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이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본 어떤 분이 “오, 제목 죽이는데. 정곡을 찌르는군”이라고 감탄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대세를 보고도 공작원이라고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라니. 물론 필립 로스가 한국을 배경으로 이 책을 쓴 것은 아니지만(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는 한다. “트루만이… 한국에 쳐들어가 이승만이라는 파시스트를 지원하겠다고…”), 매카시즘이 휩쓸던 1950년대의 미국사회는 현시점의 대한민국을 생각나게 한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주인공 아이라 린골드는 노동자로 일하면서 공산당에 가입한다. 큰 키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그는 우연히 연극에서 링컨 역을 맡게 되는데 연설문을 암송하는 그의 대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결국 그는 ‘강철의 린골드’라는 뜻의 ‘아이언 린’이라는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빨갱이와 결혼하기
-
<오늘 밤 안녕을>로 최우수 사립탐정소설 신인상을 수상했던 때 법적 음주 가능 나이인 만 21살 미만이었던 마이클 코리타(이제 겨우 서른살이다)의 <밤을 탐하다>가 출간되었다. ‘사립탐정 링컨 페리’ 시리즈가 아닌 독립 장편이기 때문에 마이클 코리타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연방보안관이면서 살인청부업자로 살았던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남자가 아버지를 배신한 자에게 복수를 꿈꾼다.
[도서] 마이클 코리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
현대문학에서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 선집 <크눌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로스할데>의 3권이 추가로 출간되었다. 독일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스무살 언저리의 고뇌하는 청춘들에게,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세계와 개인, 욕망과 예술을 고민하게 했던 헤세의 책들을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같은 유명한 책들 말고도 새 번역으로 고루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유리알 유희>까지 6월 중 11권 완간 예정.
[도서] 새 번역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
-
외향적일 것, 언제나 화제를 마련해 다닐 것, 유머러스할 것을 요구받는 세상에서 내성적인 성격대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기가 타인과 어울리기보다 편하고 즐거운 이들을 위한 처방전인데, 불편한 파티를 거절하지 못해 괴로웠다거나, 잡담을 하고 나면 되레 피곤해져서 어쩔 줄 모른 적이 있다거나, 외향적인 척하려고 술을 계속 마신 적이 있다거나 하는 이들에 게 도움이 될 조언들이 있다.
[도서] 혼자가 편한 이들을 위한 처방전
-
-
<마음의 눈> 첫장의 주인공은 시력 검사판 맨 아래줄의 깨알 같은 글자 하나하나까지 알아보는 데도 악보를 읽을 수 없게 되어버린 피아니스트 릴리언이다. 시각실인증이다. 컬럼비아대 신경정신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인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는 일은 종종 편견을 깨는 과정이다. 그의 환자들은 가끔은 ‘꾀병’이라고 불리는 상태다. 색스의 유명한 저서 중 하나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P선생은 릴리언보다 증세가 더 심하다. 처음 증상이 나타난 뒤 3년도 되지 않아 시각장애뿐 아니라 촉각인지장애까지 나타났고, 급기야 모자인 줄 알고 아내의 머리를 잡는 일까지 생겼다. 색스는 이런 특이병으로 고생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수집하고 나아가 그들의 삶의 스토리를 완성해주는 의사이자 작가다. 그가 전에 쓴 책을 읽고 그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이 그의 새로운 환자가 되어 다음 책의 주인공이 되는 식이다. 소식을 하면 몇년을 더 살 수 있다거나, 긍정적 사고방식이 암 치료에 도움이
[도서] 디어 닥터
-
들어는 봤나, 맘모스 수영장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맘모스 수영장’이 재탄생한다. 맘모스 수영장은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의 야외수영장 리버파크의 초창기 이름. 과거의 명칭을 소환한 만큼 수영장의 컨셉도 팝아트를 접목한 ‘레트로’다. 6월22일부터 9월 1일까지 개장하는 워커힐 야외수영장은 풀장과 더불어 온천욕과 삼림욕 시설도 완비해, 호텔을 찾는 이들의 힐링을 도울 예정이다.
<카우보이 비밥> <장고: 분노의 추적자> 블루레이 한정판 출시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 TV시리즈 15주년 기념 스틸북 케이스 한정판이 블루레이로 출시된다. 감독 코멘터리를 비롯해 우리말 더빙 버전까지 수록되어 있다. 6월21일에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블루레이 한정판 스틸북도 출시된다. 영화 제작 다큐멘터리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9.11을 겪은 미국 청
[culture highway] 들어는 봤나, 맘모스 수영장
-
홈쇼핑을 보고 있으면, 내게 필요한(그런데 아직 사지 않은)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게 된다. 어떻게 저 물건이 없이 지금까지 살았을까? 물광 메이크업을 완성하는 쿠션 파운데이션, 장마철에 딱인 젤리 슈즈, 각얼음으로 쉽게 빙수를 만드는 빙수기에 아무 컵에나 랩을 대고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밀봉되는 매직랩, 와이어가 없는 속옷과 천연 아이스크림 제조기…. 그렇게 홈쇼핑의 ‘오늘 이 구성 마지막’에 현혹되어 내 생활을 개선시킨 결과는 60년대의 산아제한 구호와 같다. 무턱대고 사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이런 내게 천금 같은 한마디가 있었으니,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없어도 어떻게든 된다.” 정리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의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은 베스트셀러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실천편이다.
