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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마이클 온다체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마이클이라는 열한살 소년이 21일 동안, 실론에서 영국으로 항해하는 오론세이호에 탑승하면서 시작한다. 마이클은 여러 개의 수영장. 감옥, 9명의 요리사들, 그리고 6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운 7층 규모의 배 오론세이호 안의 식당에서 가장 외진 테이블을 배정받고, ‘고양이 테이블’이라 불리는 장소에서 캐시어스와 라마딘이라는 소년들을 만나게 된다.
[도서] 21일간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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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소설이 완벽한 영화로 만들어진 드문 경우 중 하나가 바로 <L.A. 컨피덴셜>일 것이다. 절판되어 입소문으로만 돌던 책이 새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1951년부터 1958년을 배경으로 LA경찰국에 근무하는 웬들 화이트, 에드먼드 엑슬리, 잭 빈센즈라는 세 형사의 이야기를 통해 1950년대 LA의 복잡한 시대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678쪽에 달하는 이 책 한권이면 아무리 긴 비행이나 철도 여행도 겁나지 않을 듯.
[도서] 1950년대 LA의 복잡한 시대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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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서 나만의 방식으로 스케치를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참고할 만한 책이 두권 나란히 출간되었다. 미대 시절 우연히 떠난 긴 여행에서 즐겁게 그리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인터넷 동호회 ‘미술과사람들’을 만들어 활동 중인 오은정의 <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 그리고 그래픽노블 <혜성을 닮은 방> <카페 림보>의 작가 김한민의 <그림 여행을 권함>이다. 그림 보는 재미만큼이나 글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도서] 즐겁게 그리는 것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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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에세이가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읽지 않아도 되겠지 생각해놓고는 맥주 마시며 땅콩 안주 먹듯 홀짝홀짝 우드득우드득 어느새 한권을 다 끝내버리곤 한다. 뭘 읽었지 생각해보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나중에 “아! 이런 얘기가 있었지” 하고 책을 찾아보면 그 책이 아니라 다른 책에 실린 에피소드다. 이봐요 하루키 선생, 혹시 집에서 에피소드 재활용기계 같은 걸 쓰고 계십니까? 약간 과장하면 그의 에세이집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가 한번이라도 언급되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이렇게까지 투덜대놓고 어느새 다 읽어버린 책이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다. 일본에서 예약판매만으로 50만부가 나갔다는 그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를 기다리는 독자라면 놓치기 아까울 책이다. 일본의 여성지 <앙앙>에 연재한 글을 묶은 이 책(‘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는 이전에 한국에 선보인 적이 있지만 빠진 글이 많았다. 이번에는 3권 모두 전체 번역
[도서] 언제나의 하루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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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이 제일 잘나가?
CL이 2NE1의 ‘완전체’가 아닌 솔로로 출사표를 던진다. 첫 솔로곡 제목부터 <나쁜 기집애>라니. 스물셋의 강심장 소녀가 이효리의 <BAD GIRLS>에 대적할 만한 ‘배드 걸’이 될 수 있을까. YG엔터테인먼트는 티저를 통한 미리 보기도 허락하지 않을 예정이다. 음원과 뮤직비디오 모두 5월28일 공개된다.
전쟁의 기억, 치유의 하모니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6월22일 오후 6시 철원의 옛 노동당사 앞에서 ‘철원 DMZ 평화음악회’가 펼쳐진다. 영국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 크리스토퍼 워렌그린의 지휘 아래 KBS교향악단이 평화의 하모니를 들려줄 예정. 바이올린의 줄리안 라클린, 첼로의 린 하렐과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연주도 들을 수 있다. 다음날인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앙코르 공연도 열린다.
드디어 이승열 4집
봄이 끝나도 낭만은 지지 않는다. 아니, 1번 트랙부터 들어보니 낭만이 아니라 여름밤의 몽환에 다름 아니다
[culture highway] CL이 제일 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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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인>의 최종회가 끝난 직후부터 새벽 3시가 다 되도록 지인과 카카오톡으로 “이럴 수는 없다, 이게 말이 되는가” 하는 요지의 대화를 나누었다. 향을 태우면 3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나인>에서 과거에 갇힌 주인공은 살았나 죽었나? 마지막의 선우는 성장한 선우인가, 안 죽은 선우인가, 미래에서 온 선우인가? 설정을 이리저리 맞추다 지친 나머지, 하나를 맞추면 다른 하나가 어그러지는 퍼즐을 퍼즐이라고 불러도 무방한가, 작가를 잡고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론은 이랬다. <여름으로 가는 문>처럼 말끔히 정리되는 게 아니면 곤란하다고. 그래서 다시 읽었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은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와 더불어 ‘끝내주는’ 시간여행물이자 러브 스토리다. 주인공 댄은 천재 엔지니어다. 그는 가사도우미 로봇을 만들어 성공을 거두지만 자신의 약혼녀 벨과 동업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우리, 미래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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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블로그에서 싸움이 붙은 일이 있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극존칭에 대한 투덜거림이 시작이었다. 이 책에도 그런 대목이 있다. 요즘 화두가 된 이슈다. 바로 갑님의 횡포에 대한 것. “손님, 카푸치노 나오십니다”라는 괴이한 문장이 왜 횡행하는가. 각 장의 제목을 이어붙이면 요즘 밥벌어먹는다는 일의 어려움이 드러난다. 게임의 규칙은 당신 편이 아니고, 이익은 위로 위험은 아래로 쏠린다. 무엇보다, 당신을 위한 멋진 신세계는 없다.
