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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쓰레기’라고 부른다. 예뻐서 샀는데 막상 집에 두고 보니 짐만 되는 것들 말이다. 누구나 집에 이런 물건 한 트럭분은 있으리라. <씨네21> 이화정 기자의 집에는 이런 물건이 열 트럭분은 있다. 여느 집과 차이가 있다면, 어찌나 그 수가 많고 서로 조화롭게 놓여 있는지 예쁜 물건들의 정글 같달까. 여행지에서 싼값에 독특하고 사연 있는 빈티지를 사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시간 수집가의 빈티지 여행>은 감식안 뛰어난 친구의 쇼핑 가이드다. 이 책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 코펜하겐 빈티지 그릇 상점’편에 적힌 것처럼, “체력과 구매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체력. 성냥개비처럼 마른 이화정 기자는 ‘시장’, ‘쇼핑센터’라 불리는 곳에 발을 들이면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 창고로 직행할 위기에 처한 작고 예쁜 물건들을 모두 구입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남는 것은 의지의 문제. 함께 치앙마이로 여행 갔을 때 내가 기겁한 것은 유리
[도서] 컬렉터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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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잡지가 정말 잘 팔리던 때가 있었다. 특히 일본의 만화판이 그랬는데, 일본의 만화출판사 직원과 어쩌다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이만저만 놀라운 게 아니다. 만화잡지가 150만부를 찍던 시절 이야기다. 일본만화판뿐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은 인쇄매체의 황혼기다. 한국 영화잡지판을 비롯해 문화잡지계가 좋았던 시절이 있었고, 인상적인 사진이 실린 표지들로 말이 필요 없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달하던 미국 잡지의 호시절이 있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본 전•현직 잡지계 종사자들이 눈물을 훔쳤던 건 그런 이유에서다. 으레 잡지 한두권쯤 정기적으로 챙겨보던 때는, 지났다. 만화 <중쇄를 찍자!>에도 그런 풍경이 나온다. 1년 매출 예상계획표를 제출해야 하는 만화잡지 편집장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상하네~ 내가 말단이던 시절의 편집장은, 대충 어림잡아서 A4 용지에 손으로 적당히 써서 냈는데… 누구보다 늦게 출근해서 누구보다 빨리 퇴근하고! 해뜰 때까지 술이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초보 편집자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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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꿈
일민미술관이 10월25일까지 조덕현 작가의 개인전 <꿈>을 개최한다. 흑백 사진을 화폭에 재현해 한 가족의 역사를 되살리고, 가상의 역사를 토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조덕현 작가의 작업 전반이 소개된다. 전시는 3층짜리 공간을 활용해 동명이인의 배우 고 조덕현의 삶을 추적한 신작 <꿈의 정원>, 작가의 지난 발자취를 돌이켜보는 <님의 정원>, 작곡가 고 윤이상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공간 <음의 정원>으로 구성했다.
조금 더 사소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에세이집 <걷는 듯 천천히>가 출간됐다. 2011년 <니시닛폰신문>에 연재한 글과 다른 곳에 기고한 감독의 글들을 모았다. 감독은 말한다. “멈춰 서서 발밑을 파내려가기 전의 조금 더 사소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것. 물밑 바닥에 조용히 침전된 것을 작품이라 부른다면, 아직 그 이전의, 물속을 천천히 유영하는 흙 알갱
[culture highway] 망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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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답은 가을방학으로 정해져 있다
2인조 밴드 ‘가을방학’의 3집 발매 기념 공연이 9월11일(금)과 12일(토) 이틀 동안 서울 올림픽공원 88호수 수변무대에서 오후 7시부터 열릴 예정이다. 2년 만에 발매되는 이들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을 처음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잊혀진 계절에 우체국 앞에서 편지를 부치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은 방학이 대세다.
반짝반짝 빛나는
김한나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 <기막히게 유창하게>가 9월15일까지 롯데갤러리 영등포점에서 열린다. 작가의 모습을 투영한 소녀 ‘한나’와 그녀의 친구 ‘토끼’의 일상적인 모습이 작업의 주요 모티브.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작품과 더불어 세라믹, 설치작품 등 19점의 신작이 소개될 예정이다. 서정적이고 달콤한 색감과 키덜트적인 느낌으로 구현된 소녀와 토끼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반짝거리는 찰나를 담고 있다.
