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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소공녀>에서 주인공 미소(이솜)의 남자친구 한솔(안재홍)은 웹툰작가의 꿈을 포기하고 2년간 5천만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장기출장을 신청한다. “왜?”라는 주인공의 질문에 “남들 다 하는 걸 하기 위해”라고 답한다. 남들처럼 살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는 걸 사람들은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굳이 이해할 생각이 없는 주인공 미소는 점점 오르는 월세와 두배 가까이 오른 담뱃값 사이에서 방을 버리고 담배를 선택한다. 집과 직장, 결혼 대신에 기꺼이 자신의 취향을 지키기로 한 이 선택에 대해 극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특이하다고 놀라워한다. 미소는 방을 뺀 후 잘 곳을 찾기 위해 대학 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을 한명씩 방문한다. 흥미롭게도 세명의 여자동창은 모두 직장, 가족, 육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느라 음악과 담배와 같은 취향의 세계와 결별한 생활인으로 살고 있고, 두명의 남자동창은 여전히 기타를
존엄한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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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외과의사 스티븐(콜린 파렐)은 정기적으로 10대 마틴(배리 케오간)과 만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한다. 둘은 무슨 관계일까? 따로 사는 부자(父子)? 비밀스러운 파트너? <킬링 디어>의 마틴을 연기한 배리 케오간은 <원더스트럭>(2017)의 밀리센트 시먼스, <유전>의 밀리 샤피로에 이어 스크린에 들어오는 순간 눈을 뗄 수 없는 신예다. <덩케르크>에서 애국심에 불타는 투명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 배우는 <킬링 디어>의 시커먼 심연이다. 마틴은 예의바르고 집요하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모든 인물이 그렇듯, 흡사 인공지능 같은 딱딱한 말투로 괴상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할 때는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다. 순진한 동시에 사악하고, 가련하지만 가까이하기 싫은 캐릭터를 배리 케오간은 제2의 피부처럼 연기한다. 소년은 현실적으로 극중 최약자이지만 때가 되면 영화 전체의 리얼리티를 교란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06/11
아녜스 바르다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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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지 로이 힐 / 출연 로빈 윌리엄스, 글렌 클로스 / 제작연도 1982년
오랜만에 본가에 다녀오면서 아버지 몰래 엄마의 예전 일기장을 훔쳐왔다. 집에 들를 때마다 장롱 속 유품상자를 비밀스레 뒤져 한두장씩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았고, 매번 큰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의 기분으로 망자를 추억하는 일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냥 조용히 가방에 넣어온 것이다. 당시 집 안에 있는 물건 중 가장 낡고 늙고 오래된 그 겨자색 스프링 노트는, 걸어서 극장과 백화점을 오갈 수 있는 도시 한복판에서 평생을 살던 여자가, 이제 막 결혼해 남편의 직장이 있는 황량한 지방 교외에 내려와 살기 시작하던, 1970년대 후반에 주로 쓰였다. 어떤 이야기들이 그 속에 적혀서 나를 자주 놀라게 하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게 했는지 이 지면에 자세히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과 불가사의한 신호들이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꾸준하게 떠 있던 그 낡은 일기장 속
백승빈 감독의 <가프> 괴상하게 아름답고 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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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기자로 일하던 시절 가장 좋아한 댓글은 “ㅋㅋㅋㅋㅋ”였다. 한때 코미디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좋은 글이나 아름다운 글보다 웃긴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고민하면서, 웃기는 일은 무척 힘들어졌다. 쓸 수 없는 소재, 쓰면 안 되는 표현, 침범해선 안 될 입장…. 몇개의 필터를 거치고 나면 처음 떠올린 농담은 너무 심심하거나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이제 계속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나? 한 여성이 지구 반대편에서 답했다. “그래서 제 코미디 경력이 끝장난다면 그러라죠!” 넷플릭스의 스탠드업 코미디쇼 <해나 개즈비: 나의 이야기>다.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인 해나 개즈비는 동성애를 병이나 죄악으로 취급할 만큼 보수적인 지역에서 성장하며 자신을 혐오하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농담으로 쇼를 만들어왔다고 고백하며 선언한다. “저는 자학적 유머로 경력을 쌓아왔어요. 그런데 더는 싫더라고요. 비주류에 속한 사람의 자학이
