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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그림 중에는 공중에 떠 있는 남녀를 그린 그림이 꽤 있다. 특히 사랑에 빠진 이들의 고양된 마음이 붕 뜬 발을 통해 표현되곤 한다. 이연식은 샤갈이 결혼을 앞두고 그리기 시작한 <생일>에서 사랑에 빠진 남녀의 설레고 들뜬 마음을 포착한다. 하지만 낭만과 경악의 경계는 아주 옅다. 모로의 <춤추는 살로메>에서 살로메가 가리키는 쪽에 붕 떠 있는 세례 요한의 빛나는 목은 그저 오싹할 뿐이다. 많은 회화작품 속 관능과 환상을 에세이로 풀어낸 책.
[도서] 회화 속 관능과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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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상, 네뷸러상, 디트머상, 로커스상 등 SF소설에 주어지는 상을 휩쓴 레리 니븐의 책들이 소개된다. <플랫랜더>는 근미래 지구를 무대로 활약하는 형사 길을 주인공으로 한 중/단편집. 탐정이 주인공인 작품답게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들인데, 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대신 염동력과 에스퍼라는 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이 DNA 복제부터 두뇌 이식, 냉동 회생과 관련된 사건들을 추적한다. 레리 니븐의 대표작 <링월드>도 출간될 예정이다.
[도서] 미래의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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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더> <행복한 집구경> <셸터>를 쓴 목수이자 작가이자 출판인인 로이드 칸이 전세계 아주 작은 주택 250여채를 소개하는 책이다. 여기에는 일본의 캡슐 호텔이나 나무 위의 집 같은 공간부터 각양각색의 트레일러 하우스, 노새가 끄는 집 등 14평 이하의 초소형 주택이 등장한다. 단순히 작은 집이라기보다는 직접 만들고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유목민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많은 이동형 주택이 등장해 특히 흥미롭다.
[도서] 작은 주택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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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름이 말녀 혹은 말자라면, 그 집에는 딸이 많고 막내가 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이름이 드물어졌다. 아들을 간절히 원하는 딸부잣집이 없어져서일까? 그렇지 않다. 태아 성감별을 통해 딸아이를 뱃속에서 가려내 죽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라 비슨달의 <남성 과잉 사회>는 한국인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을 초음파를 이용한 태아 성감별과 그로 인한 성비 불균형에 대한 책이다. 그렇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이언스>의 베이징 주재 특파원으로 일하는 마라 비슨달은 이러한 식으로 성비 불균형을 보이는 나라들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고도성장을 겪은 국가 중 태아 성감별이 가능할 정도까지 의료체계가 자리를 잡은 곳으로, 낙태율이 높다(중국, 베트남, 한국 모두 해당). 무엇보다도 이런 나라들은 출산율이 최근 급속하게 떨어졌다. 도시에 살고 교육을 잘 받은 사회 계층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리고 부유층을 중산
[도서] 딸, 아들 구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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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의 귀환
이효리가 돌아온다. 3년 만이다. 5월2일 발표한 자작곡 <미스코리아>의 티저만 봐도 이효리가 왜 이효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흑백TV 속에서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걸’임을 태연하게 노래하는 그녀. 그녀에게 우리는 또다시 유혹당할 준비가 돼 있다. 나머지 곡과 뮤직비디오는 6일에 공개된다.
올 댓 재즈
재즈 피아니스트 램지 루이스,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보컬 필립 베일리, 데미안 라이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바우터 하멜…. 재즈 팬들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될 이름들이 한 무대에서 만난다. ‘서울재즈페스티벌 2013’이 5월17일부터 18일까지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 체조경기장 등에서 열린다. 최백호와 박주원, 10cm와 라 벤타나 등 국내 뮤지션들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도 이번 행사의 관전 포인트다.
Dance is Life, Life is Dance
현대무용? 어렵지 않아요~. 제32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가 ‘
[culture highway] 미스코리아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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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정말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 땅에는 어떤 이야기가 남을까. 두권의 책이 대비되며 떠오른다. 중국 출신 미국 작가 하진의 <전쟁 쓰레기>와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
서점에서 우연히 <전쟁 쓰레기>를 집어든 독자라면 서문만 읽고도 아연 흥미를 느낄 것이다. 하진은 중국에서 군 생활을 한 경험이 있고, 이 책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힌 중국 군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반공서적에서나 봤던 ‘중공군’- 희미한 피리소리와 함께 안개 너머로 나타나 한손에는 술병을, 다른 손에는 방망이 수류탄을 든 채 끝도 없이 밀고 내려오는 유령 같은 존재- 들이 비로소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죽는 걸 무서워하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내려고 안달을 한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고 나면 큰 울림이 남지는 않는다. 당시 한국의 생활상은 물론 모슬포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의 평균 연령까지 정확히 파악한 작가의 취재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우리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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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시티즌 빈스>로 에드거상을 수상했던 미국 작가 제스 월터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의 올해의 주목할 책에 선정되고 ‘반스 앤드 노블’과 ‘아마존’의 올해의 최고도서에 선정됐다. 이탈리아 리구리아 해안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 포르토 베르고냐. 이곳의 작은 호텔에 죽음을 앞둔 여배우가 찾아온다. 50여년의 시간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환상적이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도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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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논객’으로 주목받았던 한윤형이 이제 20대를 벗어났다. 하지만 그의 또래들, 후배들에게 달라진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그는 20대의 문제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그들의 부모 세대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적나라하게 요약한다면 ‘집값’은 높이고 ‘사람값’은 낮추는 체제를 운용해온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 체제를 지지해왔던 중산층 자신들의 자녀조차 월급으론 독립을 꿈꾸지 못하게 된 ‘멋진 신세계’다.”
