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사회의 가장 큰 공포는 인간이 100살까지 죽지 않고 살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직장생활로는 반평생 실직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알렉스>를 쓴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는 57살의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대기업의 채용에 응시하기 위해 가상 인질극을 벌여야 하는 알랭 들랑브르는 합격자가 내정돼 있다는 말을 듣고 극단적인 수단을 쓰기로 한다. 르메트르의 아버지가 50대 중반에 실직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도서] 반평생 실직상태
-
2012년에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 <필로우 토크~침대를 향한 기대~>의 원작으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다나베 세이코가 쓴 또 한편의 연애소설이다. 남자가 ‘갈까’라고 말하면 당연히 러브호텔에 가자는 뜻이라고 생각하는 나이와 경험의 여자주인공에게 사랑은 어떻게 다가올까. <아주 사적인 시간>을 비롯해 다나베 세이코표 연애소설 특유의 시니컬하고 때로 잔인한 현실감각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도서] 다나베 세이코표 연애소설
-
<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등으로 잘 알려진 철학자 강신주가 무슨 질문에든 다 답해준다. 1권은 사랑, 몸, 고독에 대해, 2권은 일, 정치, 쫄지마라는 주제에 대해 상담 사연을 받고 그에 대해 답한다. 무난하고 착하게 사는 게 목표일 대다수의 한국인에게, 언제나 절대 착하게 살지 말 것, 부모 말만 듣지 말고 적당한 때 집을 나올 것을 권하는 그의 조언은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지만 효과는 뛰어나다.
[도서] 착하게 살지 말 것
-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에서는 나이듦을 이렇게 말한다. “세상 모든 일이 반복인 것처럼, 두 번째, 세 번째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지는, 그런 시기.”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의 나이듦은 조금 복잡하다. 엄밀히 따지고 들자면 칠순의 나이가 문제라기보다는 병, 그러니까 알츠하이머가 문제라서다.
아버지를 죽인 일을 시작으로 30년간 꾸준히 사람을 죽여오다 25년 전부터는 그 일을 그만두고 살아가는 연쇄살인범 김병수에게는 모든 일이 전에 없던 것처럼 느껴져서 문제다. 그에게 모든 사건은 낡고 닳고 뻔한 게 아니라 매번 새롭고 위태롭고 이상한 것이 된다. 매번 글로 기록하고 목소리를 녹음해서 어떻게든 기억해보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다. 개는 있다 없다 하는데 그가 키우는 개인지 남의 집 개인지 매번 헷갈린다. 수상한 사람이 보인다. 그래도 상관없었을지 모른다. 그의 딸이 위기에 처한 게 아니라면. 아, 딸 은희 얘기를 빼먹었나. 그 옛날 그의 손에 죽은 부부의
[도서] 한 살인자의 고백
-
-
벚꽃 말고 단풍
9월, 버스커버스커가 2집으로 돌아온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부산(10월3일), 대구(10월20일), 서울(11월1∼2일)을 차례로 돌며 <2013 버스커버스커 콘서트>도 연다. 부산과 대구 공연의 티켓 예매는 8월6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다. 가을에 만나게 될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은 과연 어떤 색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전설의 사운드
키스 자렛, 팻 메스니 등의 전설적인 명반을 제작해온 독일의 명품 레이블 ECM의 한국 전시 <ECM展>이 오는 8월31일부터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ECM 앨범의 전시와 주요한 전설적 명반의 집중 소개는 물론, 엄선된 앨범들을 개별적으로 들을 수 있는 리스닝 시스템이 설치될 예정이다. 전시회장에서 열리는 기타명인 랄프 타우너와 비올라의 여제 킴 카쉬 카시안 등의 마스터클래스도 놓치지 말 것.
꽃보다 소년 합창단
올해는 ‘천사들의 합창’을 듣기 위해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리지
[culture highway] 벚꽃 말고 단풍
-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읽을 책이 주변에 없으면 불안해진다. 그러다보니 한때는 여행을 갈 때 적어도 대여섯권의 책을 가져가느라 끙끙대곤 했다. 가볍게 읽을 책과 모처럼 시간 날 때 정독을 하려고 벼르던 책, 그 책들을 다 읽으면 읽을 책, 세 번째 책이 재미없을 경우에 대비한 책, 그 책도 재미없을 때를 대비한 책, 이런 식으로 챙기다보면 가방이 터져나갈 지경이 됐다.
가져간 책의 절반도 읽지 못하고 돌아오는 시행착오를 몇번 겪은 뒤에야 다른 방법을 찾았는데, 장편이 아닌 단편집을 가져가는 것이다. 짬이 날 때마다 짧은 이야기를 한편씩 읽다보면 여러 권의 책을 가져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여름에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고 갈 책은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과 정유정의 <28>이겠지만, 공항이나 역에서 잠깐 시간을 보낼 때 이야기에 빠지고 싶은 분들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집 <녹턴>을 권한다.
‘음악과 황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휴가지로 동행, 어떤가요?
-
중국을 무대로 한 <미생>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말하기에는 직장인의 애환보다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정세의 판도 변화가 큰 그림이라 다른 어떤 책과 비교해 칭하기 힘들겠다 싶다. <태백산맥> <아리랑>의 조정래가 세계 경제를 집어삼키며 세계의 중심이 된 중국의 급부상을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경제 전쟁을 통해 보여준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알 수 있는 문학적인 틀을 제시한다.
