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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에서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했던 <새록세록: 비싼 월세가 답답하고 고장난 집이 서글픈 세입자들의 기록으로 만든 안내서>라는 책이 있다(한국여성민우회의 후원자로, 재인쇄 후원금 5천원을 내면 받을 수 있다). 여성 세입자들을 위한 집 구하기 가이드 북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인데, 나는 독립한 직후에 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집 구하기 관련 체크리스트가 제법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었는데, 이번에 <새록세록…>을 바탕으로 한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가 나왔다. 이 역시 한국여성민우회에서 낸 책으로, ‘생활의 발견’이라는 시리즈 중 한권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궁금한 것들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다. 집을 구할 때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자신의 수입 규모에 맞는 대출 액수는 얼마일까? 주택 유형, 크기, 지역, 가격 중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집을 보러다닐 때, 공인중개사의 말에 혹해서 자신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현명하게 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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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도트그래픽, 책으로 만난다
포털 사이트 Daum ‘만화속세상-웹툰’에서 연재됐던 선우훈 작가의 <데미지 오버 타임>이 두권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선’이 아닌 ‘점’을 모아 그리는 도트그래픽 등 새로운 웹툰 형식과 미학을 개척한 이 작품은 좀비에 맞선 인간들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웹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공개 50.1화, 50.2화를 수록해 단행본만의 특성을 살렸다. 서점 북새통과 유어 마인드, 그리고 알라딘 온라인 스토어 세곳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다이나믹 ‘꿀잼’ 듀오
“오늘도 열심히 산 듯해. 세상은 반대로 자포자기한 듯해. 그래 몇 시간 후면 오네 fuckin new day. 늙네 늙어 느리던 시간까지 속도를 낸다면 완전 속수무책.”(다이나믹 듀오 8집 《GRAND CARNIVAL》 수록곡 <도돌이표>의 가사 일부.) 15년간 열심히 한국 힙합신을 일궈온 다이나믹 듀오의 새 앨범 《GRAND CARNIVAL》이 나왔다. 그 어떤 앨범
[culture highway] 이제 곧 작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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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인문학? 언제는 “인문학이 위기”라더니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답은 인문학에 있다”며 온갖 수식을 붙인 인문학들이 줄을 잇는 트렌드 중 하나겠거니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앞에 붙은 말 강호의 뜻을 살펴보면 잠시 멈칫하게 된다. 설마 했겠지만 흔히 ‘무림의 고수’들이 제 몸을 숨겨 수행의 길을 걷는다는 그 강호(江湖)가 맞기 때문이다. 저자 이지형은 사람들의 삶 주변을 겉돌기만 하는 인문학의 무력함을 탄식하며, 그 대안으로 강호인문학을 시침 뚝 떼고 권한다. 강호를 지키는 고수는 사주, 풍수 그리고 주역 셋이다. <강호인문학>은 이 셋의 복권이 진정한 위로의 등장을 예고한다는 확신하에 시작한다.
작가의 지난 책 목록을 살펴보면 그가 오랫동안 ‘강호’와 위로의 관계를 강조해왔음을 알 수 있다. ‘답답하고 어수선한 마음 달래주는 점의 위로’라는 부제가 붙은 책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2011)부터 사주, 풍수, 소주에 대한 ‘살림지식총서
씨네21 추천 도서 <강호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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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영화의 아성을 허물듯이 세를 넓혀가고 있는 2010년대, <BBC>가 공개한 드라마 <셜록>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걸출한 배우를 지구에 알리며 영향력을 불렸다. 빅토리아 시대의 원작을 21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고스란히 재현한 이 시리즈는, 컴버배치의 셜록과 마틴 프리먼의 왓슨이 선사하는 호흡(둘의 사랑을 목격하겠다는 동인녀들의 의지!)을 동력 삼아 동시대 드라마 시리즈의 꼭대기에 우뚝 섰다. 새로운 시즌을 만나기까지 2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전세계의 셜록 팬들은 2016년을 시작하며 나이를 다시 두살 먹었다는 사실도 잠시 잊은 채 <셜록: 유령신부>를 보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을 것이다. 그들에게 <셜록>의 모든 걸 집대성한 책 <셜록: 크로니클> 한글판을 권한다.
