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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프랑스의 소설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를 읽는 동안 떠올린 영화들의 목록이다. <숏 컷>(로버트 알트먼), <매그놀리아>(폴 토머스 앤더슨), <그을린 사랑>(드니 빌뇌브), <그녀에게>(페드로 알모도바르), <가족의 탄생>(김태용), <러브 액츄얼리>(리처드 커티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민규동),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요시다 다이하치) 등등. 아, 그리고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까지.
위 목록을 보면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수많은 교집합을 만들어낸다. 여기에선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저기에선 지나가는 조연으로 등장하고, 별 관계 없어 보이던 인물들이 중요한 순간에 만나 귀한 인연을 맺는 식이다. 그러
씨네21 추천 도서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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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 <고백> <늑대아이> 등을 제작한 프로듀서인 가와무라 겐키의 소설 데뷔작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시침 뚝 떼고 들려준다. 이 제목을 처음 본 독자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심오한 비유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은 진지하게 이 세상의 고양이를 모두 없애려고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묻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이 소설을 마음 편히 읽기 위해서는 일단 그 거짓말 같은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
내용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혼자 살아가는 삼십대의 주인공은 어느 날 의사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뇌의 종양 때문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그렇구나, 라며 터덜터덜 돌아오지만 정말 놀랄 만한 일은 지금부터 벌어진다. 악마가 불쑥 등장해 세상의 사물을 한 종류씩 없애는
씨네21 추천 도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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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의 작가가 쓴 다섯권의 소설책을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까지 다 읽은 후에야 이 이야기들이 모두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그리고 있음을 알았다. 부러워 보이는 관계도 있고, 쉽게 이해하기 힘든 관계도 있었지만 그만큼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각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을 통해 관계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를 찾는 건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선택 가능한 유의미한 보기로 삼을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래는 정답이 없는 오지선다이다. 자유롭게 골라보시길.
1.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는 아버지와 심하게 싸운 아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도 아버지를 찾아가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아들이 아버지의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아버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나에게도 나만의 입장이 있어. 그러니 여기서 이만’의 태도. 그렇기에 이 소설은 동화 같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현실을 냉정히 반영하고
정답 없는 질문, “이상적 관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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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영상의 거장이 온다
“가이 매딘의 영화를 보지 않고는 진정으로 낯선 영화를 봤다고 말할 수 없다.”(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캐나다 출신 아방가르드 영상예술의 거장 가이 매딘의 회고전 <가이 매딘의 무자비한 꿈>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필름앤비디오 영화관에서 7월15일부터 8월30일까지 열린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의 신작 <금지된 방>(2015)을 비롯해 극장용 장편영화, 단편 및 전시 형태로 소개됐던 41편의 영상작업이 소개될 예정이다.
우쿨렐레 피크닉과 여름 나기
발랄하고 상큼하게 여름을 나고 싶다면, 3인조 밴드 우쿨렐레 피크닉의 노래가 딱이다. 우쿨렐레의 또랑또랑한 소리를 중심으로 담백하고 부담 없는 보이스를 덧입혀온 팀이다. 7월27일 발매하는 새 미니 앨범 《여름비》에는 <캠핑카> <몸에 좋은 생각> <남다른 노총각> 등 소소한 일상을 담은 곡들이 채워졌다. 8월7일 가톨릭청년회관 CY 씨어터에
[culture highway] 아방가르드 영상의 거장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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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대한 책이 많고 많지만 <제주 오디세이>는 르 클레지오, 프랑스 시인 카티 라팽, 하와이 도시•환경계획 전문가 이덕희, 독일 출신 한국학 학자 베르너 사세, 전 주제주 일본국총영사 요덴 유키오, 재중 해녀 출신 김순덕과 무용가 진향란 모녀, 베트남 여성 종군작가 레 민 퀘 등 제주를 좋아한 외국인의 말을 담았다. 4장에는 제주의 고통과 함께한 이들이 실렸다.
[도서] 제주를 좋아한 외국인의 말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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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라는 실체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악’(evil)과 ‘부정’(wickedness)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테리 이글턴의 책. 원인과 합리성의 부재, 불가해한 초월성을 향한 무한한 욕망, 무의미함, 극단적 순수성을 좁은 의미의 악이 지니는 특성으로 설명하는 그는 왜 선을 향한 의지가 더 많은 폭력을 불러오는지에 대해 묻는다.
[도서] 왜 선을 향한 의지가 더 많은 폭력을 불러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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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강헌이 쓴 음악 이야기. 재즈와 로큰롤 혁명, 한국의 통기타 혁명과 그룹사운드의 부상, 모차르트와 베토벤 이야기, <사의 찬미>에 얽힌 뒷이야기와 음모론적 해석 등 다양한 이야기를 실었다. 음악을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읽어낸 책으로, 돈과 권력의 문제가 음악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재미있게 풀어냈다.
[도서] 음악평론가 강헌이 쓴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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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때에 일봉이가 남한산성으로부터 나오면서 영감의 편지를 가져왔다. 그 편지에 기별하시기를 일이 급하게 되었으니 짐붙이는 생각지도 말고 밤낮을 가리지 말고 청풍으로 가라고 하셨다.” 때는 1636년 병자년 12월16일. 인조 임금을 호종해 남한산성에 들어간 남편 남이웅의 전갈은 빨리 피난을 가라는 내용이었다. 병자호란이었다.
