작은 손톱까지 다 여전히 느낄 수 있’다고 울부짖는다. 태양의 2집 ≪RISE≫는 솔 충만한 태양의 목소리가 도드라지는 타이틀곡 <눈, 코, 입>을 비롯해 <새벽한시> <Stay With Me> <아름다워> 등 각기 다른 느낌의 9곡으로 채워졌다. 시원하고 끈적하고 섹시하다.
코어매거진, 펀딩21과 함께 팔로, 팔로 팔로 미~
2012년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던 5인조 밴드 ‘코어매거진’이 정규앨범 1집 활동(6월 말∼7월 초)을 함께할 든든한 서포터스를 찾기 위해 소셜펀딩을 진행한다. 이름하여 코어매거진 매력 찾기 프로젝트! 목표금액 300만원 중 10만원 이상 후원하면 멤버들이 직접 싼 도시락으로 어쿠스틱 버스킹이 포함된 피크닉을 떠나는 깜찍한 리워드가 포함돼 있다.
시인이자 극작
[culture highway] 태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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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기묘한 책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다짜고짜 착륙의 기록을 나열한 뒤, 그 기록이 기구 여행을 한 몇몇 사람의 것임을 알려주고, 그들의 삶을 슬쩍 들려준다. <비상의 죄>라는 장은 항공술과 사진을, <평지에서>는 가능성으로 끝나버린 남녀의 스쳐감을, <깊이의 상실>에서는 열기구 여행의 은유를 통해 아내를 잃고 살아가는 자신을 말한다. “전에는 함께였던 적이 없는 두 사람을 하나가 되게 해보라. 어떤 때는 최초로 수소 기구와 열기구를 견인줄로 함께 묶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추락한 다음 불에 타는 것과, 불에 탄 다음 추락하는 것, 당신은 둘 중 어느 쪽이 낫겠는가? 그러나 어떤 때는 일이 잘 돌아가서 새로운 뭔가가 이루어지고, 그렇게 세상은 변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비통, 사랑의 그 아픈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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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박솔뫼를 비롯해 총 11명의 작가들은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문지 블로그 ‘이달의 소설’에 작품을 올리며 한국 문학의 가능성으로 지목된 등단 10년차 이하의 신진 작가들이다. 수상작인 단편 <겨울의 눈빛>은 고리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황폐화된 부산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고리 원전 1호기의 재가동이 승인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요즘, 묵시록처럼 다가오는 소설이다.
[도서] 한국 문학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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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근사한 ‘일상의 미스터리’ 소설. 다가구 주택에서 살던 옛 시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던 주인공은 사고라고 생각했던 죽음이 불길한 사건의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옛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당시 일을 캐묻는데, 호기심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를 가져온다. 2012년 일본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터리 매거진>에 데뷔작 <좋은 친구>가 수록되었던 송시우 작가의 첫 장편소설.
[도서] ‘일상의 미스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