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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글을 잘 쓰고 싶지 않을까. 서점에 나가보면 글쓰기 교본으로만 이루어진 매대가 있을 정도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도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 조용히 있지는 않았다. 머리에 떠오르는 책만 적어봐도 여러 권이다.
누구나 사랑하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통속소설 작가로서 아예 노골적으로 많이 팔리는 책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딘 쿤츠의 <베스트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써놓은 소설을 어떻게 출판사에 팔 것인가’이다), 우리 모두가 잊고 있지만 사실 역사상 가장 멋진 소설 도입부는 에리히 케스트너가 어린이들을 위해서 쓴 <에밀과 소년 탐정들>에 나온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연필로 고래 잡는 글쓰기>(<에밀과 소년 탐정들>의 첫 부분을 안 읽은 분은 꼭 찾아보시기 바란다. 작가가 원래 남태평양에 관한 소설을 쓰려고 하다가 고래 다리가 몇개인지 알지 못해서 포기하고 탐정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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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선정 1970년대를 지배한 도서 톱 10, 전세계에서 2700만부가 판매된 전설의 베스트셀러, 한국어판 출간 당시 음란성을 이유로 지형(紙型)이 소각되는 수모를 겪었고 그 뒤로도 <날으는 것이 두렵다> <침대 밑 사나이> <꿈의 회의로부터의 보고> 등 다양한 한국어(해적)판이 출간된 문제작. 네번의 결혼과 거침없는 성적 상상 등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고스란히 담긴 소설로, 작가 에리카 종을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도서] 페미니즘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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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해설서. 유시민이 정치적 난독증에 빠져 대화록의 내용을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있는 일부 정치인과 지식인, 언론을 비판하며, 대화록 독해가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해설가로서 나선다. “감정에 격하게 휩쓸린 사람들은 심각한 오독과 난독 증세를 보였다. 그분들의 논리적 사고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심리적/정서적 장애가 문제였다.” 대화록 읽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읽어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도서] 우리 사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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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munge가 실력을 키우기 위한 노하우를 전한다. 좋아하는 소재나 주제를 모으는 ‘리서치’(Research), 대상을 세심하게 바라보고 표현해보는 ‘관찰’(Observation), 연습한 프로젝트들이 낱장의 그림들로 그치지 않도록 손에 만져지는 실체들로 만들어보는 ‘개발’(Development), 자신만의 추억을 재발견하고 가치를 끌어올리는 ‘기록과 저장’(Archive)의 프로그램들이 자기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노하우로 제시된다.
[도서] 나만의 그림 그리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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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다룬 두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패션의 역사>는 크리스티앙 디오르부터 마크 제이콥스까지 현대 패션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으며 <패셔너블>은 아름답고 기괴한 패션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판이하게 다른 관점에서 패션을 조망하는 셈이다. 백과사전식으로 많은 정보를 담았지만 글만큼 화보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커다란 판형의 책들이다.
돌고 도는 유행이라는 관점에서 패션의 현대사를 알고 싶다면 <패션의 역사>가 좋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여성의 패션은 어떤 혁신을 거듭했는지 재미있게 보여준다.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들의 무용담이 펼쳐진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뉴룩은 세계대전을 겪으며 획일적인 옷만을 입어야 했던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을 되찾게 해주었다. 이브 생 로랑은 르 스모킹 슈트를 만들어 여성들에게 바지 정장을 입혔고, 집과 일터에서 여성의 지위를 남성에 걸맞게 끌어올리는 상징적인 룩을 완성했다. 속옷과 겉옷의 경계를
[도서] 우리가 이 옷을 입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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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아니, 연말에 만나
예능은 참 못하지만 은근히 매력적인 양평이형 덕분에 다시 대세로 부상한 장기하와 얼굴들. 그들이 무한가요제를 뒤로하고 연말 ‘재롱잔치’로 찾아온다. 이름마저 정직하기 짝이 없는 ‘장기하와 얼굴들 콘서트’, 부제는 심지어 ‘내년에는 3집 꼭 내겠습니다’다. 12월30일, 31일 이틀간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황금 삼각편대 두둥!