<병자일기>는 병자호란이 시작된 때로부터 4년여간 쓰인 일기다. 인조 때 좌의정을 지낸 남이웅의 부인 남평 조씨가 썼는데, 최근 신주 뒷면에 새겨진 실명이 발견된 것에 따르면 그녀의 이름은 조애중이었다. 그녀는 17살에 남이웅과 혼인해 56년을 살았고 남편보다 3년 먼저 72살로 병사했다. 자녀는 모두 일찍 죽었고 병자년 그녀의 나이는 63살이 된 참이다. 남편은 임금(인조) 곁에 있거나 세자(소현) 곁에 있어야 했고, 식솔을 이끌고 피난을 떠나는 것은 그녀의 몫이었다. 그 피난길은 서산, 당진, 여산, 충주 등지로 이어진다. 병자호란은 길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이름 없는 여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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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꼭 알아봐주길 바라는 비밀
지난해 10월 첫 EP 앨범 《비밀》을 발매한 포크 듀오 김사월X김해원. 그들이 《비밀》을 만들기까지의 제작기를 담은 출판물을 발매했다. 이름하여 ‘비밀 노트’ . 홍대 인디신을 중심으로 각자 활동을 이어오던 두 사람이 한팀을 이루고, 앨범을 내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공연을 하게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았다. 특히 노트에는 신곡 <낮은발등> <아카시아>를 들어볼 수 있는 다운로드 코드까지 포함돼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들의 관능적이고 음울한 사운드가 만들어지게 된 비밀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책방 유어마인드에서 판매 중이다.
싱어송라이터 김사랑 단독 콘서트
김사랑이 7월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홍대 카페 벨로주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7월3일 발매한 4집 《(HUMAN COMPLEX) Integrated》에 수록된 곡들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신곡 <기억나>의 가사를 주제로 팬들과
[culture highway] 막 비비안 마이어를 발견한 당신을 위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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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쓴의 5만 원 자취방 인테리어>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1∼2인 가구 집 꾸미기 안내서. 전작이 더 친절하게 집 꾸미기를 도와주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집 꾸미기를 스토리텔링과 연결지어 다른 목적 혹은 분위기의 방 꾸미기를 보여준다. 돈을 아껴 직접 원하는 대로 꾸민다는 것은 이번 책에서도 큰 장점.
[도서] 1∼2인 가구 집 꾸미기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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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전동화로부터 원동력을 얻어 쓴 현대소설 앤솔러지. 2011년 월드판타지상 베스트 앤솔러지 부문 수상작인 이 책은 고전동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이 책을 기획한 케이트 번하이머는 “모든 위대한 소설은 위대한 동화이다”라고 말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견해를 빌려 “모든 위대한 내러티브는 위대한 동화”라고 강조한다.
[도서] 고전동화의 현대적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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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에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를 연재 중인 재즈평론가 황덕호의 <그 남자의 재즈 일기> 개정판. 떠밀리다시피 재즈 음반 가게를 맡아 운영하게 된 주인공이 재즈에 빠져드는 과정을 1998년 3월11일에 시작해 2000년 11월17일에 끝나는 일기로 기록한 형식으로 쓰였다(이 설정은 어디까지나 허구다). 기존의 1, 2권을 한권으로 묶었으며, 그사이 절판되는 등 어떤 식으로도 들을 수 없게 된 음반 안내가 추가되었다.
[도서] 재즈평론가 황덕호의 <그 남자의 재즈 일기>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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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 나의 독서를 위해 초빙한 작가는 두 미국인이다. 제임스 설터와 리처드 브라우티건으로, 설터에 대해서는 다음주에 쓰기로 하고 오늘은 브라우티건의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에 대해 말하고 싶다.
단편집인 이 책의 원제는 <Revenge of the Lawn>으로, 바로 첫 번째 단편의 제목에서 딴 것이다. <잔디밭의 복수>. 8쪽밖에 되지 않는 <잔디밭의 복수>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 할머니는 미국의 과거라는 풍랑 속에서 등대처럼 빛나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잠깐 당부의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문장 하나를 읽고 상상하고 그다음 문장을 음미하며 읽을 것. “할머니는 워싱턴주의 조그만 마을에 사는 밀주업자였다.” 아아, 미국의 과거라는 풍랑. 아아, 등대처럼 빛나는 사람. 이 할머니에게는 잭이라는 동거인이 있었고, 그들은 30년이나 같이 살았다. 잭은 화자인 ‘나’의 친할아버지가 아니었다. 물건을 팔러 왔다가 일주일 후 배달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이미지를 따라가며 길을 잃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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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데이트는 고궁에서
고궁의 문이 활짝 열렸다. 7월 한달 동안 경복궁, 창덕궁(후원 제외), 창경궁, 덕수궁 이상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입장료 없이 드나들 수 있다. 메르스로 침체된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문화재청이 고궁과 왕릉을 한 달간 모두에게 무료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들뜬 마음을 식히기에 고궁만 한 곳도 없다. 무료 개방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자.
브리티시 록스타의 귀환
브리티시 록밴드 뮤즈가 7번째 정규앨범 ≪Drones≫ 발매를 기념하여 아시아 투어를 진행한다. ≪Drones≫의 주제는 희망을 상실한 인간이 시스템에 의해 세뇌되어 ‘Human Drones’로 변형되는 일련의 과정을 그려내는 데 있다. “이제까지 공연에서 보여주었던 화려한 연출이 이번 투어에서 극에 달할 것”이라고 선언한 만큼, 빵빵한 세트리스트를 기대해봄직하다. 내한공연은 9월30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되며, 현재 온라인에서 티켓을 판매 중이다.
디
[culture highway] 덴마크에서 날아온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