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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전성시대
주목하라. 다시금 촌놈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하리니. 90년대의 감성에 시청자를 몰아넣었던 <응답하라> 시리즈가 돌아온다. 10월18일 밤 9시에 첫 방송되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다. 서인국과 정은지가 떠난 자리는 고아라, 정우, 유연석이 채운다. 이번엔 전국 팔도에서 올라온 청춘들의 서울 상경기다. <응답하라 1997>의 제작진이 다시 모여 만드는 1994년의 이야기는 또 어떤 신드롬을 낳게 될까.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우디 앨런 영화처럼
영화의 잔상 속에서 만끽하는 가을이라! 10월3일 연세대 백양홀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 콘서트>가 열린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O.S.T에 실린 곡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번 공연에는 O.S.T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테마곡을 연주한 프랑스 태생의 집시 재즈 기타리스트 스테판 렘벨이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내한할 예정이다. 보컬리스트 허
[culture highway] 촌놈들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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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새 책이 나오면 새 삶이 시작되네. 원하는 사람 누구한테나 자네의 일부분을 나눠주는 거니까, 아주 이타적인 순간이기도 하고.”
조엘 디케르의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면서 주인공인 작가가 책을 써나가는 과정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화자인 마커스 골드만은 데뷔 소설이 200만부가 팔리면서 문단의 총아 겸 유명인사가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곤경에 빠지게 된다. 작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 ‘라이터스 블록’(writer’s block)에 걸린 것이다. 거장이든 신인이든 가리지 않고 작가라면 누구에게나 한번씩 찾아온다는 라이터스 블록은 말 그대로 장애가 생긴 것처럼 글을 못 쓰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머릿속에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고 한 글자도 써내려갈 수가 없다. 지금까지 어떻게 글을 썼는지 스스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커스는 바로 이런 증세를 보이게 된다.
출판사와의 두 번째 책 계약에 따른 마감은 점점 다가오고 미칠 것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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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뷸러상, 휴고상을 수차례 수상한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소설. ‘보르코시건’ 시리즈 3권이다. 마일즈 보르코시건은 바라야 제국 황족이자 보르코시건 백작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이다. 그의 꿈은 가문의 전통에 따라 위대한 군인이 되어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군인이 되는 길의 첫 관문인 제국군 사관학교 입시에서 그는 그만 다리뼈가 부러져 불합격한다. 부디 시리즈 전권이 무사히 출간되기를.
[도서] 위대한 군인이 되어 나라에 충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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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를 쓴 위화의 장편소설. 양페이는 태어나면서 생모와 이별하고 철도 선로 인부였던 아버지에게 극적으로 구출되어 그의 아들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 양페이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나서 7일 동안 연옥에서 이승의 인연들을 만나 그동안의 앙금도 풀고 사랑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사회의 부조리마저 해학 넘치는 문장으로 그려내는 위화 특유의 이야기 솜씨는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도서] 이승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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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을 잇는 미국 최고의 유머작가라고 하는 제임스 서버의 대표작. 일가족이 부산스럽게 이런저런 사건에 말려든다. 가족이 주인공인 코미디를 잘 쓰는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경우는 에세이지만)를 떠올리게 되기도 하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뒤표지에 실린 미국 작가들의 극찬만큼 깔깔 웃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벤 스틸러가 감독하고 주연을 맡은 영화로 개봉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겠다.
[도서] 이런저런 사건에 말려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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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인 소설과 그로 인한 영화와 그 안에 깃든 음악까지 모두 흠잡을 데 없는 리듬으로 충만하다. 영화와 영화음악에 비해 너무나 읽어보기 힘들었던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이 출간되었다. 가능하다면, 현대 비올라 다 감바의 명장인 조르디 사발의 영화음악을 들으며 읽을 것. 파스칼 키냐르의 친구이기도 한 그는 소설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구현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의 모든 아침>은 비올라 다 감바의 거장 생트 콜롱브의 삶을 그린다. 비올라 다 감바의 소리로 울리는 생트 콜롱브의 곡은, CF음악에서부터 자동차 후진 벨소리, 전화 연결음, 현관 벨소리 등으로 들어온 클래식의 유명한 곡들과는 다르다. 듣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다. 또한 읽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이 바로 콜롱브의 그것이었다. 한 인간이 그가 다루는 악기와 하나가 된다면, 악기는 어떤 소리로 노래하고 울까? “그의 제자 가운데 하나인 콤 르 블랑은 그가 인간 목소리의 모든 굴곡
[도서] 문자가 음표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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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멘붕…
김병욱 사단이 tvN 일일 시트콤 <감자별 2013QR3>로 돌아온다. 꽃보다 할배 이순재가 이끄는 노씨 일가가 갑자기 지구에 떨어진 외계 행성 ‘감자별 2013QR3’ 때문에 멘붕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다룬다. 낯익은 얼굴들과 뉴페이스들간의 캐릭터 각축전에도 시동이 걸렸다. 특히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변신하는 여진구는 SNL의 신티브 잡스의 명성도 넘볼 기세다. 첫 방영은 9월23일 밤 9시15분.
우쿨렐레! 우크페페!
처음에는 크기가 작은 기타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우쿨렐레라는 이름의 악기였다. 우쿨렐레를 사랑하는 뮤지션과 동호인 그리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우크페페’라는 음악페스티벌을 연다. 한영애, 강산에, 이상은, 윤손하, 우쿨렐레 피크닉, 좋아서 하는 밴드, 미미시스터즈, 하와이, 타이, 호주의 우쿨렐레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9월28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고양 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에서 열린다.
