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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퍼드가 메가폰을 잡으면서 그 자신의 젊은 시절과 꼭 닮은 해사한 브래드 피트를 캐스팅했던, 그리고 90년대 수많은 커피숍에 걸려 있었던 포스터의 그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원작 소설. 노먼 F. 매클린의 유일한 소설집인 <흐르는 강물처럼>의 표제작이 바로 영화가 되었으며, 매클린이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폴과 낚시를 하던 시간들을 떠올리는 내용이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시핑 뉴스>의 원작 소설을 쓴 애니 프루의 서문도 소설만큼 아름답다.
[도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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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는 한국 강호동양학에 대한 개론서다. 강호동양학은 사주, 풍수, 한의학, 즉 조선시대 과거시험 중 잡과(雜科)에서 시험을 본 과목들을 말한다. 저잣거리에서 인기 많은, 누군가의 눈에는 혹세무민의 동양철학일 바로 그것. 영화 <관상>을 보고 강호동양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특히 한번 읽어볼 만하다. 사주명리학에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관상이나 풍수, 주역 그리고 적중한 예언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 한국사의 뒷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데 대체 왜 점쟁이 이름에 백운학이 그렇게 많은가 하는 이유(구한말 활동했던 진짜 백운학은 대원군의 13살 난 아들 명복을 찾아가 “상감마마 절 받으십시오” 하고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대원군에게 자신이 제왕의 상을 보았다며 4년 뒤에 3만냥을 달라고 했는데 과연 4년 뒤 명복 도련님은 고종으로 즉위했다), 한국 명리학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박재완, 박재현이 한국 현대사와 어떤 연관을 맺고
[도서] 인간의 운명은 정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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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브라질월드컵!
브라질월드컵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안타깝게 패하긴 했지만 한국 축구국가대표팀도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출정식을 가졌다. 미국으로 건너가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브라질에 입성한다. 6월13일부터 7월14일까지 한달 동안 호날두,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 아자르, 루니, 이니에스타 등 전세계의 축구 별들이 격돌한다. 당신이 예상하는 우승팀은 어디?
탐서가 정혜윤 PD의 신간 <마술 라디오>
20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라디오 PD로 일해온 정혜윤이 그렇게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 한숨, 기침 소리, 이상한 발음은 물론 애매한 주장 등 방송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간 이야기들까지 생생하게 모았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넘어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머무르던 이야기’들로 남았다.
뮤비도 멋진 콜드플레이 신보
팬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새 앨범 소식을 듣자마자 구매 버튼 누르
[culture highway] 드디어 브라질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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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일이라는 이름의 사내가 있다. 인생에서 단 한번도 승리를 맛 본 적이 없는 서른여섯살의 패배자. 멜론 같은 머리통, 축축한 빵 같은 거대한 살덩어리, 괴상한 선반처럼 툭 튀어나온 흉측하고 거대한 턱이 이 남자의 외모에 대한 묘사다. 어린 나이부터 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틈만 나면 손으로 턱을 가리는 버릇이 생겼다. 태도도 야망도 능력도, 사실상 모든 것이 실패. 아버지로부터 ‘볼품없는 녀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주눅들어 있던 그는 자동판매기용 사탕 배달원, 편의점 철야 판매원을 거쳐 삼류 신문사 기자가 된다.
쿼일의 실패에 사랑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어찌된 일인지 페틀 베어라는 ‘가냘프고 촉촉하고 뜨거운 여자’를 만나 바로 결혼에 골인하지만, 신혼의 단꿈은 한달뿐, 페틀은 끊임없이 다른 남자들을 만난다. 대놓고 외도를 일삼던 그녀는 결국 쿼일과의 사이에 낳은 두딸을 7천달러에 팔아먹고 다른 남자와 도망가다가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죽는다. 이제 우리의 주인공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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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산업이 불황에 휩싸이면서 ‘톱100’의 힘은 더 막강해졌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경향신문> 문학수 기자의 <더 클래식 하나>는 바흐에서 베토벤까지를 다루며, 클래식 걸작 34곡을 소개하고 추천음반 100여장을 꼽는다. 클래식을 오래 가까이해온 사람에게는 리스트나 글 내용이나 새로울 건 없을지 모르지만, 입문자들에게는 더없이 사려 깊은 선물이 될 만하다. 음악에 대해 쓴 편지, 혹은 음악에 바치는 러브레터.
[도서] 음악에 바치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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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사위 폴 라파르그의 책으로, <게으를 수 있는 권리>와 궤를 같이한다. 자본주의가 사실은 종교라는 통찰을, 성경의 형식을 빌려 풍자했다. 시대에 앞선 통찰에 감탄하게 될 뿐 아니라, 자본의 종교적 속성이 강화되고 폭력적으로 드러나는 현대사회의 필독서가 아닐까. 옮긴이 서문에서부터 번뜩이는 풍자에 주목하시라.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아나키즘의 강렬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도서] 아나키즘의 강렬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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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필수교양이 된 시대.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영화 지식을 갖추는 게 필요한 법. 영화를 따라 국경을 넘고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다니듯 쓰인 책답게 재미있게 읽힌다. 영화의 과거사에 대해서 꼼꼼하게 알려줄 때는 섬세함이, 21세기 영화판 트렌드를 짚어줄 때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장르나 시대를 불문한, 영화에 대한 궁극적인 ‘아는 척 매뉴얼’. 주성철 기자가 쓴 홍콩영화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 책을 통해 더 넓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 영화에 대한 ‘아는 척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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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지향>을 쓴 우치다 다쓰루와 사회비평가 오카다 도시오의 대담집. 두 사람이 대안이 될 만한 ‘공동체’를 구상하고 실현에 옮긴 사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책이지만(직원들이 돈을 ‘내고’ 다니는 회사를 설립한다는 발상이 등장한다), 20대는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가를 분석하는 초반부가 특히 읽을 만하다. 오카다는 현대 일본인을 정어리에 비유한다. “정어리는 작은 물고기라서 보통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 헤엄치죠. 어디에도 중심이 없지만 잘 살아가요. 지금 일본인이 이렇지 않은가요? 정어리처럼 시스템 전체가 어떻게든 잘 굴러가는 덕분에 질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발적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금방 흩어져버립니다. 그런 시대에 주류 미디어가 조금씩 존재감을 잃어갑니다. 정어리 무리를 컨트롤할 수 없지요.” 그렇다고 구심점을 만들어 컨트롤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다. 그 누구도 막다른 골목에 놓이지 않도록, 교육은 학생을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하고, 가족이나 성공에 대한 신
[도서] 약자들의 생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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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당신!