1.2kg이 넘는 무게를 자랑하는 <셜록: 크로니클>은 연대기라는 이름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큼 독자들이 상상할 만한 모든 자료를 담고 있다. 페
씨네21 추천 도서 <셜록: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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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2007)로 ‘바리데기’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후, 황석영 소설의 인물들은 대부분 과거에 살았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은 대개 옛날 사람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황석영이라는 나이든 대가는 동시대 대중과 더 가깝게 만났다는 점이다. 작가 자신의 십대 시절을 그린 <개밥바라기별>(2008),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에서 시작해 다시 해방 시기부터 한국 현대사를 거슬러 오르며 개발시대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강남몽>(2010), 임오군란과 동학혁명 등 반동의 시대인 19세기를 거쳐온 한 이야기꾼의 이야기인 <여울물 소리>(2012)를 거치며 황석영의 문학은 그 힘을 이어나갔다.
새 소설 <해질 무렵>은 “지금-여기, 이곳은 과연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던졌던 <낯익은 세상>(2011)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현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에서 과거를 끊임없이 끄집어내면서
씨네21 추천 도서 <해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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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영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명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존재감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작가가 60살에 발표한 <싱글맨>(1964)이 2009년에야 한국에 소개되(어 절판되)긴 했지만, 이셔우드보다는 이를 원작 삼아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연출한 패션디자이너 톰 포드의 이름이 더 두드러져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이셔우드의 대표작 <베를린이여 안녕>(1939)이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이 소설집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돼 ‘베를린 이야기’라는 책으로 같이 묶인 바 있는 장편소설 <노리스씨 기차를 갈아타다>(1935)와 나란히 ‘창비세계문학’ 시리즈의 일환으로 나왔다.
이셔우드는 동성애가 형사 고발의 대상이던 시대인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25살부터 35살에 이르는 시기, 그는 문우이자 연인이었던 시인 오든과 함께 조국을 떠나 유럽 전역을 떠
씨네21 추천 도서 <베를린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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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소설가 리안 모리아티는 장년의 평범한 주부들이 믿기 어려운 곤경에 처하게 되며 휘말리는 사건의 소용돌이를 그려낸 근작들을 통해 당대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하는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마흔을 눈앞에 둔 중산층 주부 앨리스는 피트니스 수업에서 머리를 부딪혀 스물아홉살의 기억을 안고 깨어나고(<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2010)), 세 여자아이를 키우며 날마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세실리아는 옛 여행 때 주워온 기념품을 찾으러 올라간 다락방에서 남편이 쓴 낡은 편지를 읽고 거대한 좌절에 휩싸인다(<허즈번드 시크릿>(2013)). 최신작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2014)에서는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려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다짜고짜 살인사건 현장에서 시작한다. 이 오프닝에는 살해를 저지른 자는 물론 살해당한 자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 전으로 돌아가 두개의 미스터
씨네21 추천 도서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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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주인공으로 페이지를 채워나가는 책. 11월 <씨네21> 북엔즈에 꽂힌 책 다섯권을 아우르는 갈래다. 리안 모리아티와 황석영은 새 소설을 통해 기존에 자신이 고수했던 방향을 틀어 다양한 군상을 스케치한다. 영국의 대문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청년기에 발표한 중•단편 연작은 청춘을 관통했던 날들의 흔적이 묻어 있다. 이지형은 자신의 인문학을 모든 페이지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설파한다. 편집자 스티브 트라이브는 <셜록: 크로니클>에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공개된 시리즈의 세 시즌에 나온 거의 모든 정보를 아우르는 기개를 뽐냈다.