[도서] 세계의 중심이 된 중국의 급부상
-
작가 남덕현은 도시에서 살다가 처가인 충남 보령 달밭골에 정착해 살던 중에 장인어른을 비롯, 평균 연령 일흔이 넘는 동네 어르신들의 능청스런 대화를 곁에서 듣게 된다. 그 충청도 방언 그대로인 대화의 기록이 바로 <충청도의 힘>으로, 최양락이나 남희석의 개그를 연상시키는 약간은 엉뚱하고 천연덕스러운 유머감각을 맛볼 수 있다. 신세한탄조차 웃기기는 처음이다.
[도서] 엉뚱하고 천연덕스러운 유머감각
-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본 작가 중 하나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1997년작 단편집. 주인공인 ‘나’는 스물다섯살로, 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파견되는 학교마다 괴이한 사건이 발생한다. 여교사가 학교체육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자살을 시도하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초임 교사가 학교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그리고 사건을 풀어나가던 그는 뜻밖의 진실을 알게 된다.
[도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1997년작 단편집
-
한때 전국 사찰에서 그랬듯이, 이제 일본의 나라에 가면 이 책을 든 한국 관광객을 만나게 될까.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이 출간되었다. 이전 책들이 유홍준의 ‘홈그라운드’인 한국의 명승지, 사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넘치는 이야기를 쳐내느라 고민이었겠다 싶을 정도로 정보와 통찰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빽빽했다면, 이번 일본편은 아무래도 낯설 수 있는 타지를 관광객으로서 바라보는 내용이 된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를 자연과 고건축, 역사를 통해 반추한다. 당연히, 지금껏 일본을 다룬 그 어떤 가이드북이나 여행 에세이보다도 특이한 장소를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벚꽃놀이를 즐기는 일본에 대해 말하기 위해 여타 책들이 간사이 지역에서 교토의 마루야마 공원을 언급할 때, 이 책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즐겼다는 요시노의 사쿠라를 말한다. 책에 실린 사진을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좁은 산길을 비집고 산턱까지 온통 연분홍빛이라 사진으로
[도서] 일본, 알아야 보인다
-
럼펌펌펌~ 럼펌펌펌~
함수 소녀들이 돌아왔다. <일렉트릭 쇼크> 이후 1년 만이다. 이번에도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컨템포러리’ 컨셉으로 무장한 f(x)의 정규 2집 핑크 테이프 타이틀곡은 <첫 사랑니>. 특히 컨셉은 무려 ‘몽환적 인형’이다. 외우기 난감한 가사는 여전하지만, 몇번 듣다 보면 은근히 중독되는 멜로디도 여전하다. 머리가 아플걸~, 잠도 오지 않을걸~.
보니와 클라이드의 부활
한국에서는 초연되는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예매가 시작되었다.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뮤지컬로 각색한 이 작품에는 엄기준, 한지상, 키, 박형식 등이 클라이드 역으로 출연한다. 공연은 9월4일부터 10월27일까지. 고전에서 탈피한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빅밴드의 세련된 음악이 뮤지컬로서의 <보니 앤 클라이드>의 특징이라고.
두근두근 ‘락페’ 빅뱅
록페스티벌에 목말라 있는 당신이라면 8월 첫째 주말이야말로 2013년의
[culture highway] 럼펌펌펌~ 럼펌펌펌~
-
당신은 필자 소개에 어떤 말이 있으면 솔깃한가? 이름있는 대학의 교수나 이름있는 회사의 임원과 같은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놀랍게도 소개에 뭐라고 되어 있건 그 위의 작가 사진에 주목하는 이미지파도 있다. 자기 계발의 시대에는 돈 많은 저자가 인기있다. 큰돈을 번 것으로 유명한 사람일수록 노하우를 전파할 자격을 인정받는다. 여튼 높은 자리 숫자건 거대한 이름이건, 저자의 존엄을 보장하는 수식어가 필자 소개를 장식한다. 자, 그럼 이 사람을 보라. 표지의 저자 이름 위에 이렇게 쓰여 있다. ‘최고의 HB 연필 깎기 장인.’ <연필 깎기의 정석>을 쓴 데이비드 리스다.
설마할 독자들이 많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말이다. <연필 깎기의 정석>은 혼을 담아 100%의 연필을 깎아내는 법에 대한 책이다. 집과 회사에서 연필을 깎아 쓰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 책은, 요실금으로 시달리는 어머니를 위한 케겔운동법처럼 꼭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혼을 담아 깎아라
-
강영숙의 세 번째 장편소설. 다국적 전자 회사의 오너가 된 남자 동석이 무더운 초여름의 어느 날 텔레토비 인형을 손에 든 소녀와 만난다. PC방과 사우나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열일곱살 소녀와 세상의 가장 좋은 코스를 골라 밟은 초고층빌딩의 남자가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에 빠진다. 마지막 장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는 도시인의 불안과 악몽을 그려온 강영숙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책이다.
[도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
1970년부터 삼십여년간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한 저자가 직접 겪은 삼성과 중앙일보에 관한 이야기이다. 삼성상용차 및 삼성자동차 설립 과정과 삼성의 노사문제 등에 얽힌 비화들이 재미있다. 현직에 있을 때 자의든 타의든 정론직필을 외면하고 삼성의 해결사로 반생을 보낸 데 대한 회한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CJ와 삼성의 관계라든가 엘리베이터걸에 관한 루머를 비롯해 그 어떤 가십잡지보다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많다.
[도서] 가십잡지보다 재미있는 뒷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