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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의역, 형식/의미, 문자/정신, 구조/내용, 원문 중심/역문 중심, 문학성/가독성, 충실성/창조성, 딱딱함/유려함, 이국화/자국화와 같은 번역을 둘러싼 이분법적 화두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실제 번역 사례들을 통해 번역에 관한 여러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책이다. 학술서나 고전문학 번역뿐 아니라 만화책을 번역하면서 설정을 바꾸었을 때 벌어지는 일들(<명탐정 코난>)에 대한 사례도 실렸다.
[도서] 번역에 관한 여러 고민들에 대한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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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김혜남 에세이.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아온 그녀는 최근 병세가 악화되었고, 그러면서 달라진 것들에 대해서도 적고 있다. 움직이기 어려운 자신을 간병하는 친정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깨달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미생>에 열광하는 마음을 읽어낸 ‘직장 선후배를 굳이 좋아하려 들지 말라’ 같은 글은 특히 추천.
[도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김혜남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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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이 불러일으킨 추억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기나긴 소설이 된 것은 우연일까? 음식은 오감을 깨운다. 머릿속 잿빛 기억에 색채를 부여하고 향과 맛을 더한다.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으로 과거 행복했던 어느 아침의 부엌 풍경을 떠올리는 것 역시 놀랄 일은 아니다. 영국 소설가 로렌스 더럴은 <프로스페로의 암자>에서 올리브 한알이 불러낸 놀라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지중해 전체, 조각상들, 야자나무, 금빛 구슬, 수염을 기른 영웅들, 와인, 철학 사상, 배, 달빛, 날개 달린 고르곤, 남자 청동상들, 철학자들, 이 모든 게 이 사이에 낀 검은 올리브의 시큼하고 톡 쏘는 맛에서 솟아오른 것 같다. 고기보다 오래되고 와인보다 오래된 맛. 차가운 물만큼이나 오래된 맛.” 메리 앤 코즈의 <모던 아트 쿡북>은 음식에 관한 그림과 글을 황홀한 플레이팅으로 차려낸 책이다. 고흐와 피카소, 세잔은 물론이고, 낯선 이름과 요리도 등장한다. 미야와키 아야코
[도서] 눈으로 음식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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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의 빈방
벌써 1년이다. 하지만 빈방의 주인은 돌아올 줄을 모른다. 남겨진 방은 주인을 기다리며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열다섯명의 사진가가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의 빈방을 찍은 사진으로 전시를 마련했다. 서울전은 통의동 류가헌갤러리 2관에서 4월7일부터 19일까지, 안산전은 416기억전시관에서 4월2일부터 5월31일까지 열린다. 슬픈 봄이다.
남화연 작가 첫 개인전
시간 개념에 관심을 둔 퍼포먼스와 비디오를 발표하며 국내외 단체전에서 존재감을 불러왔던 남화연 작가의 전시 <시간의 기술>이 4월10일부터 6월28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각자 다른 테마를 다룬 10분 내외의 비디오 작품 4점과 개미의 동선을 따라 움직임의 시간을 측정하는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작업 <개미시간>으로 구성됐다. 또한 남화연 작가는 올해 6월 개최되는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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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highway]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의 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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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개인’의 개념이 점점 사라져가는 근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SF소설을 썼다. 2033년 여섯명의 우주인을 태운 NASA의 우주선 ‘던’이 인류 최초로 유인 화성탐사에 성공한다. 2년 반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함과 동시에 영웅 대접을 받은 주인공은 스캔들에 휩싸인다. 그리고 프로젝트와 연관된 문제들은 점점 그를 궁지로 몰아간다.
[도서] '개인'의 개념이 점점 사라져가는 근미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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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정유미의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2014년 <먼지아이>로 볼로냐 라가치상 뉴호라이즌 부문 대상을 받은 데 이어, 한국 작가 최초로 라가치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정유미의 이번 작품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 인형의 집을 갖고 있는 소녀 유미는 인형의 집 안에 갇힌 인형과 별 다를 바 없이 집 안에서 맴돈다.
