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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은 쉽게 흥분한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머리를 더 써야 한다. 퍼거슨 감독은 PSV 시절 미리 내게 접촉해왔다.” 키가 크고, 몸집이 탄탄해 ‘캄펜의 바위’라 불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수 야프 스탐이 2001년 자서전에 썼던 이 내용은 퍼거슨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 당시 비에이라 사전 접촉설로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던 퍼거슨 감독은 스탐을 라치오로 팔아버렸다. 웨인 루니 역시 2006년 자서전에서 에버튼 시절 호흡을 맞췄던 모예스 감독을 두고 “그가 나를 왕따시키고 내쫓았다.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고 묘사했다. 모예스 감독이 루니에게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서면서 영국 축구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자기 자랑이 대부분인 보통의 축구선수 자서전과 달리 이들의 자서전은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쾌감이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자서전 <나는 즐라탄이다>는 스탐보다 과감하고, 루니보다 화끈하다. 스웨덴 출신의
[도서] 슛만큼 통쾌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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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준비는 성발라와 함께
아무런 예고도 없이 홀연히 예능계로 떠났던 ‘성발라’ 성시경이 2년 만에 콘서트로 돌아온다. ‘예보 없이 내리는 첫눈 같은 공연이 될 것’이라며 <2014 성시경의 겨울>을 알려왔다. 12월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되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를 이어간다고 한다. 티켓 예매는 10월23일 오후 2시 인터파크에서 시작된다. 길고 긴 겨울의 시작을 그와 함께 열어봐도 좋겠다.
올 시즌 첫 엘 클라시코
6게임 13골을 기록 중인 호날두냐 아니면 메시, 네이마르, 수아레즈의 삼각 편대냐.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올 시즌 처음으로 격돌한다. 10월16일 현재, 분위기가 좋은 쪽은 FC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경기당 평균 3골을 몰아치면서 단 1골도 내주지 않고 있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호날두가 바르셀로나의 짠물 수비를 상대로 득점 행진을 계속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엘 클라시코는 10월2
[culture highway] 월동준비는 성발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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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넌이 생전에 남긴 편지들을 한데 모은 최초의 책이다. 비틀스 전기를 집필했던 헌터 데이비스는 존 레넌이 친척과 친구, 팬들과 애인, 심지어 세탁소 앞으로 쓴 편지와 엽서 300여점을 추적했다. 존 레넌은 편지에 낙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우스갯소리를 써놓기도 했다. 레넌이 남긴 편지는 1951년 그가 10살이었을 때 리버풀에 살던 이모에게 쓴 감사편지부터 1980년 12월8일 그가 40살로 암살당하던 날에 교환원에게 건네준 사인까지 다양하다. 시인 김경주가 번역했다.
[도서] 존 레넌이 남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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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출, 조명, 촬영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책은 의외로 적지 않다. 영화비평에 관한 책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영화 비즈니스, 특히 프로듀서 분야에 관한 입문서는 진정 찾기 힘들다. 그래서, 목마른 자가 직접 우물을 팠다. <영화 비즈니스 입문>은 현장과 강의 경험을 두루 갖춘 저자가 몸으로 겪으며 뽑아낸 최적의 입문서다. 여러 프로듀서들의 현장 경험담을 바탕으로 기획개발, 자금조달과 예산편성, 프로덕션 운영, 마케팅, 계약, 배급, 부가시장까지 아쉬운 곳을 두루 긁어준다.
