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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긴 역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공공 공간’이 확대되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도시 지도를 그릴 때 건물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외부 공간은 흰색으로 남겨놓은 지도 표현방식을 ‘형상-배경 다이어그램’(figure-ground diagram)이라고 한다. 지도에서 건물들을 검은색으로 표시하면 길과 광장, 공원 같은 비어 있는 공간의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런 방식의 지도 중에서도 1748년 조반니 바티스타 놀리가 그린 로마의 지도는 특별한데, 교회나 관공서같이 공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건물들은 검은색 대신 내부 평면을 그려서, 공공 공간이 건물 내부로 확장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근대적인 도시계획으로 잘 알려진 오스만 남작의 파리 개조 계획은 1853년에서 1870년 사이에 파리 시내 2천채 정도의 건물을 철거하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오스만은 마차도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길로 이루어진 파리를 관리가 가능한 근대도시로 바꿔놓았다. 오스만
[영화와 건축] <1987> 남영동 대공분실과 도시계획으로 만들어진 근대 공공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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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겨울밤, 경복궁역 근처를 걷다가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죽은 놈이었다. 어쩌다가 번잡한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길 가던 어떤 이는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부주의한 어떤 이는 녀석을 차거나 밟고서야 기겁했다. 만져보니 따뜻했다. 방금 죽은 걸까. 어쩌면 내 손이 찬 탓에 느낀 온기였을지 모른다. 녀석을 안고 잠시 걸었다. 어둑한 화단이 보이자 거기에 뉘였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튿날 나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았다. ‘고양이의 보은’을 떠올렸다. 물론 그럴 리 없고, 찾을 물건을 찾은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여겼을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죽은 동물을 만나면 한참을 바라보곤 한다. 죽은 사람이었다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내가 사람인 탓에, 죽은 사람을 무심히 볼 수 없다. 그래선 안 된다는 강박이 머리를 누른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 동물일 뿐인데.
죽은 동물이 하필 내 눈에 잘 띄는지 궁금할 때가 있었다
[노순택의 사진의 털] 모르는 자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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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조디 포스터, 매튜 매커너헤이, 제임스 우즈, 존 허트 / 제작연도 1997년
내 인생의 영화를 단 한편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콘택트>를 선택할 것이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1997년작 <콘택트>를 말하는 것이다. 만약 2017년에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Arrival>이 떠올랐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아재가 아니라는 뜻이리라. 당시 대학 2학년 공대생이었던 나는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특수시각효과(VFX)를 직업 삼아 살아가는 어엿한 40대 중년이 되었다.
1997년 여름 우연히 응모 끝에 당첨된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무슨 장르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래서 이 이야기의 끝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질문을 되뇌며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내가 마치 주인공
최완호의 <콘택트> 그런 전율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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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말을 한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두 개의 사랑>의 첫 장면은 주인공인 클로에가 긴 머리를 싹둑싹둑 커트‘당하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마침내 그녀는 카메라와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클로에의 자궁이 클로즈업되고 뒤이어 외음순이 화면을 채우는데, 이것이 그녀의 눈매와 정확히 겹쳐진다. 이 첫 장면에서 등장한 머리카락과 성기는 이후에 외음순을 닮은 목젖의 떨림, 정신분석가의 대기실에 있는 (여성의 질과 닮은 꽃모양을 가진) 호접란, 그녀의 배에 남은 수술자국과 겹쳐진다. ‘클로에’(Chlo )라는 이름은 ‘생식력(fertility), 꽃의 만개(blooming)’를 뜻한다. 클로에가 일하는 미술관에는 ‘피와 살’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열리는데, 작품들은 인간의 살덩이가 프랜시스 베이컨식으로 뭉개져 있다. 그 뭉개진 살덩이는 클로에의 배 속에 있었던 혹(죽은 태아)과 닮아 있다. 이 육체의 이미지들은 모두 ‘여성적’이다. 클로에가 하지 못하는
사랑이 누군가를 구원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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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설 합본호를 만드는 기분은 묘하다. 뭔가 진짜 1년의 시작 같은 느낌이 들어 설레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준비한 영화 특집과 인터뷰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그만큼 우울하기도 하다. 이번호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2018년이 다 가려면 앞으로 45권의 <씨네21>을 더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계속 관심 가져주시길.