당신의 지난 시간을 삽니다
<씨네21> 이화정 기자의 신간 <시간
[culture highway] 가을의 답은 가을방학으로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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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유작 <인간실격>의 영향력 때문일까. 많은 이들에게 다자이 오사무는 패배의 아이콘이다. 그가 5번의 자살기도 끝에 죽음에 ‘성공’했다는 일화가 그가 쓴 작품들만큼이나 유명하다는 것 역시 그런 평가에 일조한 게 사실일 터. 하지만 근래 들어 불안과 절망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은 시대를 향한 솔직한 목소리이자 다이쇼오-쇼와의 격변기와 전쟁을 버텨낸 작가의 “강한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추세다.
‘창비세계문학’ 44번째 시리즈 <사양>은 다자이 오사무 작품 가운데 페미니즘적 시선이 두드러지는 10개의 소설을 선별해 구성했다. 그의 삶은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유년 시절의 영향으로 모성에 대한 애착이 묻어 있다. 이는 여성편력은 물론, 그의 소설에서 엿보이는 여성의 시선을 향하는 말이기도 하다. 1937년 <등룡>부터 1948년 <향응 부인&g
씨네21 추천 도서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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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라니. 제목만 본다면 언뜻 그럴싸한 이름으로 둔갑한 처세 관련 자기계발서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 와카바야시 마사야스가 쓴 에세이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이하 <사회인대학교>)는 성공한 연예인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조목조목 일러주는 책이 아니다. 차라리 출세 수년차에도 여전히 방황하는 코미디언의 기행(奇行) 고백록에 가깝다.
와카바야시 마사야스는 가스가 도시아키와 함께 콤비 ‘오도리’로 2008년 만담 선수권 대회 ‘M-1 그랑프리’에 참가해 준우승을 거머쥐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루 스케줄이 10개에 육박해 2009년, 2010년 연속으로 방송 출연 횟수 1위를 기록할 만한 성공이었다. <사회인대학교>는 2010년 8월부터 와카바야시 마사야스가 잡지 <다빈치>에 기고한 글을 모았다. 욕실 없는 쪽방에 살던 무명 시절을 회고하며 첫장을 여는 저
씨네21 추천 도서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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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스릴러 ‘해리 홀레’ 연작을 통해 거장의 반열에 오른 요 네스뵈는 <헤드헌터>(2008) 이후 6년 만에 네 번째 독립 작품 <아들>을 발표함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갈채를 받았다. 이는 작가가 성공한 시리즈의 명성에서도 자유로워졌다는 것과 더불어, 소설 속에서 끈질기게 조명해온 고향 오슬로를 향한 시선이 완전히 무르익었다는 칭찬이기도 했다.
612페이지. 요 네스뵈의 지난 책과 마찬가지로 <아들> 역시 벽돌 같은 두툼한 장정을 자랑한다. 이렇다 할 배경 설명 없이 시작하는 책은 바로 주인공 소니를 비춘다. 심지어 횡설수설 이야기를 늘어놓는 다른 사내가 페이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소니에 대한 단서를 하나둘 던지면서 그를 향한 시선을 금방 붙든다. <아들>은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두꺼운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와중에도 결국 소니에 대한 장력을 놓치는 법이 없다
씨네21 추천 도서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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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와 두께 모두 다른 소설 둘과 에세이 하나는 현재 여기를 살아내려는 의지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경제 저널리스트와 뮤지션에서 돌연 소설가가 된 요 네스뵈의 <아들>, 20대 무명 코미디언에서 순식간에 대스타가 된 와카바야시 마사야스의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가장 혼란스러운 일본을 가장 격렬한 심정으로 바라본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나이도, 살아온 시공간도 다른 세 남자가 써내려간 생에 대한 결심. 8월 <씨네21>의 북엔즈에서 만나보자.
사실, 노르웨이의 스릴러 <아들>은 살아가려는 힘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평생을 저주했던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감옥을 나온 소니가 거대하고 악랄한 범죄 조직에 일당백으로 맞서는 모습은, 제 발로 죽음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저 불꽃을 향해 몸을 던져야 비로소 자신으로 사는 불나방처럼, 소니는 거칠 것 없이 복수의 대상에게 성큼성큼 다
지금 여기, 자기 뜻대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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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극의 ‘찬란한’ 앙상블
장 주네의 유작 희곡 <스플렌디즈>(Splendid’s)가 연극으로 만들어져 8월21∼22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단 이틀간 국내 초연된다. 스플렌디즈 호텔을 장악한 뒤 실수로 인질을 죽여버린 일곱명의 갱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동안의 이야기를 위태로운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작품. 연극 상연 전 장 주네가 연출한 영화 <사랑의 찬가>(1950)가 먼저 상영되고 연극은 영화의 엔딩과 절묘하게 이어지며 시작한다. 21일 오후 8시 공연, 22일 오후 3시 공연을 마친 뒤엔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 자리가 마련된다.
