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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와 상관없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위계가 작동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아니, 거의 그렇다. 일 때문에 만났거나 초면임에도 사람들은 지나치게 예의를 갖춘다. 문제는 이 지나친 예의가 대부분 일방향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유사 가족, 유사 선후배, 유사 사제 관계 같은 것이 즉각 형성된다. 나는 낯선 사람과는 연령이나 직급과 무관하게 인격적으로 동등한 관계를 맺어야 하며 그에 걸맞은 예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이”라는 변수는 상호 친밀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관계 속에 스며들어 서로를 대하는 호칭과 존대어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자명한 것은 아니다. 이 자연스러움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한 상호 조율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사람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만나면 바로 “말 놓으세요”라고 말한다. 특히 남성과 남성 사이에서 그런 일은 흔하다. 나는 자기 자신을 하대(?)해 달라는 이 노
나를 당신보다 높이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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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음식이 키워드인 영화치곤 드물게 <케이크메이커>(2017)는 과자와 빵을 군침 도는 스펙터클로 쓰지 않는다. <케이크메이커>의 케이크와 쿠키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데에 익숙하고 사랑에 관해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인물의 성격을 설명한다. 베를린의 파티셰 토마스(팀 칼코프)는 차분하게 계량하고 우직하게 반죽을 치대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데에 익숙하다. 정기적으로 베를린에 출장 오는 이스라엘 비즈니스맨 오렌(로이 밀러)과 특별한 사이가 된 토마스는 어느 날 비보를 접하게 되고 무작정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 감독은 토마스 역에 팀 칼코프를 캐스팅하고 살을 찌워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몸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남성적이면서도 둥근 실루엣, 단것을 좋아하고 세상사에 미숙한 아기 같은 인상을 원해서였다.
04/30
마블의 10년, 18편의 히어로 영화를 종합하는 3차 올스타전 &l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마블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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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자. 우리는 오늘 여기 김장을 하려고 모인 거야. 배추를 씻고 소금에 절이고 봉투에 담아서 땅에 잘 묻기만 하면 돼.” 남편이 죽고 거액의 보험금을 받은 장세연(한가인)과 고교 시절 선생님을 환자로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던 정신과 의사 김은수(신현빈), 아이 갖기에 집착하는 남편과 싸우고 직장 동료와 홧김에 일을 치른 교사 한정원(최희서), 유부남을 만나던 로펌 사무장 도화영(구재이). 네 친구가 ‘김장’을 해버리려는 대상은 어떤 남자의 사체다. 동명의 영국 드라마를 각색한 OCN <미스트리스>는 이들이 죽은 남자를 파묻는 현재와 자신들을 기만한 남자들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거 시점을 교차하며 미스터리를 끌고 간다.
등장인물 모두가 제임스라 불러도 번역을 통해 여보, 형부, 삼촌 등의 다양한 호칭으로 바뀌듯, 한국판 <미스트리스>는 대상과의 관계를 부연하는 호칭을 극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앞서 네 여자가 사체 처리를 의논하는 와중에 죽은 남자의
[TVIEW] <미스트리스> 아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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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허진호 / 출연 이영애, 유지태 / 제작연도 2001년
2016년 어느 늦은 봄날. 스무살이나 먹은 나의 낡은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하며 무작정 묵호항으로 출발했다. 이미 해가 떨어진 후였다. 깜깜한 고속도로를 조심스럽게 달리며 상우(유지태)와 은수(이영애)를 떠올렸다. 상우가 은수에게 달려가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저녁에 나는 <봄날은 간다>의 상우와 은수를 간절히 다시 만나고 싶었다. 묵호항의 아파트 앞에 가면 창문에 몸을 걸치고 손을 흔들어주던 은수와, 택시에서 비틀거리며 내려 은수를 안던 상우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은수의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무작정 출발을 했던 터라 혹시 낡은 아파트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아파트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위에 새로 생긴 아파트들이 은수의 낡은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렇게 세월을 견디며 남아 있는 것
이광국의 <봄날은 간다>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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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에서 잔인무도한 남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손을 씻지 않는다. 표정부터 대사까지 굉장히 역겹게 처리됐다. 당시 그 장면에 대해 누군가 했던 얘기를 접하고는 데굴데굴 굴렀던 기억이 있다. ‘한국영화에서는 남자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손 씻는 것이, 오히려 그 남자의 비정상성을 보여주는 데 이용된다’는 요지의 얘기였다. 즉각적으로 <공공의 적>(2002)에서 돈 때문에 부모까지 살해한 사이코패스이자 펀드매니저인 규환(이성재)의 결벽증이 떠올랐다. 그러니 <효리네 민박2>의 박보검과 <윤식당2>의 박서준이 잘 씻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다. 그처럼 한국영화에서 ‘잘 씻고 깔끔 떠는’ 남자는 비정상적이거나 악한 남자인 경우가 많았다. 더럽고 무례하고 괴팍해도 클라이맥스에 가서야 기어이 그 ‘진심’을 드러내는, 더 나아가 ‘이런 나를 이해해줘’라며 관객에게 동정심을 강요하는
[주성철 편집장] 무해한 남자 대담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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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녜이 웨스트의 영향력은 이미 힙합이나 음악 카테고리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간 존재’다. 늘 그렇듯(?) 그는 최근에도 구설에 휘말렸다. 1년 반 전에 이미 “난 투표를 하지 않았어. 하지만 투표를 했다면 트럼프를 찍었을 거야”라고 말했던 그는 최근 들어 이런 말을 했다. “노예제도? 그게 400여년이나 지속됐다는 것은… 마치 흑인들이 그걸 ‘선택’했다는 것처럼 들려.” 그 후는 모두가 예상한 대로다. 분노 그리고 비난. 물론 웨스트의 인터뷰 전문이나 트위터에서의 발언을 자세히 읽어보면 그가 ‘아무 생각 없는 멍청이’가 아님은 알 수 있다.