[도서] 몸으로 겪으며 뽑아낸 최적의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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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모텔 방이라는 곳은 대체로 엇비슷한 생김새이기 마련이다. 전남 장흥으로 출장을 갔던 언젠가, 밤새 술을 마시고 차편으로 올라가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광주까지 한참을 차를 얻어타고 와, 새벽 첫 비행기까지 3시간 누울 방을 찾던 날은 ‘모텔’이라고 쓰고 ‘러브호텔’이라고 읽어야 하는 한국 숙박업이 활황의 정점을 찍는 토요일 밤이었다. 여자 혼자 방을 잡으면 ‘이상하게’ 볼지 모른다는 ‘이상한’ 이유로 같이 방을 잡아주겠다는 운전자는 다섯곳쯤 “방 없어요”라는 답을 듣고 나자 “그냥 술 마시자”고 권했지만, 사실 내가 다음날 첫 비행기로 서울에 가야 했던 이유는 거기서 약속이 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술을 더 마실 수는 없었다. 결국 혼자 알아서 하겠다고 하고는 “지금 막” 비었다는 방의 3시간 대실에 성공했다. 창문은 잘 열리지 않았는데, 열려도 밖의 전경이라고 할 것은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앙상한 나뭇가지의 형상을 한 전기 배선 정도였다. 물론 이것은 도심의 모텔에
[다혜리의 요즘뭐 읽어?] 남녀의 종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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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을 기다린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이 마침내 10월15일 3집 앨범 ≪사람의 마음≫을 발매한다. 그에 앞서 10월7일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수록곡 <내 사람>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했다. 장기하가 직접 연출한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뭐라 명명할 수 없는 막춤을 춰 보인다. 말해 무엇할까. 일단 한번 보고 들으며 ‘장얼’을 맛보자.
<그녀> 블루레이 출시
아이폰 ios8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시리(siri)가 <그녀>의 그녀잖아”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굳이 악센트가 마음에 들어서 영국 남자 목소리로 설정을 바꾸면서, 또 괜한 호기에 프랑스 남자 목소리로 설정을 바꾸면서 왜 인간과의 의사소통보다 이쪽에 더 솔깃함을 느끼나 한탄했었다. 어쨌거나, <그녀>의 블루레이는 온갖 물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판매되는데, 스칼렛 요한슨을 전면에 내세운 ‘풀슬립 스틸북 한정판’이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에는 와킨
[culture highway] 3년을 기다린 장기하와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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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말할 때 중심이 되는 것은 남자의 욕망이다.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를 성적으로 욕망하는 아들의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그리고 신탁을 내린 존재들이 있다. 샐리 비커스는 아들의 욕망에 초점을 맞춘 프로이트의 신화 해석은 틀렸다고 판단했다. <세 길이 만나는 곳>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중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용하고, 프로이트의 말년을 설명한 뒤, 그 둘을 합친다. 프로이트는 누군가의 방문을 받는다. 프로이트는 그가 죽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10년 넘게 훌쩍 건너뛰며 방문객은 자신이 행한 일을 그에게 들려준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결정지은 두번의 그 악명 높은 신탁이 어떻게 행해졌는지를 듣는다. 그렇게 다시 살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이야기이다. 또한 자신에 차, 알지 말아야 할 것까지 알고자 하고 어떤 진실이든 감당할 수 있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리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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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의 지니어스는 누구?
숱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왔던 tvN의 리얼리티쇼 <더 지니어스>가 시즌3로 돌아왔다. 블랙가넷이라는 부제를 달고 장동민, 강용석, 김정훈 등 13명의 도전자가 최후의 우승 상금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두뇌 싸움과 심리전을 벌인다. 시즌2 때 처음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던 카이스트 출신 학원강사 ‘숲들숲들’ 남휘종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매주 수요일 밤 11시 방송.
명반이란 이런 것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과 재즈계에 한획을 긋고 올해 7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더블베이스 연주자 찰리 헤이든이 함께한 음반 ≪Last Dance≫가 LP로 발매되었다. 재즈는 역시 가을밤에 들어야 제맛이다. 오랜 세월 서로를 존중하며 교류를 나누어온 두 거장이 들려주는 스탠더드 곡들의 향연에 빠져보자.
