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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레보비츠, 오에 겐자부로, 김수영, 마이클 잭슨, 에드워드 호퍼, 틸다 스윈튼…. 도시생활자의 고독과 거친 감수성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세밀하게 묘사해온 이신조가 12명의 크리에이터를 모티브로 단편소설을 썼다. 창작자로 보낸 그들의 어느 하루, 혹은 생애를 담아낸 이야기들을 마주하고 있자면 그들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싶어진다.
[도서] 크리에이터 12명의 하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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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7일, 한 남자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소식을 다루는 뉴스 제목들은 대략 이렇다. “성관계 중 다른 남자 이름 부른 동거녀 살해男… 항소심 징역 10년.” 처음 이 뉴스를 봤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제목으로 등장한 저 사연, 성관계 중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했지? 여자는 죽었다. 성관계 중 참관인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증인이 있었을 리 없다. 살인범이 그렇게 말한 게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다들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썼다. 이보다 더 유명한 뉴스 하나를 소개하겠다.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의 피고인이 정신분석 결과 정신질환이 없는데도 재차 정신감정을 요청했다는 2월26일자 기사다. 당시 살해 원인으로는 실직과 주식투자 실패가 추정됐는데, 그의 자산이 6억원 정도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여자 손에 죽는 남자보다 남자 손에 죽는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거나 말거나 폭력은, 대체로 젠더가 아닌 다른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아는 척 그만하고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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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목소리
이름도 무려 ‘국내 최초 여성 뮤지션들의 원데이 페스티벌’이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하는 ‘2015 뮤즈인시티 페스티벌’에서는 레이첼 야마가타, 김윤아, 케렌 앤, 조원선, 켓 프랭키, 이아립, 라이너스의 담요의 무대를 즐길 수 있다. 8번째 게스트로 프리실라 안이 합류했다. 6월6일, 올림픽공원 내 잔디마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금 예매하면 KT올레 멤버십, 지니뮤직 이용자에 한해 20% 할인된 금액에 결제 가능하다.
본토에서 온 정통 <시카고>
브로드웨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뮤지컬 <시카고>의 오리지널팀이 12년 만에 내한한다. <시카고>는 총 34개국에서 2만5780회 이상 공연됐고 2200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하며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매김한 작품. 한국에서의 인기 또한 만만찮다. 2000년 초연 이후 10번의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11번째 시즌을 맞아 내한을 결정했다. 오리지널 배우들은 육감적인 몸매에 시스
[culture highway] 본토에서 온 정통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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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너무 많다. 일주일에 십수편의 영화가 개봉하는 지금, 우리는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보기 위하여 우리는 어떤 영화들을 알아야 할까. 갈피를 잡기 어렵다면 <씨네샹떼>로 먼저 방향을 잡아볼 것을 권한다. <씨네샹떼>는 강신주 철학자와 이상용 영화평론가가 25주간 CGV아트하우스와 진행한 시네토크의 일부와 그들이 각자 ‘철학자의 눈’, ‘비평가의 눈’이라는 주제로 쓴 영화글들을 한데 모으고 정리해 펴낸 책이다. 영화사의 걸작 스물다섯편을 철학자로서, 비평가로서 두 가지 시선에서 들여다본다. 무엇보다 <씨네샹떼>는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읽기에 편한 영화글이다. 인용된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수록된 시놉시스와 작가에 관한 설명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상용 영화평론가는 이 책에 정리한 영화의 기준을 “동시대 영화”라고 보았다. 지금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서 모두 “동시대 영화”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씨네21 추천 도서 <씨네샹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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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 대해 몇 가지 항목을 점검해보자.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할 때 쉽게 불안을 느끼는 편이다. 양육자로부터 상처받은 적이 자주 있으며 그들로부터 생활을 간섭받고 싶지 않다.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그다지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기피한다. 전부 그렇다고 답했다면 당신은 어쩌면 ‘회피형 인간’일지도 모른다. 정신의학과 뇌과학에 정통한 오카다 다카시 박사가 저술한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는 최근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회피형 인간’의 정의를 밝히고 이러한 유형의 인간들이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를 알려준다. 물론 회피형 애착 성향을 ‘문제’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는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이 가진 장점을 어떻게 활용해야 더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첨언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인 헤르만 헤세, 미야자키 하
씨네21 추천 도서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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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다. 너무나 커다란 고통 앞에 차마 무어라 할 말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속엔 너무 많은 말이 뒤엉켜 있는지도 모른다. 비단 누구 한 사람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거대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거리의 의사 정혜신 박사는 9월11일 안산시 와동에 ‘이웃’이라는 이름의 치유공간을 마련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다 넘어지면 약 바르고, 허기지면 함께 밥술 뜨고, 지치면 쉬었다 가고, 외로우면 함께 울고, 아이들 얘기하다 웃을 수 있는” 공간이다. 진은영 시인은 ‘이웃’을 방문해 정혜신 박사에게 세월호 참사가 안긴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해 질문했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는 여러 달에 걸친 이들의 대담 내용을 엮은 책이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의 상세한 보고서이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위안할 것을 천명하는 제언이다.
