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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기자의 연애가 깨진 사연을 알리기 위해서 기자회견이 예고되고, 검찰총장에게 혼외 자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11살짜리 아이에게 유전자 검사에 응하라고 윽박지르는 대한민국에 진정한 의미의 사생활이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사정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카트린 밀레의 책을 들고 나올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유명 미술잡지 편집장이 쓴 이 책은 저자 스스로의 성적인 경험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멀리는 사드 후작이 쓴 <소돔의 120일>에서부터,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폴린 레아주의 <O 이야기>, 그리고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에 이르기까지 사춘기 소년들을 잠 못 들게 한 수많은 ‘야한 책’들의 계보에서도 이 책은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앞의 책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상상의 산물이라면 카트린 밀레는 자기 얘기를 썼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의 성기를 빠는 것을 좋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사생활을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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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대중음악사를 기타리스트를 중심으로 다시 정립했다. 장고 라인하르트와 로버트 존슨 등 기타계의 레전드에서 시작해 티본 워커, 머디 워터스, 레스 폴, 비비 킹 등 초기 거장들과 지미 헨드릭스,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턴, 에드워드 반 헤일런 등 70, 80년대 기타 영웅들을 거쳐, 조니 그린우드, 잭 화이트, 매튜 벨라미, 존 메이어 등 21세기 신성에 이르기까지 105명 기타리스트들의 삶과 음악을 통해 대중음악의 역사를 조명했다.
[도서] 105명의 기타리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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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를 재구성해 만화로 펴냈다. 재구성이 필요했던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9.11과 그 이후의 현실 인식에서 시작해, <미국 민중사>가 그랬듯 운디드니에서의 인디언 학살, 미국-에스파냐 전쟁 등 미국 역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참정권을 쟁취한 여성들, 정부가 은폐하려던 베트남전의 진실을 담은 기밀문서를 몰래 빼내와 언론에 공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도서] 쉽게 보는 미국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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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따라 그린다”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탄생한 워크북. 매리언 듀카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앤디 워홀까지, 열두명의 위대한 예술가들과 이들의 창작 기법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기법을 바탕으로 어떻게 그림 그리기를 배울 수 있는지 알려준다. 짧게 읽는 미술사인 동시에 그림 그리기 교재이기도 한 셈. 그림 그리기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책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하나의 스케치북이기도 하다.
[도서] 그림을 어떻게 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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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영화 마니아가 있다. 그들은 어떤 사람 눈에는 4차원이거나 별종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사람 눈에는 악당이거나 비정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호러영화를 좋아한다면, 멜로드라마나 사극, 혹은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 아니면 SF나 필름누아르, 혹은 갱스터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저급한 취향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나 호러영화야말로 장르영화가 가진 반복과 일탈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적합한 장르다. 그래서 호러영화는 열혈 마니아 장르가 되었다. 장르 규칙의 반복과 위반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서 환호하고 경탄하는 영화보기의 방식, 이것이 호러 마니아들이 향유하는 즐거움이다.
마니아만의 것이었던 호러영화를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에 정신분석학이 영화비평에 유입되면서부터고, 장르가 동시대 대중과 호흡하며 시대의 취향과 욕망,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을 읽어내는 데 적절한 것임을 보여주는 뚜렷한 지표로서 호러영화는 활용되어왔다. 호러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안을 보여주는 거울이
[도서] 부들부들 골라 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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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소년들
여전히 풋풋하기만 한 소년들, 샤이니가 5집 미니앨범으로 컴백한다. 이번에는 ‘트럼프 카드’ 컨셉이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젠더 크로스 버전처럼 보이는 티저들이 예사롭지 않다. 6일, 삼성동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샤이니 컴백 스페셜 인 강남 한류 페스티벌’ 무대는 유튜브로도 전세계에 생중계된다. 앨범은 10월14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말없이 기다릴게요
루시드폴의 새 노래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11월 6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6집 발매 콘서트 <꽃은 말이 없다.>는 2011년 5집 이후 2년 만에 세상에 나올 그의 노래들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공연을 위해서 올림픽공원 K-아트홀은 개관 이후 처음으로 관객석 중앙에 미니 아레나 무대를 설치했다. 깊은 가을날을 닮은 그의 노래들은 지금도 조금씩 정성스레 빚어지고 있다.
네이마르와 헐크를 코앞에서!
삼바 군단이 온다!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국가대표 평가전
[culture highway] 이상한 나라의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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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가 왜 만화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소년, 데이브 리쥬스키는 만화의 주인공이 되기로 했다. 그는 학교에서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왕따도 아니었고, 개그맨이나 천재 과도 아닌, 그냥 존재만 하는 학생이었다. 어머니는 열네살 때 잃었지만 암살이 아니라 동맥류. 아빠는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에 다른 여자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아들을 키웠다. 매일 밤 똑같은 식사, 대화의 주제는 “존재하지 않는 나의 미래”. 그래서 소년은 말한다. “그러니 내가 왜 만화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만화책이 해방구, 탈출구라면 그것을 일상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그러니 소년은 슈퍼히어로가 되기로 한다. 배트맨처럼 부모의 복수를 꿈꾸는 억만장자가 아니고, 스파이더맨처럼 방사능에 노출된 신세도 아니며, 슈퍼맨처럼 외계 행성 출신의 초인은 더더욱 아니지만 여튼 슈퍼히어로가 되어보기로 했다.