남자주인공 역에 김준수(박건형과 더블캐스팅)가 캐스팅되고 장진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의 1차 티켓예매가 11월1일 저녁 시작된다. 고 김광석 탄생 50주년 기념 창작뮤지컬인 <디셈버…>는 김광석의 모든 자작곡 및 가창곡을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12월16일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뮤덕이라면 홍광호
뮤지컬 배우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연 홍광호의 콘서트 실황중계 라이브 음반이 10월30일에 출시된다. <레미제라블>
[culture highway] 우리 지금, 아니, 연말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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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노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입니다>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특급호텔에서 10년간 일한(그전에는 뉴올리언스에서 일했다) 경력의 제이콥 톰스키가 쓴 접객산업 경험기다. 2012년 11월에 아마존이 선정한 이달의 논픽션으로 꼽혔고 방송출연을 하며 유명세를 탔다. 뉴올리언스에서 주차요원으로 경력을 시작해 호텔의 거의 모든 구석에서 일해본 경력이 있는 그가 호텔산업에 대한 폭로 보고서를 쓴 셈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그가 객실 지배인으로 일하며 알게 된 것들을 열거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적인 장면이니까. 왜 사람들은 호텔로 가는가. 청혼하고, 결혼하고, 임신하고, 마흔을 넘기고, 이혼하고, 마약을 흡입하고, 사람을 죽이고, 죽는다. 그러니 호텔 문 뒤는 언제나 활활 불타고 있다. 편안한 집과는 다른 생활이 그곳에 있다. 이국적이며 방탕하며 상쾌하게 세탁되어 있는 삶. 탐험에 가깝고, 제대로 옷을 입지 않으며, 상상력이 풍부하고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호텔 미니바 공짜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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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자 조용헌이 통도사를 통해 동서고금의 정신세계를 탐색한 사찰 인문기행서다. 조용헌은 한국, 중국, 일본 600여 사찰을 직접 답사하며 우리 신화를 들여다보는 사찰 인문기행서를 구상했고, 그 이야기의 무대를 통도사로 정했다. 646년 자장율사가 터를 잡은 통도사를 들고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문화권, 국경을 초월해 그 뿌리가 맞닿아 있어서다. 동양화가 김세현의 수묵화 작품들이 함께 수록되었다.
[도서] 동서고금의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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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이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과 대화하며 직접 엄선한 전 시대의 빼어난 예술작품 140여점을 선보인다. 예술작품이 우리의 고단한 삶을 보듬어 안고 한편으로 우리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산적한 문제들을 보면 앞으로 수세기 동안 예쁜 그림이 매력을 잃어버릴 위험성은 전무하다고 확신할 수 있으니.” 알랭 드 보통의 유머감각과 멋진 그림들을 실컷 만날 수 있다.
[도서] 예술의 아름다움과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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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을 미리 알고 싶다면 책 표지의 뒷날개를 한번 펼쳐보시라. 케이크가 맛만큼이나 외양이 중요한 이유는? 입이 델 정도로 뜨거운 커피의 문제점은? 국격 운운하던 정부의 영부인이 나서서 한식의 세계화를 요란하게 외쳤으나 공허한 메아리만 남은 현실에, 한국의 외식문화를 기초부터 점검한다. 위스키에 관한 장에서는 위스키에 대한 책까지 썼지만 은근 여기저기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기대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일침도 있다.
