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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용도에 맞는 설탕을 선택하세요.” 어떤 광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홍차/쥬스음료에 레몬슈가, 꿀과 조청대체에 골든시럽. 어린아이 일곱이 커피슈가, 티슈가, 각설탕부터 간식용인 강정당까지 손에 쥐고 웃는 중이다. “아직도 부정외래품을 사용하세요?” 이렇게 시작하는 광고도 있다. 커픽스라는 인스턴트크림파우더(크리마라는 상표로 더 익숙한 그것)와 버터 광고다. 설탕과 소금, 흰쌀, MSG 등 ‘하얀 것’을 식탁에서 추방해야 건강하다는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다. <칠십년대 잡지광고>는 과거에 쿨했던 물건들의 전성기를 담고 있다. “온 가족이 애용하는 쌍방울표 메리야스” 같은 것 말이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인지라 분유회사는 “전국최우량아 탄생”을 축하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650쪽을 넘기는 이 묵직한 책에는 “읍니다”와 같은 옛 맞춤법도 있고, 한국 최초의 ‘인디비듀얼 패킹’을 자랑하는 데이트 아이스크림의 추억도 녹아 있다. 햇볕에 타지 않기 위해 선블록을 바
[도서] 옛날 광고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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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몽골을 알아?
만화 <한살이라도 어릴 때>는 세 만화 작가 김진, 낢, 필냉이가 함께 몽골 여행을 다녀와 만화로 그린 책이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함께 여행가자는 다짐은 친구들 사이에서 보기 드물지 않으나, 몽골에서의 화장실 문제(허허벌판에서 우산 세우고 볼일을 본다)로 곤란을 겪는 순간들이 배꼽을 잡게 한다. 낙타 탈 때 입은 옷에서 냄새가 너무 심해 핵폐기물처럼 봉인해놓은 일이라든가 멋져 보였던 호수가 날파리떼여서 곤란을 겪은 일을 읽고 있자면… 몽골, 묘하게 매력 있다?!
현대무용의 성지, 벨기에
벨기에가 자랑하는 현대무용단 피핑 톰(Peeping Tom)이 한국을 찾아 11월2일, 3일 LG아트센터에서 <반덴브란덴가 32번가> 공연을 갖는다. 고려장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1982)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 무용수까지 포함된 다국적의 무용수들은 스트라빈스키, 벨리니, 바흐, 핑크 플로
[culture highway] 니들이 몽골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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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는 무엇보다 연애소설이다. 실제로 소설 속 러브라인은 매우 전형적이다.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스타인 안나 카레니나는, 나이 차이는 좀 있지만 사회적 지위나 재력에서 부족함이 없는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 평온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기차역에서 우연히 젊고 잘생긴 군인 브론스키를 만난다. 두 사람은 미칠 듯한 사랑에 빠지고 남편의 눈을 피해 하루가 멀다하고 밀회를 갖는다. 안나가 브론스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나 말예요. 임신했어요”라고 고백하는 대목에 이르면 이 유명한 고전이 어떤 면에서는 얼마나 통속적인지 절감하게 된다. 아이를 낳은 뒤 안나는 남편을 떠나서 브론스키와 함께 산다. 그 뒤의 전개도 TV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막상 브론스키를 차지한 안나는 얼마 지나기도 전에 젊은 애인이 변심할까봐 조바심을 친다. 남편을 버렸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한 상태에서 믿었던 브론스키마저 밖으로 돌기 시작하자 절망에 빠진 안나는 결국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브론스키는 나쁜 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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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엔 사고 말 거야
‘담달폰’이었던 아이폰5s와 5c가 ‘이달폰‘이 됐다. 1차 출시국이 아니었던 한국이 2차 출시국에 포함되어 10월25일부터 정식판매를 시작한다. 아이폰5s는 64비트 A7칩과 M7 보조프로세서를 채택하여 배터리 소모만 빼고 모든 것이 아이폰5보다 빨라졌다. 10일 출시된 삼성의 갤럭시 라운드와 더불어 10월 말에는 구글의 넥서스5까지 출시될 예정이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열띤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물론 약정의 노예가 아닌 분들에게만 희소식이다.
