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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역사 보림극장 건물이 철거되었다”고, 20년 전 부산 보림극장에서 <콘에어>와 <화성침공>을 2본 동시상영으로 함께 봤던 조민준 객원기자가 슬픈 문자를 보내왔다. 문득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이 떠올랐다. 잘나가던 시절 극장 로비에서는 손톱으로 긁어도 버젓이 도금이 떨어지는 가짜 시계를 20만원으로 둔갑시켜 단돈 1만원에 할인 판매한다는 잡상인이 있었고, 극장 안에서는 (무려 영화 상영 중에!) 목에 좌판을 건 판매원이 곳곳을 걸어다니며 간단한 음료와 과자까지 팔았다. 그처럼 잘나가던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에 이르러 2본 동시상영극장으로 탈바꿈했다. 오래전 그날, 교복을 벗고 그렇게 5천원이면 하루 2편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웅본색> 1, 2편, <천녀유혼> 1, 2편, <황비홍> 1, 2, 3, 4편을 그렇게 보았으니 홍콩영상자료원도 아연실색할 환상의 프로그래밍이었다. 그런 다음이면, 놀
[주성철 편집장] 안녕, 보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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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나를 웃음짓게 했던 지난 한주를 돌아본다. 방북 인사의 음악 좌장에 윤상이 포함되자 분을 삭이지 못한,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애국자 한분께서는 역사 속 ‘윤’씨들을 뜬금없이 소환해 빨갱이의 후손 아니냐며 역정을 내셨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작곡가 김형석씨가 지적했듯 윤상의 본명은 이윤상인데. 어쨌든 저 애국자 덕분에 윤상을 다시 생각해본다. 우선, 국내 포털 사이트 중 정기 결제를 끊은 곳으로 들어가 ‘윤상’이라고 이름을 쳐보라. 앨범들이 쭉 나올 텐데, 그중 《YoonSang 20th Anniversary》라고 써 있는 것을 클릭하면 된다. 이 음반은 박스 세트다. 9장의 앨범, 18장의 CD다. 오리지널 앨범과 사운드를 업그레이드한 리마스터링 버전을 함께 수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마스터링은 과거의 소리를 현재에 맞게 더욱 생생한 톤으로 작업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이 박스 세트는 현재 구할 수가 없다. 물론 나는 발매되자마자 구입했지만 걱정하지 마시
[마감인간의 music] 《YoonSang 20th Anniversary》, 변하는 시간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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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이란 무엇인가? 한 사람이 자신과 타인을 향해 가꾸고 유지하는 “사람다움”이다. 인류학자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에 따르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사회적 성원권, 즉 한 사람을 사회적 관계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여기서 사회적 성원권이란 비단 큰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만남과 대화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의 <상호작용 의례: 대면 행동에 관한 에세이>는 “사람다움”의 존중과 무시에 관련된 미시적 상호작용의 규칙들을 다룬다. 고프먼을 참조하자면, 인격의 존중과 무시는 생각보다 아주 손쉽게 일어난다. 상대방이 면전에서 말을 하고 있는데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 사람은 무시당했다고 느낀다.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몇번 끄덕이는 것만으로 사람은 존중받았다고 느낀다.
한국 사회에서 인격 침해 양상이 심각하다는 것은 최근 분명해지고 있다. 인격 침해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물론 성폭력
권력과 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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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변성현 / 출연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 / 제작연도 2016년
내 취향의 정점에는 항상 갱스터영화가 있었다. 남자들이 총을 쏘고 사람을 죽이는 동서고금의 영화들 속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페미니스트가 이런 걸 좋아해?’라는 고민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그에 대해 자세히 쓰기는 힘들지만, 남성 동성사회를 기반으로 한 갱스터영화는 어김없이 여성 혐오적이더라는 점 정도를 적어두고 가자. 어쨌든 덕업일치의 정신으로 관련 논문도 쓰면서, 나는 연구 대상을 갱신한다는 핑계로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까지 죄다 쫓아다녔다. 갱스터를 더이상 보지 않게 된 것은 그즈음이다.
마피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여성으로서 진입한 후, 나는 그렇게 좋아하던 <대부>를 보지 못한다. 한국 신작들을 챙기지 않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여성을 배제한 폭력영화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기울어진 현실 속에서 한낱 취향 따위를 보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흘려보낸 영화들 중 하나가
조서연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현생은 불한당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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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소더버그의 <로건 럭키>는 극중 대사가 자칭하듯, 블루칼라 인물들이 주도하는 ‘오션스 세븐 일레븐’이다. 레이싱 경기장의 현금을 싹쓸이할 결심을 한 지미(채닝 테이텀)가 냉장고에 붙여둔 십계명은, 다양한 직군 종사자에게도 유용해 보인다. 시험삼아 잡지 기사 작성에 지미의 규칙을 적용해보았다. 1) 쓰기로 결심한다. 2) 취재계획을 세운다. 3) 섭외가 실패할 경우 대안을 마련해둔다. 4) 취재원 및 편집자와 원활히 소통한다. 5) 유익한 조언자가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 6) 계획에 없는 사고가 발생한다. 7) 반드시 꼬인다. 8) 오버는 금물. 9)한번 꼬였다고 두번 꼬이지 말란 법 없다. 10) 길게 쓴다고 기사가 나아지지 않는다. 정말 이번 기사에 다 욱여넣어야 하는지 재고한다.
