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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사후 200주기를 맞이해 강렬한 블랙북 시리즈로 사드 전집이 출간된다. 그 첫 책으로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가 먼저 선보였다. 사드라는 이름을 사디즘과 연계한 선정주의의 대명사 정도로 인식해왔다면, 이번 시리즈는 과연 그런가보다 하는 인식에 더해 그의 글을 읽게 도와주는 각종 장치들(묵직한 검은 책이라는 물건으로서의 매혹부터 가독성 높은 편집, 각주, 해설)에 대한 감각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참고로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는 전집의 두 번째 권으로 선보이게 될 것 같다.
사드에 대한 설명. “20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불같은 기질과 극단을 탐하는 상상력으로 인해… 평생 두번의 사형선고와 15년의 감옥살이, 14년의 정신병원 수감 생활을 거치면서, 최소 열한곳 이상의 감금 시설을 전전했다.” 번역가 성귀수가 그의 모든 글이 프랑스에서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을 설명하는데, 그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서] 글쓰기라는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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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매커너헤이의 진정한 부활은 바로 여기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인터스텔라>로 그 매력을 새삼 확인한 매튜 매커너헤이는 그보다 앞서 <HBO> 미드 <트루 디텍티브>로 그 진가를 선보였다. 루이지애나를 배경으로 17년의 세월을 두고 연쇄 살인범을 쫓는 두 형사 러스트 콜(매튜 매커너헤이)과 마티 하트(우디 해럴슨)의 이야기로, 국내 케이블 채널 방영분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을 살린 무삭제, 무암전 버전이 DVD로 출시된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존 말코비치 보기
서울바로크합주단이 1월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정기연주회의 개막 콘서트를 연다. 그런데 공연 기획자 및 내레이터로 참여하는 이가 무려 존 말코비치다. 이번 공연에서는 슈니트케 피아노 협주곡 연주에 맞춰 아르헨티나 작가 에르네스토 사바토의 <장님에 대한 보고서>를 낭독하는 말코비치의
[culture highway] 매튜 매커너헤이의 진정한 부활은 바로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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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의사와 표현을 검열하고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통제하며 궁극적으로 민주적인 여론과 진보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폐쇄하려는 조치가 인터넷에 퍼져가는 시기에 읽어볼만한 책. 그런 현상 뒤에 숨은 자본의 욕망과 국가권력의 의지를 살핀다. 저널리즘과 자본주의, 민주주의에 관한 인터넷 시대의 질문. 도주나 망명, 냉소주의가 아닌 현실적 대처법은 무엇일까.
[도서] 저널리즘과 자본주의, 민주주의에 관한 인터넷 시대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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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제품처럼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배우 고현정이 오키나와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책으로 묶었다. 여행에 대한 기본정보를 얻는 목적보다는 고현정이 오키나와의 풍경과 하나가 된 사진과 글이 궁금한 독자에게 더 솔깃할 것 같다. 마흔을 넘기고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조용히 집중하려는 여행 이야기가 재미있다.
[도서] 배우 고현정이 오키나와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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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코너 제목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이지만, 아무리 책을 빠르게, 많이 읽는 나라도 사람에 치여 사는 연말연시만큼은 힘들다. 모임과 모임 사이에 들여다볼 기력을 돋운 책은, 먹는 이야기. 조경규의 만화 <오무라이스 잼잼>과 박용민이 쓴 <맛으로 본 일본>이다. 조경규와 박용민의 공통점이라면 음식 전문가는 아니라는 것. 심지어 <맛으로 본 일본>의 저자는 현직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영화 책, 여행 책을 쓰고 이번엔 음식문화 책을 쓴 경우.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본 여행을 좋아하고 일본 음식을 자주 먹는 독자 입장에서는 편하게 읽히는 책이기는 했다.
<오무라이스 잼잼>은 벌써 5권째다. 자녀양육기 겸 일상음식 이야기인 이 시리즈는 별거 아닌 내용을 담은 듯하지만 묘하게 한컷 한컷 집중해 보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가족의 일상음식 이야기에는 당연히 남녀 어린이와 남녀 성인의 이야기가 포함되며, 배달음식과 외식요리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의 요리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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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즐기는 <미생>
드라마 <미생>이 끝났다. 장그래를 보며, 오 차장을 보며, 김동식을 보며 ‘그래, 그래’ 하고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미생’들은 이제 금요일 밤이 꽤 허전할 것이다. ‘다시보기’할 시간이 없다면 당분간은 O.S.T로 그 아쉬움을 달래자. 임시완이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른 <그래도… 그래서…>, 곽진언의 <응원>, 이승열의 <날아>, 한희정의 <내일> 등 총 24곡의 노래와 더불어 명대사가 수록된 스페셜 포토북 등이 함께 담겼다.
힙합이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
인기 팟캐스트 <힙합초대석>을 진행하고 있는 음악평론가 김봉현이 청소년을 위해 쓴 힙합 힐링 도서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이 나왔다. 스웨거, 셀프메이드, 리스펙트 등 힙합문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키워드 설명과 더불어 힙합이 청소년들에게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식백화점으로 초대합니다
알
[culture highway] 음악으로 즐기는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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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의 바렌 도주 사건을 다룬 책. 1791년 6월20일 늦은 밤, 여섯 사람을 태운 마차가 파리 튈르리 궁을 출발했다. 궁전을 유유히 빠져나가더니 파리 시내를 쏜살같이 질주하는 그 마차는 러시아 귀족 코르프 남작부인의 소유로,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러시아로 귀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르프부인은 도주를 위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었을 뿐, 집사와 가정교사는 각각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그리고 도주의 모든 것을 진두지휘한자는 바로 마부석에 타고 있던 페르센이었다.
