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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편집자이자 교수라는 앤 트루벡이 작가들의 집을 방문하고 쓴 에세이. 진지함보다는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데, 이렇게 지적하는 식이다. “집이야말로 문학적 관음증, 숭배 혹은 더 거칠게 말하자면, 문학 포르노와 엮이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이탈리아 아레초 마을은 페트라르카가 태어난 집을 생가로 보존했지만, 페트라르카는 거기에 산 적도 없었고 생전에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도서] 진지함보다는 유머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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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우형, 조명 임재영, 편집 김상범 등 기술을 미학으로 끌어올린 여덟명의 영화 예술가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씨네21> 주성철 기자가 인터뷰를 하고 글을 썼는데, 이들이 어떤 성장기를 통해 지금의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일을 시작했는지,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에서는 어떻게 작업했는지 등 뒷이야기를 폭넓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필독서가 될 듯하다.
[도서] 여덟명의 영화 예술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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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세 아버지를 꼽는다면 에디슨, 베토벤 그리고 플로베르일 겁니다! 에디슨은 초기 영화의 모든 기술적 천재성을 대표합니다. 영화의 물질적/기계적/화학적 성질을 발명한 사람들 말이죠. 하지만 그보다 약 50년 앞서 플로베르 같은 작가들은 사실주의라는 개념을 발명했죠. 한편 플로베르보다 30년 전에 베토벤 같은 작곡가들은 강약법을 개발했습니다. 관현악의 구조를 과격하게 확장/압축/변형함으로써 커다란 감정적 힘과 울림을 뽑아낸 거죠.”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이 남자는 <대부> 3부작, <지옥의 묵시록>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에서 필름과 사운드의 편집을 맡아 아카데미상을 세번이나 받은 월터 머치다.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편집하는 과정을 보게 된 원작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작가 마이클 온다치는 영화제작의 실제 과정에 흥미를 느끼고 월터 머치와 긴 인터뷰를 나누어 책을 펴냈다. <월터 머치와의 대화>(부제는 ‘영화
[도서] <대부>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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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2014 브라질월드컵
지금 브라질은 벌써부터 월드컵 열기로 가득하다. 각 대륙 축구 챔피언끼리 맞붙는 컨페더레이션컵 2013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6월15일 브라질 대 일본의 시합으로 시작한 대회는 6월20일 현재 반환점을 막 돌고 있다. 내년 월드컵 우승컵의 주인을 예상할 수 있는 기회다.
셰어의 세상!
세상에 46살이라고 해도 쇼킹할 판국에 46년생이라니. 이쪽이야 놀라거나 말거나, 언니가 화려하게 귀환했다. <Woman’s World> 뮤직비디오를 보면 애창곡을 틀어놓은 노래방 기계 앞에 있는 듯, 입을 벙긋거리며 금세 따라부르게 되는 뮤직비디오 구성과 착착 감기는 멜로디가 인상적. 셰어의 목소리 역시 그대로인데, 어쩌면 이 오랫동안 숙성된 듯 허스키한 목소리는 애초에 나이와 관계없는 강렬한 운명이었는지도.
앨범 표지부터 파격이야
노엘 갤러거가 빠지고 오아시스의 나머지 멤버들이 뭉쳐 만든 그룹 비디 아이(Beady Eye)의 두 번째 앨범
[culture highway] 미리 보는 2014 브라질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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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본 어떤 분이 “오, 제목 죽이는데. 정곡을 찌르는군”이라고 감탄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대세를 보고도 공작원이라고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라니. 물론 필립 로스가 한국을 배경으로 이 책을 쓴 것은 아니지만(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는 한다. “트루만이… 한국에 쳐들어가 이승만이라는 파시스트를 지원하겠다고…”), 매카시즘이 휩쓸던 1950년대의 미국사회는 현시점의 대한민국을 생각나게 한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주인공 아이라 린골드는 노동자로 일하면서 공산당에 가입한다. 큰 키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그는 우연히 연극에서 링컨 역을 맡게 되는데 연설문을 암송하는 그의 대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결국 그는 ‘강철의 린골드’라는 뜻의 ‘아이언 린’이라는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빨갱이와 결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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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안녕을>로 최우수 사립탐정소설 신인상을 수상했던 때 법적 음주 가능 나이인 만 21살 미만이었던 마이클 코리타(이제 겨우 서른살이다)의 <밤을 탐하다>가 출간되었다. ‘사립탐정 링컨 페리’ 시리즈가 아닌 독립 장편이기 때문에 마이클 코리타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연방보안관이면서 살인청부업자로 살았던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남자가 아버지를 배신한 자에게 복수를 꿈꾼다.
[도서] 마이클 코리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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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에서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 선집 <크눌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로스할데>의 3권이 추가로 출간되었다. 독일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스무살 언저리의 고뇌하는 청춘들에게,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세계와 개인, 욕망과 예술을 고민하게 했던 헤세의 책들을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같은 유명한 책들 말고도 새 번역으로 고루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유리알 유희>까지 6월 중 11권 완간 예정.
