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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한국 정부는 인구폭발을 근심했다. 1970년대, 정부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다. 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 있었음에도 남아선호라는 구습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1980년대에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잘 키운 딸 하나 열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를 발표한다. 두고두고 회자된, 대성공을 거둔 홍보 문안이었다. 하지만 남아선호는 꺾이지 않았다. 어릴 적 나는 늘 남아선호란 말 뒤에 ‘사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웃긴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상의 자유가 전혀 보장되지 않았던 군사독재 시절에도 법을 어겨가며 남아선호를 지속했다는 걸 알고 난 다음부터는 더이상 농담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남아선호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신념체계를 지배했다. 독재 정부의 개입이 무력했던 거의 유일무이한 영역이었을 것이다. 급기야 1987년 의료법 20조 2항이 제정되어 의사가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고지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졌을
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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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가 함께한 드라마들을 되짚어보면 전작에서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다시 풀어나가는 흐름이 보인다. JTBC <아내의 자격>에서 김태오(이성재)의 전 부인 홍지선(이태란)은 입시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에 가지만 풀려나도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었다. <밀회>는 홍지선과 유사한 인간이었던 오혜원(김희애)이 과오를 바로잡고자 감옥에 간다. SBS <풍문으로 들었소>는 <아내의 자격>에서 ‘슈퍼 갑’이었던 법조계 혈맥과 <밀회>의 재벌가를 ‘을의 반란’으로 풍자했다. 숙제는 아직 남아 있었다. <아내의 자격> 마지막 회, 윤서래(김희애)의 전남편인 방송사 기자 한상진(장현성)은 직장 내 성추행이 문제가 되어 퇴사한다. 회사의 여성노동자모임은 그가 자의로 회사를 그만두는 좋은 그림을 만들어준 사측에 항의하고 한상진을 형사고발했다. 7년 전엔 그걸로 후련했는데 지금은 성추행 피해자인 분장사가 인사 벽보
[TVIEW]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굳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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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를 보다가 리처드 닉슨에 대해 다시 떠올렸다. 닉슨은 언제나 흥미롭다. 아무런 자산 없이 노력과 좌절 끝에 혼자 힘으로 최고 권력의 중심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특유의 피해의식과 적을 대하는 방식 때문에 임기가 계속될수록 괴물이 되어갔다. 그는 자신이 받아 마땅한 사랑과 보상을 빼앗겼으며, 이는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자신에 관련된 가능한 세상의 모든 대화를 녹음하고 복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해 공작과 거짓말을 반복했다. 거짓말을 가리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이 이어졌다.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닉슨은 미국 대중문화의 유력한 캐릭터 중 하나다. 닉슨을 다소 입체적으로 다룬 올리버 스톤의 <닉슨>이나 론 하워드의 <프로스트 VS 닉슨> 정도를 제외하면, 영화 속의 그는 언제나 악당이었다. 역사의 평가가 이미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닉슨이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더 포스트>를 보며 다시 생각한다, 영화가 사랑한 악당 닉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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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영화 속에서 거의 언제나 죽었다. <비트>에서도 죽고 <본 투 킬>에서도 죽고 <유령>에서도 죽고 <무사>에서도 죽고 <중천>에서도 죽고 <새드무비>에서도 죽고 <마담뺑덕>에서도 죽고 <아수라>에서도 죽고 <강철비>에서도 죽었다. 창간 23주년 기념 2호인 1151호를 제작하며 한국영화계 영원한 청춘의 초상 정우성을 특별 인터뷰하면서, 그와 인연이 깊은 영화인들 김성수·임필성·양우석 감독, 한재덕 대표를 대담자로 모셨는데(42쪽 기획 기사 참조) 공교롭게도 모두 정우성을 죽인 감독들이다. 물론 언제나 그를 죽였던 김성수 감독이 <태양은 없다>에서만큼은 유일하게 그를 살려주었지만, 영화 속 링 위에서 복싱선수인 그를 거의 죽기 직전까지 얻어터지게 만들었다. 그처럼 죽음으로써 자신의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드러냈던 ‘죽어야 사는 남자’는 세계영화계를 봐도 극히 드물다.
