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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최초로 에볼라 바이러스를 발견했고, 일생을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의 전염병 및 소외질환과 싸워온 피터 피오트의 책. 에볼라와 에이즈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담고 있다. 에볼라를 발견한 시점부터 현대 최악의 유행병으로 꼽히는 에이즈와 맞서 싸우는 일련의 사건과 기록을 읽고 있으면, 인류가 새로이 등장한 질병들에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도서] 에볼라 바이러스 최초 발견자 피터 피오트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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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Mother, Enough.
한국에도 <본격소설> <필담> 등의 책이 소개된 일본의 소설가 미즈무라 미나에가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의 제목이다. ‘제발, 어머니, 이만하면 됐어’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의 이 글은 연말,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머니가 막 응급차로 실려왔다는 소식인데, 길에서 넘어져 어깨뼈와 엉덩이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병원에 달려가던 그녀의 첫 반응은, “또!”였다. 일년 반이 지나 끝날 기약이 없는 병간호를 하느라 병원 침상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불쑥 이런 생각을 했다고 적었다. “엄마, 언제 돌아가실 거예요?”
나이들고 병든 부모에 대한 불효라고 혀를 찰 일이 아니다.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는 노인개호(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이들을 돌보는 일)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고령화와 비혼이라는 두 가지 사회 이슈(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가 결부되어 있는데,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삶의 비극적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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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아저씨 오신다
벌써 7번째 방문이지만 반가움의 크기는 여전하다. 다름 아닌 톰 크루즈니까.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개봉에 맞춰 톰 크루즈가 한국을 찾는다. 7월30일(목) 오후 6시30분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에서 톰 크루즈와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의 레드카펫 행사가 열린다. 31일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톰 크루즈를 만나는 일에 불가능은 없다.
물, 꿈, 신화
수중촬영의 거장 제나 할러웨이의 사진전 <the Fantasy>가 7월3일부터 9월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가 첫째딸과 함께 작업한 수중사진 동화집 <물의 아이들>에 수록된 삽화와 제나 할러웨이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Seahorse> 등 그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티몬과 예스24, 인터파크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야한 얘기는 혼자 봐
[culture highway] 톰 아저씨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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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립자> <투쟁 영역의 확장>을 쓴 미셸 우엘벡의 <복종>이 출간된 날 프랑스 대표적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겨냥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총격 테러가 벌어졌다. <복종>은 2022년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프랑스 사회를 그린 소설로, <렉스프레스>는 “소설은 시대와 그 시대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평했다.
[도서] 2022년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프랑스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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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과 <쓰가루 백년 식당>를 쓴 모리사와 아키오의 에세이다. 여름이면 무조건 산과 바다, 강으로 나가 무한한 자유를 느꼈던 이십대 시절 여행기. 보트를 타다가 폭포로 떨어질 뻔한 후 맥주, 쇠등에 떼와의 결전 뒤 만신창이가 된 후 미지근한 맥주…. 맥주의 계절 여름을 그만의 방식으로 만끽한 흥미진진한 모험기.
[도서] 모리사와 아키오의 이십대 시절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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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1996년을 배경으로 한 고1 여학생 하석의 이야기다. 부족할 것 없는 가정환경이지만 집에는 하석이 태어날 즈음 사라진 언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지 못할 좋은 딸이자 모범생이었던 언니를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 하석은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 방법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도서] 제2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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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포함해 출판물의 저자이거나 편집자인 사람들은 책 표지에 대해 자주 투덜거린다. 출판 디자인, 그중에도 표지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의 변은 왕왕 “책이 이렇다”다. 자신의 책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불편한 마음이 드는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 표지는 혹시 내 책이 이렇게 읽혔다는 뜻은 아닌가?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일의 양이 많고 일정이 급박한 한국 출판 환경이 어긋남의 주범인 경우가 많은데도.
“표지 디자이너의 역할은 거의 문자 그대로 독서라는 본질적 행동을 하는 일이다. 즉, 책의 껍질 속을 꿰뚫어보고 그 책의 토대를 정확히 찾아 보여주는 일이며, (…) 표지 디자이너는 예언자들이 나뭇잎이나 내장을 읽어내는 식으로 책을 읽는다.” 뮤지션이자 북디자이너인 피터 멘델선드가 만든 책 표지를 모은 <커버>의 소개글을 쓴 톰 매카시는 책의 무의식을 측정하는 일이 바로 피터 멘델선드의 재능이라고 설명한다. 피아니스트로 음악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책의 영혼을 읽어내는 북디자이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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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우 조심스럽게 쓴 글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앤터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포일러가 될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평소 기본적인 정보 정리에도 스포일러라고 민감히 반응하는 건 유난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 앞에서는 좀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작가가 치밀하게 준비한 몇 가지 반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하나의 사건 뒤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사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조차 고민이 된다.
