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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의 현장에 남겨진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수수께끼의 메시지. 그 의미는 무엇이며 범인은 누구일까.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모리 히로시의 <모든 것이 F가 된다>가 재출간되었다. 이 책을 비롯해 사이카와 교수와 모에가 등장하는 ‘S&M’ 시리즈가 계속 출간될 예정이며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도 이번에 함께 선을 보였다.
[도서] 살인 현장에 남겨진 수수께끼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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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에는 책 <마션>에 없는 장면이 몇 있다. 에필로그라고 볼 수 있는 장면들이 특히 그렇다. 내게 가장 깊게 남은 장면은 바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시간이 새로 1일부터 흐르는 엔딩이었다. 이상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리들리 스콧은 그 장면을 위해 이 영화를 찍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의 삶은 일렬로 길게 늘어선 시간축을 기차 타고 이동하듯 일직선으로 흐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물론 늙어가는 과정에 한해서라면 그 한결같은 일직선상에 우리는 놓여 있다- 즉, 우리는 결코 어제보다 젊어지지 않을 것이다). 경험은 시간을 분절한다. 우리에게는 수없는 ‘첫날’이 있다. 에필로그의 장면들. 마르티네즈는 다시 화성탐사선에 올랐다. 두 번째 여정의 첫날. 조한슨과 베크는 아이를 낳았다. 그들은 아이와 함께 수없는 처음을 맞이하리라. 어떤 경험이든, 우리를 이전과는 다르게 바꾸어버리고, 그리고 이후의 삶은 우리를 수많은 ‘처음’으로 데리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모두는 결국 죽을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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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음악이 있는 바리데기전
안은미가 이끄는 무용단 안은미컴퍼니의 대표 레퍼토리 <심포카 바리-이승편>이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평론가 박용구 선생의 어마어마한 세월의 활동이 응축된 역사적 대본을 토대로 하는 작품이다. 소리와 춤, 미술과 설화가 한데 어우러진 한바탕의 무용극이 안무가 안은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이자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사운드트랙을 만든 장영규가 음악을 맡았다. 11월5일부터 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국내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가 창작 15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공연을 연다. 캐스팅이 화려하다. 13년 만에 다시 베르테르 역을 맡은 조승우, 지난 공연에서 ‘클래식한 베르테르’를 보여줬다는 평을 들은 엄기준, 뮤지컬계의 라이징 스타 규현이 저마다의 베르테르를 보여줄 예정이다. 괴테의 소설
[culture highway]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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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참전했거나 전쟁을 목격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100만명이 넘는 여성이 전쟁에 가담하여 싸웠다. 하지만 그들 중 그 누구의 이름과 얼굴도 기억되지 못한다. 이 책은 전쟁에 참전했던 200여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도서] 2015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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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아니고, 그야말로 수학에 대한 책이다. 미국 수학협회로부터 오일러 도서상을 받은 이 책은 “실패를 서술하고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는지를 알아내는 방식”으로서의 수학을 탐구하고 있다. 구소련 출신의 저자 에드워드 프렌켈은 부계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미국으로 떠나 수학과 과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인물이다.
[도서] 미국 수학협회 오일러 도서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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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한국 건축 사회를 연결해 돌아본 이종건 교수의 비평집. ‘스티브 잡스로 읽어보는 작금의 건축의 향방’이나 ‘우리 건축 사회에는 사고가 그립다’를 비롯해 ‘욕과 장자연 사건과 폭압적 정부, 비대화적 상상력’ 등 전문분야인 건축을 기반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글을 만날 수 있다. 이종건의 에세이집 <인생거울>도 함께 출간되었다.
