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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인터뷰라고 불리는 것은 인터뷰이의 캐릭터나 내공을 자연스럽게 펼쳐 보이는 것으로, 두고두고 기억날 만한 말을 얻어들을 때다. 하지만 많은 자리에서 인터뷰어를 해봤고, 인터뷰 구경도 해봤고, 읽기는 더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재밌는’ 인터뷰를 말하자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싸움구경(“당신은 내 영화/책/음악을 잘못 봤어!”)이다.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이거다. 대개의 인터뷰는 인터뷰어가 갖고 있는 ‘홍보’의 필요성 때문에 (이미 숱하게 반복된 질문으로 지친 나머지) 몇번씩 반복해왔던 모범답안으로 얼룩진 나머지 인터뷰어가 어떻게 생긴 인간인지 도통 파악이 불가능할 때. 하지만 어떤 경우건 인터뷰어는 인터뷰이 못지않게 그 자신을 노출하게 된다. 그 인터뷰의 향방을 가르는 것은 답만큼이나 질문에 있다.
조민준 인터뷰집 <7인의 PD 드라마를 말하다>는 담백한 한정식 같다. 화려한 언어로 자의식을 드러내려는 인터뷰이도 인터뷰어도 여기 없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드라마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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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심장을 겨누고 인생을 말하다>는 서부영화, 경찰영화, 멜로영화, 코미디영화, 드라마, 스릴러, 전쟁영화 등 장르별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 및 출연작을 총망라하여 분류하고 있다. 역자의 말처럼 “구성으로만 보면 ‘이스트우드 영화 감상 가이드’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요컨대 이스트우드가 주장해온 연기론(배우는 잘 듣는 귀를 갖고 있어야 한다)이나 감독론(나는 이야기를 찍는다)에 관한 내용과는 거리가 있으며 동시에 인간 이스트우드(그는 전통의 보수주의자인가 리버럴리스트인가)에 관하여 듣는 자리도 아니다. 장르별로 모아놓고 보니 “이스트우드가 카우보이보다는 경찰 연기를 더 많이 했다”는 당연한 사실(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스트우드가 경찰보다 카우보이 역할을 더 많이 했다고 착각한다)을 새삼 깨닫게 되는가 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스트우드의 코미디영화 등에 관한 정보도 얻게 된다.
각 영화에 관해서는 저자가 일정한 분량으로 제작 상황, 간략한
[도서] 이스트우드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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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 기자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 1, 2권이 사라졌다. 아마도 누군가가 잠시 보고 도로 갖다놓는다고 생각했다가 잊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는 ‘아니, 그래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기에 메츠의 책을 허락받을 사이도 없이 그렇게 급히 빌려(?)간 것이냐’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런 농담이 오가던 그때에, 영화 이론 편역서를 펼쳐놓고 친구들과 공부하던 그 옛날, ‘현실 효과’라는 용어를 엉뚱한 뜻으로 이해한 통에 친구에게 한수 배웠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메츠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내게(어쩌면 당신에게도) 가장 딱딱한 분석가이며 재미없는 영화 이론가이자 엄격한 기호학자로서 늘 저 너머에 있었다. 이참에 내게도(어쩌면 당신에게도) 열심히 읽어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2009년에 메츠의 책 <상상적 기표-영화, 정신분석, 기호학>이 출간되었고 이번에 다시 같은 역자에 의해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 1,
[도서] 그곳에 영화 기호학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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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해가는 재래시장 건어물가게 주인 정의섭. 상인회 총무 직함 달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일 말고는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외주제작사 PD 이상운. 한때 잘나가는 공중파 PD였지만 직접 프로덕션을 차린 뒤로는 제작 프로그램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막다른 곳에 몰린 이들이 케이블용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일명 야바위라고 불리는 구슬 든 컵을 맞히는 게임, 돈 놓고 돈 먹기. 이 사행성 프로그램에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바보’지만 남들은 못 듣는 소리를 기막히게 잘 듣는 소년 김일우가 참여한다. 돈 없는 부모가 아파트 한채 사고 싶어 전세보증금 5천만원을 참가비로 덜컥 내버린 것이다. 이렇게 추락 직전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성공해보고자 제 손으로 기획한 패자부활전이 시작된다.
