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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준비하면 영화제를 더 즐길 수 있다. 무슨 영화를 볼지는 해마다 달라지지만, 어디서 잘지, 뭘 먹을지, 매진된 표는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같은 노하우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말에 표가 없다며 쉽게 부산행을 포기한 사람이라면 ‘취소표 구하기’ 노하우를 전수받으시라. 19년째 영화제를 다니고 있다는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영화제 준비하기를 담은 책이다.
[도서] 영화제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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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거대한 마술상자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그곳에서 나오는 물건을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장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고, 그러니 언젠가부터 물건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아니지, 이제 공장들 태반은 외국에 있다.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완제품만이 우리 앞에 놓인다. 소설가 김중혁은 그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 과정은 물건의 이력을 알아내는 과정이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이제 한국에서는 명을 다해가는 몇몇 제조업의 초상을 남기는 일이기도 하다.
종이, 콘돔, 브래지어, 간장, 가방, 지구본, 초콜릿, 도자기, 엘피, 악기, 화장품, 맥주, 라면…. 여기에 김중혁 자신의 ‘글 공장’도 들어간다. 영화를 많이 보는 건 물론 <씨네21>에 ‘김중혁의 바디무비’를 연재중인 그는 “원고량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영화 대사를 패러디한 재치 있는 삽화를 넣기도 했다. 물샐 틈 없는 기술을 자랑하는 콘돔 이야기는 신기하고, 공장 직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물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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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남자, 잭 블랙이 온다
한국에 오르가슴 경계령이 내려졌다. 미친 존재감, 잭 블랙이 속한 2인조 밴드 테네이셔스 디가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갖는다. 잭 블랙과 기타리스트 카일 개스는 1997년 라이브 코미디쇼 <테네이셔스 디>로 만나 지금까지 앨범 3장을 냈다. 이들이 자신들을 소개할 때 꼭 덧붙이는 경고 문구가 있다. 이 밴드를 보는 건 29번의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과 같다. 공연은 12월5일 오후 8시, 6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악마를 보았다> 블루레이 타이틀 출시
플레인 아카이브가 <악마를 보았다> 블루레이 타이틀을 출시한다. 2장으로 구성된 디스크는 인터내셔널 버전(142분)과 극장판(140분) 모두 수록되어 있다. 공간(미술&프로덕션 디자인), 맵시(의상), 날것(액션), 혈전(특수분장), 스코어(영화음악), 아직 더 있다(삭제장면) 등 여러 공정을 담은 부가영상이 포함됐다. 9월24일 플레
[culture highway] 마성의 남자, 잭 블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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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세대의 작가들은 물론 젊은 작가들의 최근 발표작까지 관통하는 한국문학평론집. 3부에 실린 소설가 김소진에 관한 짧은 글은 어디에도 발표된 적 없는 미발표작으로, 찾아 읽어볼 만하다. 4부에는 그가 창비주간논평 등에 써온 문학에 관한 글들과 <씨네21>에 발표한 영화평론 등을 담았다. 문학평론가 황종연은 “겉으로 털털하나 속으로는 끈끈한 문학자의 순정”이라고 정홍수의 글을 추천했다.
[도서] 한국문학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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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부연하지 않아도, 당신은 이 문장이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바로 눈치챘을 것이다. <문학동네 80호>는 ‘4·16 세월호를 생각하다’ 특집을 마련했다. 진은영•박민규, 황정은, 배명훈, 전규찬을 비롯한 시인/소설가/평자들이 세월호에 대해 썼다.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는 진은영 시인의 글 제목을 응시하는 것으로 이 묵직한 독서가 시작된다. ‘그날’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하여.
[도서] ‘4·16 세월호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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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주변에 쌓인 책이야말로 쓸모 있다. 살기 좋은 그 어떤 설계도 무시하고 주변에 책을 쌓아두어야 한다는 것인데,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쓸모 있는 책은 손이 닿는 범위에 놓아둔 책이다”. 책을 “쓴다”는 말은 일단 읽는다는 뜻일 테고 그다음에는 그 책에 대해서 글을 쓰거나 그 책을 자료로 삼거나 한다는 뜻일 것이다.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은 장서가, 저술가로 불리는 사람들의 지옥이자 천국인 장서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책(짐) 때문에 고생 좀 해본 사람이라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눈물겨운 사연이 한가득이다. 책상 주변에 필요한 책을 쌓아두라는 조언도 일견 그럴듯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책상 옆에 쌓은 책을 다 쓴 뒤 책장에 꽂아두고 다음 필요한 책을 다시 추려와 쌓아놓는 식으로 일을 하는 성인군자는 없다. 쌓아두어야 할 정도, 그러니까 일주일에 예닐곱권 한달에 스무권 정도의 책의 쓸모를 유지하는 나의 집은 거의 쓰레기통이다. 추리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500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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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여왕의 귀환
드디어 그녀가 스토리브룩 마을에 나타났다! 9월28일 네 번째 시즌의 첫 방영을 앞둔 <ABC> 미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이야기다. 방영을 앞두고 공개된 엘사의 티저 영상을 보면 그녀는 지나가는 곳을 모두 얼음으로 만들며 마을 사람들, 즉 동화 속 인물들을 긴장시킨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어떻게 다를지가 관전 포인트. 물론 엘사가 가는 곳엔 안나도 있다. <두 유 워너 빌드 어 스노맨>, 이제 실사 버전으로 들을 수 있을까?
