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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드라마를 좋아한다. 하지만 여성이 등장하면 불안해진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남자주인공의 연인인가? 희생양인가? (흔히 둘 다다.) 혼자만 정의감에 목소리를 높이나? 재미없는 대사만 도맡아 하나? 결정적 순간에 납치되나? 이런 함정들을 비껴가는 작품을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다. 넷플릭스 <에일리어니스트>는 인권개념도 과학수사의 필요성도 희박하던 19세기 뉴욕을 배경으로, 셜록과 왓슨 같은 남성 콤비가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이야기인데, 중요한 인물은 이들이 아니라 경찰국장 비서인 세라 하워드(다코타 패닝)다.
“남자들이 여자를 혐오하는 건지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뉴욕 경찰국에서 일하게 된 최초의 여성인 세라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남성 경찰들의 성희롱과 거친 세파로부터 ‘숙녀’를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 신사들의 차별을 동시에 겪는다. 퇴근 후, 소매를 커다랗게 부풀린 드레스를 벗어던졌을 때 맨살에 촘촘히 남은 코르셋 자국은 그를 억압하는 사회적 규범을 보여준다. 여성
[TVIEW] <에일리어니스트> 세라 하워드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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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북에서 왔습네다!” 북한에 납치됐던 신상옥 감독이 1985년에 만든, 북한 최초의 SF영화이자 당시 북한에서 최고 흥행을 기록했던 <불가사리>가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의 영화 포스터 카피 문구다. 예고편에는 “남한 동포 여러분 반갑습네다! 분단 반세기 만에 북에서 왔수다”라는 자막도 더해졌다. 쇠를 긁어 먹으면서 자란다는 전설의 동물 불가사리가 조정의 압제에 짓눌려 지내는 민중의 봉기를 돕는다는 내용으로, 민중혁명의 사회주의 이념을 괴수영화를 통해 재구성한 전형적인 프로파간다 영화라 할 수 있다. 일본 도호영화사의 <고지라> 특수효과팀이 참여해 화제가 됐으며, 신상옥 감독이 1986년 3월 북한을 탈출하면서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가 정건조 감독에 의해 완성됐다. 이후 일본에도 수출되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1998)보다 더 나은 흥행 성적을 거둬 화제를 모았고, 한국에서는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
[주성철 편집장] 북한영화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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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나’라는 장르가 있다. 짐작할 수 있듯, 미국 음악의 기초가 된 요소들을 모은 장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아메리카나를 지향하는 뮤지션들의 음악 속에서 우리는 다채로운 색깔을 만날 수 있다. 포크, 블루스, 컨트리 등등. 그런데 기실 아메리카나는 한국에서 지독히도 인기가 없는 장르다. 그래서 소개할지 망설이기도 했지만, <씨네21> 독자들은 뭔가 다를 거라는 믿음을 갖고 이 뮤지션의 이 곡을 골랐다. 바로 브랜디 칼라일의 <Every Time I Hear That Song>이다. 곡은 전형적인 아메리카나, 즉 어쿠스틱 기타와 만돌린 연주로 시작된다. 컨트리와 포크를 중심으로 하는 와중에 편안하면서도 풍성한 하모니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중 내 마음을 움직인 건 후렴구에서 허밍으로 처리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 노랫말이 정말 좋다.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사랑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네요/ 이 노래는 날 좀 슬프게 해요/ 당신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마감인간의 music] 브랜디 칼라일 <Every Time I Hear That Song>,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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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말해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삶의 고통이 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일터와 일상의 문제는 오랜 시간 누적되어온 것이며 그 해결은 시민의 주체적 노력에 의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이 믿음은 나 자신에게도 지극히 이론적이다.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을 포용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 나는 크게 위로받았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대해 그토록 진정성 어린 말을 건네는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정권이 바뀌고 ‘이제 세상이 좋아질 것 같아’라고 “내심”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바람은 언제부턴가 낙심으로 바뀌고 있다.