책 제목이나 광고 카피를 보면 ‘바보’ 소년 김일우의 성장 일기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면 딴판이다. 정말 평범하고 조금은 어리석고, 생활은 어렵고, 그래서 어쩌다보니 사기에 가까운 사고를 치는 인물들의
[도서] 촌부들의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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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꼽사리다>(이하 <나꼽살>)의 1회는 알려진 바대로 여러 번 녹음되었고 그 과정에서 패널이 교체되었다. 1회 방송을 들어보면 왜 재녹음이라는 초강수가 쓰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지나칠 정도로 의식하고 있음은 알겠는데, 풍자가 튀어나올 곳에서 개그가, 팩트(혹은 개념) 정리를 해야 할 곳에서 얼버무리기 신공이 등장하고, 정치 얘기로 너무 빠지기도 해서 재미없는 <나는 꼼수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경제라는 소재는 날달걀 같은 데가 있어서 약간만 거칠게 다루어도 깨져버리고, 유통기한이 지나면 상해버리고, 조리법에 따라 다이어트식이 되기도 영양식이 되기도 하고, 다른 재료와 자유롭게 섞어 수십만 가지 요리로 재탄생할 수 있다. 정치를 소재로 한 <나꼼수>는 ‘그들’의 비겁함 혹은 사악함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통쾌함을 선사할 수 있지만 경제를 소재로 한 <나꼽살>은 ‘우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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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는 저축을 못하고 결혼(혹은 출산)을 포기한다. 20대는 취직을 못하고 빚을 진다. 지난 몇년간 위기의 이유가 우리의 소망이 간절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책을 읽었고, 그것을 더 강렬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긍정이라는 절대신을 모셨는데 긍정에 배반당했고 믿음은 은행 잔고와 함께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10대가 주인공인 뉴스를 보면, 20대부터 죽을 때까지 겪는 많은 어려움은 이미 10대일 때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는 조국, 심상정, 박경철, 신영복을 비롯한 9명이 학부모를 위한 교양강좌에서 한 이야기를 묶었다. 이것은 비단 지금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나 학부모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성적만 있고 애정은 없는 가정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아이를 위해 기러기 가족이 되기를 기꺼이 작정하는 일이 당연시됨은 어떤 미래를 의미하는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
[도서] 공부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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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체인 가문의 아들 제이콥은, 인생에 특별히 즐거운 것도 부족한 것도 없는 평범한 소년. 열다섯살 되던 해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제이콥의 인생이 달라진다. 할아버지는 제이콥에게 비현실적 사진을 보여준 사람이다. 머리가 없는 남자, 얼굴에 입이 두개인 남자, 거대한 바위를 한 손으로 번쩍 든 소년 등. 가짜 티가 너무 분명하게 나는, 요즘처럼 포토샵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의 빈티지 사진인데 할아버지는 이 사진들이 거짓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거라고 우겼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입에서 촉수가 나오는 괴물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제이콥은 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인지,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할아버지의 유년 시절을 찾아 떠난다.
