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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소설이 완벽한 영화로 만들어진 드문 경우 중 하나가 바로 <L.A. 컨피덴셜>일 것이다. 절판되어 입소문으로만 돌던 책이 새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1951년부터 1958년을 배경으로 LA경찰국에 근무하는 웬들 화이트, 에드먼드 엑슬리, 잭 빈센즈라는 세 형사의 이야기를 통해 1950년대 LA의 복잡한 시대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678쪽에 달하는 이 책 한권이면 아무리 긴 비행이나 철도 여행도 겁나지 않을 듯.
[도서] 1950년대 LA의 복잡한 시대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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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서 나만의 방식으로 스케치를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참고할 만한 책이 두권 나란히 출간되었다. 미대 시절 우연히 떠난 긴 여행에서 즐겁게 그리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인터넷 동호회 ‘미술과사람들’을 만들어 활동 중인 오은정의 <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 그리고 그래픽노블 <혜성을 닮은 방> <카페 림보>의 작가 김한민의 <그림 여행을 권함>이다. 그림 보는 재미만큼이나 글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도서] 즐겁게 그리는 것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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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에세이가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읽지 않아도 되겠지 생각해놓고는 맥주 마시며 땅콩 안주 먹듯 홀짝홀짝 우드득우드득 어느새 한권을 다 끝내버리곤 한다. 뭘 읽었지 생각해보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나중에 “아! 이런 얘기가 있었지” 하고 책을 찾아보면 그 책이 아니라 다른 책에 실린 에피소드다. 이봐요 하루키 선생, 혹시 집에서 에피소드 재활용기계 같은 걸 쓰고 계십니까? 약간 과장하면 그의 에세이집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가 한번이라도 언급되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이렇게까지 투덜대놓고 어느새 다 읽어버린 책이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다. 일본에서 예약판매만으로 50만부가 나갔다는 그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를 기다리는 독자라면 놓치기 아까울 책이다. 일본의 여성지 <앙앙>에 연재한 글을 묶은 이 책(‘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는 이전에 한국에 선보인 적이 있지만 빠진 글이 많았다. 이번에는 3권 모두 전체 번역
[도서] 언제나의 하루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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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이 제일 잘나가?
CL이 2NE1의 ‘완전체’가 아닌 솔로로 출사표를 던진다. 첫 솔로곡 제목부터 <나쁜 기집애>라니. 스물셋의 강심장 소녀가 이효리의 <BAD GIRLS>에 대적할 만한 ‘배드 걸’이 될 수 있을까. YG엔터테인먼트는 티저를 통한 미리 보기도 허락하지 않을 예정이다. 음원과 뮤직비디오 모두 5월28일 공개된다.
전쟁의 기억, 치유의 하모니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6월22일 오후 6시 철원의 옛 노동당사 앞에서 ‘철원 DMZ 평화음악회’가 펼쳐진다. 영국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 크리스토퍼 워렌그린의 지휘 아래 KBS교향악단이 평화의 하모니를 들려줄 예정. 바이올린의 줄리안 라클린, 첼로의 린 하렐과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연주도 들을 수 있다. 다음날인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앙코르 공연도 열린다.
드디어 이승열 4집
봄이 끝나도 낭만은 지지 않는다. 아니, 1번 트랙부터 들어보니 낭만이 아니라 여름밤의 몽환에 다름 아니다
[culture highway] CL이 제일 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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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인>의 최종회가 끝난 직후부터 새벽 3시가 다 되도록 지인과 카카오톡으로 “이럴 수는 없다, 이게 말이 되는가” 하는 요지의 대화를 나누었다. 향을 태우면 3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나인>에서 과거에 갇힌 주인공은 살았나 죽었나? 마지막의 선우는 성장한 선우인가, 안 죽은 선우인가, 미래에서 온 선우인가? 설정을 이리저리 맞추다 지친 나머지, 하나를 맞추면 다른 하나가 어그러지는 퍼즐을 퍼즐이라고 불러도 무방한가, 작가를 잡고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론은 이랬다. <여름으로 가는 문>처럼 말끔히 정리되는 게 아니면 곤란하다고. 그래서 다시 읽었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은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와 더불어 ‘끝내주는’ 시간여행물이자 러브 스토리다. 주인공 댄은 천재 엔지니어다. 그는 가사도우미 로봇을 만들어 성공을 거두지만 자신의 약혼녀 벨과 동업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우리, 미래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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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블로그에서 싸움이 붙은 일이 있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극존칭에 대한 투덜거림이 시작이었다. 이 책에도 그런 대목이 있다. 요즘 화두가 된 이슈다. 바로 갑님의 횡포에 대한 것. “손님, 카푸치노 나오십니다”라는 괴이한 문장이 왜 횡행하는가. 각 장의 제목을 이어붙이면 요즘 밥벌어먹는다는 일의 어려움이 드러난다. 게임의 규칙은 당신 편이 아니고, 이익은 위로 위험은 아래로 쏠린다. 무엇보다, 당신을 위한 멋진 신세계는 없다.
[도서] 밥 벌어먹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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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종기의 산문집. 어린 나이 피난을 갔던 마산에서의 추억에서부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던 추억, 일상의 나날들,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이 쓴 시를 옮겨적고 그에 관련한 심상을 펼쳐 보이는 일도 있으니, 그의 시에 대한 코멘터리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갈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의사로 살았던 시간에 대한 기록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달라지는 세상에 대한 나이든 현자의 생각을 읽어가는 기분.