[culture highway] 거침없이!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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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메테우스>에는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안드로이드 데이빗이 나온다. 인간 탑승자들이 우주선 프로메테우스호에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잠들어 있는 동안 데이빗은 모든 것을 돌본다. 마이클 파스빈더가 연기한 이 안드로이드는 매력적인 외모에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표현’하고 이해할 줄 알며 “요청받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데이빗의 탄생을 다룬 별개의 영상물이 제작되어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데, 데이빗을 ‘감성적’(emotional)이라고 소개한다. 그렇다고 프로메테우스호의 승무원이나 탑승객이 그를 인간처럼 대접하지는 않는다. 묘하게 각이 서 있는 말투와 행동 때문에 그가 인간이 아님을 수시로 인지하는 것일까? 아니, 오히려 데이빗이 인간처럼 행동할 때마다 혹은 인간처럼 질문을 던질 때마다 거리를 두려는 듯 데이빗에게 “너는 로봇, 나는 인간”임을 확인하는 말을 한다. 가끔은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렇다면 로봇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로봇도 섹스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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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자>를 생각하면 실비아 플라스의 집요하고도 단호했던 자살이 떠오른다. 그녀가 죽기 몇주 전 출간된 자전적 소설. 실비아 플라스는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여성주의 소설가로 가장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다. 히스 레저가 출연했던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깐깐한’ 여주인공이 들고 있던 하드커버 책이 <벨 자>였다는 사실도 이 책의 상징성을 알려준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과 일기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도서]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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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불노’ , 그러니까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를 열렬히 지지하는(드라마든 책이든 양쪽 다든!) 팬들에게 유일한 소원이 있다면 저 끝내주는 이야기꾼 조지 R. R. 마틴의 만수무강 아닐까(최소한 완결 전에는 절대 돌아가시면 안돼!). 기껏 등장인물에 애착을 갖게 만들어놓고 죽여버리는 이 매정한 작가의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5부 <드래곤과의 춤>이 3권으로 출간되었다. 책 두께만큼 시간과 책장을 비우시길.
[도서]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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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증이 있어 일본 밖으로는 못 나간다던 온다 리쿠였는데, 라틴아메리카에 다녀와 에세이를 냈다. <한낮의 달을 쫓다>를 비롯해 일본 곳곳을 여행하며 그곳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소설들을 쓴 작가답게 라틴아메리카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소설 다섯편을 써서 같이 실었다. 읽다보면 소설이 에세이 같고 에세이가 소설 같은 느낌이 드는 책. 과대망상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도서] 라틴아메리카에서 온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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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빈민가 연구에 선구적 구실을 한 사회학자들은 이제 주로 도시 변두리 주민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있다. 오늘날에는 소설가들조차도 대개 가난의 문제점이나 변화하는 세계의 현실하고는 거리가 먼, 중산층의 정신을 탐구하기에만 바쁘다.”
1961년에 출간된 멕시코 하층민 가족에 대한 르포르타주 <산체스네 아이들>의 책머리글은 지금이라고 뭐가 다를까 싶다. 자고로 돈을 많이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글이 더 잘 팔리기 마련일 테니. 시위대가 천막을 친 자리에 화단을 만들고, 달동네로 유명했던 동 이름을 개명하고, 노점이 있던 자리에 컨테이너를 놓는 서울에서는 이 책이 어떻게 읽힐까.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어느 시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또한 같을 수도 없다. 처음 사랑하게 된 남자에게 “정말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한번 자줘야 할 것 아니야?”라고 추궁당한 일을 회고하는 목소리는 귀에 익지만, 아들이 칼에 배를 찔려 죽은 날에조차 식당 일을 쉴 수 없었던 어
[도서] 피할 수 없는 가난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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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농담,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때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을 즐겨 들었던 팬들은 알고 있었다. 그가 실은 신동엽 뺨치는 음담패설의 대가라는 사실을. ‘감성변태’, ‘관음희열’ 같은 별명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의 엉큼한 개그본능을 확인하고 싶다면 9월7일부터 그가 고정출연할 예정인 <SNL 코리아> 시사 콩트 코너 ‘위켄드 업데이트’를 본방사수할 것. 요즘 매일같이 새벽에 문자로 아이디어를 날려 PD가 괴로울 지경이라니, 기대만발.
꽃보다 연극
여행으로 충전 완료. 할배들 이제 일상의 무대로 돌아왔다. H4의 맏형 이순재는 25년 만에 연출자로 나선다. 아서 밀러의 대표작 <시련>을 극화한 작품으로 마녀사냥을 모티브 삼아,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을 그린다(9월5일부터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귀염둥이 구야형 신구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 간암 말기로 죽음을 앞둔 아버지로 절절한 연기를 선사할 예정이
[culture highway] 야한 농담,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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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비르 사라일.’ 이스마일 카다레의 <꿈의 궁전>에 등장하는 이 국가기관은 독재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조직이다. 국민들의 수면과 꿈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철권통치를 하는 절대군주라고 하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자발적인’ 충성을 받고 있다는 환상을 원하는 법. 무의식의 무대인 꿈을 지배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수단이 있을 수 있을까. 타비르 사라일이 ‘위대한 제국의 최고 중추기관’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설은 주인공인 마르크 알렘이 이 기관에 말단 공무원으로 들어갔다가 마침내 최고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철저한 보안과 신비에 감싸인 그곳에서 알렘이 처음 근무하게 되는 부서는 ‘선별부’. 전국에서 수집된 수백만개의 꿈들 중에서 정치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꿈들을 솎아내는 곳이다. 술탄이 다스리는 제국의 방방곡곡에는 수많은 타비르 사라일의 분소가 있다. 사람들은 아침마다 분소에 찾아와서 내용을 구술한다. 필경사가 받아적은 꿈들은 중앙으로 보내지고 선별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모든 독재자들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