책은 어렵지 않아 청소년도 손쉽게 읽을 수 있다. 묘사가 친절하고 인물들의 성격도 단순한 편이다. 이야기 패턴도 금방 파악된다. 제이콥은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살던 웨일스 지방 섬의 어린이집을 찾아가, 이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평행세계로
[도서] 빈티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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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따라 세월은 다르게 각인된다. ‘어른’들에게 세월은, ‘아이’의 나이 듦으로 인식된다. 2000년 입사 당시 <씨네21> 기자직 신입사원 중 역대 최연소였던 24살 고졸 여사원 이다혜를 처음부터 봐왔던 선배들은 아주 오랫동안 “넌 아직도 서른살이 안됐냐?”며 웃었고 그 뒤로는 “어느새 너도 내일모레 마흔이란 말이냐”라며 한탄한다. 내게 세월은 이렇게 각인된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고 만난 하늘 같은 선배들, 거의 모든 영화를 알았고, 글을 잘 썼고, 모르는 사람이 없던 그 선배들과 내가 처음 만났던 때, 그들은 젊었으며 지금 내 나이 또래에 불과했구나 하고. <한겨레>와 <씨네21> 기자였던 임범의 <내가 만난 술꾼>을 읽으면서 그들과 처음 만났던 때 다들 참 젊었구나 깨달았다. 이 책은 임범 자신에게 무척 개인적인 추억의 모음이고, 서문에 쓴 것처럼 ‘살아 있는 지인들의 조사를 쓰는 일’이겠지만, 그의 주변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밤은 젊고 그도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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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북스에서 선보였던 엘러리 퀸의 미스터리 시리즈 전권 수집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전권을 갖추려고 보니 어느새 절판되어 전국 헌책방을 뒤져도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Y의 비극>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같은 책은 다른 출판사에서도 나와 있으니 읽을 수나 있다고 치지만, <중간지대> <악의 기원> 같은 책은 중고책에 2만5천원에서 3만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는 만져볼 수도 없다(정가는 5500원이다). 하여튼 그 시리즈가 ‘엘러리 퀸 컬렉션’으로 다시 출간된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와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를 필두로 국명 시리즈 9권이 차례로 먼저 선보인다. 엘러리 퀸(사촌 형제 사이인 만프레드 리와 프레더릭 다네이의 필명)은 미스터리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들을 썼다. 퀸의 초기작에서는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야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사건의 풍경을 미리 그려 보이는 ‘주요 등장인물들’, 필요하다면 언
[도서] 미스터리 팬의 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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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야기는 이렇다. 할머니 한분이 계신다. 이 할머니는 이제 100살 생일을 넘기셨다. 평생 편하게 살아본 적 없는, 그저 부지런히 살았던 할머니는 90살이 되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써놓은 시는 백수(白壽) 기념으로, 자비출판했다. 그런데 그 책이 입소문을 타더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시집의 제목은 <약해지지 마>다. <100세-살아가는 힘>은 할머니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일본의 서점에 갈 때마다, 한국 대형 서점의 일서 코너에 갈 때마다,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책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여 있었다. 일본에서 유난할 정도로 시바타 도요의 책이 잘나간다는 건 알았지만, 노인 인구의 급증과 최근 일본사회가 직면한 여러 어려움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했을 뿐, 책을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이런 시다. 제목은 <당신에게-보이스피싱 사기사건 피해자분에게>. “가족을 위해/ 모아두었던 돈인데/ 못된 꾀에 속아 넘어간/ 그 억울함/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당신, 살아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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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사람들이 고생담을 하나둘 털어놓다 보면 누가누가 가장 큰 상처를 받았나 배틀이 벌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작가가 8년 동안 틈틈이 썼다는 이 일곱 단편에는, 그런 상처 배틀이 열리면 웬만해선 지지 않을 인물들이 나온다. 빚 갚으려고 택시 운전사로 일하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친척 언니, 어렵사리 가족들 주려고 적금을 모으다 갑자기 죽어버린 외삼촌. 도대체 왜 이들은 이토록 불운한가. 왜 세상은 이들이 불운하건 말건 잘도 돌아가는가.