03/01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제목은 첫 섹스를 나누던 밤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에게 올리버(아미 해머)가 속삭인 말이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내 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추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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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KBS가 새롭게 내놓았다는 세편의 예능 프로그램 포스터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남자뿐이었다. MBC 시사교양 파일럿 <판결의 온도>에는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10명 전원이 남성이었다. 사실, 방송이 여성을 외면해온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 YWCA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성비는 6 대 4 정도로 남성이 많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성비 격차는 훨씬 커졌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이 된 판결을 소환해 ‘4심’을 열어보자는 자리에, 외국인은 두명이나 있지만 여성은 단 한명도 없는 풍경은 새삼 기이하다. 건축가 김진애 박사가 트위터를 통해 <판결의 온도>,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등 “영향력 높은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존재가 안 보이면서, 의제-토의의 시각뿐 아니라 대중의 편견을 강화하는 위험이 높다”고 비판했듯,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전문가로서 권위를 갖는 여성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삭제된다.
[TVIEW] <판결의 온도> 미지근한 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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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지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지원자도 많았고 문의메일도 많았다. 아직 졸업이 멀어서 채용에 응시할 수 없지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물어보는 분들도 많았다. 굳이 이 자리를 빌려 답을 드리자면 뭐랄까, 당연한 얘기지만 반복해서 쓰는 것만큼 좋은 글쓰기 훈련은 없다. 그런 습작의 효과에 대해 여러 글쓰기 책에서 접했던, 도움될 만한 내용을 쭉 열거해보겠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은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며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우 1년에 70∼80권의 책을 읽고, 하루에 10페이지씩(200자 원고지 기준 10매) 쓴다고 했다. 그 정도면 3개월에 책 한권이 나오는 수준이라고도 덧붙였다. 물론 그는 비평이 아닌 소설 창작에 대해 얘기한 것이겠지만, 어떤 종류의 글에 적용하더라도 그 방법론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에 대해 <유시민의
[주성철 편집장] 끊임없이 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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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관련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절은 2000년대 초·중반이다. 이때의 힙합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리즈’ 시절에 들었던 음악을 최고로 친다. 그러나 이 시절의 힙합 음악은 객관적으로 보아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힙합과 팝이 균형을 이루며 섞였던 시기,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힘 있고 찬란했던 시기 등의 구실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또 이 시절의 힙합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여자들은 아름답다. 지금보다 자연스러운 미를 지녔다.
룬은 이 시절에 활약한 래퍼다.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퍼프 대디의 레이블 ‘배드보이’ 소속이었고, 자기 이름과 똑같은 제목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당시 퍼프 대디는 귀에 달라붙는 팝-랩 트랙을 여러 개 만들어 히트시켰는데, 그 대부분의 노래에는 룬의 랩이 담겨 있다. <Down For Me>도 그중 하나다. 사실 이 노래는 보증된 공식을 따르고 있다. 퍼프 대디와 라이언 레슬리가 프로듀싱하고 마리오 와이넌스가 보컬을 보탰
[마감인간의 music] 룬<Down For Me>, 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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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들이 나혜석을 알게 되는 순간은 대체로 비슷하다.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 누군가가 나혜석이라는 이름을 말해준다. ‘나혜석 콤플렉스’라는 복합 고유명사를 눈앞에 흔들며 이혼 후에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한 그의 비극적 삶을 굳이 귀에 대고 들려준다. 나에게 그 얘기를 해준 건 대학 선배였다. 토론에서 밀리자 “똑똑한 여자, 인기 없어”라고 말하던 이였다. 나는 그의 말을 20년째 곱씹으면서 한심해 하고 있지만, 나혜석을 알려준 건 고마웠다. 페미니스트인 나에게 나혜석은 죽음의 주인공이 아니라 삶의 주인공이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글로 써내려고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늘 감탄한다. 국문학자 장영은은 나혜석의 불행과 몰락이 이혼 때문이 아니라 이혼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혼백서 발표 이후 나혜석은 글을 실을 곳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졌고, 아무도 대신해서 말해주지 않는 식민지 여성 지식인에게 지면에서의 배제는 곧 존재의 삭제와 다름
우리는 쓰고 또 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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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 출연 마리옹 코티야르, 파브리지오 롱기온, 올리비에 구르메, 캐서린 살레 / 제작연도 2014년
감히 시니컬해질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내일을 위한 시간>의 엔딩을 본 후 먹먹하게 화면을 응시하던 몇분 동안이 그러했다. 원제 ‘두번의 낮, 한번의 밤’, 즉 1박2일 동안 복직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산드라(마리옹 코티야르)의 모습을 드라마틱한 요소 없이 건조하게 따라가는 이 영화에서 세상을 절망으로 바라볼 증거는 차고 넘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그렇다. 휴직 중이던 산드라는 복직을 앞두고 해고를 통보받는다. 이유는 더 기가 찬다. 산드라의 복직과 개인이 받을 보너스 중 하나를 택하라는 사장의 제안에 동료들은 투표를 통해 보너스를 선택한 것. 회사에서 버림받고 동료들에겐 배신당했다. 여기 어디 희망이 있을까.