단적으로 그는 흑인들이 오직 ‘인종주의’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문제이며 그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자신은 트럼프의 정책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 과정을 통해 ‘불가능에서 기적을 일군’ 트럼프의 성취에 영감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비록 그렇다 해도 그에게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그와 별개
[마감인간의 music] 카녜이 웨스트 《Ye vs. the People》, 논란을 음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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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아내 이외의 여자와는 어떤 일대일 만남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가, 세계의 수많은 여자 대표들과 어떻게 만날 셈이냐며 세간의 빈축을 샀다. 2002년 빌 클린턴과 대비되도록 신사적인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한 말 정도로 취급되었던 ‘펜스룰’(아내 이외의 여자와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규칙)은 2018년에는 당대 성차별주의를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몇몇 특출난 여성이 남성 집단 사이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는 정도로는 변화한 시대를 반영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이 필요하다. 여성이 정치에 진출하던 초기에 여성 정치인들은 남성 중심적인 대의제 내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거라고 주목받았다. 여성은 더 부드럽고, 청렴하고, 헌신적일 거라고 기대를 모았다. 여성 정치인들은 남성 연대의 바깥에서 새로운 기대주가 될 만큼 예외적이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가족사업의 일환으로 정치에 뛰어들거나, 정당 내에서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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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헤인즈 감독은 이미지와 정체성의 관계를 연구하는 다양한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원더스트럭>도 예외가 아니다. 1927년의 소녀 로즈(밀리센트 시먼스)와 1977년의 소년 벤(오크스 페글리)은 그들이 어떤 세계에 속하는 존재인지 발견하고자 집을 떠난다. 그러자면 우선 세상 전체를 조감해야 하기에 영화 속에는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즈로 줄여진 세계의 대체물이 여럿 등장한다. 곳곳의 신기한 사물을 모아놓은 ‘호기심의 방’, 자연을 축소한 디오라마, 종이로 접은 도시가 그것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람회를 위해 정확한 비율로 줄여 만든 미니어처 뉴욕 전체가 등장한다. <원더스트럭>의 주인공에게 모형 제작은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본인의 위치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04/25
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더스트럭>을 비행기에서 처음 보았을 때, 첫 10분 동안은 영화 제목을 잘못 누른 줄 알았다. 이유는 단순무식하다. 토드 헤인즈의 필모그래피는 대략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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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를 한편도 본 적 없지만 좋아하는 그의 말이 있다. “영화는 상과 관계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나에게는 그 상이 필요했습니다. 그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격려 같은 것이었습니다.” 불안한 선택 사이를 걸어온 이들에게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손 들어주는 것만큼 필요한 게 또 있을까.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보며, 특히 여성 수상자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한국에서 여성이 자리를 얻고, 인기를 얻고, 수없이 도사린 ‘논란’을 피해, 상이라는 권위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같은 분야의 남성에 비해 몇배나 힘든 일이다. 무대 위의 예지원(TV부문 여자조연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던 김선아의 기쁜 얼굴, 언제나 프로페셔널한 김남주(TV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배우로서 너무 가진 게 없는 제가 ‘고혜란’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하던 순간이 각별했던 이유다. “놀이터에서 혼자 놀면 재미없잖아요. 가
[TVIEW]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당신을 위한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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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주성치 / 출연 주성치, 막문위, 장백지, 오맹달 / 제작연도 1999년
주성치의 ‘비디오’를 모으던 1999년은 ‘세기말’과 ‘밀레니엄’이라는 ‘근거없는 불안’과 ‘불안한 희망’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시기였다. 나는 이름도 그럴싸한 밀레니엄을 선택했고 마치 천지개벽을 기다리는 궁색한 맹신도처럼 2000년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동시에 Y2K에러로 은행전산망이 초기화되면 지급 불능의 카드값이 해결되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당시 나의 영화 취향도 궁색하긴 마찬가지였다. 허름한 모텔에 비치된 B급 비디오를 통해 알게 된 <희극지왕>의 줄거리는 지면이 아까울 정도로 단순하다. 자신이 명배우이자 명연출가라는 그릇된 신념을 가진 고독한 삼류 배우 주성치가 ‘순전히 운에 의해서’ 잘되는가 싶더니 결국, 자신을 사모했던 술집 여인에게 ‘평생 먹여살리겠다’고 말하고는 알 수 없는 미래를 택한다. 끝. 당시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두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주성치표 코미디’라고
