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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겨울을 보낸 사람만이 진정한 오뎅 마니아라고 할 수 있지.” 무림고수 같은 말을 하는 주인장이 직접 생선살을 으깨 만든 오뎅을 파는 이곳은 마루겐스이산. <1000엔으로 가는 동경식당 100>은 술 마시는 데 삶을 헌신한 일본인 저자가 소개하는 저렴한 맛집을 모은 책이다. 상호와 약도만큼 고마운 것은 메뉴 안내. 우롱하이(소주에 우롱차를 섞은 것), 쇼츄오유와리(소주에 따뜻한 물을 넣어 희석한 것) 등 다양한 술 메뉴도 한글 발음으로 적혀 있다.
[도서] 저렴한 맛집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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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켄 로치라는 이름은 영국을 대표하는 진보주의적 감독 정도로 이해될 것이다. 그러나 유럽사회 내에서 켄 로치라는 이름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혹자는 그에 대해 “영국의 국보”라며 존경을 표했지만, 그의 영화들은 매번 영국 사회 내에서 좌우를 넘어선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존 힐의 <켄 로치…>는 그러한 켄 로치의 필모그래피를 좇는 밀도 높은 감독론이다. 영화는 집단노동의 산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켄 로치의 주장처럼, 존 힐 역시 켄 로치의 작품 목록을 영국 사회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궤적 안에 위치시킨다. 노동계급 가정에서 태어나 60년대 <BBC>의 프로듀서로 입사한 그가 어떻게 영국 계급 문화를 통찰하는 비판적 사회주의자 감독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었으며, 그 속에서 얼마나 지난한 투쟁을 해야만 했는가는 영국 방송-영화 진영을 압박했던 정치적 검열과 상업적 자본과의 동학 속에서 설명된다. 스타일에 대한 혁신과 자의식이 없다는 부르주아
[도서] 좌파 영화학자가 본 ‘영국의 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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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사진전
압도적인 현실의 이야기들을 이미지로 만난다. <순간의 역사, 끝나지 않은 이야기-퓰리처상 사진전>이 6월24일부터 9월14일까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동시대성이 빛나는 포토저널리즘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번 전시가 사진전으로는 한국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티켓은 옥션과 G마켓에서 사전판매 중이다. 학교들이 일제히 방학을 시작하면 특히 붐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방문하시길.
기이한 주방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음식을 만들지도, 음식을 먹지도 않는 주방. 도심 속 자연과 음식문화에 대한 실험을 계속해온 크리에이터스 그룹 베리띵즈(VERYTHINGS)가 6월14일부터 7월13일까지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에 마련한 주방이다. 관람자들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는 대신 음식을 맛보는 영상을 관람하고, 음식으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는 섹션들을 둘러볼 수 있다. 먹는다,
[culture highway] 퓰리처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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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뜬다
4년 전. 내가 바람 펴도 너는 절대 바람 피지 말라 했던 태양이 이젠 떠난 여자친구를 향해 ‘너의 눈, 코, 입, 날 만지던 네 손길, 작은 손톱까지 다 여전히 느낄 수 있’다고 울부짖는다. 태양의 2집 ≪RISE≫는 솔 충만한 태양의 목소리가 도드라지는 타이틀곡 <눈, 코, 입>을 비롯해 <새벽한시> <Stay With Me> <아름다워> 등 각기 다른 느낌의 9곡으로 채워졌다. 시원하고 끈적하고 섹시하다.
코어매거진, 펀딩21과 함께 팔로, 팔로 팔로 미~
2012년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던 5인조 밴드 ‘코어매거진’이 정규앨범 1집 활동(6월 말∼7월 초)을 함께할 든든한 서포터스를 찾기 위해 소셜펀딩을 진행한다. 이름하여 코어매거진 매력 찾기 프로젝트! 목표금액 300만원 중 10만원 이상 후원하면 멤버들이 직접 싼 도시락으로 어쿠스틱 버스킹이 포함된 피크닉을 떠나는 깜찍한 리워드가 포함돼 있다.
시인이자 극작
[culture highway] 태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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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기묘한 책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다짜고짜 착륙의 기록을 나열한 뒤, 그 기록이 기구 여행을 한 몇몇 사람의 것임을 알려주고, 그들의 삶을 슬쩍 들려준다. <비상의 죄>라는 장은 항공술과 사진을, <평지에서>는 가능성으로 끝나버린 남녀의 스쳐감을, <깊이의 상실>에서는 열기구 여행의 은유를 통해 아내를 잃고 살아가는 자신을 말한다. “전에는 함께였던 적이 없는 두 사람을 하나가 되게 해보라. 어떤 때는 최초로 수소 기구와 열기구를 견인줄로 함께 묶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추락한 다음 불에 타는 것과, 불에 탄 다음 추락하는 것, 당신은 둘 중 어느 쪽이 낫겠는가? 그러나 어떤 때는 일이 잘 돌아가서 새로운 뭔가가 이루어지고, 그렇게 세상은 변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비통, 사랑의 그 아픈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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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박솔뫼를 비롯해 총 11명의 작가들은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문지 블로그 ‘이달의 소설’에 작품을 올리며 한국 문학의 가능성으로 지목된 등단 10년차 이하의 신진 작가들이다. 수상작인 단편 <겨울의 눈빛>은 고리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황폐화된 부산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고리 원전 1호기의 재가동이 승인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요즘, 묵시록처럼 다가오는 소설이다.
[도서] 한국 문학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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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근사한 ‘일상의 미스터리’ 소설. 다가구 주택에서 살던 옛 시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던 주인공은 사고라고 생각했던 죽음이 불길한 사건의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옛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당시 일을 캐묻는데, 호기심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를 가져온다. 2012년 일본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터리 매거진>에 데뷔작 <좋은 친구>가 수록되었던 송시우 작가의 첫 장편소설.