능력자가 얘기하는 <풍의 역사>
2012년 <능력자>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최민석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풍의 역사>를 냈다. 희대의 허풍쟁이 ‘이풍’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과 박정희 정권, 제5공화국, 서태지의 출현까지 한국 근현대사와 전세계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에 모두 개입하여 영웅적 활약으로 세상의 운명을 뒤바꿔놓는다. 최민석 특유의
[culture highway] 얼음여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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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SM 타이거>와 <홍도> 연재 시작
웹툰 두편이 연재를 시작했다. 하나는 레진코믹스의 <SM 타이거>이고, 또 하나는 다음 만화속세상의 <홍도>다. <SM 타이거>는 죽은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선 여주인공 상미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물. 시육 작가가 그림을 그렸고, 영화 <추격자> <황해>를 각색했던 홍원찬 작가가 스토리를 썼다. 제1회 만화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홍도>(사진) 역시 연재를 시작했다. 인간, 여우, 도깨비, 귀신, 주술사가 공존하는 세상을 그린 만화다.
아홉개의 시선
이성표, 이인수(위 사진 작품), 이우일, 오정택, 노준구, 무나씨, 정원교, 윤예지, 백두리 등 9명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이뤄진 아이구(EYE9)의 두 번째 전시 <아이구, 사이사이>가 8월29일(금)부터 9월14일(일)까지 종로구 통의동 ‘팔레 드 서울’에서 열린다. 2013년의 첫 전시
[culture highway] 웹툰 와 <홍도> 연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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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에서 소개되었던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전명진 사진작가의 입담과 탁재형 PD의 넉살을 글로 만날 수 있는 기회. 브라질, 인도, 페루, 호주 등지가 소개되고 있으며, 가이드북에 없는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
[도서] 가이드북에 없는 여행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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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과 장편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의 두 번째 산문집.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와 그것에 덧붙인 자기고백적 단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서]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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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비지테이션 거리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미스틱 리버>와 <살인자들의 섬>(영화 제목은 <셔터 아일랜드>) 등을 쓴 데니스 루헤인이 직접 선택해 출간 전부터 화제를 일으킨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소개되었다. 아이비 포코다라는 저자 이름이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밸러리와 준은 절친한 소녀들이다. 그들은 어느 여름밤, 뉴욕 만으로 흘러드는 이스트 강에서 고무보트에 올라탄다. 그리고 밸러리만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고 준은 행방불명된다. 그 밤에 두 소녀를 목격한 흑인 소년, 의식 잃은 밸러리를 발견한 남자, 그리고 밸러리의 죄의식. 준은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여름, 비지테이션 거리에서>는 미스터리이되 범죄소설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하지만 범죄와 연루된 사람들이 많은 곳이 비지테이션 거리다. 두 소녀의 이야기인 것처럼 시작하지만, <여름, 비지테이션 거리에서>는 언제나 위태롭게 비틀거리는 사람들의 거
[도서] 위태로움 가득한 그 거리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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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제는 <낙엽 엔딩>을 들을 시간
‘음원 깡패’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솔로 1집 앨범을 발매한 장범준의 타이틀곡 <어려운 여자>가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가을이란 계절에 딱 들어맞는 장범준의 짙은 목소리와 달콤한 가사가 인상적인 <어려운 여자> 외에도 <낙엽 엔딩> <사랑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 등의 사랑 노래들이 가득하다. <벚꽃 엔딩>을 통해 매년 봄마다 길거리를 강제 점거(!)했던 장범준의 목소리는 가을마저 장악할 수 있을까.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서울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탈장르 융복합 예술축제 ‘미디어시티서울 2014’가 9월1일 개막해 11월23일까지 이어진다. 올해의 주제는 ‘귀신, 간첩, 할머니’로 <만신>(2014)의 미디어 작가 박찬경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는 미디어시티서울의 스크리닝 섹션이
[culture highway] 가을, 이제는 <낙엽 엔딩>을 들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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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불이 켜진다. 짧은 티셔츠에 밑위가 짧은 바지 때문에 배꼽을 드러낸 여자들이 오간다. 한 남자가 그 배꼽들에 홀려 있다. 불이 꺼졌다 켜지자 이번에는 다른 남자가 미술관 근처에 있다. 십대 소년이 그에게 발자크, 베를리오즈, 위고, 뒤마의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내민다. 이렇게 한명씩 등장인물들이 소개되고, 그들은 때로 둘, 혹은 셋, 혹은 넷이 모여 대화를 하고 파티에서 어울린다. 이제 이야기는 언제 시작하지?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는 분량이 길지 않기도 하거니와(149쪽) 각장의 길이가 두어 페이지에 불과해서 여백도 꽤 많다. 하지만 초반에는 책장을 넘기는 데 버퍼링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물이 하나씩 등장하고 퇴장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연극을 보는 듯하고, 번화가의 커피숍에서 창밖 사람들을 응시하는 기분도 든다. 그러고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말이 오간다. 뛰어난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려고 할 때면 그 여자는 경쟁 관계에 들어갔다고 느끼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의미 있는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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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인문학>의 저자 얼 쇼리스의 유작.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인 ‘클레멘트 코스’가 전세계에 확장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삶의 기반을 잃고 목표 없이 휘청거리는 사람들, 정신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인문학과의 만남은 자신만의 자유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도서] 자신만의 자유를 찾는 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