영화 <킥애스>의 원작인 코믹스 <킥애스>는 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만화 주인공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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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사이사이에 나오는 조연이 아니라 브랜드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잡지가 있다. <매거진 B>는 브랜드를 한호에 하나씩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다. 19번째 책은 브랜드 툴레를 다룬다. 스웨덴 남부 출신 농부 에리크 툴린이 1942년 툴레라는 이름으로 어획용 도구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아웃도어 스포츠 장비를 차량에 실을 수 있는 아웃도어 캐리어 분야를 개척했다. 스웨덴 제품 특유의 견고함과 아웃도어 열풍, 그리고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도서] 브랜드가 주인공인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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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면 뉴스에서 드물게 등장하던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드물지 않게 등장하게 된 21세기. 사이코패스, 그러니까 반사회적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경계가 되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가’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정신병리학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사이먼 배런코언은 뇌 과학과 유전학, 발달 심리학 등 최신 과학을 동원하여 사이코패스를 비롯해 흔히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사람들의 뇌와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도서]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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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기반은 약하되 후대에 음악적 영향을 미친 인물, 대중에게 음악으로 위로와 소통을 선사한 인물, 세대의 언어를 대변한 뮤지션,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에 기수가 된 인물 등 우리 대중음악사에 기억되어야 할 이름들을 고르게 다루고 있다. ‘록으로 노래한 청춘의 메아리’ 산울림, ‘세상을 놀라게 한 보컬리스트’ 윤복희 등의 레전드 뮤지션들부터 아이돌 댄스그룹과 인디 밴드까지 고루 다룬다.
[도서] 대중음악사에 기억되어야 할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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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AERA> 편집부에서 경제 기사를 쓰는 오시카 야스아키는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있었던 2011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9개월간 125명에 이르는 관련자들을 취재해 <멜트다운>(부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을 써 제34회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한두명의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재앙을 만들어낸 정치가, 정부 관료, 도쿄전력, 전문가, 은행가들의 입을 통해 재구성하는 원전 사고다. 사고를 대비하는 안전장치들은 있었지만, 이런 식이다. “1호기를 운전 조작했던 직원 가운데 누구 하나 비상복수기를 실제로 작동시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것을 상상하고 안전을 기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판이었음이 매 순간 드러난다. 제1원전이 막아낼 수 있는 쓰나미 높이는 5.7m. 당시 들이닥친 쓰나미 높이는 약 30m. 당시 도쿄전력 회장은 도쿄전력의 노사 수뇌진과 언론인들이 참여한 방중단을 이끌고 있었는데, 쓰
[도서] 엘리트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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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도 싱글도 함께해요~
가을을 맞아 창경궁과 경복궁이 야간개장을 한다. 창경궁은 10월1일부터 10월13일까지(7일 제외), 경복궁은 10월16일부터 10월28일까지(22일 제외)이며 관람시간은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로 동일하다.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올해부터는 하루 최대 관람 인원이 제한된다고 하니 사전예매는 필수다. 예매는 옥션 티켓(ticket.auction.co.kr)에서 할 수 있다. 혹시 모른다. 창경궁에서 <우리 선희>의 선희를 만날 수 있을지도.
홍대에는 뭔가 특별한 책이 있다
제9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만인을 위한 인문학-책에는 사람이 산다’라는 주제로 10월1일부터 진행된다. 흔한 독서권장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치부하면 큰일난다. 아마 이토록 시끌벅적한 책읽기는 듣도 보도 못했을 터. 인문 난장 콘서트, 책문화벼룩시장 ‘와우책시장’ 등 10월1일부터 6일까지 인문학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놀거리들이 준비된다. 10월 첫날은
[culture highway] 커플도 싱글도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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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심야식당처럼 말이지. “마스터, 오늘 노래 한곡 부탁해요. 사표를 내고 왔거든.” 얼굴 길고 허리 길고 말수 적은 마스터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몇장의 음반을 눈앞에 늘어놓을 것이다. 아니지. “마스터, 바비빌의 <술박사> 들을 수 있어요?”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 없이 곡을 틀어준다, 그리고 내 앞에 맥주 한잔이 놓이는데…. 음식이 마음을 치유한다면 음악은 마음을 살게 한다.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책이 나왔다.
김중혁의 <모든 게 노래>는 그가 <씨네21>에 연재한 ‘김중혁의 No Music No Life’와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를 묶은 책이다. 매주 한 꼭지씩 초콜릿 상자를 탐하듯 야금야금 읽을 때와 사뭇 다른 맛을 내는 모둠이 되었다. 그의 칼럼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이 책을 받자마자 내가 알던 글들과 뭐가 다른가 눈에 횃불을 켜고 들여다봤는데 묶은 순서 덕인지 처음 읽는 듯 맛깔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같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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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등단 26년째를 맞는 구효서의 여덟 번째 소설집. 표제작 <별명의 달인>의 화자는 학창 시절 자신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었던 친구를 찾아간다. 주위 사람들의 내•외면적 특징을 놀랄 만큼 잘 찾아내어 ‘별명의 달인’이라 여겨진 옛 친구. 그를 만나 지난날을 회상하던 화자는, 옛 친구에게 별명 짓기란 재미가 아닌 공포와 고통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었음을 떠올린다. 이 소설을 비롯해 죽음에 대한 구효서의 사유를 만날 수 있는 단편집.
[도서] 공포와 고통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