[도서] 새 번역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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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적일 것, 언제나 화제를 마련해 다닐 것, 유머러스할 것을 요구받는 세상에서 내성적인 성격대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기가 타인과 어울리기보다 편하고 즐거운 이들을 위한 처방전인데, 불편한 파티를 거절하지 못해 괴로웠다거나, 잡담을 하고 나면 되레 피곤해져서 어쩔 줄 모른 적이 있다거나, 외향적인 척하려고 술을 계속 마신 적이 있다거나 하는 이들에 게 도움이 될 조언들이 있다.
[도서] 혼자가 편한 이들을 위한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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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 첫장의 주인공은 시력 검사판 맨 아래줄의 깨알 같은 글자 하나하나까지 알아보는 데도 악보를 읽을 수 없게 되어버린 피아니스트 릴리언이다. 시각실인증이다. 컬럼비아대 신경정신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인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는 일은 종종 편견을 깨는 과정이다. 그의 환자들은 가끔은 ‘꾀병’이라고 불리는 상태다. 색스의 유명한 저서 중 하나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P선생은 릴리언보다 증세가 더 심하다. 처음 증상이 나타난 뒤 3년도 되지 않아 시각장애뿐 아니라 촉각인지장애까지 나타났고, 급기야 모자인 줄 알고 아내의 머리를 잡는 일까지 생겼다. 색스는 이런 특이병으로 고생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수집하고 나아가 그들의 삶의 스토리를 완성해주는 의사이자 작가다. 그가 전에 쓴 책을 읽고 그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이 그의 새로운 환자가 되어 다음 책의 주인공이 되는 식이다. 소식을 하면 몇년을 더 살 수 있다거나, 긍정적 사고방식이 암 치료에 도움이
[도서] 디어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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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봤나, 맘모스 수영장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맘모스 수영장’이 재탄생한다. 맘모스 수영장은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의 야외수영장 리버파크의 초창기 이름. 과거의 명칭을 소환한 만큼 수영장의 컨셉도 팝아트를 접목한 ‘레트로’다. 6월22일부터 9월 1일까지 개장하는 워커힐 야외수영장은 풀장과 더불어 온천욕과 삼림욕 시설도 완비해, 호텔을 찾는 이들의 힐링을 도울 예정이다.
<카우보이 비밥> <장고: 분노의 추적자> 블루레이 한정판 출시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 TV시리즈 15주년 기념 스틸북 케이스 한정판이 블루레이로 출시된다. 감독 코멘터리를 비롯해 우리말 더빙 버전까지 수록되어 있다. 6월21일에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블루레이 한정판 스틸북도 출시된다. 영화 제작 다큐멘터리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9.11을 겪은 미국 청
[culture highway] 들어는 봤나, 맘모스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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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을 보고 있으면, 내게 필요한(그런데 아직 사지 않은)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게 된다. 어떻게 저 물건이 없이 지금까지 살았을까? 물광 메이크업을 완성하는 쿠션 파운데이션, 장마철에 딱인 젤리 슈즈, 각얼음으로 쉽게 빙수를 만드는 빙수기에 아무 컵에나 랩을 대고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밀봉되는 매직랩, 와이어가 없는 속옷과 천연 아이스크림 제조기…. 그렇게 홈쇼핑의 ‘오늘 이 구성 마지막’에 현혹되어 내 생활을 개선시킨 결과는 60년대의 산아제한 구호와 같다. 무턱대고 사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이런 내게 천금 같은 한마디가 있었으니,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없어도 어떻게든 된다.” 정리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의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은 베스트셀러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실천편이다.
곤도 마리에식 정리 기술의 핵심은 ‘설레지 않는 물건은 처분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만져보고 설레면 두고 설레지 않으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정리하면 복이 온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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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미학 산책>의 정민이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독서법을 묶었다. 배울 만한 독서법만큼이나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가 가득하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종이책을 들고 있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살펴 읽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는 우화나 글을 인간에 적용시킬 때 병법은 어떻게 풀이되는가에 대한 이야기 등이 그렇다. 한편으로는 책이 귀하던 시대에 문장부호 하나까지 아껴 읽고 마음에 담던 시대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도서] 공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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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상태가 이상해졌다. 기타무라 모리는 그렇게 표현했다. 서른아홉까지는 완벽해 보였던 인생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공황발작으로 완벽하게 무너져내렸으니까. 퇴직하고 집에 왔더니 아내와는 대화랄 게 없는 데다 아들은 그를 무시했다. 결국 아내에게 천만원을 달라고 부탁한다. 아들과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다. 가족을 찾기 위해, 그 자신을 찾기 위해. 공황장애를 이겨내기 위한 그의 발버둥만큼이나 아내의 말없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눈물겹다.
[도서] 공황장애를 이겨내기 위한 발버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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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된 뒤(전 제목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중고책 사이트에서 3만원에서 3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는 책이 재출간되었다. 저자가 제목 그대로 가난을 우아하게 돌파하는 내용을 적었다. 저자는 부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난하게 살면서 책에 쓴 내용을 터득했다. 블로그와 SNS를 통해 부유한 삶을 엿보는 일이 쉬워진 사회에도 이 책의 가르침이 도움이 될까? 쓸모는 둘째치더라도, 유머가 발군이다.
[도서] 가난을 우아하게 돌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