사측이 약속한 고용 승계와 단체협약 이행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은 수개월을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이다. 새 정권이 공약으로 제시한 최저임금제는 출발부터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삶의 터전에서 철거당하다 손가락을 잘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망치를 휘둘렀다가 구속됐다. 페미니즘을 내걸고 당당한
최악의 진보적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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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션스8>의 앤 해서웨이는 ‘앤 해서웨이’를 연기한다. 미디어와 대중이 지어내고 놀림감으로 삼았던 본인의 공적 이미지를 패러디한다. <레미제라블>(2012)로 오스카를 수상한 무렵을 전후해 타블로이드 언론과 일부 대중은 해서웨이를 험담했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지나치게 노력하며 지나치게 ‘여배우’스럽다는 것이었다. 해서웨이가 연기하는 할리우드 배우 다프네는 외모와 인기에 집착하고 일거수일투족이 포즈다. 데비 오션(샌드라 불럭) 일당은 다프네를 고가의 목걸이를 건 마네킹 정도로 여기지만, 곧 반성할 일이 생긴다. 그러나 다프네는 숨겨진 면모가 드러나기 전에도 충분히 근사하다. 그가 거울 앞에서 목걸이를 걸고 음미하는 장면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8) 이후 최고의 ‘오르가슴’ 연기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상투적 이미지를 만지작거리며 즐기는 <오션스8>의 앤 해서웨이는 종달새처럼 자유롭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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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가이 다비디, 애머드 버넷 / 출연 애머드 버넷 / 제작연도 2011년
영화감독을 꿈꾸다 신문기자가 됐다. 유난히 재능 없는 기자였다. 편집국 선배들은 어린 수습기자를 불러놓고 조언했다. “더 늦기 전에 다른 직업을 찾아봐라.” 하고 싶어서 뛰어든 직업도 아니었다. 유년기부터 꿈꿨던 영화감독은 막연했고, 드라마 PD 시험에선 낙방했다. 때마침 밀어닥친 외환위기(IMF). 기댈 곳 없는 흙수저 청춘은 처량했다. 서울 시내 경찰서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캐내는 이른바 ‘마와리’.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녹초가 됐다. 남녀 가리지 않고 어깨를 마주치며 잠을 청해야 하는 2진 기자실 대신, 찾았던 곳은 경찰서 인근 비디오방이다. 그곳에서 <그랑부르> <첨밀밀> <패왕별희> 등과 재회하고는 목젖을 떨며 울었다. 영화와 정면대결 못한 스스로의 비겁함이 부끄러워서.
사표를 들고 강남경찰서 기자실을 찾았다. 1진 선배를 만나기 위해서다. 회사가 자랑하는
이학준 감독의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 너는 왜 찍으려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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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박사(김성령)는 재벌 회장인 시아버지에게 빼앗긴 어린 아들을 대신해 ‘남신Ⅲ’(서강준)를 만들어 키웠다. 로라는 착하고 다정한 안드로이드 아들에게 부탁한다.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진짜 아들이 깨어날 때까지 그의 자리를 지켜달라고.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탐구하는 이야기들이 대개 그렇듯 KBS2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도 윤리나 원칙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우선, 인간을 위로하고 위험에서 구한다는 원칙이 심어진 남신Ⅲ가 모사해야 할 남신(서강준)이 여성 경호원 강소봉(공승연)을 폭행하는 개차반이라는 점이 그렇다. 창조자가 부여한 원칙과 수행해야 하는 명령이 상충하는 이 딜레마는 남신Ⅲ가 상황마다 기계적으로 선한 원칙대로 작동되며 간단히 넘어간다.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려 위악적인 행동을 일삼는 진짜 남신은 소봉이 자신의 ‘몰카’를 찍어 팔도록 사주하고, 소봉을 폭행해 폭력적인 재벌 3세라는 논란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그의 계략을 알게 된 소봉은 불법촬영에 적극적으로
[TVIEW] <너도 인간이니?> 인간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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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는 민규동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기도 전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영화제작학교에서 생애 최초로 만든 단편영화와 제목이 같다. 그렇게 퀴어 단편 <허스토리>로부터 위안부 소재 장편 <허스토리>에 이르기까지,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는 한국 상업영화 시장 안에서 여성주인공 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어온 흔치 않은 남성감독이라 할 수 있는데, 돌이켜보면 그 데뷔작부터 그러했다. 심지어 그보다 전에 영화제작학교에 지원하기 위해 썼던 자기소개서도 <레옹>(1994)에서 마틸다(내털리 포트먼)가 갱에게 부모가 살해당하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레옹(장 르노)을 찾아가 문을 열어달라고 할 때의 절박한 심정, 그러니까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마틸다의 심정을 편지 형식으로 써내려간 것이었다. 당시 영화에 대해 아는 것도 부족하고 딱히 경력도 없어서 딱딱한 자기소개서 형식을 벗어나, 그처럼 영화를
[주성철 편집장] <허스토리> 대특집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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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위치는 합정역 7번 출구 도보 4분 정도 거리 지하방/ 대각선 방향에는 메세나폴리스 what/ 거기 사는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이 구절이 귀를 지나갈 때, 내 머릿속에도 자연스레 풍경이 떠올랐다. 합정역 사거리는 나에게도 익숙한 동네다. 망원동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6호선이 없는 망원시장’과 ‘허허벌판 같았던 합정역’을 기억한다. 때문에 빈첸만큼 진지하진 않았지만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저게 메세나폴리스라고? 저런 괴물 같은 건물이 여기 들어서는 게 말이 돼?’ Mnet <고등래퍼2>가 한창 방영되던 얼마 전, 누군가는 빈첸(과 김하온)을 극찬하며 다른 한국 래퍼들을 싸잡아 깎아내렸다. 돈 자랑, 성공 과시 말고 이런 게 진짜 힙합, 진짜 음악이라며. 당연히 나는 이 구멍 난 이분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개인의 성취에서 좋은 영감과 기운을 나눠가지는 것이 힙합의 핵심 정체성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빈첸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에는 나
[마감인간의 music] 빈첸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음악으로 승화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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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질문지를 받았다. “페미니스트로서 결혼은 가부장제에 부역하는 행위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역이라는 말에 일단 간담이 서늘해졌다. 우리 사회에서, ‘부역’이라는 말은 친일 부역자라는 말처럼 주로 국가와 민족을 배신한 자를 지칭하는 무시무시한 용례로 사용되어왔다. 알고 지내던 이웃 사람들끼리 적과 아군으로 갈라져 갑자기 싸우게 된 것도 어리둥절한데, 똑똑한 이웃집 자식에게 밥 한 그릇 넘겨주었다고 해서 공산당 부역자가 되어 총살을 당하기도 하고, 전쟁터에 끌려가면 대가 끊긴다는 공포에 하나 남은 손자를 굴에 숨겨두고 징집을 피하려 한 것이 중대한 국가에 대한 반역죄가 되었던, 그런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부역이니 공모니 하는 말들은 참으로 힘이 세다. 나는 그 말들의 힘이 아직도 무섭다.