[도서] ‘일상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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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퍼드가 메가폰을 잡으면서 그 자신의 젊은 시절과 꼭 닮은 해사한 브래드 피트를 캐스팅했던, 그리고 90년대 수많은 커피숍에 걸려 있었던 포스터의 그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원작 소설. 노먼 F. 매클린의 유일한 소설집인 <흐르는 강물처럼>의 표제작이 바로 영화가 되었으며, 매클린이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폴과 낚시를 하던 시간들을 떠올리는 내용이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시핑 뉴스>의 원작 소설을 쓴 애니 프루의 서문도 소설만큼 아름답다.
[도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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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는 한국 강호동양학에 대한 개론서다. 강호동양학은 사주, 풍수, 한의학, 즉 조선시대 과거시험 중 잡과(雜科)에서 시험을 본 과목들을 말한다. 저잣거리에서 인기 많은, 누군가의 눈에는 혹세무민의 동양철학일 바로 그것. 영화 <관상>을 보고 강호동양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특히 한번 읽어볼 만하다. 사주명리학에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관상이나 풍수, 주역 그리고 적중한 예언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 한국사의 뒷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데 대체 왜 점쟁이 이름에 백운학이 그렇게 많은가 하는 이유(구한말 활동했던 진짜 백운학은 대원군의 13살 난 아들 명복을 찾아가 “상감마마 절 받으십시오” 하고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대원군에게 자신이 제왕의 상을 보았다며 4년 뒤에 3만냥을 달라고 했는데 과연 4년 뒤 명복 도련님은 고종으로 즉위했다), 한국 명리학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박재완, 박재현이 한국 현대사와 어떤 연관을 맺고
[도서] 인간의 운명은 정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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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브라질월드컵!
브라질월드컵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안타깝게 패하긴 했지만 한국 축구국가대표팀도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출정식을 가졌다. 미국으로 건너가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브라질에 입성한다. 6월13일부터 7월14일까지 한달 동안 호날두,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 아자르, 루니, 이니에스타 등 전세계의 축구 별들이 격돌한다. 당신이 예상하는 우승팀은 어디?
탐서가 정혜윤 PD의 신간 <마술 라디오>
20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라디오 PD로 일해온 정혜윤이 그렇게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 한숨, 기침 소리, 이상한 발음은 물론 애매한 주장 등 방송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간 이야기들까지 생생하게 모았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넘어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머무르던 이야기’들로 남았다.
뮤비도 멋진 콜드플레이 신보
팬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새 앨범 소식을 듣자마자 구매 버튼 누르
[culture highway] 드디어 브라질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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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일이라는 이름의 사내가 있다. 인생에서 단 한번도 승리를 맛 본 적이 없는 서른여섯살의 패배자. 멜론 같은 머리통, 축축한 빵 같은 거대한 살덩어리, 괴상한 선반처럼 툭 튀어나온 흉측하고 거대한 턱이 이 남자의 외모에 대한 묘사다. 어린 나이부터 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틈만 나면 손으로 턱을 가리는 버릇이 생겼다. 태도도 야망도 능력도, 사실상 모든 것이 실패. 아버지로부터 ‘볼품없는 녀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주눅들어 있던 그는 자동판매기용 사탕 배달원, 편의점 철야 판매원을 거쳐 삼류 신문사 기자가 된다.
쿼일의 실패에 사랑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어찌된 일인지 페틀 베어라는 ‘가냘프고 촉촉하고 뜨거운 여자’를 만나 바로 결혼에 골인하지만, 신혼의 단꿈은 한달뿐, 페틀은 끊임없이 다른 남자들을 만난다. 대놓고 외도를 일삼던 그녀는 결국 쿼일과의 사이에 낳은 두딸을 7천달러에 팔아먹고 다른 남자와 도망가다가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죽는다. 이제 우리의 주인공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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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산업이 불황에 휩싸이면서 ‘톱100’의 힘은 더 막강해졌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경향신문> 문학수 기자의 <더 클래식 하나>는 바흐에서 베토벤까지를 다루며, 클래식 걸작 34곡을 소개하고 추천음반 100여장을 꼽는다. 클래식을 오래 가까이해온 사람에게는 리스트나 글 내용이나 새로울 건 없을지 모르지만, 입문자들에게는 더없이 사려 깊은 선물이 될 만하다. 음악에 대해 쓴 편지, 혹은 음악에 바치는 러브레터.
[도서] 음악에 바치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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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사위 폴 라파르그의 책으로, <게으를 수 있는 권리>와 궤를 같이한다. 자본주의가 사실은 종교라는 통찰을, 성경의 형식을 빌려 풍자했다. 시대에 앞선 통찰에 감탄하게 될 뿐 아니라, 자본의 종교적 속성이 강화되고 폭력적으로 드러나는 현대사회의 필독서가 아닐까. 옮긴이 서문에서부터 번뜩이는 풍자에 주목하시라.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아나키즘의 강렬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도서] 아나키즘의 강렬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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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필수교양이 된 시대.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영화 지식을 갖추는 게 필요한 법. 영화를 따라 국경을 넘고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다니듯 쓰인 책답게 재미있게 읽힌다. 영화의 과거사에 대해서 꼼꼼하게 알려줄 때는 섬세함이, 21세기 영화판 트렌드를 짚어줄 때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장르나 시대를 불문한, 영화에 대한 궁극적인 ‘아는 척 매뉴얼’. 주성철 기자가 쓴 홍콩영화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 책을 통해 더 넓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 영화에 대한 ‘아는 척 매뉴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