[TVIEW] <해나 개즈비: 나의 이야기> 이제는 끝내야 할 농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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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챕터로 이뤄진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Worlds Apart, 2015)에서 첫 번째 챕터 ‘부메랑‘은 시리아 난민 남성과 그리스 여성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다프네(니키 바칼리)는 괴한에게 공격을 당하게 되는데, 시리아 난민 청년 파리스(타우픽 바롬)가 그녀를 구해주고 이후 사랑이 싹트게 된다. 그런데 극도의 제노포비아(Xenophobia, 이방인 혐오증)를 지닌 파시스트 조직의 우두머리인 다프네의 아버지는 폐공항에 모여 살고 있는 난민들을 불법 마약과 무기의 온상이라며 무차별 공격한다. 폴 그린그래스의 <그린존>(2010)에서 묘사된 것처럼, 지난 2003년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거짓된 명분으로 바그다드를 폭격하여 수많은 사상자와 피해를 낳았던 미국과 별다를 바 없다. 그렇게 그들은 세계 어디서나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 안타깝게도 다프네의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으로 딸의 죽음을 지켜보게 되는데, 챕터 제목 ‘부메랑’은 잘못된 공격의 피해가
[주성철 편집장] 배우 정우성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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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 최초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최전성기였던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후반은 물론 그 이전에도 수많은 흑인 여성 가수가 존재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인종의 벽을 넘어 보편적인 사랑을 받은 흑인 여성 음악가는 드물었다. 휘트니 휴스턴이 풍미한 팝발라드와 댄스음악, R&B와 CCM(기독교 음악)의 공식은 ‘초대형 흥행’을 노리는 후배 음악가와 프로듀서들에게 하나의 기준이었다.
그의 말년은 초라했다. 영화 <보디가드>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후, 모두가 좋아하는 팝 넘버 대신 R&B 곡을 짙게 시도한 《My Love is Your Love》(1998) 앨범이 전성기 끝자락이었다. 2012년 그래미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마약 과다 복용에 따른 질식사로 사망했을 때는 아름답게 빛나던 흔적 대신 타블로이드 가십을 장식한 과거의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모두 그를 잊지 않았다. 수많은 동료 음악가부터 대중까지 광범위한 추모
[마감인간의 music] 휘트니 휴스턴 《The Bodyguard Original Soundtrack Album》, 다시, 휘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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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 입대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내무반에 괴담이 떠돌았다. 불침번을 서던 동기가 귀신을 봤다는 것이다. 복도 창밖으로 오래된 군복을 입은 이가 “왼손 파지, 왼손 파지…”를 중얼거리다가 사라졌다는 목격담이었다. 동기들은 그 귀신을 ‘왼손 파지 귀신’으로 불렀고, 불침번을 설 때마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그 귀신을 기다렸다. 얼마 되지 않아 훈련소에 전해져 온다는 옛날 귀신 이야기도 등장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들 훈련소에 한번밖에 머물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얘기들이 전해졌는지 모를 일이지만 귀신의 존재는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흥밋거리였다. 인간은 인지적으로 불명확한 대상에게 불안을 느끼면 인과관계를 찾아 해소하려는 심리가 있다. 이는 이야기의 형태, 즉 괴담으로 발전하고, 물리적으로 닫힌 공간이나 정서적으로 고립된 집단의 폐쇄성으로 인해 증폭된다. 그렇게 불안은 실체적 공포가 되고, 확산된 공포는 생명력을 갖는다.