일단 첫장에서는 ‘클래런스 데버루’라는 악질 악당을 잡기 위해 존스 경감과 탐정 프레더릭 체이스가 등장하지만 그 뒤로 어떤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질지는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책의 제목이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이니 적어도 셜록과 모리어티는 등장하는 게 맞지 않
씨네21 추천 도서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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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또는 글이란 매체의 특징이자 장점은 독자의 의도대로 진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1.5배속으로 보면 죄책감이 들지만 책은 빨리 보아도 천천히 보아도, 또는 보다가 잠시 딴생각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그런 읽기의 과정이 독서의 고유한 경험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미우라 시온의 <마사&겐>은 천천히 읽기에 좋은 책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73살 동갑내기 두 할아버지의 일상을 그린 이 소설에는 독자의 진지한 몰입을 강제하는 어떤 심각한 사건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는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도 지극히 가벼운 태도로 그 사건에 접근한다.
여기서 가볍다는 건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단지 작가와 소설 속 주인공들이 자기 주변의 일에 필요 이상의 감정을 쏟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사와 겐에게는 엄청나게 슬픈 일도 일어나지 않고, 엄청나게 기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쁜 일이 일어나도 심술궂은 말을 굳이 한마디 덧붙이고, 소
씨네21 추천 도서 <마사&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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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으로 익숙한 김려령 작가의 신작 <트렁크>를 술술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용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먼저 NM은 ‘새로운 결혼’(New Marriage)의 줄임말로서 비밀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간제 결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의 이름이다. 그리고 FW, FH는 ‘필드 와이프’(Field Wife)와 ‘필드 허즈번드’( Field Husband)의 줄임말로서 기간제 결혼에서 아내/남편 역할을 담당하는 맞춤형 결혼기술자를 의미한다.
이 소설 속 세계는 사랑에 기반한 정석적인 결혼의 절차는 피하고 싶지만 결혼 자체는 잠깐씩 누리고 싶은(안정적인 섹스, 성정체성 숨기기, 외로움 방지 등 이유는 다양하다) 사람들이 아내와 남편을 돈을 주고 고용하는 곳이다. 그리고 <트렁크>의 주인공 노인지는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네 번째 ‘결혼 출장’의 경력을 자랑하는 FW로서, 지금은 인기 작곡가와 ‘재계약’해 열심히 ‘직장
씨네21 추천 도서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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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프랑스의 소설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를 읽는 동안 떠올린 영화들의 목록이다. <숏 컷>(로버트 알트먼), <매그놀리아>(폴 토머스 앤더슨), <그을린 사랑>(드니 빌뇌브), <그녀에게>(페드로 알모도바르), <가족의 탄생>(김태용), <러브 액츄얼리>(리처드 커티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민규동),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요시다 다이하치) 등등. 아, 그리고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까지.
위 목록을 보면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수많은 교집합을 만들어낸다. 여기에선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저기에선 지나가는 조연으로 등장하고, 별 관계 없어 보이던 인물들이 중요한 순간에 만나 귀한 인연을 맺는 식이다. 그러
씨네21 추천 도서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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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 <고백> <늑대아이> 등을 제작한 프로듀서인 가와무라 겐키의 소설 데뷔작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시침 뚝 떼고 들려준다. 이 제목을 처음 본 독자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심오한 비유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은 진지하게 이 세상의 고양이를 모두 없애려고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묻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이 소설을 마음 편히 읽기 위해서는 일단 그 거짓말 같은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
내용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혼자 살아가는 삼십대의 주인공은 어느 날 의사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뇌의 종양 때문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그렇구나, 라며 터덜터덜 돌아오지만 정말 놀랄 만한 일은 지금부터 벌어진다. 악마가 불쑥 등장해 세상의 사물을 한 종류씩 없애는
씨네21 추천 도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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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의 작가가 쓴 다섯권의 소설책을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까지 다 읽은 후에야 이 이야기들이 모두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그리고 있음을 알았다. 부러워 보이는 관계도 있고, 쉽게 이해하기 힘든 관계도 있었지만 그만큼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각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을 통해 관계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를 찾는 건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선택 가능한 유의미한 보기로 삼을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래는 정답이 없는 오지선다이다. 자유롭게 골라보시길.
1.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는 아버지와 심하게 싸운 아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도 아버지를 찾아가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아들이 아버지의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아버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나에게도 나만의 입장이 있어. 그러니 여기서 이만’의 태도. 그렇기에 이 소설은 동화 같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현실을 냉정히 반영하고
정답 없는 질문, “이상적 관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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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영상의 거장이 온다
“가이 매딘의 영화를 보지 않고는 진정으로 낯선 영화를 봤다고 말할 수 없다.”(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캐나다 출신 아방가르드 영상예술의 거장 가이 매딘의 회고전 <가이 매딘의 무자비한 꿈>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필름앤비디오 영화관에서 7월15일부터 8월30일까지 열린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의 신작 <금지된 방>(2015)을 비롯해 극장용 장편영화, 단편 및 전시 형태로 소개됐던 41편의 영상작업이 소개될 예정이다.
우쿨렐레 피크닉과 여름 나기
발랄하고 상큼하게 여름을 나고 싶다면, 3인조 밴드 우쿨렐레 피크닉의 노래가 딱이다. 우쿨렐레의 또랑또랑한 소리를 중심으로 담백하고 부담 없는 보이스를 덧입혀온 팀이다. 7월27일 발매하는 새 미니 앨범 《여름비》에는 <캠핑카> <몸에 좋은 생각> <남다른 노총각> 등 소소한 일상을 담은 곡들이 채워졌다. 8월7일 가톨릭청년회관 CY 씨어터에
[culture highway] 아방가르드 영상의 거장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