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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고는 그저 부럽다는 탄식이 나오고, 사연을 읽고 나면 더 부럽다는 탄식이 나오는 책. 서울대 국어교육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미국인 로버트 파우저가 체부동의 낡은 한옥을 사 크게 수선한다. 그 과정을 담은 <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는 한옥의 장점과 단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한옥 개조공사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말한다. 돈이 없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실용적 가치보다 눈요기로서의 가치가 훨씬 높은 책.
[도서] 한옥의 장점과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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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가진 엄마들과 대화를 해보면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딸의 결혼’에 대해 생각이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된다. ‘남들처럼’(한국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들 생각하는 가치!)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 좋겠다 싶다가도,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다 해도 살림과 육아 때문에 날개를 못 펴지 않을까 하는 근심에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본인만 행복하다면 좋겠다고 느끼기도 한다. 서른둘과 서른하나 연년생 남매의 어머니이자 33년차 주부(25년은 시집살이)인 김재용의 <엄마의 주례사>는 그 두 가지 상반되는 생각 사이에서 딸의 행복을 함께 고민하고 돕고자 하는 노력의 결실이다. “결혼,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어”라고 입을 떼는 이 책은 딸에게 신혼 때부터의 추억을 전한다. “결혼해서 혼자 있을 때 외로움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라고 한 뒤, 자신의 팁을 덧붙인다. “일단 몸을 움직여줘야 해. 난 사우나에 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따뜻한 물이 ‘괜찮다, 괜찮다’
[도서]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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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밤, 궁
봄밤엔 고궁을 걷자. 창경궁은 4월29일부터 5월11일까지, 경복궁은 4월30일부터 5월12일까지 야간개장을 진행한다. 입장권은 인터넷사이트 옥션(ticket.auction.co.kr)과 현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입장 시간은 두곳 모두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아바 결성 40주년 기념 음반 발매
아바의 노래라고 하면 <맘마미아>가 전부인 줄 아는 청춘에게는 놀랄 일일지도 모르겠다. 올해로 아바는 결성 40주년을 맞았고, 기념에디션인 ≪ABBA GOLD≫ 음반이 발매되었다. 뭐 하나 빼놓기 어려운 히트곡들이 두장의 CD에,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정규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거나 혹은 수록된 곡 중 B사이드 싱글로 선보인 곡들이 담겼다.
배고파서 청춘이다!!
드디어 두 자릿수를 찍었다. <강철의 연금술사>로 유명한 아라카와 히로무 작가의 차기작 <은수저> 10권이 4월25일 정식발매됐다. 농업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고등학
[culture highway] 봄, 밤,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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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과거
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아메리칸 사이코>(2000)가 블루레이로 출시된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충격적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충격적인 내용전개와 더불어 반짝이는 물건에 둘러싸인 호화로운 삶의 위태로운 내면을 포착한 것으로 유명하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자레드 레토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수요일에 만나요
수요일 밤이면 ‘두번째달’이 뜬다. KT&G 상상마당의 웬즈데이 프로젝트 Vol.4 <두번째달, 펼치다>가 4월23일부터 5월28일까지 매주 수요일(5월7일 제외)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린다. 5월14일 공연에선 곧 발매될 두번째달의 2집 수록곡도 미리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조원선, 하림 등도 게스트로 참여해 두번째 달을 지원한다.
리버풀의 창이냐, 첼시의 방패냐
사실상 결승전이다. 4월27일 열리는 리버풀과 첼시 경기의 승자가 올 시즌 프리미어
[culture highway] 배트맨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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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는 아주 좋은 평론이 실렸더군요. 딱히 내가 어제보다 오늘 더 부패에 정통하게 된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기자는 험프리 보가트를 주연으로 염두에 둔다는데 나 또한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예요.”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1939년 2월19일, 편집자 앨프리드 크노프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챈들러의 출간 목록을 찾아보니 여기서 말하는 책은 <빅 슬립>인 모양으로, 이 영화는 1946년에 하워드 혹스 연출, 험프리 보가트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한국에서는 <명탐정 필립>이라고 소개되었던 그 영화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서간집인데, 오고간 편지 모두가 아니라 챈들러가 쓴 편지만을 묶었다. 편지글마다 애초의 편지에는 없었을 스포일러성의 제목이 붙었다는 점은 아쉽지만(마치 업무 메일 같아 보인다- 상대가 제목만 보고도 열어볼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그 유혹하는 제목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수다쟁이 챈들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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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20세기 중반 SF의 황금시대 대표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가 다시 출간되었다. 폴 버호벤 감독이 만든 1997년 영화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소설이 가진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은 이후 많은 SF소설과 영화들에서 차용되었다. 병역이 완전한 시민권을 담보하는 미래 사회에서 외계 종족과 싸우는 주인공들의 전투담이자 성장담. 휴고상 최우수장편상을 받았다.
[도서] 폴 버호벤 감독 영화의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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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천이 초기에 쓴 다섯편의 단편을 모아 작품을 쓴 때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984년에 출간한 책이다. “설사 말소된 수표라 하더라도, 이십년 전에 쓴 작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자신에게 얼마나 큰 충격일지 여러분은 아마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고백을 비롯한 긴 작가 서문을 붙여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자신의 미흡했던 점, 등장인물의 생생한 형상화가 미흡한 점 등을 고백하고 있다.