[주성철 편집장] 창간 23주년, 죽어야 사는 남자 정우성 별책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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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패션과 비슷하다. 고작 몇년 지나면, 제법 과거처럼 느껴진다. ‘마감인간’ 필진인 배순탁 작가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한 얘기가 떠올랐다. 예전에는 음악을 어떤 흐름대로 들었다면, 요즘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꽂히는 대로 골라 듣는다고. 며칠 전 오래 안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난 술자리에 합석했다. 그들의 유학 시절 얘기를 듣다가, 교집합 같은 이름이 나왔다. 10년도 더 된 과거 몇년간 열성적으로 참여한 블록 파티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파티의 첫 번째 개최지는 서교동 지하 1층에 자리한 ‘공중캠프’였다. 공중캠프는 일본 덥 밴드 ‘피시만즈’가 발표한 1996년 음반 제목에서 따왔다. 《1991-1994 - Singles & More》는 피시만즈가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발매한 싱글을 모은 편집 음반이다. 1987년 결성 이래, 피쉬만즈는 보컬과 기타를 맡은 사토 신지를 주축으로 몇번의 멤버 교체가 있었다. 덥 스탭, 앰비언트, 프로그레시브 록의 영
[마감인간의 music] 피시만즈 《1991-1994 - Singles & More》, 음악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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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작 드라마 <나의 아저씨>(김원석 연출, 박해영 극본)는 이제 막 중반으로 들어가는 시점이지만, 그 서사적 틀은 거의 드러나 있다. 논란이 되었던 것은 45살 박동훈(이선균)과 21살 이지안(아이유)이 주인공으로 설정됨으로써 진부한 아저씨-아가씨 로맨스가 다시, 그것도 이 시점에 등장한다는 데 있었다.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박동훈과 이지안 사이의 관계는 겉으로는 아저씨와 아가씨의 만남과 사랑이라는 클리셰를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은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연인이 아니라, 세상의 거친 파도에 내몰려 힘들지만 어떻게든 자신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처절한 인간의 모습으로 재현된다. 카메라는 이 둘의 삶이 교차하는 쪽을 지속적으로 비추지만, 그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것은 달달한 로맨스가 아니라 쓸쓸하고 거친 두 인간 사이에 터가는 애처러움의 감각이다.
이 두 인물을 둘러싼 배경이면서 동시에 두 인물의 전경이기도 한 것은 사실 신자유주의적
로맨스의 불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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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사라 폴리 / 출연 사라 폴리, 마이클 폴리 / 제작연도 2013년
“뭐 재미있는 다큐멘터리 좀 소개해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인지, 종종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주저 없이 사라 폴리의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를 추천한다. 사라 폴리는 캐나다 출신 배우이자 감독이며 작가다.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두편의 극영화를 연출했다. 나는 사라 폴리의 영화와 드라마를 모두 챙겨봤고,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 2014년 3월 단지 사라 폴리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정보없이 극장에 가서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를 봤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이 몇명인지, 아버지는 누구인지, 그들 중 누가 이혼을 했는지. 장성한 그녀는 금발이지만 태어났을 당시엔 빨간머리였다는 것까지도.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는 사라 폴리 자신과 그녀의 가족을 다룬, 지극히 개인적인 다큐멘터리다. 더 자세히는 이들의 엄마이자 아내
김보람의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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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정의 장래희망은 체육 선생님이다. 향은 엄마처럼 간호사가, 광숙은 헤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공부하기 바쁜 고3이지만 화장을 할때만큼은 왠지 들뜬 얼굴이다. “화장은 기본이죠. 자신감이 생겨요.” 그런데, 의외의 말이 이어졌다. “좀더 대한민국 사람이 된 것 같은 자신감.” KBS1 <우리가 태어난 곳>은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죽을 고비를 넘어, 가족과 헤어져 한국에 왔지만 ‘따뜻한 남쪽나라’는 꽤 많이 낯설고 외롭고 추운 곳이다. ‘북한 핵실험’ 기사가 뜰 때마다 악플에 마음 다치고, 아직 국경을 넘어오지 못한 가족 때문에 가슴 조이는 삶의 무게를 ‘여기서’ 태어난 나는 알지 못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존재를 ‘늘어나는 숫자’로 인식하고, 비참한 생활에서 탈출한 그들이 여기에 무난히 정착하길 막연히 바랐을 뿐 그들 각자의 삶에 무관심했던 나는 효정의 말에 부끄러워졌다. “저희라고 왜 거기가 안 그립겠어요. 거기서 굶고 힘들게 살
[TVIEW] <우리가 태어난 곳> 우리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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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그랬어요”라고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가 말했다. 그는 별것 아닌 일로 문제 삼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한 얘기였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우리는 최근 끊임없이 문제 삼는 사람들이 거둔 성과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오상진과 함께 <기억의 밤>과 <사라진 밤> 두편의 한국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 있다. “그냥 바로 처단하면 되는데, 왜 저렇게 기다려주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농담 섞인 얘기에 무릎을 탁 쳤다.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사실이 있음에도 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가해자가 기어이 스스로 알아차리게끔 오히려 피해자가 갖은 노력으로 기다려주는 걸 보면서 “한국영화가 가해자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것 아니냐”고 무심히 건넨 그 얘기가 어쩌면 백번 옳은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이 두 영화에서는 긴장감을 자아내게끔 하는 가장 중요한 영화적
[주성철 편집장] 창간 23주년 기념호, 글자가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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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룸’이란 인터넷 방송이 있다. 2010년 런던에서 시작된 디제잉 방송으로, 유튜브 열풍을 타고 이젠 디제이 컬처를 넘어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신뢰받는 트렌드세터로 성장했다. 신인들은 여기서 음악을 튼 걸 자랑으로 여기고, 잘만 하면 커리어 전환점도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지난 3월 16일 한국인 디제이 페기 구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지난해부터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그녀와 다양한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영상을 업로드하며 보일러 룸은 이런 소개를 덧붙였다. “최근 일렉트로닉 신에서 페기 구만큼 급상승한 아티스트를 찾기 힘들다.”