과거엔 귀신이나 자연 속 신비현상처럼 오컬트 색깔을
누가 공포를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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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구스 반 산트 / 출연 마이클 피트, 루카스 하스, 아시아 아르젠토 / 제작연도 2005년
어쩌면 그는 겨울에 태어났을까. 어쩌면 오늘이 그날인지 모른다. 마른 숲을 맨발로 지나면서, 나는 그의 유일한 증인이 되어간다. 되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덜덜 떠는 그의 몸을 따라간다. 그의 이름을 불러 뒷모습을 세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 숲에서는 누구나 길을 잃고 어둠은 아직 반복된다. 나는 이미 죽은 몸으로 그의 망각을 도울 뿐… 어차피 나는 그 이름 기억하지 못해. 그것은 나의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모른다고… 되새기며 그러니까 빌어먹을 내 이름도 모르는 심정이다. 누가 그를, 나를 여기로 보냈을까. 추론만 가능한 집. 숲속에 덩그러니 놓인 저택. 친구들이 아직 그 자리에 있구나. 내가 훔칠 수 있는 건 내 눈물뿐. 그러는 사이 방문자들이 들락거리며 집을 더럽힌다. 나는… 잊어버린 물건 같아. 그것이 총이나 칼은 아닐 거야. 아마… 여동생
지지연 의상감독의 <라스트 데이즈> 길고 외로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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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를 추격하던 경찰이 차에 치여 쓰러졌다.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의 형사 한태주(정경호)가 정신을 차린 곳은 과거인 1988년이었고, 동명의 원작인 영국 <BBC>판의 샘 타일러(존 심)는 1973년에서 눈을 떴다. 정말로 과거인지, 무의식 속 환각에 빠졌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들은 구시대적 수사방식에 저항하고 또 적응하면서 경찰 업무를 수행한다. 원작이 성차별적인 말재간으로 마초성을 뽐내는 남자 형사들과 그들에 의해 성적 대상화가 되는 여성 경찰 애니 카트라이트(리즈 화이트)를 통해 70년대 경찰이 주인공인 장르물에 대한 향수와 비판적 시각을 함께 가져갔다면, 리메이크에서의 순경 윤나영(고아성)은 경찰서에서 주로 커피를 탄다. ‘미스 윤’이라 불리던 윤나영은 한태주가 팀에 합류하면서 프로파일링을 하고, 범인을 잡고, 현장에서 뛰기 시작한다.
윤나영은 남자 상사에게 특기가 발견되고, 가까스로 인정받고 성장하는 캐릭터일까? <라이프 온 마스>
[TVIEW] <라이프 온 마스> 과거라서 그래요? 현재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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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1999년, 이장호 감독은 <천재선언>(1995) 이후 축구영화 3부작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주최하는 2002년 월드컵을 기념하여 2000년 개봉예정의 <히아신스>를 시작으로 <붉은 악마>와 <허그>를 연달아 제작할 계획이었다. <히아신스>는 한국이 처음으로 1954년 스위스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과정을 그릴 작품이었다. 한국전쟁 중에 월드컵 예선을 치러야 했던 실제 역사적 배경만으로도 꽤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당시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2편 <붉은 악마>는 한국 축구 응원단인 붉은 악마와 일본측 응원단인 울트라 닛폰간의 응원전을 통해 양국 젊은이들의 투지와 우정을 다룰 예정이고, 3편 <허그>는 제목에서 보듯 당시로선 야심차게 축구 남북단일팀을 꾸리는 이야기였다. 당시 제작발표회를 겸한 기자간담회 자리도 있었는데, “월드컵에 대비해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준비 중인 일본에
[주성철 편집장] 한국영화와 월드컵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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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는 아이돌 그룹의 새 장을 열었다. 작곡 가능한 아이돌, 힙합 아이돌을 히트시켜 인형 같은 아이돌, 고분고분한 아이돌을 철 지난 유행으로 만들었다. 빅뱅으로 선보인 대담한 행보는 투애니원으로 이어져 보이그룹에 이어 걸그룹에도 새바람이 불었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귀여움에 열광하던 대중이 취향을 바꿔 ‘중성’, ‘걸크러시’ 키워드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시 고전적인 아이돌로 선호도가 역전됐지만 그때의 파격은 두고두고 K팝 역사에 회자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전략도 재탕하면 진부해진다. 블랙핑크는 ‘힙합과 센 언니’라는 YG의 과거 성공 전략을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투애니원과 너무 유사해 신선함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방향은 비슷해도 디테일은 달라야 하는데 창법, 뮤직비디오, 작곡가까지 유사해 투애니원 음악을 다른 가수가 부르는 느낌까지 든다. 신곡 <뚜두뚜두>를 들으면, 데뷔때부터 지적된 이 문제를 이번에도 해결하지 못했다. 힙합에 강한 테디와 EDM에 강한 알
