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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볼라뇨가 간 질환으로 세상을 뜨고 몇달 뒤에 출간된 그의 유작이다. 스페인어권 문단으로부터 ‘금세기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스페인과 칠레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한국어판은 다섯권으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80년이란 시간과 두개의 대륙을 넘나들며 수수께끼의 연쇄살인마와 유령 작가를 두 중심축으로 내세워 전쟁, 독재, 대학살로 점철된 20세기 유럽 역사에서 인간의 악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되어왔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도서] 인간 악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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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 소설도 운치 있고 재미있게 써내는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가 ‘에도인의 거리감을 발로 뛰어다니며 파악해보자’는 ‘에도 산책’ 기획을 실행에 옮긴 결과물. 미야베 미유키의 첫 에세이이기 때문에 곳곳에 그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오사와 아리마사, 교고쿠 나쓰히코와 함께 소속되어 있는 오사와 오피스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을 만날 수 있는, 도쿄 지역에 대한 독특한 여행기.
[도서] 독특한 도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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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공립대학교 관계자에게 들은 얘기. 학교에서 기숙사를 신축하면서 외부 학생으로 절반을 채울 계획을 세웠다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물을 흐린다”는 게 반대 이유. 오찬호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는 지금의 20대를 위로와 힐링이 아닌 다소 냉철한 현실인식에서 바라본다. 현재 20대가 생각하는 ‘윤리’와 ‘공정’ 등에 대한 개념이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안 제시는 미흡하지만 관찰기로서는 흥미롭다.
[도서] 20대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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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에이미의 소설 <사랑의 습관 A2Z>의 원래 제목은 <A2Z>이고, 사랑의 ‘습관’ 같은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내용이다. 사랑의 순간들을 A부터 Z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통해 재구성하고자 노력하는데 읽어보면 그마저도 어딘지 억지스러울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연애소설을 선물해야 한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작가요 책이다.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라는 동화 속 구호의 가장 먼 곳에서 싹트고 꽃피는 어떤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이자 화자는 35살로, 출판사에 근무하는 제법 능력 있는 편집자다. 남편 역시 일 잘하는 편집자. 그런데 남편이 ‘그 여자’와의 관계를 고백한다. 엄밀히 말하면 캐물었더니 숨기지도 않고 술술 털어놓았을 뿐인데, 남편이 솔직하게 다 말해주는 통에 더 어쩔 줄 모르게 되어버렸다. 남편과는 아이 없이 동료처럼 지내는 사이. 이전에도 여자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이번만은 다르다. 결혼과 사랑에
[도서] 연애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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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달리자, 청마 달리자
2014년 청마의 해를 맞아 롯데갤러리에서는 한국, 몽골, 호주의 말 그림을 모은 <Blue Horse-청마시대> 특별전을 연다.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 말을 주제로 한 70여점의 작품을 모았다. 액자, 캘린더, 연하장, 머그컵, 엽서, 펠트인형, 다이어리 등 말과 관련된 기념품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롯데갤러리에선 2월3일까지, 에비뉴엘에선 2월24일까지 진행한다. 힘차게 달리는 말 모양 기념품 하나 갖고 있으면 한해가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기황후> 이길까?
월화 드라마 전쟁에 종편과 케이블 채널도 가세한다. 1월6일 JTBC에서는 ‘우결수’의 김윤철 PD가 ‘우사수’ ,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로 돌아온다. 40대를 앞둔 이혼녀, 노처녀, 전업주부의 시시콜콜 다이어리다. 유진, 김유미, 최정윤, 엄태웅, 김성수가 주연을 맡았다. 1월13일 tvN에서는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가 시
[culture highway] 말 달리자, 청마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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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평론가가 예술품 너머의 흔한 사물을 응시한다. <사물 판독기>는 그렇게 태어났다. <한겨레21>의 ‘반이정의 사물보기’에 연재한 글을 기본으로 해 몇 꼭지를 추가하고 또한 수정했다는데, 목차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책이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사무실에서 혹은 집에서 또는 길거리에서 지금 눈에 들어오는 ‘그것들’에 대한 생각. 개를 찾는다는 전단지와 겨드랑이털에서부터 가족사진, 개량한복, 사전, 청바지 등 도합 100가지의 사물이 여기 늘어서 있다. 짧은 글과 호응하는 이미지는 같은 ‘소재’를 다룬 예술작품인 경우가 많은데, 글이 이미지를 해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글은 글대로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남훈이 쓴 <싸우는 사람들>의 책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에는 그의 좌우명이 적혀 있다. “남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싸운다.”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그가, 싸우는 사람들의 인생 필살기를 적었다. 그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안녕들 하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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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재 감독이 다큐멘터리 <길 위에서>를 책으로 묶었다. 여성 무속인의 삶을 그린 <사이에서>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길 위에서>는 14년 만에 내부를 공개하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백흥암에서의 100일을 담았다. 책 <길 위에서>는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친절한 코멘터리 같고, 영화를 보지 않았다 해도 삶이라는 화두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면 좋을지 불교의 관점에서 해법을 엿볼 수 있게 돕는다. 수행을 위해 모인 스님들만이 거처하는 곳이니 속세의 질서나 어지러움과 무관할 것 같아 보이지만 그들을 괴롭히는 번뇌는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를 가장 방해하는 건 번뇌죠. 번뇌 속에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이상에 대한 번뇌, 머물 곳이 없어서 느끼는 번뇌, 가진 게 너무 없어서 기본 생활이 힘들다는 번뇌, 세상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공부를 빨리 마치고 싶다, 빨리 도인이 되고 싶다 그런 것도 장애 요소가 될 수 있고,
[도서] 백흥암에서의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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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일까. 연애는 ‘코칭’의 영역에 자리잡았다. 우리가 모두 서로 다른 사람들이니, 나를 알고 당신을 알고 나와 당신이 같고 다른 그 지점으로부터 새로운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이제 아무도 하지 않고 듣지 않는 것 같다.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상담 코너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고, 2013년 하반기에 가장 핫했던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JTBC의 <마녀사냥>을 빼놓기 힘들 것 같으며, 서점 자기계발서 서가에는 연애심리학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네 남자친구가 제일 문제다>는 <남자셋 여자셋> <세친구>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을 만든 김성덕 PD가 쓴 연애상담서. 좀 놀아본 오빠가 알려주는 (여자에 대한) 남자의 심리를 담았는데, 남녀관계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연애 전문가, 결혼 전문가, 심리학자, 사회학자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고 연애서를 섭렵한 결과물이다. 진화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적 관점을 기반으
[도서] 연애, 글로 배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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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엔 그루브~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로 만드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선물, 누군가에게는 파티,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는 캐럴. 메리 J. 블라이즈의 ≪A Mary Christmas≫는 머라이어 캐리의 전설적인 캐럴 음반처럼은 아닐지 몰라도 기본기에 충실하다. <Little Drummer Boy>가 첫곡으로 실린 이 앨범에서 그루브를 느낄 수 있는 <This Christmas>를 특히 추천한다. 이 앨범을 틀어놓으면 집안 가득 크리스마스가 차오르는 것 같다.