클럽 신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잡지 <믹스맥>도 페기 구의 최근 상승세를 올해 3월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한국인이 <믹스맥> 커버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믹스맥>은 2017년 ‘올해의 디제이’ 연말 결산에서도 페기 구를 5위로 꼽았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깐깐한 웹진 <피치포크>는 페
[마감인간의 music] 페기 구<It Makes You Forget(Itgehane)>, 기억해야 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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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도망치듯 도시를 떠난 20대 청년의 귀촌 생활 사계절을 그린다. 주인공 혜원은 서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임용고시생으로, 시험에 낙방하자 홀로 합격한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고향집에 내려온다. 그곳에서 그녀는 오로지 맛있는 밥을 지어먹고, 집을 잘 돌보고,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무탈하게 지내는 일에 전념한다. 그렇게 소박하고 정직한 하루하루가 모여 한해가 되었을 때, 혜원은 마침내 자신만의 작은 숲을 찾아갈 진짜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혜원의 사계를 따라가는 내내, 본가에서 막 독립했던 첫해가 떠올랐다. 가끔 먹고 죽지 않을 만큼 자면서 일하고 또 일하던 지옥의 레이스에서 잠시 내려왔던 해였다. 비록 매달 새어나가는 생활비에 놀라 더더욱 허리띠를 졸라매는 월세난민 신세였지만, 오직 내 힘으로 내 삶을 온전히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특히 나는 밥을 짓고, 집 안을 정돈하고,
나만의 작은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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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콜린 세로 / 출연 콜린 세로, 뱅상 랭동 / 제작연도 1996년
이 화창한 봄날 장례식이라니. 고인은 생전 따뜻한 계절에 숨을 거두고 싶어 했으니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른다. 좋겠다, 고인은. 원하는 날에 평안하게 떠났으니. 장례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빈소는 일찌감치 조문객을 맞을 준비를 끝냈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한 사람이 다가와 뭔가를 내밀었다. 이게 뭐죠? USB요. 이 사람이. 그걸 모르나 누가. 고인의 지인이 건넨 메모리를 장례식장 사무실 PC에 연결했다. 옆에는 잠시 자리를 뺏긴 젊은 직원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모니터를 함께 쳐다봤다. 동영상 파일이었다. 파일명은 ‘La Belle Verte 1996’. <뷰티풀 그린>이에요. 지인이 커피를 한 모금 삼키며 덤덤하게 말했다. 고인의 유언이었단다. 자신의 장례식에서 이 영화를 틀어달라고. 근데 그래도 됩니까? 직원을 쳐다봤다. 다른 빈소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특별히 문제가 될까요?
이동은의 <뷰티풀 그린> 당신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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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년 지구. 사람이 살 만한 땅이 줄어들고 자원이 간당간당해지자 등장한 주거 형태가 20세기 트레일러 촌을 수직으로 재편한 ‘스택’(stack, ‘더미’라는 의미)이다. 미술가 토니 크랙은 불특정 잡동사니를 육면체로 압축한 설치작품에 같은 이름을 붙인 바 있다. 여남은개의 컨테이너와 트레일러를 대충 쌓아올리고 철골로 간신히 지지해놓은 스택은 위태로울 뿐 아니라 범죄의 온상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오프닝은 부모를 잃고 가난한 이모에게 얹혀사는 웨이드(타이 셰리던)가 밧줄을 타고 폐차 더미 사이를 기어 스택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을 따라간다. 웨이드가 지나치는 이웃들은 이미 VR 바이저와 장갑을 착용하고 가상현실에 몰두해 있다. 시대상을 한 호흡에 축약한 이 고밀도 시퀀스는, 매 프레임이 수많은 캐릭터, 탈것, 무기, 인용으로 터져나가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스타일도 예고한다. 스필버그에게 영감을 준 영화 리스트에 <레고 무비>가 포함된다 해도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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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의 조합. 뒷조사를 해도 깨끗한 남자에게 여자가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설정.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떠올렸다. 주위에 섞여들지 않는 이지안(이지은)의 개인주의적 성향이나 중년 남자를 엿먹일 수도, 구할 수도 있는 정보력과 영리함도 리스베트 살란데르(루니 마라)와 유사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제목의 온도 차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안의 능력은 평범한 아저씨를 재평가하는 데 동원된다.
거칠고 무모하게 살아온 21살 여성에게 발견되어 ‘길가의 들꽃 같은 기분’을 맛보게 될 박동훈(이선균)은 여타 드라마 속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남성주인공보다 평범하다. 야망이나 분노도 없고, 때문에 이를 빌미로 타인에게 위력을 행사하거나 무례하게 굴지도 않는다. 마음에 거리낄 일은 일체 하지 않고 자신을 단속하며 살아온 인생이다. 드라마는 박동훈이란 인물을 통해 ‘길거리에 넘쳐나는 흔하디흔한 아저씨들… (중
[TVIEW] <나의 아저씨> 로맨스가 아니어도 문제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