추리드라마와 예능의 결합. 그렇다, jtbc의 <추리게임 크라임신>은 <무한도전>의 탐정 특집을 생각하면 된다. MC 전현무를 비롯해 박지윤, 홍진호, 헨리 등 출연진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극중 사건의 용의자를 한명씩 맡아 설정을 숙지하고 연기와 추리를 겸하게 된다. 추리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프로그램.
지브리 신작 <가구야 공주 이야기> 공식 O.S.T 발매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빠지면 섭섭하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지브리 대표작품들을 통해 주옥같은 명곡을 선사했던 히사이시 조가 <가구야 공주 이야기>의 음악 작업에 참여해 다시 한번 그 서정적인 숨결을 담아냈다. 영화의 대표 주제곡이자 엔딩곡인 <생명의 기억>을 비롯한 37개의 수록곡이 담긴 이번 O.S.T는 영화 개봉보다 앞선
[culture highway] 범인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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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는 천당이래. 거기와 비교하면 인간 세상은 지옥이고. 하지만 난 당신과 함께 이 지옥에서 살 거야.” <후예>는 멜로드라마다. 중국 신화에서 신궁으로 알려진 예의 이야기를 중국 소설가 예자오옌이 다시 상상해 풀어냈다. 12살 때 나이 많은 이국남자의 일곱 번째 아내로 살게 된 항아는 배의 통증이 조롱박을 안고 있으면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어느 날 조롱박이 갈라지며 사내아이가 태어나는데, 발육이 빠른 그 아이를 항아는 예라고 이름 붙이고 돌본다. 예는 활을 기막히게 쏘는 재능을 발견한다. 나라에 오랜 가뭄이 들어 근심이 깊어지자 사람들은 그 원인이 하늘에 동시에 등장한 열개의 태양임을 알게 되고 예는 그중 아홉을 쏘아 떨어뜨린다. 그사이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벌어진다. 아이의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것 같던 예가 항아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남자로 다시 태어난다(이 표현이 몹시 구리게 들리긴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 그리고 먹기만 하면 불멸의 신이 될 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신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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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생애 마지막 작품. <이것이 인간인가>를 집필한 지 38년 만에 쓴 책으로, 아우슈비츠 경험을 바탕으로 나치의 폭력성과 수용소 현상을 분석한 에세이다. 특히 레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한해 전에 쓰고, 생환자로서 그의 삶의 핵심 주제였던 아우슈비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유서와도 같다. 레비는 이 책에서 강제수용소 안에서 벌어졌던 현상들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 가라앉은 자(죽은 자)와 구조된 자(살아남은 자)를 가로지르는 기억과 고통을 이야기한다.
[도서] 나치의 폭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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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나이든다는 일의 구구절절함을 마스다 미리처럼 소박하고 귀엽게 그려낼 줄 아는 작가는 많지 않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은 그녀의 에세이집이지만 곳곳에 만화가 등장해 ‘여전히 두근거리는’ 일상을 중계한다. 무슨 일만 생기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라며 눈을 고쳐뜨는 대목을 읽고 있자면, 불과 며칠 전 친구들과 나눈 신세한탄과 어쩜 이렇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나 놀랄 따름이다.
[도서]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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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린 시대와 작품 공정에 대해 풀어낸 논픽션.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돔이 어떻게 지어졌는지에 대한 <브루넬레스키의 돔>이 그랬듯 타임머신을 탄 듯 당대의 문화와 인물들을 되살려낸다. 이 책 후반부에는 <다빈치 코드>에 나온 주장들(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아내였고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에 대한 반박도 꽤 긴 분량으로 실려 있다.
[도서] <최후의 만찬> 탄생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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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folk라는 영어 단어는 본디 친척을 일컫는 데 주로 쓰였으나 이 단어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 정의되어야 할 운명인 모양이다. ‘작은 모임을 위한 가이드’(a guide for small gathering)라는 부제에 걸맞게, 매거진 <킨포크>는 가까운 사람들과 소박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한 글과 사진을 담았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가까운 사람들, 나아가 ‘때때로 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에 대한 제안서인 셈. 이번에 7권의 번역판 <킨포크>가 한꺼번에 선을 보였는데 이전에 <킨포크 테이블>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두권의 책을 기억하는 이라면 그 세계의 확장판이라고 여기면 되겠다.
그래서 대체 뭐에 대한 매거진이냐. 목차는 ‘홀로’, ‘둘이서’, ‘그리고 여럿이’로 나뉘며, 그 항목들 아래에는 제각기 다른 작가들이 쓴 글과 찍은 사진이 소개된다. 고독에서 위안을 찾는 사람에 대한 글, 직접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수확하는 사
[도서] 소박한 삶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