부역은 다양한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장 자주 사용되는 부역(賦役)은 한자 뜻으로는 일을 시킬 구실을 말하는데, ‘국가나 공공 단체가 특정한 공익 사업을 위하여 보
혁명과 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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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유전>은 깊숙이 할퀴는 호러다. <악마의 씨>(1968)나 <엑소시스트>(1973)처럼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 뒤를 밟아 꿈속까지 따라온다. 신인감독 아리 애스터는 촬영, 음악, 미술 등 모든 영화적 장치를 동원해 이 가족 비극의 공포를 완성했는데 특히 집의 중요성은 치명적이다. 주인공 애니 그레이엄(토니 콜레트)과 남편이 두 남매와 사는 주택의 실내는 눈에 띄게 층고가 높다. 머리 위로도 공간이 한참 남아 인물들이 작고 무력해 보인다. 감독은 2:1의 화면 비율을 택하고 한쪽 벽을 뗄 수 있는 세트를 지어 가능한 한 높고 넓은 실내숏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가족의 집은 미니어처 아티스트인 애니가 매일 만드는 ‘인형의 집’의 확대판처럼, 인물은 외부의 불가항력에 휘둘리는 인형처럼 느껴진다.
05/21
어쩐지 해미(전종서)에 대해 더 이야기해야 할 것만 같다. 귤, 고양이, 우물, 말없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인형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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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석영 / 출연 정하담, 김태희 / 제작연도 2015년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는 내 인생의 변곡점에서 마주친 영화 중 한편으로 손꼽을 수 있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석영의 <스틸 플라워>’라 쓰지 않고 <스틸 플라워>의 ‘박석영’을 내 인생의 영화라고 적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데뷔작 <들꽃>(2014)을 들고 그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 <들꽃>의 출연배우 중 유독 정하담이 가슴에 박혀 들어왔다. 영화제 폐막 뒤 박석영 감독과 정하담 배우와 나는 해운대의 허름한 밥집에서 아직은 형체를 알 수 없었던 <스틸 플라워>의 이미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나는 이미지보다는 집 없는 소녀 하담(정하담)이 길 위에서 추는 탭댄스의 사운드를 환청처럼 듣고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다.
영화로 만나고 싶었던 하담의 <스틸 플라워>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첫선을
김범삼 감독의 <스틸 플라워> 다시 영화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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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물을 모두 걸러내고 엑기스만 남긴 맛, tvN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요즘 보기 드물게 정갈한 프로그램이다. 떠들썩하게 멘트를 주고받는 무리도 없고,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자막도 없고,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무례도, 낯선 음식에 대한 엄살도 없다. 호스트에 대한 신뢰와 컨셉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줄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 예능의 관성에서 이리저리 비껴나 남은 것은 단 하나, 백종원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큰 거 시킬걸.” “두개 살걸.” “여기에 밥이 있으면 딱인데.” 외식사업가이기 전에 미식가이자 대식가인 백종원은 무엇이든 기꺼이 즐겁게 먹는다. 낯선 식재료, 식감, 향미를 두려워해서는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없다. 기름이 치이이익 달구어지고, 국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갖가지 색의 재료들이 팬에서 섞이는 과정은 황홀하다. 홍유, 고추냉이, 코나 커피 등이 밭에서 생산돼 식탁에 오르기까지를 리와인드 편집한 영상은 감각적인 음악,
[TVIEW]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용감한 미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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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육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해 종종 깨닫고는 한다. 여러분도 그럴 거다. 내 경우는 공포영화, 특정하자면 오컬트 영화를 볼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오컬트 영화는 공포영화 중에서도 이단이나 사탄 숭배, 구마 의식, 기독교 신비주의 현상을 다루는 장르다. <오멘> <엑소시스트> <로즈메리의 아기> <쳐다보지 마라> <위커맨> 같은 영화들을 떠올리면 맞다. 넓은 범주에선 <곡성>도 포함된다.
오컬트 영화와 가정교육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려면 잠시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난 무신론자다. 사안에 따라 불가지론과 유물론 사이를 어지럽게 왔다 갔다 하는, 다소 일관성 없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는 달랐다. 내 유년 시절은 종교를 제외하고 나면 별 할 이야기가 없다. 성서 읽는 걸 정말 좋아해서 숨겨두고 읽을 정도였다. 사울이 바울이 되는 이야기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유전>은 놀랍도록 빼어난 오컬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