[도서] 밥 벌어먹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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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종기의 산문집. 어린 나이 피난을 갔던 마산에서의 추억에서부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던 추억, 일상의 나날들,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이 쓴 시를 옮겨적고 그에 관련한 심상을 펼쳐 보이는 일도 있으니, 그의 시에 대한 코멘터리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갈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의사로 살았던 시간에 대한 기록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달라지는 세상에 대한 나이든 현자의 생각을 읽어가는 기분.
[도서] 마종기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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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답을 찾지 못한 질문으로 가득한 생을 산다. 조앤 치티스터 수녀가 쓴 <무엇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가>는 ‘힌두교―지혜’, ‘불교―깨달음’, ‘유대교―공동체’, ‘그리스도교―사랑’, ‘이슬람교―복종’이라는 5가지 영적 전통별 대표 키워드와 그 주제에 해당하는 삶의 보편적인 질문들에 답한다. 왜 나는 바뀔 수 없는가? 어떻게 내가 할 일을 알까?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가? 정답지가 아니라, 어떻게 질문을 마주하는가를 배울 수 있는 지혜의 책.
[도서] 지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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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은퇴한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이 쓴 음악 에세이. 한평생 피아니스트로 살았던 브렌델의 <피아노를 듣는 시간>에서 음악은 관념이나 느낌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에게 음악은 백건과 흑건으로 이루어진 피아노와 악보에 그려진 무수한 음표와 기호들이 상징하는 가능성과 때로는 지금은 많이 연주되지 않는 고음악 악기들이 갖는 여린 선율 속에서 더 잘 숨쉴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은 20세기의 작곡가(라벨, 드뷔시, 메시앙, 리게티 등)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브렌델 자신이 어디까지나 칸타빌레에 근거한 시대의 곡들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문학을 나의 두 번째 업이라 여기는 까닭에 최대한 간단하게 표현하되,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게는 쓰지 않도록 스스로를 부추겼답니다. 완전함을 추구하지 않으며 내가 좋아하는 함축, 불완전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지요.” 브렌델에게는 연주만큼이나 글을 쓴다는 행위가 음악적인 일인 듯 보인다. 피아노치듯
[도서] 음악의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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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진행 중
신화를 만들어가는 남자들. 한정판으로 발매된 신화 정규 11집 ≪THE CLASSIC≫ 4만장은 매진되었다. 하지만 일반판은 여전히 예약구매가 가능하다. 최장수 아이돌그룹 신화가 갖는 폭발력을 짐작할 수 있는 한정판 매진과 예능 프로그램 승승장구. ≪This Love≫를 들은 사람이라면 11집의 색깔을 미리 점칠 수 있을 것이다.
장르문학, e북으로 헤쳐 모여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 다양한 종류의 장르문학 전용 e북 서비스인 셀바스북스(Selvas Books)가 5월15일 출시됐다. 출시 하루 만에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니, 그 엄청난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작가와 독자가 함께 장르소설을 만드는 ‘그룹노블’ 시스템이 흥미롭다. 작가의 이야기와 세계관에 독자들이 피드백을 더해 차후의 이야기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과연 IT 시대에 걸맞은 인터랙티브한 e북이 아닐 수 없다.
과학? 가구는 디자인!
디자인 가구라고 해서 아방가르
[culture highway] 신화는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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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낸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죽이는 것은 너무 가벼운 벌일 것이다.” 앞부분에 인용된, 누구나 들으면 가볍게 웃고 넘어갈 마크 트웨인의 저 말처럼,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의 시작은 잔잔하다.
주인공 부부는 로맨스 소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쿨한 뉴욕 커플이다. 남편 닉은 1990년대 말 잡지계가 영광의 순간을 보낼 때 기자가 된다. 아내 에이미의 인생은 좀더 소설적이다. 그녀의 부모는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청소년용 시리즈물을 쓰는 작가 부부다. 누구나 어린 시절 이 시리즈를 읽으며 자라고, 에이미는 그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산다. 자신감 넘치는 남자와 부유한 부모를 둔 아름다운 여자의 만남. 두 사람은 <어메이징 에이미의 결혼식 날>이 출간된 직후 결혼한다.
물론 그들의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뜻하지 않은 인터넷의 발흥으로 닉은 직장생활 11년 만에 실직한다. 에이미의 처지도 나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올해 최고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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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아버지> 등에 출연해 친근한 코미디 배우이자 유명한 미술수집가인 스티브 마틴이 쓴 장편소설. 미술품을 경매하는 소더비와 첼시의 갤러리 거리 등 뉴욕 아트마켓을 배경으로 여성 아트 딜러 레이시 예거의 이야기를 그렸다. “20세기 미국 미술시장을 반추하는 책 열권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추천사처럼, 현대 미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의 상품성을 획득하고 그 가치를 불려가는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도서] 20세기 미국의 미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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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의해 <악마의 씨>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소설 <로즈메리의 아기>의 후속편. 이 이야기에 어떤 뒷이야기가 가능할까? 로즈메리는 30여년의 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실제로 소설도 전작이 출간된 지 30년 만인 1997년에 발표되었다). 사악한 자들의 손에 넘어갔을 아들은 놀랍게도 정의를 구현한 지도자로 성장해 있다. 전작에서 암시된 음울한 분위기가 세기말 뉴욕으로 이어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서] 정의를 구현한 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