조성호의 <희극지왕> 더 힘들고 덜 힘들고의 문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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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을 앞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역대 최고 매진 회차를 기록하며 성대한 막을 내렸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대표 슬로건에 맞게 해마다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영화를 소개하여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제 개막 전에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등을 통해 영화 제작과 배급에 있어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제 평가 결과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오석근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영진위가 전주를 포함하여 국제영화제 예산 관련 육성지원 사업비를 큰 폭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한 것은, 예산 삭감 이전인 2014년 지원금 규모로 회복하면서 여러 영화제 운영의 정상화에 힘을 실어주고자 함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아마도 블랙리스트 관련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예산 삭감에 대한 회복 의지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아무튼 달라진 영진위 체제 아래에서 치러진 첫 번째 국제영화제의 성공을 환영한다. 이제 그다음 국제영화제는 5월
[주성철 편집장] 전주국제영화제, 내년 스무살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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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기분에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다분히 복고풍인 일본 음악가들의 흥겨운 멜로디. 시티 팝이라는 ‘장르’는 음악을 한참 들은 다음에야 인지하게 되었다. 시티 팝 저술가이자 전문 기자 기무라 유타쿠는 <디스크 컬렉션: 재패니즈 시티 팝>에서 이 장르를 1970년대와 80년대, 일본에서 발생한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도시형 팝 음악’으로 정의한다. 일본의 80년대는 버블 경제 붕괴가 다가오기 전, 아무리 흥청망청해도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머지않았다는 환상의 시절이었다. ‘흙수저’ 같은 단어가 일상과 맞닿은 한국 젊은이들은 겪어보지 못한 삶이지만, 당시 음악이 다시 플레이리스트에 오르고 디제이들의 믹스테이프에 반영된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이 장르의 대부 다쓰로 야마시타가 1982년 낸 《For You》는 시티 팝의 걸작이다. 여전히 명곡으로 추앙받는 <Sparkle>과 <Morning Glory>도 이 음반에 있다. 내 중·고교 시절은
[마감인간의 music] 다쓰로 야마시타 《For You》, 풍요의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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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많은 사람을 설득할수록 이기는 게임이다. 이 점에서 선거행위는 영화산업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극장의 매표소를 뜻하는 박스오피스는 투표함과 어감부터 닮았다. 박스오피스를 통해 영화 흥행 순위가 집계되니 선거의 당락이 결정되는 투표함과 서로 기능도 비슷하다. 날마다 전국 상영관에서는 입후보한 여러 영화가 유권자인 관객을 대상으로 선거를 치른다.
선거는 또한 집단 선택의 과정이다. 그래서 종종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이른바 중도파의 함정이다.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 전쟁: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에서 중도파란 없다고 주장했다. 중도파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사안에 따라 보수적 관점을 취하기도 하고 진보적 견해를 따르기도 한다. 이는 그들이 각각 동조한 의견의 전체 평균값이 중간 지점에 위치할 뿐, 쟁점에 따라 입장은 저마다 다름을 의미한다. 유권자를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중간을 추구하는 선거
선거판과 영화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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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가 주연인 드라마들은 종종 정의의 여신 디케에 관해 ‘썰’을 푼다. 변호사가 주인공인 KBS2 <슈츠>는 디케 대신 기회의 신 카이로스를 내밀었다. 디케처럼 저울과 칼을 들었지만 카이로스의 그것은 재판으로 가기 전 합의를 이끌어내는 변호사가 갖춰야 할 협상의 기술을 은유하는 데 쓰인다. 이들이 테이블에 앉아 사인을 받아내기까지의 지루함을 피하려면 오고 가는 말 사이의 긴장이 팽팽해야 한다. 원작인 미국 <USA Network>에서 방영된 드라마 <슈츠>가 그렇다. 고가의 맞춤 슈트를 입은 자신만만한 시니어 변호사 하비 스펙터(가브리엘 막트) 역의 최강석(장동건)과 저렴한 슈트를 어색하게 걸친 어소시에이트 마이크 로스(패트릭 J. 애덤스) 역의 고연우(박형식)의 외견만큼은 원작이 부럽지 않다. 친구의 마약 거래를 돕다가 우연히 변호사 면접 자리에 뛰어든 마이크가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하비의 눈에 들게 된 과정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영
[TVIEW] <슈츠> 대화가 오고 가야 재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