리안 모리아티는 평화로운 가정을 행복이라 여기던 한 주부가 충격적인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급격히 팽창하는 세상을 그려 세계적인 소설가 반열에 올라섰다. 그의 근작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전작들보다 많은 여자들을 서사에 앞세운다. 자연스럽게 사건이 품은 파격은 강해졌고 그 여파는 한껏 극단적인 결말로 향한다. 반응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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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첫 우주전쟁, 엘 클라시코
엘 클라시코를 앞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는 부상 병동이다. 바르샤의 메시와 라키티치는 엘 클라시코에 나서기 위해 재활에 여념이 없다. 레알의 세르히오 라모스는 엘 클라시코에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소 김이 빠진 듯한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는 단연 바르샤의 네이마르와 수아레스 콤비. 메시가 없을 때 두 선수는 6경기 15골 6어시스트를 합작했다. 엘 클라시코는 11월22일 일요일 오전 2시15분 KBSN 스포츠에서 방영된다.
황제의 귀환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이 11집 《I Am…& I Am》을 발표하며 전국투어 콘서트를 갖는다. 2006년 이후 9년 만에 발표하는 새 정규앨범은 신승훈 스스로 ‘가수 인생 시즌2’의 출발점이라 칭할 만큼 야심차게 준비한 음악들이 담겼다. 새 노래들을 비롯해 신승훈의 수많은 히트곡이 울려퍼질 투어 <2015 The 신승훈 Show>는
[culture highway] 그 겨울, 이와이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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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대해선 소나무에게 배우고, 대나무에 대해선 대나무에게 배우라.” 마쓰오 바쇼의 시학이다. “대상과 그대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면, 그때 그대의 시는 진정한 시가 아니라 단지 주관적인 위조품에 지나지 않는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바쇼 하이쿠 선집: 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은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1100편 중 350편을 창작한 연대순으로 골라 실으며 해설을 덧붙였다. 1행으로 된 원문이 함께 실려 있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시는 운을 구분하기 위해 3행으로 쓰였다. 책 말미에는 바쇼가 40대에 떠났던 다섯 차례의 여행 지도가 실렸고, 류시화가 쓴 장문(60쪽이 넘는다)의 해설이 추가되었다. 5.7.5자로 된 정형시인 하이쿠. 총 17자밖에 되지 않지만 그 안에 바쇼의 일상, 여행, 삶에 대한 생각과 그가 당시 겪었던 계절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이쿠만으로도 충분히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지만, <바쇼 하이쿠 선집…>은 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17자에 담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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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바꾸는 세상
음식이 유행을 넘어 예술이 된다. 디자이너와 예술가, 셰프가 시도하는 식문화 실험전시 <A Delicious Life: Curiosity Cabinet | 음식으로 바꾸는 세상>이 11월6일부터 2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갤러리문에서 진행된다. 음식이 취향과 유행을 넘어 어떻게 창의적인 아트워크 모티브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살피게 될 예정이다. 초청 아티스트들은 요리, 사진, 디자인, 미디어, 설치미술 등 각각의 전문 분야를 통해 새로운 조리법, 식사방식, 요리도구 및 테이블 웨어 등을 공개한다. 관람비용은 무료이며 아티스트 토크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ateamprojects)을 통해 사전예약을 받는다.
영화를 사랑한 부녀
첫 소설 <카후를 기다리며>로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바 있는 하라다 마하의 새 소설 <키네마의 신>이 출판사 예담에서 나왔다. 대기업의 멀티플렉스로부터 예
[culture highway] 음식으로 바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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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홀> 시리즈로 부커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영국 역사소설의 스타 힐러리 맨틀의 책. 혁명가들이 남긴 편지와 일기, 프랑스혁명을 다룬 소설, 역사학자들의 책까지 가능한 모든 자료를 섭렵한 뒤 집필을 시작했고 소설 초고를 쓰기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18년이 걸렸다.
[도서] 영국 역사소설의 스타 힐러리 맨틀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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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이 해설을 곁들인 바쇼의 하이쿠 선집이다. 하이쿠를 소개한 앞선 두권의 책 <한 줄도 너무 길다>와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는 하이쿠의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마쓰오 바쇼의 작품만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도서]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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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수입 문구들에 적힌 ‘헤밍웨이가 썼던 수첩’ 같은 문구에 혹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 영국의 오프라인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인 저자 제임스 워드는 문구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발명부터 진화, 문화적 변용까지 문구의 시시콜콜한 역사가 펼쳐진다.
[도서] 문구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