사회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트라우마가 극복되기 위해서는 무엇보
씨네21 추천 도서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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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비밀. 어느 것이 인간을 무너뜨리는가. <허즈번드 시크릿>은 비밀을 지키지 못한 남편과 호기심을 참아내지 못한 아내가 그 대가로 지옥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불러온 것처럼, 얄팍한 편지 한통이 가족의 일상을 순식간에 바꾸어놓는다. 밀폐용기 타파웨어를 판매하는 세실리아는 든든한 남편 존 폴과 귀여운 세딸을 얻은 행복한 주부다. 어느 날 세실리아는 다락에서 존 폴이 오래전에 써둔 편지 한통을 발견한다. 봉투엔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보라’는 문구가 써 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세실리아는 출장간 존 폴에게 전화를 건다. 존 폴은 침통한 목소리로 편지를 읽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일정을 앞당겨서까지 무리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존 폴의 괴이한 태도에 더욱 이상함을 느낀 세실리아는 결국 편지 봉투를 뜯고 만다. 편지엔 그의 끔찍한 과오가 적혀 있다.
사촌과 사랑에 빠진 남편에게 충격을 받은 테스, 어린 딸 자니를 비명에 보낸 레이첼까지 그 편지로 인해
씨네21 추천 도서 <허즈번드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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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경영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경영이란 사업이기도 하지만 네트워킹이기도 하다. 경영서는 비즈니스 개론서를 넘어 인간을 관리하고, 관계를 맺는 비책을 서술한 처세 기본서이기도 한 것이다. 잘 쓰인 경영서는 이를테면 <채근담>이나 <손자병법>과도 같다. 우리가 향해야 할 곳을 제대로 알려준다. 존 브룩스의 <경영의 모험>은 그가 살았던 1960년대에 발생한 금융 및 경제 관련 이슈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입을 모아 최고의 경영서라고 극찬한 그 책이다. 빌 게이츠는 <경영의 모험>을 다시 펴내기 위해 저작권을 갖고 있는 존 브룩스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 덕에 <경영의 모험>은 43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존 브룩스는 뛰어난 금융 저널리스트였고, 10권 이상의 경제 관련 논픽션을 저술한 작가였다.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동안 취재한 내용, 인터뷰, 방대한 자료
씨네21 추천 도서 <경영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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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한 아저씨가 등장했다. 가게에 들어와 아이패드가 든 상자를 붕붕 휘두르며 컴퓨터를 사러왔거늘 자판조차 없는 이 납작한 것이 컴퓨터가 맞냐고 성질을 부리는 이상한 아저씨가. 남자의 이름은 오베. 자신 외의 모든 사람들은 규칙이라고는 모르는 한심하고 나태한 작자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오베는 매일 새벽 마을 이곳저곳을 “시찰”하며 잔소리를 일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베는 아저씨, 아줌마, 동네 청년들은 물론이요 임신부, 어린아이, 심지어 길고양이에게까지 까칠한 태도로 일관한다. 하지만 그런 오베도 아내에게만큼은 자못 다정하다. 오베가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라면, 아내는 “색깔”이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다.