[도서] 작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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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가 지난해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어려서는 쌍둥이처럼 붙어 지냈지만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판이하게 다른 삶을 선택하는 두 형제, 수바시와 우다얀, 그리고 그들 사이의 한 여인 가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 초반 저지대의 풍경을 묘사한 대목은 마치 두 형제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강렬하다. 1970년대부터의 인도 정치사의 격변이 70여년의 세월을 두고 펼쳐진다.
[도서] 두 형제 사이의 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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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코뮌이 처절하게 박살난 이래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는 구호는 선거철에 휘날리는 깃발 이상이 된 적이 없다. 하지만 완전한 자치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는 책의 주인공인 스페인 마을 공동체 마리날레다가 바로 그곳이다. 책의 서두는 비장하다. 건설경기 붐을 타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뒤 종래는 막대한 실업자와 자살자들의 연쇄를 낳고 만 스페인 경제의 현실을 묘사한다. 하지만 인구 2700명의 도시 마리날레다는 바깥세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대안공동체라기보다는 유토피아라고 자칭하는 이곳은 급진적인 아나키즘이 현실화된 땅이다.
마리날레다는 아무도 굶어죽지 않는 곳이 되었지만 동시에 아무도 명품백을 갖지 않는 동네가 되었다. 집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집을 소유할 수도 없다. 고립과 자율. 하지만 마을 전체에 무료 무선 인터넷이 깔리면서 달라진 것도 있다. 대도시와 다른 나라가 줄 수 있는 가능성에
[도서] 부디 멈추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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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탑
빅뱅의 탑이라고 부를까 배우 최승현이라고 부를까. 이번에는 그가 전시회의 주인공이 된다. <퍼스트 픽토리얼 레코즈 프롬 탑>(1ST PICTORIAL RECORDS-FROM TOP)이라는 제목의 영상집 발매를 기념하는 전시회 <프롬 탑 엑시비션>(FROM TOP EXHIBITION)이 5월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JnB 갤러리에서 열린다. 영상집 촬영은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이루어졌다.
200% 만족!
<K팝스타> 시즌2의 우승자인 악동뮤지션이 1년간의 공백 뒤 데뷔앨범 ≪PLAY≫를 발매했다. 오빠 이찬혁의 독창적인 가사와 동생 이수현의 중독성 강한 음색은 그대로이나, 장르의 폭은 보다 넓어졌다. 소속사 YG의 프로듀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 듯. 타이틀곡 <200%>와 <얼음들>은 악동뮤지션의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서로 전혀 다른 느낌의 곡들이다.
챔스 4강 확정
[culture highway] 사진도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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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연극적인 소설을 꼽는다면 아마도 카슨 매컬러스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대공황 시대인 1930년대 미국 남부의 소도시를 무대로 한 이 소설에는 네명의 개성 있는 인물들이 등장해서 비감한 어조로 각자의 사연을 쏟아놓는다.
당시 찾아보기 힘든 흑인 의사인 코플랜드 박사는 가장 위대한 나라로 자칭하는 미국에서 처참한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흑인의 지위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인다. “오늘 아침 여기 모인 젊은이들 중에는 교사나 간호사나 우리 민족의 지도자가 될 필요를 느끼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거절당할 것입니다. … 우리들은 짐승의 일보다 더 쓸모없는 노동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흑인 여러분! 우리들은 궐기하여 다시 완벽해져야 합니다! 우리들은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제이크 블런트는 미국 사회에서 흑인 의사보다 더 드문 존재인 공산주의자(겸 알코올중독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회사들은 사람들의 피를 빨고 뼈를 약하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의지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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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 르네 고시니와 협업한 <꼬마 니콜라>의 삽화가 장 자크 상페의 그림과 더불어 그의 삶에 대한 상세한 인터뷰를 만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뛰어다니는(귀엽기도 하지만 주로 말썽을 부리는) 그림을 생동감 있고 재미있게 그리는 이유가 어린시절이 행복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불행했던 기억 때문임을 고백하는 차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진 이후부터는 빨리 걷거나 뛰는 사람만 그린다니까요.”
[도서] 불행했던 어린시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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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세이무어는 1998년, 몬산토사에서 실험용으로 심은 유전자 조작 사탕무를 망친 혐의로 체포되었다. 평생 전원생활, 환경운동, 그리고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생활양식을 널리 알렸던 영국 활동가인 그는 50년대부터 자급자족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대지의 선물>은 1953년부터 저자가 땅에서 나는 것만으로 먹고살아본 기록이다. 바깥세상과 거래하기 위한 활동(글을 쓰고 방송을 하는)과의 균형에 대한 고민까지 상세히 담았다.
[도서] 땅에서 나는 것만으로 먹고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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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사실을 남긴다지만 그 기록조차도 사실일까라는 의심은 창작자들에게 좋은 힌트가 되나보다. 인조반정으로 궁에서 쫓겨난 광해군의 유배생활 19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이 질문에서 출발하는 팩션이다. 궁 안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별감 진현은 궁녀와 애정행각을 벌이다가 인조의 후궁인 소용 조씨에게 붙잡힌다. 죄를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임무를 받는다.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빨라 몰입도가 높다.
[도서] 광해군의 유배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