[도서] 이종건 교수의 건축 비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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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자서전‘씩이나’ 읽을 때는 당연히, 그의 한평생이 궁금할 정도로 좋아하거나 존경하거나 호기심이 있어야 할 텐데, 가토 슈이치의 자서전 <양의 노래>를 읽으면서는 그렇지 않다는 당혹감을 먼저 느꼈다. 그의 책이라면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과 <번역과 일본의 근대>를 읽긴 했지만 자서전을 살 정도로 궁금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재미있다. 1919년에 태어난 가토 슈이치가 도쿄대 의학부 박사학위를 취득한 게 1943년의 일. 1951년부터 프랑스로 건너가 연구를 계속했는데 1958년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참가를 계기로 의업을 접고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반전 사회운동에 앞장섰다. 그리고 이 책은 20세기 중반에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공부하며 글을 쓴 일본인의 사생활을 알 수 있는 기록물로 뛰어나다. 일반화할 수 있는 기록은 전혀 아닐 테지만.
일단 일본이라는 나라의 경제력과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이 여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가토 슈이치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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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아들>은 테러리스트 엘사이드 노사이르의 아들 잭 이브라힘이 살면서 감내해야 했던 고난들을 꿋꿋하게 고백한 책이다. 오사마 빈 라덴이 “엘사이드 노사이르를 기억하라”고 촉구했을 만큼 영향력 있는 테러리스트의 아들로 태어난 잭과 그의 가족은 주변의 손가락질에 못 이겨 수십 차례 이사했고, 극심한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어머니가 재혼한 뒤로도 의붓아버지의 지독한 폭력에 시달렸던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버지의 테러 행위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곱씹으면서 끝내 평화를 선택했다.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 겪은 설움과 깨달음을 느슨한 연대기순으로 적어나갔다. 담담하게 적힌 20년간의 수기는 주어진 환경에 지지 않고 결국 바른 것을 지향하라는 보편적인 가르침을 선명하게 새긴다.
건축가 마크 쿠시너가 쓴 <미래의 건축 100>은 지구 각지의 건축물의 모습을 시원하게 담은 도판으로 채워져 있다. 과학적인 틀이 아닌 작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택한 100여개의 프로
씨네21 추천 도서 <테러리스트의 아들> <미래의 건축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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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실주의는 중국이 문화대혁명을 마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로 들어선 이후,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내내 전국적으로 세력을 떨친 문학운동이다. 이제는 교조적 이념 선전으로 전락해버린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벗어나 현실의 모습들을 어떠한 조작 없이 그대로 작품 안에 반영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류전윈은 신사실주의의 대표 주자로서 옌롄커, 쑤퉁, 위화, 모옌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추앙되고 있는 작가다.
류전윈의 최근작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리설련이라는 여자의 인생사를 쫓아간다. 리설련은 둘째아이를 임신한다. 하지만 그녀는 축복받을 수 없다.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 때문에 둘째아이를 낳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리설련은 위장 이혼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바로 실행에 옮기지만, 남편은 그사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까지 갖는다. 그녀는 소송을 진행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법원과 정부는 리설련의 호소를 무
씨네21 추천 도서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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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는 2009년 첫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불안한 가정에서 자란 소년이 우연히 은신한 빵집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미스터리와 호러가 뒤엉킨 판타지로 그려낸 작품은 훗날 대중이 만나게 될 구병모 소설들의 원형이었다. 죽음을 목도한 순간 생에 대한 의지로 인해 물고기의 아가미를 갖게 된 남자(<아가미>), 설립된 이래 한번도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는 학교(<피그말리온 아이들>), 청부살인을 업으로 살아가는 60대 여성 킬러(<파과>) 등 그의 소설은 동화에서나 만날 법한 과감한 설정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고통을 더욱 극대화했다.
