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기억으로 남을 때가 있다. 기술적인 의미나 연주자의 유명세와는 다른 결로, 꽤 길게 말이다. 으레 기억이라 하면 친한 사람들과 나눈 경험 혹은 혼자 오래 반복해 듣고 남은 감정이다.
2019년 1월 어느 토요일에 소소한 집들이에 갔다. 선물로 가져간 위스키병을 새로 딴 후, 올해 결혼하기로 한 친구들이 왔다. ‘남’이 튼 음악들이 이야기와 섞여 안주가 되었다. 그중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가 있었다. 2016년에 나온 싱글 앨범 《K.》와 같은 제목의 노래였다. 밴드의 프런트맨 그렉 곤살레즈의 소년 같은 목소리와 앰비언트와 슈게이징이 섞인 연주가 어울렸다. 그에게 음악은 일기 같은 것이라고 했던 문장을 어디선가 보았다. 삶이란 국적과 시대가 달라도 엇비슷한 면이 있다. 자신과 친구들의 고민, 사랑과 삶, 가끔 선명한 기억일 수도 때로는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그런 노래가 차곡차곡 쌓여서 첫 번째 정규 음반이 되었다. 음반 제목은 밴드 이름과 같은 《Cigarettes After Sex》(2017)였다.
집에서 혼자 조용히 보내거나, 극단적으로 다르게 친구들과 보내는 주말이 내게는 일상이다. 친구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온갖 이야기가 오갔다. 그사이 친구의 커다란 신상과 심경 변화를 지나는 말로 알았다. 그 ‘변화’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여전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생각에 잠겨서 들은 음악이란 생각이 필요할 때 생각난다. 이 밴드의 음반이 계속 머리에 맴도는 까닭도 같다.