[도서]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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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있게, 능청맞게 이야기를 풀어갈 줄 아는 이기호의 새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키득거릴 준비를 하고 맞이해야 하는 책인데, 이번에도 그의 감각은 여전하다. 제1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을 비롯한 여덟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과 같은 제목짓기로 읽는 이를 유혹하는 기술 역시 여전한 듯하다.
[도서] 제목으로 유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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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와 호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미스터리에서는 사건의 해결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역할을 하는 일이 많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소설 속에서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지만 이야기 속 탐정(역할의 인물)과 책 밖 독자는 그 죽음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을 얻고, 나아가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는다. 호러에서는 어떤 죽음도 결국 숙명일 수밖에 없음을 모두가 납득해야 이야기가 끝난다. 그러니 사건의 해결은 즉, 이야기를 영원히 여는 역할을 한다. 죽음은 진행 중이다. 아무도 도망갈 수 없다. 공포영화의 엔딩장면이 되살아난다, 혹은 다시 활동을 개시하는 악당인 이유는 간신히 살아남은 주인공에 대한 위협보다는 안심하는 관객을 위협하기 위해서다.
소네 게이스케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치매 노모를 돌보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환갑 즈음의 남자와, 사라진 애인 때문에 폭력조직에 상시적으로 위협받는 형사와, 거액의 빚을 진 뒤 출장 매춘업소에서 일하게
[도서] 현실은 밤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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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악동 신드롬
그들이 한국에 없는 동안에도 그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악동뮤지션의 새 자작곡 <아이 러브 유>(I Love You)가 4월24일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 O.S.T에 수록된 이 곡은 악동뮤지션만의 귀엽고 사랑스런 멜로디에 재기발랄한 가사가 더해진 사랑노래다. 악동 멤버 이수현이 좋아한다는 소식을 듣고 배우 이현우가 뮤직비디오에 흔쾌히 출연했다는 후문. 이래저래 여기저기 악동 홀릭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이토록 영화적인 미술 작품이라니. 영화처럼 하나의 장면 속에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미술 작품들을 조명하는 전시 <미장센: 연출된 장면들>이 6월2일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다. 벨라스케스의 명화 <시녀들>을 재해석한 이브 수스만|루퍼스 코퍼레이션의 영상 작품부터 “사진 한장짜리 영화”라 불리는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작품까지, 미장센이 돋보이는 국내외 작
[culture highway] 멈추지 않는 악동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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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거의’ 하지 않게 되고 결국 ‘아예’ 하지 않게 되는 데는 두번의 선거면 족했다. 지난해 총선이 전자, 대선이 후자였다. 트위터를 하면서 평소 오프라인으로 어울리지 않던 사람들을 팔로윙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게 큰 착각임을 새삼, 그러나 절실히 깨달아서다. 트위터로 말을 트게 된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유형의 사람들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던 것뿐이었다. 얼굴을 몰라도 성향은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 그 의견이 정말 세상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일. 1분도 쉬지 않고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흔한 착각. <의도적 눈감기>에는 이런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비유가 등장한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경험, 같은 친구, 같은 생각들이 더 많이 축적되고 강물은 더 빠르고 더 거침없이 흐르게 된다. 저항은 점점 더 줄어든다. 저항이 없을 때는 쉽고 편안하고 확신이 선다. 그러나 동시에 강바닥의 옆면, 즉 강둑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차라리 모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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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3분의 1가량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쓰였다.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그의 이 ‘이탈리아 희곡’들을 두고 오랜 세월 비평가들은 작가가 이탈리아에 가보지도 않고 책상 앞에 앉아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단언한다. 셰익스피어 연구가였던 리처드 폴 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이탈리아 장소들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해석해 들려준다.
[도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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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배수아, 등단 20주년 그리고 2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폐관을 앞둔 서울의 유일무이한 오디오 극장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스물아홉살의 김아야미를 내세워 기억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권말에는 소설가 김사과의 <꿈, 기록>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김사과가 쓴 <꿈, 기록>은 ‘한국어 산문 문학이 주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라고 이 책을 권하는 추천사이자 ‘지연과 반복과 몰입이 가져다주는 쾌락’이라는 감탄어린 리뷰.
[도서] 기억과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