작가의 세 번째 단편집 <빨간구두당>은 고전 동화의 면면을 반영해 새롭게 변주한 여덟편의 단편 모음이다. 구병모는 안데르센의 <빨간구두> 마지막에서 이야기를 더 밀어붙이고, 그림 형제의 <개구리 왕자 혹은 철의 하인리
씨네21 추천 도서 <빨간구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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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와 <천계살의>는 비슷한 이름을 공유할 뿐 전후편의 관계는 아니다. 두 소설은 각각 ‘신인상 살인사건’, ‘산책하는 사자’라는 이름으로 1973년, 1982년 공개됐다. 다만 유사한 제목을 공유할 만큼의 접점은 분명하다. 둘 모두 독자가 이야기를 읽는 내내 함정을 심어놓아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하는 ‘서술 트릭’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 같은 일본의 대표적 서술 트릭이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쏟아진 것을 감안한다면, 나카마치 신의 <모방살의>를 그 서술 트릭의 시작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모방살의>는 한 자살사건을 두고 두 인물이 수사를 펼치면서 각자가 의심하는 범인을 뒤쫓는다. 두 시점을 열심히 오가던 소설은 문득 4부 ‘진상’에 이르러 “당신은 다음 페이지에 펼쳐질 의외의 결말을 예상하고 있습니까? 여기에서 책을 덮고
씨네21 추천 도서 <모방살의> <천계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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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 <씨네21>의 북엔즈가 가을에 어울리는 책 여섯권을 소개한다. 나카마치 신은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독자에게 속임수를 던지고, 구병모는 동화와 민담의 세계에 뛰어들어 소설 창작의 가능성을 찾는다. 류전윈은 웃음을 직접 노출시키지 않은 채 자기만의 거대한 농담을 만들어낸다. 잭 이브라힘은 쓰린 과거를 그대로 노출해 세상의 상처를 보듬고, 마크 쿠시너는 지구 곳곳을 관찰해 현재와 미래를 한꺼번에 제시한다.
나카마치 신의 두 소설 <모방살의>와 <천계살의>는 독자를 미로에 빠트릴 작정으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그는 미스터리 소설의 필수 요소인 범인에 대한 은폐를 극단적으로 몰아붙여, 이야기를 부지런히 따라온 독자들의 잰걸음을 일거에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며 놀라움을 선사한다. 아유카와 데쓰야, 애거서 크리스티 등 미스터리 거장들의 역작을 탐독하며 작가의 꿈을 키우던 그는 자신이 활동하던 시대엔 외면당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한국독
이야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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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책 잔치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진행돼온 아트북페어 및 독립출판 시장이다. 해마다 상당한 관객수를 동원하며 몸집을 불려온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올해 7회 행사를 11월7∼8일 양일간 일민미술관 전층에서 개최한다. ‘서울아트북페어 2015’를 부제로 삼은 만큼 국내의 독립출판 제작사 180여팀이 참여할 예정이다. 행사를 기념해 11월4∼5일 일민미술관 2층에서 포스터만을 판매하는 ‘포스터 온리’가 열린다.
정준일 그리고 <겨울>
겨울이 오면 정준일은 어김없이 작은 콘서트를 연다. 동굴 속에서 전해지는 울림과도 같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노래하고 울먹울먹 토해낸다. 올겨울 공연 <겨울>은 11월12일부터 12월6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에서 진행된다. 피아노, 첼로, 기타 그리고 그의 목소리로만 채워질 겨울의 공기다. ‘소리 사이사이에 마음만 심어놓고 가요. 마음껏 울어도 괜찮아요, 그게 더 보기 좋아요. -사랑을 보내며 정준일 드림.
[culture highway] <송곳>과 ‘응팔’ 출격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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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EP 《어지러진》
온다 리쿠의 작품 중 영화로도 만들어진 <밤의 피크닉>이라는 소설이 있다. 십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소년소녀들의 ‘야간보행제’를 소재로 했는데, 밴드 ‘밤의 피크닉’도 그런 경계의 느낌, 모호한 듯 선명한 인상의 경험을 노래한다. 밤의 피크닉의 EP 《어지러진》은 홍대 인디사운드의 품에 쏙 안겨 있는 듯한 <티티카카>로 시작해 트랙을 더할수록 자기 색을 덧입혀간다. 추천 트랙은 2번 <삐뚤어진 입>.
예술, 이제는 소장하자
최근 미술계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지난해부터 80, 90년대생 시각예술작가들이 공간을 구축해 새로운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과 그 파생물 등을 직접 판매하는 행사 ‘굿-즈’ 역시 그들의 활동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는 자리다. 공연과 파티, ‘굿-즈’ 관계자들과의 대담 등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으니 홈페이지(http://goods2015.com/)를 확인
[culture highway] ‘밤의 피크닉’ EP 《어지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