[도서] 마종기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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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답을 찾지 못한 질문으로 가득한 생을 산다. 조앤 치티스터 수녀가 쓴 <무엇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가>는 ‘힌두교―지혜’, ‘불교―깨달음’, ‘유대교―공동체’, ‘그리스도교―사랑’, ‘이슬람교―복종’이라는 5가지 영적 전통별 대표 키워드와 그 주제에 해당하는 삶의 보편적인 질문들에 답한다. 왜 나는 바뀔 수 없는가? 어떻게 내가 할 일을 알까?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가? 정답지가 아니라, 어떻게 질문을 마주하는가를 배울 수 있는 지혜의 책.
[도서] 지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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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은퇴한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이 쓴 음악 에세이. 한평생 피아니스트로 살았던 브렌델의 <피아노를 듣는 시간>에서 음악은 관념이나 느낌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에게 음악은 백건과 흑건으로 이루어진 피아노와 악보에 그려진 무수한 음표와 기호들이 상징하는 가능성과 때로는 지금은 많이 연주되지 않는 고음악 악기들이 갖는 여린 선율 속에서 더 잘 숨쉴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은 20세기의 작곡가(라벨, 드뷔시, 메시앙, 리게티 등)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브렌델 자신이 어디까지나 칸타빌레에 근거한 시대의 곡들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문학을 나의 두 번째 업이라 여기는 까닭에 최대한 간단하게 표현하되,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게는 쓰지 않도록 스스로를 부추겼답니다. 완전함을 추구하지 않으며 내가 좋아하는 함축, 불완전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지요.” 브렌델에게는 연주만큼이나 글을 쓴다는 행위가 음악적인 일인 듯 보인다. 피아노치듯
[도서] 음악의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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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진행 중
신화를 만들어가는 남자들. 한정판으로 발매된 신화 정규 11집 ≪THE CLASSIC≫ 4만장은 매진되었다. 하지만 일반판은 여전히 예약구매가 가능하다. 최장수 아이돌그룹 신화가 갖는 폭발력을 짐작할 수 있는 한정판 매진과 예능 프로그램 승승장구. ≪This Love≫를 들은 사람이라면 11집의 색깔을 미리 점칠 수 있을 것이다.
장르문학, e북으로 헤쳐 모여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 다양한 종류의 장르문학 전용 e북 서비스인 셀바스북스(Selvas Books)가 5월15일 출시됐다. 출시 하루 만에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니, 그 엄청난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작가와 독자가 함께 장르소설을 만드는 ‘그룹노블’ 시스템이 흥미롭다. 작가의 이야기와 세계관에 독자들이 피드백을 더해 차후의 이야기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과연 IT 시대에 걸맞은 인터랙티브한 e북이 아닐 수 없다.
과학? 가구는 디자인!
디자인 가구라고 해서 아방가르
[culture highway] 신화는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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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낸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죽이는 것은 너무 가벼운 벌일 것이다.” 앞부분에 인용된, 누구나 들으면 가볍게 웃고 넘어갈 마크 트웨인의 저 말처럼,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의 시작은 잔잔하다.
주인공 부부는 로맨스 소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쿨한 뉴욕 커플이다. 남편 닉은 1990년대 말 잡지계가 영광의 순간을 보낼 때 기자가 된다. 아내 에이미의 인생은 좀더 소설적이다. 그녀의 부모는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청소년용 시리즈물을 쓰는 작가 부부다. 누구나 어린 시절 이 시리즈를 읽으며 자라고, 에이미는 그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산다. 자신감 넘치는 남자와 부유한 부모를 둔 아름다운 여자의 만남. 두 사람은 <어메이징 에이미의 결혼식 날>이 출간된 직후 결혼한다.
물론 그들의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뜻하지 않은 인터넷의 발흥으로 닉은 직장생활 11년 만에 실직한다. 에이미의 처지도 나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올해 최고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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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아버지> 등에 출연해 친근한 코미디 배우이자 유명한 미술수집가인 스티브 마틴이 쓴 장편소설. 미술품을 경매하는 소더비와 첼시의 갤러리 거리 등 뉴욕 아트마켓을 배경으로 여성 아트 딜러 레이시 예거의 이야기를 그렸다. “20세기 미국 미술시장을 반추하는 책 열권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추천사처럼, 현대 미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의 상품성을 획득하고 그 가치를 불려가는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도서] 20세기 미국의 미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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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의해 <악마의 씨>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소설 <로즈메리의 아기>의 후속편. 이 이야기에 어떤 뒷이야기가 가능할까? 로즈메리는 30여년의 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실제로 소설도 전작이 출간된 지 30년 만인 1997년에 발표되었다). 사악한 자들의 손에 넘어갔을 아들은 놀랍게도 정의를 구현한 지도자로 성장해 있다. 전작에서 암시된 음울한 분위기가 세기말 뉴욕으로 이어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서] 정의를 구현한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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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아버지가 20년 전에 남기고 떠난 스크랩북을 펼친다. 보수적인 목사 아버지와 진보 성향의 기자 아들(<씨네21>과 <한겨레21> 편집장을 지낸 고경태)이 <동아일보> 백지 광고부터 5월 광주, 중공 여객기 피랍을 비롯한 사건들을 바라본다. 여기에는 <고바우 영감> <두꺼비> 같은 네컷 만화도 있고, 당시로는 드물었던 컬러사진으로 실린 육영수 여사의 장례 사진, 수시로 등장하는 밑줄긋기와 메모가 있다. 아주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도서] 아주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