그럼에도 투표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제보로 이틀 뒤 월요일 아침 재투표를 하기로 했고, 남은 시간 동안 산드라는 동료들을 찾
위근우의 <내일을 위한 시간> 절망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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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소공녀>의 영어 제목 마이크로해비타트(Microhabitat)는 미미한 서식지를 의미한다. 애벌레에게 거처 겸 식량이 되는 낙엽이나 작은 동식물이 연명할 환경이 되는 통나무 조각이 예다. <소공녀>의 미소(이솜)도 신세지거나 다치지 않고 오직 ‘서식’하고자 한다. 가사도우미 일로 집세를 내고 일과 후 담배와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면 족하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담뱃값이 뛰자 미소는 집과 기호품 중 더 큰 행복을 택하고 방을 뺀다. 여행 가방에 생필품을 꾸려넣은 미소는 친구들을 하나씩 방문해 달걀 한판과 가사노동을 숙식과 교환한다. 그녀의 선택은 합리적이고 누구도 해치지 않으나, 사람들은 미소가 사는 방식을 불편해하며 자꾸 ‘상식적’ 삶에 끌어들이려 한다. 동화 <소공녀>의 세라처럼 미소는 어떤 처지에서도 품위를 지키는 인간이다. 그녀는 뭔가를 갖기 위해 삶의 소신을 꺾거나 아부하지 않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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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연애도 인생계획에 넣지 않았던 외주 프로덕션 PD 한승주(유이)는 방송사 특채를 앞두고 몸과 마음에 크나큰 위기를 맞는다. 취재 때문에 며칠 서울을 떠나 있는 동안 숙박공유사이트를 통해 집을 빌려줬던 여성이 승주의 방에서 살해당했고, 엄마보다 더 의지하던 고모는 고독사나 다름없이 세상을 떠났다. 연달아 터진 사건으로 극도의 불안을 느낀 승주는 독립적이고 당찬 자신의 원래 모습을 회복할 때까지 동거인을 들일 결심을 한다. 산골 오지에 사는 순박한 남자 오작두(김강우)에게 데릴사위 같은 남편이 돼달라고 제안한 것. 그래서 제목이 <데릴남편 오작두>(MBC)다.
흔한 계약결혼 로맨스로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승주가 남자를 필요로 하게 되는 과정은 비혼 여성에 대한 압박으로 가득하다. 당치 않은 상대와 중매를 서려고 35살인 승주를 깎아내리는 식당 주인이 있는가 하면, 아래층 세입자는 남편이 승주의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가 경찰에 잡혔는데도 “여자 혼자 사
[TVIEW] <데릴남편 오작두> 언발에 오줌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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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빌보드>(2017)에는 <디어 헌터>(1978)와 <쳐다보지 마라>(1973)에 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니콜라스 뢰그의 <쳐다보지 마라>에 관해서는 과거 이 지면에서 한회차를 통째로 할애해 소개한 적이 있다.
영화 속에서 다른 오래된 영화들의 흔적을 찾는 건 즐거운 작업이다.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경우라면 영화사라는 거대한 흐름이 개별의 영화들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어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어 즐겁다. 정말 재미있는 건 감독이 의도했을 경우다. 노련한 이야기꾼은 이야기가 도달하고자 하는 결승점 혹은 고취시키고자 하는 바에 관해 작품 안에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굳이 작품 안에서 창작자의 주제의식 따위를 설명하고 싶다면 영화를 만들 것이 아니라 거리에 나가 웅변을 하거나 사설을 쓰는 게 낫다. 다만 어떤 감독들은 이야기에 질감을 더하고 해석에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오래된 영화들의 특정한 장면이나 대사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쓰리 빌보드>, 스스로를 구제하려는 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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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씨네21> 창간 21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당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만들었던 이해영 감독과 <비밀은 없다> 개봉을 앞둔 이경미 감독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데뷔의 기억을 꺼내놓으며 영화에 매혹됐던 첫 순간을 회상했다. 시나리오작가였던 이해영 감독은 “<천하장사 마돈나>(2006)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연출까지 맡았다. VIP 시사 때 아버지가 혼자 일어나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박수를 치고 계시더라. 태어나 처음 아버지에게 존재를 인정받은 순간이었다”라고 말했고, 이경미 감독은 “첫 장편이라 가장 진심으로 와닿는 인물을 떠올리며 <미쓰 홍당무>(2008)를 만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이고 뜨거운 반응에 들떠서 돌아왔는데, 서울역 가판대에 놓인 <씨네21> 표지가 바로 <미쓰 홍당무>였다. ‘공효진의 화양연화’라는 기사와 함께. 정말 행복했다”며 그 시
[주성철 편집장] 인터뷰어의 거짓말과 싸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