[도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바렌 도주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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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다루는 팟캐스트 중 가장 인기 높은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메인 테마 도서로 다루었던 80여권의 책 중 청취자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외국 소설 7편을 골라 책으로 묶었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팟캐스트 방송 이후 베스트셀러에 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 작품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혹은 숨기고 있는지 꼼꼼하고 진지하게 살펴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속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파이 이야기> 같은 책들을 담았다.
[도서]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뽑은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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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나요?” 그런 질문을 받곤 한다. “대단한 도움이 되면 제가 이렇게 살겠어요?” 그렇게 대답하곤 한다. 농담이 아니다. 혹시나 하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건 아닌데, 아무래도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 나와 비슷한 환자를 만나면 물개박수를 치며 신나한다. 혼자 망하는 것보다 누가 같이 망하는 게 마음에 위안이 되잖아?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의 데이비드 실즈는 그중 하나인데,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는 바로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지혜는 없다. 많은 지혜들이 있을 뿐이다. 아름답고 망상적인.” 이 대목에서 맨 뒤의 ‘아름답고 망상적인’의 반짝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소설읽기만 한 시간낭비는 또 없다. 그런데 데이비드 실즈의 이 책이 특별한 점은, 그가 삶을 맹렬하게 살아내는 사람이라는 데 있다. 가상의 세계로 도망쳐 지내기 위해 소설에 빠져 있는 게 아니라 소설을 읽는 만큼 소설 밖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많은 지혜들, 아름답고 망상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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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올해의 남자배우 장수원?
감히 누가 장수원을 발연기라 부르는가. 엄연히 그는 ‘로봇연기’라는 새 장르의 개척자다. “아직 아무 곳에서도 연락은 없지만 새해엔 영화로도 대중을 만나고 싶다”고 <씨네21>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의 관계자는 말했다. 곧 방영할 두편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통해 장수원의 깊은 연기세계에 살짝 발을 담가보자. 12월20일 방송예정인 <더 지니어스> 스핀오프 <눈치왕>과 내년 1월2일 첫 방영되는 2부작 <미생> 패러디 드라마 <미생물>이다. 생동(!)할 그의 연기의 참맛, 허니버터칩보다도 김혜자도시락보다도 기대된다.
<섬광 혹은 혹은 소멸_아티스트필름&비디오>
미술과 영상을 조합해 섬광과 소멸의 순간을 포착하라. 생경한 작업 방식으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는 다국적 아티스트 6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낯선 작품이 주는 예상치 못한 자극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culture highway] 2015 올해의 남자배우 장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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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전상진이 쓴 책으로, 음모론 전성시대를 맞은 한국 사회를 살핀다. 음모론은 현대 정치의 중요한 전략이자 자원이 됐다. 지지자 동원에 효과적이고 정적 공격에 유용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하는 데 쓸모를 지니기 때문이다. 음모론의 정치적 쓸모는 특정 정파나 권력의 위치에 제한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음모론은 ‘민주적’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또 지배하는 자나 지배당하는 자 모두에게 쓸모가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음모론이 날뛸까.
[도서] 음모론 전성시대를 맞은 한국 사회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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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된 뒤 정가의 몇배나 되는 가격에 거래된 미야모토 데루의 <환상의 빛>이 재출간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의 원작이 된 중편소설이 표제작인 중단편집.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남편이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한 뒤, 다른 남자와 재혼해 낯선 도시로 떠난다. 그리고 삶에의 의지가 없던 시간이 흘러가고, 새로운 생활에도 적응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가도 남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읽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쓸쓸한 풍경과 그 속에 숨은 어렴풋한 의지의 빛이 이 소설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든다.
[도서] 읽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쓸쓸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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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뜻의 삼포세대라는 말이 이미 유행하고 있지만, 취직하기 어렵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혹은 언제 회사가 망할지 모르는), 그리고 재취업이라는 단어는 하늘의 별따기와 동의어가 된 지 오래인 지금의 세상에서 희로애락의 무대이자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일’이다. 밥벌이 문제로 밀당하느라 애초에 연애고 결혼이고 출산이고 여력이 없다. 지금을 견뎌서 될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영영 나아지는 일 같은 건 없으리라는 근심이 더해지고 나면 선택의 여지는 영영 없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머리를 맞댄다. 전통적인 방식의 취직, 그렇게 생긴 직업, 그렇게 하게 된 일, 그렇게 보장받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까지 배운 적 없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내기. 제현주의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이하 <안내서>)는 그런 고민의 답이다.
하나의 답일 수 있다. 정답이 아니다. 정답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행복하게 일하기 위한 새로운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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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의 목소리로 듣는 캐럴
앨범 ≪Winter Wonderland≫에는 한파도 누그러뜨릴 것 같은 성시경의 목소리로 듣는 10곡의 캐럴과 1곡의 보너스 트랙이 담겨 있다. <White Christmas>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처럼 오랫동안 사랑받은 고전 캐럴이 달콤하고 포근한 성시경 버전으로 실렸다. 이 앨범의 화룡점정은 의외로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잊지 말기로 해>. 장필순과 김현철, 이문세와 이소라가 듀엣으로 불러 유명한 이 노래를 성시경과 권진아가 함께 불렀다. 성시경이 7집 ≪처음≫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앨범이다.
페퍼톤스 10주년 기념 연말 콘서트
페퍼톤스가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는 콘서트 <PEPPER10NES, OUR SONGS>를 12월23일(화)∼25일(목)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연다. 데뷔작 ≪A Preview≫ EP 앨범으로부터 10년, 최근의 ≪HIGH-F
[culture highway] 성시경의 목소리로 듣는 캐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