바흐의 선율에 젖은 날에는~
4년 전엔 독창적으로 해석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2년 전엔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피아노곡으로 국내 청중을 매료시킨 바 있는 마르틴 슈타트펠트가 세 번째로 한국 땅을 밟는다. 슈타트펠트가 이번에 준비한 레퍼토리는 바흐 건반음악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을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이다. 바흐를 해석하는 데 있어 근래 가장 비범한 음악가로 평가받는 슈타트펠
[culture highway] 이달엔 사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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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기자의 연애가 깨진 사연을 알리기 위해서 기자회견이 예고되고, 검찰총장에게 혼외 자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11살짜리 아이에게 유전자 검사에 응하라고 윽박지르는 대한민국에 진정한 의미의 사생활이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사정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카트린 밀레의 책을 들고 나올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유명 미술잡지 편집장이 쓴 이 책은 저자 스스로의 성적인 경험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멀리는 사드 후작이 쓴 <소돔의 120일>에서부터,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폴린 레아주의 <O 이야기>, 그리고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에 이르기까지 사춘기 소년들을 잠 못 들게 한 수많은 ‘야한 책’들의 계보에서도 이 책은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앞의 책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상상의 산물이라면 카트린 밀레는 자기 얘기를 썼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의 성기를 빠는 것을 좋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사생활을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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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대중음악사를 기타리스트를 중심으로 다시 정립했다. 장고 라인하르트와 로버트 존슨 등 기타계의 레전드에서 시작해 티본 워커, 머디 워터스, 레스 폴, 비비 킹 등 초기 거장들과 지미 헨드릭스,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턴, 에드워드 반 헤일런 등 70, 80년대 기타 영웅들을 거쳐, 조니 그린우드, 잭 화이트, 매튜 벨라미, 존 메이어 등 21세기 신성에 이르기까지 105명 기타리스트들의 삶과 음악을 통해 대중음악의 역사를 조명했다.
[도서] 105명의 기타리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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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를 재구성해 만화로 펴냈다. 재구성이 필요했던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9.11과 그 이후의 현실 인식에서 시작해, <미국 민중사>가 그랬듯 운디드니에서의 인디언 학살, 미국-에스파냐 전쟁 등 미국 역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참정권을 쟁취한 여성들, 정부가 은폐하려던 베트남전의 진실을 담은 기밀문서를 몰래 빼내와 언론에 공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도서] 쉽게 보는 미국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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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따라 그린다”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탄생한 워크북. 매리언 듀카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앤디 워홀까지, 열두명의 위대한 예술가들과 이들의 창작 기법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기법을 바탕으로 어떻게 그림 그리기를 배울 수 있는지 알려준다. 짧게 읽는 미술사인 동시에 그림 그리기 교재이기도 한 셈. 그림 그리기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책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하나의 스케치북이기도 하다.
[도서] 그림을 어떻게 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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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영화 마니아가 있다. 그들은 어떤 사람 눈에는 4차원이거나 별종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사람 눈에는 악당이거나 비정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호러영화를 좋아한다면, 멜로드라마나 사극, 혹은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 아니면 SF나 필름누아르, 혹은 갱스터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저급한 취향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나 호러영화야말로 장르영화가 가진 반복과 일탈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적합한 장르다. 그래서 호러영화는 열혈 마니아 장르가 되었다. 장르 규칙의 반복과 위반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서 환호하고 경탄하는 영화보기의 방식, 이것이 호러 마니아들이 향유하는 즐거움이다.