내일의 태양을 체크하세요
가는 해 잡을 수 없고 오는 해 막을 수 없다. 말의 해, 2014년을 온몸으로 맞고 싶다면 해돋이 명소의 클래식, 강릉 정동진, 제주 성산일출봉 등으로 떠나봄직하다. 하지만 서울 안에 발이 묶여 있는 처지라면 서울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아차산에 올라보자. 울릉도를 찾거나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서 보는 해도 고된 만큼 더 반가울 것 같다. 이외 서울 남산, 인왕산, 부산
[culture highway] 크리스마스엔 그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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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첫머리에는 너무도 끔찍한 사형집행 장면이 나온다. 판결문에서 지시하는 집행방법은 이렇다. “처형대 위에서 가슴, 팔, 넓적다리, 장딴지를 뜨겁게 달군 쇠집게로 고문을 가하고, 그 오른손은 국왕을 살해하려 했을 때의 단도를 잡게 한 채 유황불로 태워야 한다. 계속해서 쇠집게로 지진 곳에 불로 녹인 납, 펄펄 끓는 기름, 지글지글 끓는 송진, 밀랍과 유황의 용해물을 붓고 몸은 네 마리의 말이 잡아끌어 사지를 절단하게 한 뒤 손발과 몸은 불태워 없애고 재는 바람에 날려버린다.” 실제 집행과정에서는 말들이 잡아끌어도 팔다리가 떨어지지 않아 결국 집게로 어깨와 넓적다리 근육을 잘라낸 뒤에야 집행이 완료됐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형수 중의 한 사람, 1757년 3월 국왕 루이 15세를 살해하려다 처형된 다미엥이란 사람의 이야기다. 푸코의 책에는 직접 다미엥에게 이런 고통을 가한 사람의 이름도 나온다. ‘파리의 남자’(뮤수 드 파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사형집행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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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아티스트인 레아 룬트가 그려둔 목탄화를 보고 남편인 프랑스 작가 프레데릭 파작이 영감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표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짝 이룬 남녀는 서로 사랑한다. 당연하다. 짝 이룬 남녀는 서로 미워하게 된다. 그럴 법하다. 짝 이룬 남녀는 서로를 파괴할 수 있다. 이는 아주 드물고 우발적이다.” 재치와 시니컬로 뭉친 30년차 부부의 사소하고도 예술적인 기록.
[도서] 30년차 부부의 예술적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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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앨리스 먼로의 최신작이자 작가 인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총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묵직한 후광을 보고 읽어도 지우고 읽어도 참으로 아름다운 산문을 만날 수 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소우주와 같아서 짧은 분량임에도 여운이 깊게, 길게 남는다. 이 단편집의 말미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단편 네편이 실려 있다. 꼭 추천하고 싶은 소설들의 향연.
[도서] 소우주와 같은 이야기 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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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생활의 편의를 최우선에 두고 집을 구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마음에 드는 동네에 내 취향대로 지은 집’에 대한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두 부부가 ‘원하는 동네’인 연희동과 부암동에 ‘원하는 대로’ 집을 고쳐 짓고 정착하기까지의 사연과 노하우, 예산 등을 정리한 것이다. 집에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진과 글의 모음. 돈도 남편도 없는 입장에서는 한없이 부러운 책이기도 하다.
[도서] 집에 산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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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는 개체가 아니다. 물리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과정에서 학습하고 사회화를 거치며 우여곡절을 겪는다. 어떤 순간에는 ‘이대로 영원히’를 외치고 싶어지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매일 달라지는 나 자신과 내 곁의 사람들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는 남자에 대한 산문집인데, 남자가 ‘나는 어떻게 성장하고 변해가는가, 나아가 어떤 남자로 나이들면 좋을까’를 탐험하게 하는 동시에 여자가 ‘내 옆의 남자는 왜 이런가, 예전하고 왜 이렇게 달라져만 가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전날보다 더 나이든 자신을 느끼는 40대, 50대 경계의 남자나 그런 남편을 둔 여자라면 정체성과 남성의 여성성, 중년의 위기와 모임을 다룬 4부 ‘남자의 삶과 변화’ 장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연령대별로 나누어 이 책을 들여다보면 결혼과 책임감, 경쟁심을 다룬 1부 ‘남자의 관계 맺기’는
[도서] 남자 알아? 여자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