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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7500원
‘인간적 비극과 소외’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동독 출신 작가 크리스토프 하인의 1997년 작품. 하인리히 만 상, 레싱 상 등을 수상한 하인은 크리스타 볼프와 함께 독일 통일에 반대했던 지식인 중 하나다. <처음부터>는 작가 나이 53살 때 13살 시절을 회고하며 쓴 자전적 소설로, 13살의 1년 동안 주인공 다니엘이 겪게 되는 다양한 체험과 성적 성장을 여과없이 그리고 있다. 부모의 불화, 동성애, 첫 키스 등은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첫 ‘서베를린 방문’과 비슷한 톤으로 이야기된다. 작품 배경인 1950년대 중반 동독은 스탈린주의 속에 있었다. 주인공 다니엘에게 13살이 사춘기에 진입하는 인생의 ‘처음’이었듯, 이 시기의 경험은 작가 크리스토프 하인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첫장면’으로 기능한다. 이것이 하인이 쉰이 넘어 열셋 무렵을 한권의 소설로 써내려간 이유이며, 의의일 것이다.
책 -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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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 / 라디오 뮤직 발매루시드 폴은 <송시> <파노라마> <시간> 등으로 알려진 미선이의 메인송라이터 조윤석이 1년여에 걸쳐 준비한 솔로 프로젝트이다. 98년 데뷔앨범 [Drifting]을 발표한 미선이는 기존 밴드의 일반적인 방식에서 조금 어긋나 있는 존재였다. ‘록’보다는 ‘팝’을, 그것도 주류 팝이 아닌 보사노바나 뉴에이지를 즐겨 듣던 미선이의 연주는 ‘저항’이 아닌 ‘서정’에 중심이 실려 있었고, 이들은 어떻게 연주하느냐보다는 무엇을 노래하고 싶은지에 충실했다. ‘개 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진달래 타이머>)라고 여린 발성으로 자신의 눈에 비치는 세상을 노래하던 미선이는 요란스런 프로모션 없이도 천천히 팬들의 반응을 얻었고, [Drifting]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팬들이 꾸준히 찾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Drifting]은 최근 4곡의 보너스 트랙이 추가되어 [Drifting Again]이란 이름으로 재발매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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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만화 도매상에서 신간들을 둘러보다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아니, 이게 언제 적 작품인데 지금 번역되어 나왔지? 그중에는 <터치>나 <은하철도 999> 같은 고전적이면서도, 국내에 꽤나 명성을 얻고 있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유한 클럽>이나 <에로이카의 사랑을 담아서>처럼 만화사적으로는 중요하지만 국내에서는 별달리 알려져 있지 않고, 그다지 인기를 얻을 가능성도 없어보이는 작품들을 접하면 솔직히 의아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만화사(漫畵史)의 빈곳을 채우려는 출판사의 의미있는 작업이라 여기면서 흐믓한 마음을 가져보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의 인기에 편승해, 그 작가의 어설픈 초기 단편선에 불과한 작품들을 OOO 걸작선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펴내는 것을 보면 돌연 실망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 후배작가가 그린 리메이크작을 마치 문제의 원작처럼 내놓는 경우도 보게 된다. 그래
이 만화를 보여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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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애니메이터 지망생들의 배움터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한겨레문화센터 애니메이션 학교가 처음 생겼을 때이다. 당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던 (주)서울무비의 기획실을 찾았다가 애니메이션 학교 1기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이곳을 마치면 뭐할 거예요?”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로 활동하고 싶어요.” “그러면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예요?” “캐나다의 캐롤라인 리프가 좋아요.” “어떤 점이 좋은데요.” “사람에 대한 진지한 시선이 아름답잖아요.”솔직히 이때 머리가 ‘띵’한 충격을 받았다. 좋아하는 작가라면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나 디즈니 정도를 말할 줄 알았던 22살의 여학생이 당당하게 캐롤라인 리프의 이름을 말하는 것에 ‘너희가 애니메이션에 대해 아느냐’라며 내심 우쭐했던 자만심이 깨졌던 것이다.지금도 크게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일반 학생이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 그것도 상업 애니메이션이 아닌 단편 순수 애니메이션을 구해 본다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엽기보다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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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위민 원트> O.S.T / 소니뮤직 발매이 영화에서 멜 깁슨은 전깃불에 두방 감전되고 나서 여성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일종의 초능력을 부여받는다. 더러운 속물에 여성 폄하자이자 바람둥이였던 그는 그 과정을 겪고 여성 옹호자가 된다. 그리고 나서 영화는 마치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악몽에서 깨어나듯 멜 깁슨을 보통사람으로 복귀시킨다. 이미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이런 식의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리라고는 아마 영화를 만든 사람들조차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그렇고 그런 드라마로 멜 깁슨 팬들의 돈을 좀 긁어보려는 수작으로밖에는 안 보인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도 진부하다. 여전히 마초/열혈 직업여성의 이분법이다.그런데 이런 스토리에 비해 음악의 사용은 비교적 흥미롭다. 우선 멜 깁슨을 대표하는 음악은 프랭크 시나트라다. 그의 미국식 스탠다드 가요는 미국 남성의 전세계적인 전성기를 상징하는 것이리라. 한국전쟁을 전후로하는 팍스아메리카나.