일단 설 연휴 개봉영화들을 모아봤다.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배우와 감독의 교체 없이 3편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개봉 2월 8일)의 김석윤 감독을 인터뷰했고, <마이 제너레이션>(2003)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를 통해 <씨네21>이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노동석 감독이 거의 10년 만에 만든 <골든슬럼버>(개봉 2월 14일)의 강동원을 만나 표지 촬영을 했고, 고 김주혁의 출연작인 조근현 감독
[주성철 편집장] <씨네21>과 함께 즐거운 설 연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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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성지다. 성베드로 대성당을 비롯한 수많은 교회들, 지하 무덤들(Catacombs) 그리고 기독교인들을 죽였던 콜로세움 같은 순교지들이 성지 로마의 역사를 한눈에 알게 한다. 그 가운데 바티칸은 성지 로마의 중심이다. 베드로 성당, 베드로 광장, 사도 궁전, 바티칸 미술관 등이 몰려 있어 연중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아마 누구라도 (종교에 관계없이) 원형의 베드로 광장에 들어서면 어머니의 품 같은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광장을 내려다보며 베드로 성당이 긴 팔을 둥글게 벌려 이곳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들을 안아주는 형상을 띠고 있어서다. 베드로 성당 하나만으로도 로마는 가톨릭의 성지답다. 당연히 바티칸은 수많은 영화에 등장한다. 하지만 늘 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로셀리니, 바티칸의 희망을 보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1945)가 발표되며, 네오리얼리즘과 함께 파시즘에 대항하던 이탈리아의 레지스탕스도 유명
[트립 투 이탈리아] 바티칸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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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은 올해 가장 기대되는 신인 중 하나다. 2016년 데뷔작 《(O)》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다졌고 지난 1월 16일 발표한 차기작 《jon1》 역시 훌륭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음원 사이트의 댓글을 보면 “너무너무 좋다”는 격찬과 감동의 ‘ㅜㅜ’ 이모티콘이 가득하다. 스타 탄생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하지 않을까.
오존의 매력은 요즘 말로 ‘감성 터지는’ 몽롱함에 있다. 존 메이어와 언니네 이발관을 좋아하는 취향의 소유자에 걸맞게 심플한 기타 팝을 들려주는데, 리버브나 공간계를 잘 연출해 부유하는 아름다움이 꽉 차 있다. 공간감을 부풀리면 원음의 꼬리와 잔향이 증가해 여운도 길어진다. 《jon1》은 단순한 소리가 멀리 퍼질 때의 아름다움을 훌륭히 활용하고 있다.
요즘은 이런 ‘심플 앤 몽롱’ 사운드 컨셉이 각광받는다. 특히 알앤비로 눈을 돌리면 딘의 〈인스타그램〉, 지코의 〈She’s A Baby〉 등 숱한 히트곡을 찾을 수 있다. 일렉트릭 피아노의 심플한 사용
[마감인간의 music] 오존 《jon1》, 취향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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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고 한달도 지나지 않아 끔찍한 뉴스가 연이어 들려왔다. 단순히 끔찍하다고 표현하기엔 지나치게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잘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이기도 했다. 지난 1월 14일, 인천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직원이 화장실로 따라온 괴한에게 흉기로 수차례 폭행당해 큰 부상을 입었다. 5일 후 잡힌 범인은 전과가 있는 40대 남성으로, 피해자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서” 혼내주려 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이어 17일에는 문경 시내 한 아파트에서 한 여성이 함께 살던 오빠에게 흉기로 살해당했다. 대학을 중퇴한 피해자와 두살 터울의 오빠는 취업하지 못해 힘든 상황에서 대학생인 여동생이 자신을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리고 19일에는 천안의 한 주택에서 잠자던 30대 딸을 11살 손자 앞에서 둔기로 때려 살해한 70대 친부가 징역 20년을 구형받았다. 그는 음식점 직원으로 근무하는 이혼한 딸이 평소 밥을 잘 챙겨주지 않는 등 “아버지 대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범행을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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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팀 버튼 / 출연 조니 뎁, 마틴 랜도, 사라 제시카 파커, 퍼트리샤 아퀘트, 제프리 존스 / 제작연도 1994년
작가는 두 가지 꿈을 동시에 꾼다.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만들고 싶은 꿈과 소수의 사람들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괴상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꿈. 모든 작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그렇다. 두 꿈의 출발 지점은 전혀 다르다. 걸작을 만들려다가 실패한 작품이 괴상해지는 것이 아니다. 괴상한 작품을 만들어내려면 괴상하게 출발해야 한다. 완성도와 관련된 부분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스스로를 조금 파괴하는 심정으로 심장 한구석을 도려내면서, 아픈 상태로도 낄낄낄 웃다보면 괴상한 작품이 탄생하게 마련이다. 언젠가 정말 괴상한 작품을 한번쯤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다.
팀 버튼의 <에드 우드>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는 본보기 같은 작품이다. 영화를 너무 못 만들어서 전설이 되어버린 감독 ‘에드 우드’의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는, 최대한 괴
김중혁 작가의 <에드 우드> 최대한 괴상하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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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하면 외롭다고 한다. 물어볼 데가 없다고도 한다. ‘그래, 이 방향이 맞아’라는 확신만 가질 수 있어도 아주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새삼스레 자영업자의 수를 나열하진 않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으로 우리의 골목골목 가득 자리 잡은 식당들, 그 주인들이 가진 고민은 무엇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은 있을까. 죽은 상권 심폐소생 대기획 <골목식당>이 SBS에서 방송 중이다. 백종원 대표가 먹자골목이 아닌, 후미진 골목의 소규모 식당을 직접 찾아가 문제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생존법을 제시한다.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운영하는 수제버거집, 노부부의 백반집 등이 처음 도마에 오른다. 아무도 없는 식당에서 직접 맛을 보는 백종원 대표의 평가 하나하나가 주인들에게는 비수가 되고, 지켜보는 우리도 남의 일 같지 않은 긴장과 불편함에 가슴을 졸이게 된다.