애초에 명쾌하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거니와, 이 책은 해답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신 불운한 사람들을 위로한다. 이들의 사연을 시시콜콜 소개하고 이들이 얼마나 착하고 성실했나 알리는 것이다. 왼손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증상 탓에 자꾸 남편을 때리게 되어 결국 소박맞은 여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번도 울지 않는다는 ‘찍새’라는 별명을 지녔다. 또 암 선고를 받고 말없이 사라진 여자는, 그전까지 매일매일 가정부에게 손수 편지
[도서] 복고풍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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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에 대항해 똘똘 뭉쳐 거세게 저항하는 염소 떼가 있었다. 상황을 전해 들은 늙고 경험 많은 잿빛 늑대는 흰 염소와 검은 염소 중 수가 적은 흰 염소만을 쫓으라고 한다. 늑대들은 수가 적은 흰 염소만 잡으려고 평소보다 더 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몇번 더 같은 패턴이 반복되자, 검은 염소들이 방어선에서 빠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에 잡아먹히는 흰 염소의 수가 늘었다. 흰 염소들은 검은 염소들에게 따졌다. 왜 같이 싸워주지 않는가. 검은 염소들은 되레, 자신들이 쫓기지 않는데도 싸워준 것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맞선다. 흰 염소들이 고마움을 모른다고, 너희들만 공격받으니 스스로 싸워 살아남으라고. 바로 옆에 검은 염소가 있어도 흰 염소만 쫓기는 상황. 결국 흰 염소는 모두 잡아먹혔다. 늑대들은 다시 늙은 잿빛 늑대에게 어찌할까를 물었다. “이제 아무 염소나 내키는 대로 잡아도 된다네. 이제 검은 염소들은 한 마리가 잡아먹히면 그놈이 왜 잡아먹혔는지 알아내느라 대항할 생각을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징한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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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작도 한강의 문장은 여전하다. 손쉬운 찬사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필사적으로 쓴 문장들. 내용은 단순하다. 양육권을 잃고 실어증에 걸린 여주인공이 말을 다시 하고자 언어의 본질을 건드리는 고어인 희랍어를 배우면서, 시력을 잃어가는 강사와 친해진다. 한강의 소설평에 늘 언급되듯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그녀의 묘사를 따라, “어둑한 은숫가락” 같은 달, “희끗한 혼령 같은” 민들레 홀씨 등 지나치기 쉬운 자연을 되새기고, 희랍어를 “우렁우렁 따라 읽는” 변두리 교실을 엿보고, “검고 단단한 숲” 같은 밤을 거닐다 “오래되고 희미한 적의 같은” 침묵이 밴 막차를 타자. 읽다보면 어둑어둑한 도시의 거리를, 소리를 제거하고 촬영한 동영상을 감상하는 기분이 든다. 문장의 달인이 도시를 활보하다 이미지를 채집해 매끄럽게 편집한 조각물이라고 할까. 실제로 보면 무감각하겠지만, 문장을 통해 무척 아름다워진 풍경.
캐릭터들도 한강식의 익숙한 모습 그대로다. 마
[도서] 문장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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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 하는 준비는 음악 장르마다 다르다. 스탠딩으로 관람하는 록이나 일렉트로니카 계열이라면 쿠션이 좋은 신발과 데킬라를, 가요나 팝, 포크록이라면 그날 부를 가능성이 있는 거의 모든 곡의 가사를 챙긴다. 클래식의 경우, 언젠가부터 나는 그날 들을 곡을 절대 미리 듣지 않아 버릇하는데, 그 곡의 최고로 꼽히는 녹음을 듣고 가면 실황에서 되레 실망하게 되는 일이 드물지 않거니와 듣던 연주의 해석을 상기하느라 실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험을 한 뒤로 그런다. 그래서 음악회 가는 길에는 음악을 끊고 음악에 대한 글을 읽는다. 11월15일에 있었던 베를린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9번> 연주를 들으러 가는 길에 읽은 책은 서경식의 <나의 서양음악 순례>다. 말러의 무덤을 찾았던 일과 말러의 교향곡들을 실황으로 들었던 일에 대한 회고는 딱 알맞은 독서였다. 하지만 나를 사로잡은 대목은 한국에서의 관객 목격담이었다. “유감스러웠던 것은 연주가 끝난 순간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침묵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