영화음악 - <왓 위민 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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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 로비/2월13∼14일 3시/
폴리미디어 씨어터/ 080-538-3200
노영심은 지난해 12월부터 한달에 한번씩 응접실 콘서트나 살롱음악회의 형식을 빌려 폴리미디어 씨어터 로비에 가벼운 음악회 프로젝트 ‘My Afternoon Piano’를 마련하고 있다.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여는 <영심의 발렌타인>은 그 세번째 프로젝트다. 그만의 ‘특별한 선물’ 비법을 전수하며 사랑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초대손님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관객을 불러내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보다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공연의 특성상 구체적인 레퍼토리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이어지는 3월의 테마는 <문득 친구에게>, 4월은 <꽃과 마음>.
공연 - <영심의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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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스페이스 이벤트카페 소리/ 3월11일까지/
쌈지스페이스/ 02-3142-1694∼5, 02-338-4236
영화포스터 및 스틸 사진작가 윤형문의 작업사진 발표전. 윤형문이 작업한 영화로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이 있다. 배우의 ‘또다른 얼굴’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오랜 시간 같은 포즈를 취해 긴장이 풀린 배우의 얼굴이나 스튜디오 밖에서 즉흥적으로 카메라와 만난 배우의 표정에서 정형화한 얼굴 이면의 ‘또다른 얼굴’을 발견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화배우 박신양, 심은하, 상하이 무용단 단장 진싱, 그래픽 디자이너 안상수, 카레이서 신미아 등의 ‘또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전시가 열리는 이벤트카페 ‘소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젊은 작가들의 사진작품을 전시해온 공간.
공연 - Portrait-another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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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뮤직 발매
영화계와 대중음악계 모두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의 신보. 제니퍼 로페즈는 최근 미국 흥행차트 1위를 차지한 신작 <웨딩 플래너>에서는 무려 900만달러의 출연료를 받았고, 99년 발표한 데뷔음반 은 전세계에서 600만장이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섹시한 몸매, 연인인 퍼프 대디의 탁월한 프로듀싱, 때마침 불어닥친 라틴 팝 열풍 등으로 거둔 제니퍼 로페즈의 성공은 다소 폄하되기도 했다. 진정한 가수라기보다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엔터테이너’ 정도라는 것. 는 세간의 이런 평가에 대답이라도 하듯 펑키와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수용하고, ‘라틴 팝’에서 벗어나 미국적인 R&B 스타일의 노래들을 많이 포진시켜 ‘가수’로서의 색깔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문화메뉴/ 단신
음반 - J.Lo : Jennifer Lop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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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 발매
영국 출신의 크로스오버 보컬리스트 이지의 두 번째 음반. 사라 브라이트먼, 필리파 지오르다노 등 팝과 오페라의 경계에서 노래해온 가수들의 계보를 잇고 있다. 본명이 이소벨 쿠퍼인 이지는 4살 때부터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했고, 9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성악 훈련을 받았다. 18살 때 갑자기 병에 걸려 순탄하던 성악가의 길에서 벗어난 이지는 클래식 음악에도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발전시켰다. 그 결과 이지는 풍부한 성량과 부드럽고 안정된 목소리를 갖게 되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 <주인님 제 말을 들어주세요>를 편곡한 는 ‘들어보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고, 음반 전체는 로맨틱한 느낌의 화려한 곡들로 꾸며져 있다.