이 지면에서 <집밥 백선생>이란 프로그램을 다룬 적이 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2015년 6월. 거의 3년 전이다.
[TVIEW] <골목식당> 죽은 상권 심폐소생 대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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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촛불 시대의 젊은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최근 인상적으로 본 한국 독립영화 세편에 대해 말하려 한다. 먼저 1월 31일 개봉하는 이완민 감독의 <누에치던 방>과 지난해 12월 7일 개봉한 김대환 감독의 <초행>은 바로 그 포스트 촛불 시대의 한국영화라 부르면 어떨까 싶다. 물론 지난해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들끓었던 촛불혁명이 제작 초기 단계부터 이들 영화에 영감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 <누에치던 방>은 촛불혁명 이전에 완성해서 탄핵을 예상하기 힘들었던 2016년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초행>은 촬영하던 중 광화문 촛불집회 장면을 카메라에 담게 되어 2017년 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그리고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은 촛불혁명이라는 뜨거운 기억의 반대편에서 세월호와 함께 우리의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을 용산참사의 기억을 다시금 불러낸다.
<초행>은 광화문 촛불집
[주성철 편집장] <누에치던 방>과 <초행> 그리고 <공동정범>, 포스트 촛불 시대의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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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프랑스 파리, 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던 자리에 덴마크에서 온 라스 폰 트리에가 끼어들어 난데없이 ‘도그마(Dogma)95’라는 걸 선언했다. 할리우드식 상업주의에 훼손된 영화의 순수성을 되찾자는 명분으로 그들은 영화적 순결을 위한 서약 10계명을 내걸었다. 영화는 반드시 지금 이곳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실재하는 로케이션에서 촬영하고, 소품은 그 장소에 있는 물건만 써야 하며, 오로지 동시녹음, 사운드트랙을 따로 삽입해선 안 되고, 손으로 들고 찍는 카메라에는 거짓 없는 액션이 컬러로 담겨야 하며, 조명 불가, 광학적인 효과 불가, 장르 불가의 조항이 담겼다.
덴마크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도그마 조항대로 찍은 영화가 나왔다. 그해 나는 하필 중학교 2학년이었고, 한국에서 최초로 도그마 공인 영화를 찍은 청소년으로 기록되고 싶었다(도그마 인증을 받은 한국영화는 변혁 감독의 <인터뷰>(2000)가 유일하다). 영화잡지에서 <백치들>(1998)을
로버트 저메키스 <하늘을 걷는 남자>와 리안 <빌리 린의 롱 하프타임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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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어쩐지 자발적으로 보인다…. (중략) …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사고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결정하며, 스스로를 표현한다.” 니콜라스 쿡의 저서 <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중 일부다. 그가 강조한 것처럼, 음악은 모든 문화 중에서도 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음악은 한 개인의 자기표현 수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세대간의 격차를 상징하는 심벌로서 작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음악에 대한 우리의 위와 같은 인식은 특정 음악에 대한 신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바로 ‘싱어송라이터형 음악’이다. 과연 그렇다. 어쩐지 음악은 자발적인 것으로 보이기에, 그것을 노래하는 사람은 마땅히 그 음악을 창작한 사람이어야만 할 것도 같다. 록밴드가 평론가와 마니아들에게 찬사를 받은 바탕 또한 동일하다. 진짜배기 밴드의 출발은 자기 곡을 직접 쓰는 데서 비롯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의문이 들기 시작한 건 서른 즈음부터였다.
[마감인간의 music] 장재인 <버튼>, 이 곡 안 듣고 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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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논란이 한창이다. 누구는 암호화폐의 기술적 기반인 블록체인이 미래 경제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목욕물 버리면서 아이까지 버리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누구는 수백만명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이 투기광풍이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암호화폐에 합리적 근거를 부여하려는 쪽과 박탈하려는 쪽보다 내 귀에 더 박히는 것은 “오죽 절박했으면 젊은이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겠냐”는 탄식이다. 블록체인이 미래 경제의 기반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있지만 젊은이들이 직면한 당장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장기적 전망이다. 암호화폐 열기를 투기광풍으로 파악하고 규제를 역설하는 쪽은 눈높이가 어긋나 있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이들에게 진입장벽이 낮고 수익률이 높은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더라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젊은 세대가 노동의 가치를 저버렸다”는 도적적 비난은 오히려 비도덕적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노동의 가치를
헛된 노력, 절박한 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