[도서] 볼로냐 라가치상 정유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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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가 디노 바타글리아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 중 <어셔가의 몰락> <악마에게 머리를 걸지 마라>를 비롯한 8편을 그래픽 노블로 각색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문학작품을 그래픽 노블화하는 작업을 여럿 진행했는데, 표지를 보고 미리 실망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은 책. 포 특유의 음습한 이야기를 환상적인 느낌이 드는 작화로 재해석한 솜씨가 좋다.
[도서]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를 작화로 재해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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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2월12일. 퐁니, 퐁넛에 진입한 한국군 해병대원들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다. 6살 베트남 소년의 입에 총을 쏘아 죽였고, 사람들이 숨어 있는 동굴 안에 수류탄을 투척해 몰살시켰으며, 젊은 여성의 젖가슴을 칼로 도려냈다. 한 젖먹이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 채 죽은 엄마의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베트콩의 위협은 없었다. 마을에는 노인과 여성 그리고 어린이뿐이었다.
평화로운 이곳에서 왜 한국군은 그토록 총질을 해댔던 걸까. 무엇이 그들에게 만행을 저지르게 한 걸까. <1968년 2월 12일>은 아무도 기억하고 있지 않는, 그날 그곳에 있었던 상흔을 따라가는 책이다.
이 책은 퐁니, 퐁넛 사건 피해자들의 증언을 꼼꼼하게 담아내고, 분노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사건 전후로 벌어진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이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걸 보여준다. 퐁니, 퐁넛 사건 한달 전에 벌어진 북한 무장 공비의 1•21
[도서] 그날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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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르의 3D를 체험하라
장 뤽 고다르의 3D영화 <언어와의 작별>(2014)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4월15•18•22•26•29일과 5월2일 여섯 차례 상영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프로그램 ‘2015막간’은 <언어와의 작별>과 더불어 홍상수의 <자유의 언덕>, 제프 니콜스의 <테이크 쉘터>, 장률의 <경주>, 지아장커의 <천주정> 등을 함께 상영한다.
여우의 눈으로 본 한국
한국 창작 희곡의 큰 이름 이강백의 신작 <여우인간>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1971년 등단 이후 꾸준히 ‘오늘’의 한국을 그려왔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2008년부터 2014년까지의 우리 시대를 세밀히 그려낸다. 여우 변신의 모티브를 빌린 <여우인간>은 사건사고투성이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화적으로 풀어냈다. 배우가 25명이나 등장하는 복잡한 이야기지만, 김광보 극단 청우 대표
[culture highway] 고다르의 3D를 체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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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
최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다시금 회화에 주목하는 전시가 속속 개최되고 있다. 플라토 미술관 역시 그 추세를 반영해 전시 <그림/그림자>를 기획했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 속, 떠나갈 연인의 그림자를 그렸다는 회화의 기원을 떠올리며 붙인 전시 제목은 ‘그리기’의 행위를 성찰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헤르난 바스, 빌헬름 사스날, 백현진 등 국내외 젊은 화가 12명의 그림이 걸린다. 6월7일까지.
정명훈이 지휘하는 프랑스 현대음악
세계적인 현대음악가 진은숙이 기획하는 프로그램 ‘아르스 노바’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고전, 낯선 현대음악 등을 10년간 소개해왔다. 올해 봄, 가을 4회에 걸쳐 진행될 ‘아르스 노바’ 중 단연 기대를 끄는 시리즈는 <관현악 콘서트-명상 & 신비>다. 서울시향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뒤티외, 메시앙, 뒤사팽을 지휘한다. 4월7일, LG아트센터.
초민감녀와 무감각남의 만남
무감각한 남자와 초민감한
[culture highway] 초민감녀와 무감각남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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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 부산
2002년 전시 <충돌과 반동>으로 한국 사진계를 들었다놓았던 이갑철의 새 전시 <침묵과 낭만>이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 문을 열었다. 미술관의 연례 기획 ‘부산 참견錄’의 일환으로 진행된 전시로, 파격적인 프레임과 흑백의 성긴 톤, 흐트러진 포커스 등 이갑철의 스타일이 선명히 살아 있는 부산의 모습들이 한데 모였다. 사진 이미지로써 이 땅의 정서와 에너지를 담아낸 장인의 기개가 펄떡인다. 5월27일까지.