음반 - Ascolta : Iz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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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호우잉, 다이싱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8천원
<사람아! 아, 사람아!>의 작가 다이호우잉과 그의 딸 다이싱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 다이싱은 86년부터 미국유학을 떠났고, 3년간 어머니와 모든 이야기를 편지로 나누었다. 1996년 다이호우잉은 괴한에게 피살되었고, 다이싱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유학 시절의 편지를 모았다. “네가 앞을 향해 계속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면 더이상 들꽃향기가 주는 기쁨을 얻을 수 없단다”라고 딸을 북돋웠던 어머니는 이승을 떠났지만, ‘엄마를 통해서 배우는 세상, 엄마를 통해서 배우는 사랑, 엄마를 통해서 배우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임을 딸은 잘 알고 있다. 다이호우잉의 생활과 사상과 감정의 기록이 녹아 있으며, 다이싱의 엄마에 대한 사랑과 신뢰, 존경이 담겨 있는 책.
책 - <사랑하는 싱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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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갑 지음/ 웅진닷컴 펴냄/ 7500원
‘바울’이라 불리는 인도의 음유시인 13인의 삶과 노래를 담았다. 인도의 ‘바울’은 요가 수행을 통해 자신을 수양하는 한편, 직접 가사를 쓰고 노래를 지으며 자유와 진실을 노래한다. 엑타라나 둥기 같은 인도의 전통 악기를 들고 언제 어느 곳에서나 신명나게 노래와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은 ‘길 위의 성자’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다. ‘노래와 춤과 광기와 구도가 있는 세계, 무엇보다 신이 있는 세계, 인간이면서 동시에 신일 수가 있는 세계’를 바울의 모습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한해의 절반을 인도에서 살며, 최고의 바울로 일컬어지는 13명의 집과 공연장을 오가며 <길 끝나는 곳에서 길을 묻는다>를 썼다. 13명의 바울과 직접 나눈 대화, 바울이 지은 노래말에서 ‘살아 있는 인도’를 만날 수 있다.
책 - <길 끝나는 곳에서 길을 묻는다-인도의 노래하는 성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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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열린책들 펴냄/ 7500원
‘아주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으로 출발하여 평범한 주인공을 이상한 비극으로 몰아가는 프랑스의 현대소설. 어느 날 남편은 10년간 고이 기른 콧수염을 깎고, 아내의 반응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내는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당신에게는 콧수염이 없었다고 정색을 한다. 부부는 서로를 정신병자라고 의심하고, 남편은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칠 결심을 하고 홍콩행 비행기를 타지만 여전히 악몽은 계속된다. 1986년 몽상과 현실을 교묘하게 교차시키는 <콧수염>으로 데뷔한 엠마뉘엘 카레르는 <겨울 아이> <베링 해협> 등 걸작을 양산했다. 카레르는 작품 속의 인물을 비극 아닌 비극에 빠트려 처참하게 파멸시키는 과정을 통해 허구가 현실을 능가하고, 부조리가 논리와 이성을 압도하는 광경을 보여준다.
책 - <콧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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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베트남>/ 베트남전 진실위원회 발매참 야릇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음반이 아닐 수 없다. 앨범명만 본다면 좀처럼 그 내용과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이 특별한 작품집은 그만큼 각별한 의미와 의의, 그리고 음악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앨범은 ‘베트남전 진실위원회’가 진행해온 작업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1월 13개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구성된 베트남전 진실위원회는 아직도 각기 다른 해석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베트남전의 올바른 재평가와 역사적 청산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구성되었다고 한다.지난해 7월 숭실대에서는 베트남과 함께하는 평화문화제 <사이공, 그날의 노래>가 개최됐다. 역시 베트남전 진실위원회가 열었는데, 그 참담한 전쟁으로 인한 양국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는 이 단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베트남으로부터 날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모든 내용들이 더욱 구체화하고 승화되어 그 결과물인 ‘베트남전 진혼 앨범’ 성격의
기억하라, 검은 역사의 뒤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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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밤에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가게 돼 비디오로 출시된 <판타지아 2000>을 빌려 봤다. 극장에서 두번이나 본 작품이지만 커피 한잔 끓여서 집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보는 <판타지아 2000>은 정말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 전체 에피소드가 모두 재미있고 즐겁지만, 그중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거슈인의 <랩소디 인 블루>를 영상화한 에피소드이다. 음악이 좋기도 하지만, 이른바 ‘디즈니 화풍’을 벗어난 그림체와 간결하면서 발랄한 표현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그 영상이 디즈니가 생전에 가장 싫어했던 ‘UPA’의 작품과 너무 닮았다는 것이 이채롭다.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색채나 움직임, 사운드면에서 탁월하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한결같은 화려함과 유연함에 곧잘 지겨움을 느낄 때가 많다. 어느 작품을 봐도 늘 ‘디즈니’라는 상표만 보이고 애니메이터나 감독의 개성은 보이지 않는 그들의 애니메이션은 다채롭긴 해도
제럴드 맥보잉 보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