그래, 당신은 즐라탄이다!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 생제르망)의 자서전을 이제 한글로 읽을 수 있다. 2011년 스웨덴과 이
[culture highway] 이번 시즌의 지니어스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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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의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책. 스마트폰이 없던 2006년에 집필된 책이기 때문에 지금 다시 쓰인다면 몇몇 항목은 교체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읽다보면 급변하는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묻는 책임을 알 수 있다. 부부가 헤어지면서 친구로 남는다는 것, 언제나 연락 가능한 상태인 것,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그리고 블로그 등. 몇몇 대목에서는 작가의 생각에 딴죽을 걸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도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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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울 지하철에 원자력의 안전함과 이로움에 대한 광고가 잔뜩 실리던 때가 있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 광고들은 사라졌다. <원자력 프로파간다>는 왜 그리고 어떻게 대다수 일본 국민이 원자력을 안전하다고 믿게 되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실제로 게재됐거나 방송된 광고 250편을 통해 감성적으로 제작된 원자력에 대한 광고가 어떻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었는지 살핀다.
[도서] 원자력에 대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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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시마 다케히코는 시코쿠의 유명한 순례길 헨로를 걷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건 아니겠지?>를 그렸다. 헨로를 걷는 데 필요한 장비에 대한 정보 같은 것은 어디까지나 덤이다. 왜 걷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애쓰지만 성공에 대한 욕망, 제대로 맺지 못한 일, 먼저 성공한 동료에 대한 질투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걷기 여행에 대한 환상을 제법 단호하게 걷어내준다.
[도서] 걷기 여행에 대한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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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 동안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수직 계열화 논란이 일 때마다 함께 언급되던 판결이 있었다.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원고 미국 정부가 5대 메이저 스튜디오(파라마운트, 로우스(MGM), RKO, 이십세기 폭스, 워너브러더스)와 3대 마이너 스튜디오(컬럼비아, 유니버설, UA(United Artists)) 등 할리우드 8개 스튜디오들을 피고로 하여 셔먼법 위반 의심 행위에 대한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파라마운트 소송이 시작됐다.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극장을 사들여 수직 통합을 구축했고, 대량의 영화를 제작해 자체 배급망을 통해 전국 상영관에 배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챙겼다. 그 과정에서 스튜디오들은 불공정한 관행을 주도해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데 일조했다. 1938년 시작된 소송은 195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스튜디오의 불공정한 행위가 경쟁법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됐다.
<할리우드 독점전쟁>은 우리가 왜 파라마운트 판결을 제대로 알고 얘기해야 하
[도서] 왜 파라마운트 판결을 알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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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금자탕은 처음이지?
다코타 패닝이 금자탕에 간다면? <목욕의 신> 하일권 작가가 영화 <베리 굿 걸>과의 콜라보레이션 웹툰을 네이버에 공개했다. 이름하여 <첫키쓰의 신>. <베리 굿 걸>의 주연배우인 다코타 패닝과 엘리자베스 올슨이 <목욕의 신>의 주요 배경인 금자탕에서 때를 밀며 낭만적인 첫 키스를 상상한다… 는 얘기다. 연습용 팬티를 입고 미녀들에게 당당히 바나나우유를 권하는 허세의 등장도 반갑다.
권병준의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
‘삐삐롱스타킹’으로 유명한 권병준은 2000년대 중반 네덜란드 전자악기 연구개발 기관 스타임(STEIM) 엔지니어를 거쳐 각종 사운드, 미디어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0년의 실험과 작업을 집대성한 이번 공연은 10월9일(목), 10일(금)양일간 LIG아트홀(강남)에서 열린다.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을 느껴보자
과거로부
[culture highway] 어서 와… 금자탕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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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훌륭한 목수인 줄 알고 결혼했고 별스럽게 아름다워질 정원인 줄 알고 손바닥만한 땅에 매달렸으니,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예전의 남편은 그저 목수가 되고 싶어 하는 성실한 남자였고 마당은 대한민국 시골 어디에나 있는 그냥 작은 땅뙈기였다.” 그렇게 7년을 살아낸 기억, 기록이다. 비우는 삶이 좋다며, 서울에 생업을 두고 종종 내려가는 지방의 삶을 예찬하는 책이 넘쳐나는 요즘, 진귀한 투박함이 빛난다.
[도서] 농촌에서의 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