마니아만의 것이었던 호러영화를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에 정신분석학이 영화비평에 유입되면서부터고, 장르가 동시대 대중과 호흡하며 시대의 취향과 욕망,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을 읽어내는 데 적절한 것임을 보여주는 뚜렷한 지표로서 호러영화는 활용되어왔다. 호러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안을 보여주는 거울이
[도서] 부들부들 골라 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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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소년들
여전히 풋풋하기만 한 소년들, 샤이니가 5집 미니앨범으로 컴백한다. 이번에는 ‘트럼프 카드’ 컨셉이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젠더 크로스 버전처럼 보이는 티저들이 예사롭지 않다. 6일, 삼성동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샤이니 컴백 스페셜 인 강남 한류 페스티벌’ 무대는 유튜브로도 전세계에 생중계된다. 앨범은 10월14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말없이 기다릴게요
루시드폴의 새 노래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11월 6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6집 발매 콘서트 <꽃은 말이 없다.>는 2011년 5집 이후 2년 만에 세상에 나올 그의 노래들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공연을 위해서 올림픽공원 K-아트홀은 개관 이후 처음으로 관객석 중앙에 미니 아레나 무대를 설치했다. 깊은 가을날을 닮은 그의 노래들은 지금도 조금씩 정성스레 빚어지고 있다.
네이마르와 헐크를 코앞에서!
삼바 군단이 온다!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국가대표 평가전
[culture highway] 이상한 나라의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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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가 왜 만화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소년, 데이브 리쥬스키는 만화의 주인공이 되기로 했다. 그는 학교에서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왕따도 아니었고, 개그맨이나 천재 과도 아닌, 그냥 존재만 하는 학생이었다. 어머니는 열네살 때 잃었지만 암살이 아니라 동맥류. 아빠는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에 다른 여자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아들을 키웠다. 매일 밤 똑같은 식사, 대화의 주제는 “존재하지 않는 나의 미래”. 그래서 소년은 말한다. “그러니 내가 왜 만화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만화책이 해방구, 탈출구라면 그것을 일상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그러니 소년은 슈퍼히어로가 되기로 한다. 배트맨처럼 부모의 복수를 꿈꾸는 억만장자가 아니고, 스파이더맨처럼 방사능에 노출된 신세도 아니며, 슈퍼맨처럼 외계 행성 출신의 초인은 더더욱 아니지만 여튼 슈퍼히어로가 되어보기로 했다.
영화 <킥애스>의 원작인 코믹스 <킥애스>는 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만화 주인공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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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사이사이에 나오는 조연이 아니라 브랜드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잡지가 있다. <매거진 B>는 브랜드를 한호에 하나씩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다. 19번째 책은 브랜드 툴레를 다룬다. 스웨덴 남부 출신 농부 에리크 툴린이 1942년 툴레라는 이름으로 어획용 도구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아웃도어 스포츠 장비를 차량에 실을 수 있는 아웃도어 캐리어 분야를 개척했다. 스웨덴 제품 특유의 견고함과 아웃도어 열풍, 그리고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도서] 브랜드가 주인공인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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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면 뉴스에서 드물게 등장하던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드물지 않게 등장하게 된 21세기. 사이코패스, 그러니까 반사회적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경계가 되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가’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정신병리학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사이먼 배런코언은 뇌 과학과 유전학, 발달 심리학 등 최신 과학을 동원하여 사이코패스를 비롯해 흔히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사람들의 뇌와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도서]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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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기반은 약하되 후대에 음악적 영향을 미친 인물, 대중에게 음악으로 위로와 소통을 선사한 인물, 세대의 언어를 대변한 뮤지션,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에 기수가 된 인물 등 우리 대중음악사에 기억되어야 할 이름들을 고르게 다루고 있다. ‘록으로 노래한 청춘의 메아리’ 산울림, ‘세상을 놀라게 한 보컬리스트’ 윤복희 등의 레전드 뮤지션들부터 아이돌 댄스그룹과 인디 밴드까지 고루 다룬다.
[도서] 대중음악사에 기억되어야 할 이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