키덜트를 위한 파티
더이상 마니아만의 문화가 아니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아트토이컬처2015>는 국내외 150여명의 아트토이 작가들과 브랜드가 참여해 장난감과 예술을 접목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킨키로봇, 모모트에 침 흘려본 적 있다면 반드시 찾아가볼 것. 오는 4월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열린다.
인디, 스무살
크라잉넛, 노브레인이 데뷔한 지 올해로 딱 20년이다. 음악포털 사이트 벅스와 인디음
[culture highway] 봄날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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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는 인간 오스카 와일드에게 반했던 것 같다. <오스카 와일드에 대하여>에 실린 글은 와일드가 세상을 떠난 뒤 지드가 발표한 글을 묶은 책인데, 책으로 만들면서 자신의 생각을 번복하기는 했지만 “와일드의 작품, 그중에서도 특히 그의 희곡을” 혹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일드의 작품에 대해 그런 평가를 조장한 것은 와일드 자신이었다. “나는 나의 천재성을 내 인생에 쏟아부었다. 내 작품에는 고작 재주만을 부렸을 뿐이다.” “인생에서 얻은 모든 것은 예술로서는 잃은 것이다.”
‘추모하며’라는 제목의 1부는 별개로 발표된 글을 묶었을지언정 그 자체가 유려한 구성의 추도사와 같다. 첫 만남에 대한 장은 와일드가 그 자신의 작품보다 얼마나 화려한 연극적인 인물이었는지를 과시하듯 보여준다. 와일드는 자신의 소설을 이미 사석에서 연기해 보여주는 배우와 같이 묘사된다. 여기서 지드는 그저 한 사람의 관중이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2장의 슬픈 기억으로 넘어간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인간 와일드에 대한 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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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의 각종 문화 강연들
<씨네21> 인기 코너인 ‘한창호의 오! 마돈나’의 한창호가 진행하는 ‘영화 속 미술’ 강의가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다. 강의는 3월20일부터 6월12일까지 매주 금요일에 열리며 총 12회다. 이외에도 많은 문화 강연들이 있을 예정이다. 관련사항은 홈페이지(academy.sejongpac.or.kr) 참조.
My Funny Whiteday
TV에서, 라디오에서, 무대에서 컬투를 본 이들의 애정도는 각자 다르다. 다만 가장 유별난 열성을 드러내는 건 무대의 컬투를 경험한 쪽이다.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화이트데이를 약속한다”고 단언하는 두 남자의 쇼를 3월13, 14일 이틀간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날 수 있다. 날이 날이니만큼 프러포즈를 기약한 연인을 위한 좌석도 마련돼 있다고 하니, 울다가 웃을 걱정 미뤄두고 예매부터 서둘러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O.S.T
영화보다 사운드트랙 음반이 더 좋은
[culture highway]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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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신화
신화라는 이름으로 여섯 남자들이 뭉친 지 올해로 17년. 그들이 열두 번째 정규 앨범 ≪WE≫를 발매했다. 이쯤되면 그 이름처럼 아이돌계의 ‘신화’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표적>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지만 나머지 9곡도 어느 하나 놓치기 아까울 만큼 귀에 착 감긴다. 신화만의 개성과 최신 음악 트렌드가 잘 조화를 이루는 앨범. 참고로 에릭은 전곡 랩 메이킹을, 이민우는 프로듀싱을 맡았다.
남산예술센터에서 연극 보기
현대 창작극의 메카,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2015년 시즌별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가장 먼저 예매 오픈된 공연은 첫 번째 공개작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이다. 소뿔을 당수로 자르고 도망간 범인을 추적하는 ‘무협액션판타지’극이다. 공연은 3월12일부터 29일까지. 4월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기리는 <서울문화재단 특별 기획 Deluge: 물의 기억>을 공연한다. 공연은 4월16일부터이며 아직 예매창
[culture highway] 열두 번째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