여름의 마무리는 라틴음악으로!
9인조 밴드 ‘로스 아미고스’(Los Amigos)가 2년 만에 새 앨범 《Vamos》를 들고 돌아왔다. 2013년 데뷔 앨범 《친구》를 발매했을 때 한국에서도 라틴음악 계열의 브라질리언과 아프로큐반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팀이 있다는 데 놀라움을 던져준 실력파들이
[culture highway] 영화와 연극의 ‘찬란한’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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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재단이 인정한 정식 계약판으로 전집을 완간한 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에 이어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을 펴냈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 소설 주인공이지만, 에르퀼 푸아로의 부고기사는 <뉴욕타임스>에 실려 화제가 되었다. 1975년 8월6일자, 제목은 “에르퀼 푸아로 사망: 유명한 벨기에인 탐정”이었다(심지어 1920년대에 그려진 전신 초상화까지 함께 실렸다). 당연하게도, 부고기사가 실리게 만든 푸아로 최후의 사건을 담은 <커튼>이 셀렉션의 마지막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구름속의 죽음> <3막의 비극> <백주의 악마> 등 10권이 이번 셀렉션에 포함되었다. 푸아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안타깝지만 ‘에디터스 초이스’로 먼저 선을 보여 여기에는 빠져 있다. 이중 가장 먼저 읽기를 권하는 책은 <스타일스 저택
[도서]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의 활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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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이민 가자.”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학업을 다시 시작한 아내를 졸랐다. 아내가 이유를 물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늙어서 회사를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답도 없는 데다가 이놈의 나라는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대답했다. 아내는 “언제 나라 걱정 했냐”면서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었다. 유럽의 많은 청년들이 창업을 하기 위해 향하는 기회의 땅, 독일 베를린이 먼저 떠올랐다. 그 얘길 기다렸다는 듯 아내의 잔소리가 속사포처럼 나왔다. “기회의 땅? 거기서 뭐 먹고살 거야? 김밥천국? 김밥 말 줄 알아? 내가 요리하면 된다고? 서빙은? 네가 하면 된다고? 독일어는? 독일어 배울 거라고 얘기한 지가 언젠데.” 음, 실패다, 작전 변경. 아내가 유학을 갈 코스타리카로 조타수를 돌렸다. 전 국토의 80%가 국립공원인 데다가 커피농사가 국가의 주요 산업이라고 하니 그거라도 배워서 살면 괜찮겠다 싶었다. 미국 중산층의 상당수가 은퇴하면 가장 가고
[도서] 외국 생활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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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부록 많은 한정판으로
플레인 아카이브가 <이다>(2013) 블루레이 타이틀을 출시한다. 이동진 평론가의 음성해설과 파블리코프스키 감독과의 대화 영상이 수록돼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11분30초 길이의 감독 인터뷰와 메이킹 영상도 실렸다. 한정판 1500장(국내 1천장)에 한해 영화 리뷰가 실린 소책자, A3 접지 포스터, 영화 카드가 포함돼 있으니 빨리 예매를 서두르는 게 좋겠다. <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8월31일 출시.
The King Is Coming
동시대 가장 거대한 프로듀서 퍼렐 윌리엄스가 8월1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프로듀싱팀 넵튠스로 활동하며 2000년대 초반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냈던 그는, 최근 <Happy>, 로빈 시크의 <Blurred Lines>,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의 어마어마한 성공과 함께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공
[culture highway] 평생을 바쳐 담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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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후 전기. 열여섯살에 후궁으로 간택돼 마침내 황실의 최고 결정권자가 되어 50여년 동안 청나라를 통치한 서태후를 자료들을 통해 다시 그려낸다. 현대 중국의 기초를 만들어간 서태후의 삶은 어땠을까. <대륙의 딸>을 쓴 장융이 또 한명의 신화와 가십으로 무성한 역사적 인물의 초상을 보여준다.
[도서] 현대 중국의 기초를 만들어간 서태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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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벌어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쓴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묻지마 테러를 벌인 살인마와 정년 퇴직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훔친 메르세데스 승용차로 취업박람회 개장을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돌진하여 아기를 포함한 8인의 희생자를 내고 도주한 일명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악연으로 얽힌 형사의 사건수사기.
[도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