곤도 마리에식 정리 기술의 핵심은 ‘설레지 않는 물건은 처분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만져보고 설레면 두고 설레지 않으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정리하면 복이 온다고 함
-
<한시 미학 산책>의 정민이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독서법을 묶었다. 배울 만한 독서법만큼이나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가 가득하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종이책을 들고 있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살펴 읽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는 우화나 글을 인간에 적용시킬 때 병법은 어떻게 풀이되는가에 대한 이야기 등이 그렇다. 한편으로는 책이 귀하던 시대에 문장부호 하나까지 아껴 읽고 마음에 담던 시대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도서] 공부란 무엇인가
-
정신 상태가 이상해졌다. 기타무라 모리는 그렇게 표현했다. 서른아홉까지는 완벽해 보였던 인생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공황발작으로 완벽하게 무너져내렸으니까. 퇴직하고 집에 왔더니 아내와는 대화랄 게 없는 데다 아들은 그를 무시했다. 결국 아내에게 천만원을 달라고 부탁한다. 아들과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다. 가족을 찾기 위해, 그 자신을 찾기 위해. 공황장애를 이겨내기 위한 그의 발버둥만큼이나 아내의 말없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눈물겹다.
[도서] 공황장애를 이겨내기 위한 발버둥
-
절판된 뒤(전 제목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중고책 사이트에서 3만원에서 3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는 책이 재출간되었다. 저자가 제목 그대로 가난을 우아하게 돌파하는 내용을 적었다. 저자는 부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난하게 살면서 책에 쓴 내용을 터득했다. 블로그와 SNS를 통해 부유한 삶을 엿보는 일이 쉬워진 사회에도 이 책의 가르침이 도움이 될까? 쓸모는 둘째치더라도, 유머가 발군이다.
[도서] 가난을 우아하게 돌파하다
-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이후 도덕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잿더미 위에 앉을 수밖에 없었던 독일이 고작 70년 만에 반성해야 할 학생에서 유럽을 이끄는 스승으로 발돋움했다. 유로화 위기가 경제 강국 독일을 유럽의 운명을 결정하는 초강대국가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유럽연합이 붕괴될 것인가를 두고 연합 내 채권국과 채무국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고, 나아가 정치와 경제의 엘리트가 관리하는 ‘위로부터의’ 유럽 프로젝트와 ‘아래로부터의’ 저항 사이에 빚어지는 구조적인 긴장 역시 마찬가지다. 부자와 은행을 위한 국가사회주의를, 중산층과 빈민에게는 신자유주의를! 이러니 여기저기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계층간의 격돌, 세대간의 격돌, 빈부격차가 나는 정부간의 격돌. <위험사회>를 쓴 울리히 벡의 <경제 위기의 정치학>은 단호하게 말한다. “경제학은 사회와 정치 분야에서만큼은 문맹과 다름없다. 다시 말해서 경제학의 안목은 사회와 정치를 알아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니 모두
[도서]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
장그래가 말을 하네~
장그래, 안영이 그다음은 누구?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 모바일영화 <미생>이 매주 금요일 캐릭터별 프리퀄을 선보이고 있다. 5월24일과 31일 ‘장그래 프리퀄 편’과 ‘안영이 프리퀄 편’이 공개됐고 오차장, 김동식, 장백기, 한석율의 프리퀄이 금요일마다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다음(Daum) 앱에서 볼 수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비밀 설계도
애니메이션 명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노하우가 공개된다! 현대카드가 주최하는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展>은 애니메이션의 설계도인 레이아웃 작품 전시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1300여점의 레이아웃에 지브리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6월22일부터 9월2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070-4246-3600).
존 맥클레인 vs 재키 브라운
할리우드 사상 가장 성공한 액션 시리즈 중 하나
[culture highway] 장그래가 말을 하네~
-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이 재미가 있으려면 무엇보다 그럴듯해야 한다. 우주로 진출한 인류의 전쟁사를 통하여 민주주의에 대해 자못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한 <은하영웅전설>이나 2차대전에서 연합군이 패배한다는 가정 아래 식민지 미국의 모습을 그린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 등이 모두 진지하고 논리적인 것도 그래서다.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 실패로 돌아가는 데서 출발한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는 온건파인 이토가 살아남으로써 일본이 무모한 진주만 공습을 포기하고 전승국이 된다는 줄거리로 이어지는데,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을 바탕으로 쓴 소설은 어떨까. 예를 들면 전세계에 좀비가 출현해서 인류를 공격하는 이야기라면?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Z>는 잘 쓰기만 하면 이런 스토리까지도 정말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은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매우 있을 법한, 좀비와의 전쟁
-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마이클 온다체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마이클이라는 열한살 소년이 21일 동안, 실론에서 영국으로 항해하는 오론세이호에 탑승하면서 시작한다. 마이클은 여러 개의 수영장. 감옥, 9명의 요리사들, 그리고 6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운 7층 규모의 배 오론세이호 안의 식당에서 가장 외진 테이블을 배정받고, ‘고양이 테이블’이라 불리는 장소에서 캐시어스와 라마딘이라는 소년들을 만나게 된다.
[도서] 21일간의 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