그런 아내가 반년 전 죽었다. 자신의 삶을 색색으로 물들여주던 아내가 떠난 후, 오베의 삶은 다시금 무채색으로 변했다. 오베는 아내의 뒤를 따르기로 마음먹고 매일같이 자살을 준비한다. 하지만 오베의 시도는 성가시고 바보 같은 이웃 때문에 매번 실패한
씨네21 추천 도서 <오베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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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수영이 ‘시의 궁극적인 목적은 침묵이다’라고 말했죠. 여기서의 침묵은 말이 필요 없는 교감 상태를 이릅니다. (중략) 인문학에서의 침묵이란 ‘삶에서의 확신’을 의미합니다.” 강신주 철학자는 <씨네샹떼>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달러 베이비>에 관해 위와 같이 말했다. 그렇다면 침묵하자. 우리는 자신과 더욱 친밀하게 교감할 필요가 있다. 여기 소개하는 각기 다른 여섯권의 책이 우리의 침묵을 도울 것이다.
두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와 <허즈번드 시크릿>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죽음을 다룬다. <오베라는 남자>에서 괴팍한 남자 오베는 아내의 죽음에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오베의 가슴속 텅 빈 구멍은 오베 못지않게 괴상한 오베의 이웃들이 채운다. 오베는 날마다 죽음을 되풀이하지만 그를 둘러싼 이웃들로 인해 매번 다시 살아난다. 그의 가슴이 뜨끈한 마음들로 가득 채워질 때쯤 오베는 비로소 완전한 끝을 맞이한다. <
우리 자신과의 친밀한 교감을 도울 여섯권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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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 사비냑 기획전 <비주얼 스캔들>
20세기를 대표하는 포스터 아티스트 레이먼 사비냑의 작품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5월15일부터 8월30일까지 KT&G 상상마당 갤러리 2층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의 사비냑 기획전이다. 그는 단순한 필치와 원색 톤의 화풍에 독창적인 상상력을 불어넣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프랑스 대표 화가다. 도슨트 시간도 있으니, 사비냑의 작품 세계를 알고자 한다면 참고하자.
이명세와 채호기의 편지 모음
이명세 감독과 채호기 시인이 한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1년6개월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풀고 다듬어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5월4일 출간된 단행본 <주고, 받다-영화와 시, 그리고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에는 같은 대학교를 다녔지만 직접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의 영화와 시에 관한 진솔한 대화가 실렸다. 영화 제목을 시인의 첫 시집 제목에서 따와 만들었던 사연, 영화 <M>의 내레이션 원고를 채호
[culture highway] 맑고 선명한 반딧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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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이번 수상자는 정지돈, 이장욱, 윤이형, 최은미, 김금희, 손보미, 백수린으로, 대상 수상작은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다.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이자 근대건축가였던 이구라는 실존 인물의 일화를 모아 전달한다.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면서 허구의 이야기가 갖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 소설.
[도서] 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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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학예상, 고단샤출판문화상 수상자이자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가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을 통해 생명현상을 함부로 조절하려는 인간의 오만을 고발한다. 유전자조작, 수명연장 같은 SF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가장 각광받는 산업분야로도 주목받는 유전자과학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수명이라는 거시적인 현상이 특정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으로 가능하다는 발상을 지적한다.
[도서] 인간의 오만을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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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셜포비아>(2014)를 보면 사건이 음모로 발전하는 순간을 볼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을 일으키던 레나라는 유저가 자살한 채 발견된다. 시체를 가장 먼저 목격한 남자들(레나와 직접 만나러 가는 과정을 생중계하고 있던)은 곧 레나가 당했듯 신상이 털리는데, 그들은 레나가 자살이 아니라 살해당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유를 모르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아가 진실 규명과 무관하게 이야기의 중심에서 스토리텔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그들을 추동한다.
인간이 이야기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자기표현, 자기실현의 욕구가 녹아 있으며, 때로 그 욕망은 범죄자의 욕망과 아주 미세한 차이를 지닌 공통유전자가 있다는 게 <오쓰카 에이지: 순문학의 죽음•오타쿠•스토리텔링을 말하다>의 저자 오쓰카 에이지의 생각이다. 오쓰카 에이지는 1989년 일본을 뒤흔든 연속 소녀 유괴 살인사건(일명 ‘미야자키 쓰토무 사건’)의 변호인단의 일원으로 재판에 관련된 경험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소설의 흐름, 사회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