[도서] 한국의 외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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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용도에 맞는 설탕을 선택하세요.” 어떤 광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홍차/쥬스음료에 레몬슈가, 꿀과 조청대체에 골든시럽. 어린아이 일곱이 커피슈가, 티슈가, 각설탕부터 간식용인 강정당까지 손에 쥐고 웃는 중이다. “아직도 부정외래품을 사용하세요?” 이렇게 시작하는 광고도 있다. 커픽스라는 인스턴트크림파우더(크리마라는 상표로 더 익숙한 그것)와 버터 광고다. 설탕과 소금, 흰쌀, MSG 등 ‘하얀 것’을 식탁에서 추방해야 건강하다는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다. <칠십년대 잡지광고>는 과거에 쿨했던 물건들의 전성기를 담고 있다. “온 가족이 애용하는 쌍방울표 메리야스” 같은 것 말이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인지라 분유회사는 “전국최우량아 탄생”을 축하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650쪽을 넘기는 이 묵직한 책에는 “읍니다”와 같은 옛 맞춤법도 있고, 한국 최초의 ‘인디비듀얼 패킹’을 자랑하는 데이트 아이스크림의 추억도 녹아 있다. 햇볕에 타지 않기 위해 선블록을 바
[도서] 옛날 광고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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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몽골을 알아?
만화 <한살이라도 어릴 때>는 세 만화 작가 김진, 낢, 필냉이가 함께 몽골 여행을 다녀와 만화로 그린 책이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함께 여행가자는 다짐은 친구들 사이에서 보기 드물지 않으나, 몽골에서의 화장실 문제(허허벌판에서 우산 세우고 볼일을 본다)로 곤란을 겪는 순간들이 배꼽을 잡게 한다. 낙타 탈 때 입은 옷에서 냄새가 너무 심해 핵폐기물처럼 봉인해놓은 일이라든가 멋져 보였던 호수가 날파리떼여서 곤란을 겪은 일을 읽고 있자면… 몽골, 묘하게 매력 있다?!
현대무용의 성지, 벨기에
벨기에가 자랑하는 현대무용단 피핑 톰(Peeping Tom)이 한국을 찾아 11월2일, 3일 LG아트센터에서 <반덴브란덴가 32번가> 공연을 갖는다. 고려장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1982)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 무용수까지 포함된 다국적의 무용수들은 스트라빈스키, 벨리니, 바흐, 핑크 플로
[culture highway] 니들이 몽골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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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는 무엇보다 연애소설이다. 실제로 소설 속 러브라인은 매우 전형적이다.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스타인 안나 카레니나는, 나이 차이는 좀 있지만 사회적 지위나 재력에서 부족함이 없는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 평온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기차역에서 우연히 젊고 잘생긴 군인 브론스키를 만난다. 두 사람은 미칠 듯한 사랑에 빠지고 남편의 눈을 피해 하루가 멀다하고 밀회를 갖는다. 안나가 브론스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나 말예요. 임신했어요”라고 고백하는 대목에 이르면 이 유명한 고전이 어떤 면에서는 얼마나 통속적인지 절감하게 된다. 아이를 낳은 뒤 안나는 남편을 떠나서 브론스키와 함께 산다. 그 뒤의 전개도 TV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막상 브론스키를 차지한 안나는 얼마 지나기도 전에 젊은 애인이 변심할까봐 조바심을 친다. 남편을 버렸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한 상태에서 믿었던 브론스키마저 밖으로 돌기 시작하자 절망에 빠진 안나는 결국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브론스키는 나쁜 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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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엔 사고 말 거야
‘담달폰’이었던 아이폰5s와 5c가 ‘이달폰‘이 됐다. 1차 출시국이 아니었던 한국이 2차 출시국에 포함되어 10월25일부터 정식판매를 시작한다. 아이폰5s는 64비트 A7칩과 M7 보조프로세서를 채택하여 배터리 소모만 빼고 모든 것이 아이폰5보다 빨라졌다. 10일 출시된 삼성의 갤럭시 라운드와 더불어 10월 말에는 구글의 넥서스5까지 출시될 예정이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열띤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물론 약정의 노예가 아닌 분들에게만 희소식이다.
바흐의 선율에 젖은 날에는~
4년 전엔 독창적으로 해석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2년 전엔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피아노곡으로 국내 청중을 매료시킨 바 있는 마르틴 슈타트펠트가 세 번째로 한국 땅을 밟는다. 슈타트펠트가 이번에 준비한 레퍼토리는 바흐 건반음악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을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이다. 바흐를 해석하는 데 있어 근래 가장 비범한 음악가로 평가받는 슈타트펠
[culture highway] 이달엔 사고 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