[마감인간의 music] 블랙핑크 《SQUARE UP》, 차별화의 절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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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폭주했다. 매일 소란스럽게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한 후보자의 스캔들 때문이었다. 특히 그 후보자가 속한 지역의 친구들은 며칠 밤낮 집단 멘붕 상태를 보이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화만 내다 또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다시 화내기를 반복했다. 친구들은 사전 투표일을 넘겨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지만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하자 전보다 더 괴롭고 우울해졌다. 그들의 출구 없는 고뇌와 자아분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었다. 결국 선거일이 오기도 전에 탈진한 그들은 모두 체념한 채 종일 관련 유머짤을 퍼나르며 자조적으로 깔깔거리는 경지에 이르렀고 어쨌든 투표를 하긴 했다. 그리고 정작 결과가 발표된 지금에는 아무도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분명 이런 적이 있었다. 많았다. 모든 게 너무나도 익숙한 경험과 감정의 흐름이었다. 중차대한 선택을 앞두고
어쨌든 우리는 투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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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8>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일본 메가사키시의 모든 개가 쓰레기 섬으로 추방된다. 반려견을 빼앗긴 많은 시민 중 딱 한 사람, 12살 소년 아타리만 친구를 구하러 쓰레기 섬까지 온다. <개들의 섬>의 본토 장면이 일본 문화의 빽빽한 태피스트리라면, 폐기물 섬에서 소년과 개들이 벌이는 모험은, 구도의 묘(妙)와 개의 행동 특성을 살린 애니메이션이 빛난다. 코와 귀의 선제반응, 망설일 때 들리는 앞발, 머쓱함을 모면하려는 땅 파기 시늉 등 <개들의 섬>의 주역들은 과한 의인화 없이 개답다. 한편 친구를 찾아 섬을 횡단하는 아타리와 다섯 마리 개를 대사 없이 음악과 롱숏의 연쇄로 보여주는 부분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깊은 감흥을 부른다. 이 작고 다치기 쉬운 존재들은 지진, 쓰나미, 화산이 남긴 다양한 폐허를 좌에서 우로 총총히 가로지른다. 그럼에도 살아 있는 이유를 찾아서.
06/08
확실히 <오션스8>에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도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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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2013년 2월, 첫 무주산골영화제를 준비하며 낯선 무주를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이었다. 캠핑을 좋아하던 팀장이 덕유산에 야외상영하기에 좋은 곳이 있는데 한번 가보자고 했다. 덕유대야영장 대집회장. 세계잼버리 대회가 열렸던 곳이라고 했다. 입이 딱 벌어졌다. 영화를 상영하기에 끝내주는 공간이었지만 너무 넓었다. 그때 무주에서 상영하고 싶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던 영화가 있었다. <비포> 시리즈였다. 당시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했었는데, 무주에서 <비포> 시리즈를 연속으로 상영하면 멋지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비포> 시리즈를 무주에서 상영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모두 할리우드영화여서 판권 처리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2015년 3회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사무국장과 고민 끝에 처음엔 엄두가 안 났던 바로 그 대집회장에서 야외상영을
조지훈 프로그래머의 <비포> 시리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